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김장은 내림솜씨로

올해는 배추 무가 풍년이란다. 김장철을 맞아 농산물 시장이 김장시장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늘상 친하게 지내는 교회 집사가 싱싱한 무를 준다고 해서 오솔길을 따라 가보니 바닷가 산자락에 파아란 카펫을 깔아놓은 듯 푸르름이 싱그럽다. 달덩이 같은 무들이 주인에게 고맙다고 야들야들한 잎새로 춤을 춘다. 잎새는 한겨울 된장국을 해먹으면 별미라 엮어달고 무는 싱건지를 담갔다.

해마다 김장때면 장독 가득 시어머니의 곱게 웃는 모습이 가득해 고인 되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음식 솜씨가 유난히 뛰어나신 시어머니는 고향이 이북이라 보쌈김치를 잘 담그셨다. 배추는 가죽이 얇고 속이 노란 것으로 골라 알맞게 절이고 속대만 3~4cm로 썰어 둔다. 무도 같은 길이로 썰어 새우젓, 굴, 생새우, 산낙지와 갖은 양념에 버무려 밥공기에 푸른 배추잎을 깔고 버무린 김치재료를 담아, 맨 위에 감, 석이버섯채, 잣, 실고추로 고명을 얹어 잎으로 잘싸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돌로 눌러둔다. 그리고 하나씩 식탁에 꺼내 놓으면 다른 반찬에 손이 가지않을 정도로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영양만점이다.

김장김치는 한겨울의 반찬 고민, 영양부족 고민을 해결하고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이라는 특별한 효소가 접목이 돼 추운 겨울철에도 맛과 정을 훈훈하게 나누어 준다. 장점으로는 첫째 강장 작용을 하는 향신료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키고, 둘째는 다양한 채소류와 향신채로 구성되어 있어 식이섬유질이 풍부해 변비를 예방한다. 셋째는 젖산발효를 거쳤기 때문에 살아있는 젖산균에 의한 정장 작용을 보장하며, 넷째는 풍부한 섬유질 변비예방 혈당조절 혈중지질조절과 각종 효소 및 비타민이 있어 체중조절과 미용효과가 뛰어나다. 다섯째는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각종 기능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비만 고혈압 당뇨병 예방이 가능하고 항암성 물질이 풍부해 소화기계의 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이미 입증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의 김치는 과학적인 음식이다.

다른 해보다 김장거리가 풍성한 이 해에 소외돼 음지에 있는 이들에게 정성과 사랑을 접목한 솜씨를 전달하면 훈훈할 텐데…. 매년 각 시·군 여성단체협의회에서는 전경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각 시설에 사랑의 손길을 전달하고 있어 보람이 크다. 어머니의 내림 김장솜씨를 익혀 자손들에게 전수함이 전통보전과 가족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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