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대한민국 현대사의 공통점

다음에 나오는 대한 민국 현대사의 공통점은?

82년 5월 이철희 장영자 거액어음 사기사건, 83년 8월 명성사건, 83년 10월 영동개발사건, 89년 5공비리 사건, 91년 2월 수서지구택지 특혜분양사건, 93년 율곡비리 사건, 94년 1월 제2차 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95년 3월 덕산그룹 사건, 95년 11월 노태우 비자금 사건, 97년 벽두부터 한보 사건, 90년대 후반 듣기조차 지겨운 IMF환란, 2000년대를 휩쓰는 스태그플레이션….

어느 사건 하나 잊혀질 수 없는 위대한 대한민국 공화국의 화려한 사건들이다. 주인공은 40년간의 독재정권과 문민·국민·참여의 정부 전현직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 형제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또는 죽은 새도 다시 날려 보낸다는 명장(?)들도 다수 포함되고 국회의원, 검사장, 장관, 은행장, 청와대비서관 등의 쟁쟁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진실성의 결핍증과 양심불량증 환자들’ 아닐까? 어디 그들뿐인가. 작품명 ‘성수대교의 무너진 자존심’과 ‘사라진 고대도시 삼풍’ 등과 같은 대작과 시화호의 참상, 피할 수 없는 대도시의 공해와 오염, 무너진 지하철공사장, 날치기 입법과 수 십년간 우려먹은 위기논리와 공작정치, 뇌물, 특혜, 외압, 사기 등 끝도 없는 비리 등이 난무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주로 힘 좀 쓴다는 일부요직에 있는 자들이 진실을 팔아먹고 양심을 팽개쳐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사건이 또 일어난다 해도 더 이상 놀라거나 신기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구나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경제력 향상의 환상도 아니고,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군사력도 아니다. 바로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잠재력인 도덕력의 회복이다. 그렇다고 오랜 역사에만 연연하여 전국민의 유교화 또는 명분론에만 얽매이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서 벗어나 ‘진실의 힘’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 진실이 무엇인가를 행할 수 있는 관리, 남의 피눈물로 자신의 배를 채우려 하지 않는 사업가, 자신이 땀 흘린 만큼 얻은 것으로 기뻐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이 땅을 서서히 채우기 전에는 단군 할아버지도 세종대왕도, 이순신 장군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정 도령까지 몽땅 돌아와도 이 나라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설사 국가의 명맥이 끊이지 않고 인류가 영원히 멸망치 않는다고 해서 무엇하겠는가?

/김용 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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