“늘 우리가 먹다 남긴 찬밥을 배가 부를 때도 무리해서 모두 드셨으며 그런 후에는 오히려 소화가 안돼 신트림을 꺽꺽 하시곤 했었다.” “죽음이 어머니를 괴롭히듯 어머니는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어머니는 비겁하게 자신의 죽음을 손바닥에 묻혀들고 전후 길거리에서 손에 흙칠을 하고 동냥을 조르던 양아치들처럼 우리를 겁주고 있는 것이다.”
최인호는 그의 소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통해 우리들 가슴속에 늘 함께 하는 그리움과 애틋함의 존재 ‘어머니’를 이렇게 그리고 있다. 발가벗은 어린아이를 씻기던 아련한 기억, 아이들이 남긴 찬밥을 배가 부르면서도 드시던 억척스런 모습,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모습까지 너무나 생생한 나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그리워서가 아니라 살아생전 어머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슬픔에서였다고 작가가 얘기하듯이 어머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움, 애틋함으로만 함께 하시는 것이 아니라 늙어 죽음이 가까워지면서 육신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 죽음이 주는 고통과 두려움을 함께 할 가족이 자신에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면서 너무나도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가 된다.
그리고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늘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다수에 속할 수 없고 경제적 능력과 육신의 건강 그리고 문화적 차이 등으로 언제든지 소수가 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 속에서만 온전할 수 있는 잠재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어머니가 외로우셨음을 당신이 돌아가시고 십여 년이 지난 후에 자신이 외로운 존재가 되어서야 느낀 것과 같이 주위의 외로운 이웃과 동료들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삶에 쫓겨 넉넉함을 잃어버린 우리의 반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의 외로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느끼지 않고 애써 외면하고 있음에 대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수많은 외로운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였음에 대해.
2004년 갑신년도 저물어 간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이웃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는 따듯하고 넉넉한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
/오완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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