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생긴대로 살지 왜?

성형외과 의사인 내게 “생긴 대로 살지 왜 성형수술을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은 대부분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들이다. 아프지도 않고, 기능적으로 지장이 없는 경우인데도 왜 성형수술을 할까? 동양적인 사고 방식으로 고증하여 본다.

맹자는 말하기를 “지금 가령 무명지가 구부러져 다시 펴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것이 아파서 일의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것을 펴지게 해주는 의사가 있다고 하면, 진(秦)이나 초(楚)같은 먼 나라라도 그 노고를 생각지 않고 찾아가 치료를 받을 것이다. 그것은 손가락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孟子曰, 今有無名之指 屈而不信. 非疾痛害也 如有能信之者. 則不遠泰楚之路. 爲指之不若人也) 손가락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하면서도 마음이 남과 다른 것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이야말로 대소경중의 비교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펴지지 않는 무명지’는 ‘방아쇠손가락’(trigger finger)으로 생각되며 2천여년전에 살던 사람들도 기능에는 별 장애가 없더라도 외형이 남과 다른 경우, 즉 정상 범주에 들지 않는 경우엔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서울 창신동에 살았는데 그때만 해도 골목길에는 입술갈림증(언청이, cleft lip)이 있는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띄었던 것이 기억난다. 요즘은 서울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수술을 하지 않고 입술이 갈라진 상태로 사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선천기형은 신생아 750명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것이니 해마다 많은 수의 환자들이 새로 생기지만 생후 약 3개월에 입술성형술을 받고 그 뒤에도 입술의 흉터성형술 등을 받으니 이제 이런 환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된 것이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때 생각해야 할 점은 생명을 구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것 이외에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여주는 것이다. ‘삶의 질’에는 미용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면도 포함된다.

특히 성형외과의사는 환자의 병이나 외모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헤아려야 한다. 외국에서는 성형외과의사를 ‘정신외과의사’(psychosurgeon)나 ‘수술하는 정신과의사’(psychiatrist with knief)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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