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자력과 타력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자력과 타력이 관계하면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력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말한다. 예컨대 내가 지닌 신체의 힘, 또는 재력, 지식의 힘, 권력, 등등. 타력이란 나 아닌 다른 대상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말한다. 그런데 이 자력과 타력은 얼핏 생각하면 상호 상대적이어서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조금 깊이 생각하면 이것은 대단한 착각임을 깨닫게 된다. 자력과 타력을 서로 대립되는 관계로만 파악할 때는 나의 자력을 강화하기 위하여는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나 아닌 남이 가진 모든 힘을 나에게 가져오기 위하여 온갖 짓을 다 행한다. 그렇게하다 그 일이 뜻같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에는 상대를 해까지 나를 위하려고 한다. 보통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이러한 사고위에서 행해지므로 결국 대단히 어리석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면 자력과 타력이 과연 그처럼 상호 대립적인 것일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자력과 타력은 서로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상호 바탕이 되는 불가불리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력이라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 무엇하나도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타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 몸도 알고 보면 과연 내 힘만으로 된 것인가? 삼척동자도 이 몸은 부모님이 주신 것임을 안다. 그러면 부모님의 힘만으로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자라오는 동안 천지의 힘도 스승의 힘도 수많은 동포의 힘도 다 나에게 작용되어 현재의 내가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보면 이 나라도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동원되어 이루어진 것이니 과연 타력이 없이도 자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큰 자각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이 세상의 모든 타력은 곧 나를 살려주고 있는 힘이며 그러기 때문에 타력은 곧 나와 같다. 이러한 자각이 있게 되면 타력을 함부로 함이 곧 나를 함부로 함이 됨을 안다. 요즈음 환경을 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환경을 함부로 하는 것은 곧 나를 함부로 하는 것이다. 모두를 나로 알 때 밝고 크고 아름다운 세계가 열린다. /김주원.원불교 경인교구장

천자춘추/개구리에 대한 횡설수설

어린 시절 유난히 개구지던 나는 억새 줄기를 꺾어 개구리항문에 꽂아 풍선처럼 부풀려 놓고는 그 뒤뚱거리는 모습이 뭐가 그리 우습던지, 친구들과 눈물이 나도록 배를 움켜잡고 웃던 기억이 난다. 송아지를 보고 놀라서 달려온 아들개구리에게 자존심 상한 아빠개구리가 배를 부풀려 송아지 흉내를 내려다 배가 터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는 사찰 앞 먹거리 장터마다 즉석에서, 개구리를 산채로 끓는 기름에 튀겨주는 가겟집들이 줄지어 있다. 온갖 미물들의 생명까지 소중히 생각하는 경건한 도량(道場) 근처에 기름 끓는 불지옥이 어이 그리 많은지. 그러고 보니 개구리 이야기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잔인하기 짝이 없다. 팔자 좋은 개구리 이야기도 있다. 환희와 감동의 대 서사시,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의 ‘황금개구리’ 이야기다. 이름만 황금이지 전혀 황금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누런 개구리 한 마리가 숱한 지구촌 사람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올림픽 주경기장을 건설하던 중 부지를 다 헤집어 놓은 상태에서 흙더미 틈새로 폴짝 개구리 한마리가 튀어 나왔다. 도대체 누가 발견했는지 모르지만 개구리로 인해 주경기장 공사가 전면 중지돼 막대한 예산을 들여 토지를 원상복구했고, 새로운 부지를 재선정해 지금의 주경기장을 지었다. 세계 각국의 손님들을 불러놓고 올림픽을 치르기엔 별로 내세울 것도 없던 호주가 이 황금 개구리 한마리로 가히 환산할 수 없는 광고효과와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가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거둔 걸 생각하면, 떼돈을 들여 여기저기 들쑤시고 파헤쳐 그토록 공들인 88서울올림픽이 적자가 났느니, 실속이 없었느니 할 때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우리가 사소한 이익을 위해 파헤쳐 버린 자연과 환경이 얼마나 큰 손해로 우리에게 되돌아 오는지, 우리가 자연과 환경을 위해 들인 노력이 얼마나 큰 혜택으로 되돌아 오는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세계 10대 물부족 국가’이면서도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물값 싼(상수도) 나라에 살고있는 우리는, 1리터도 안되는 물 한병을 몇 백원씩에 사 먹으면서도 아직도 겁을 덜 내는 것 같다. 얼마 안가서 외국처럼 밥해 먹는 물 값이 쌀값보다 비싸질 것 같지는 않은지. 남들이 보기엔 우리가 6·25때 달러가 뭔지도 모르고 땔감으로 태워 감자나 구워 먹고있던 그 무지랭이 같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김용 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천자춘추/장애우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며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이제까지 장애자, 장애인을 거쳐 요즘은 ‘장애우’라는 호칭을 쓴다. 단순히 장애를 가진 자라는 뜻에서 우리의 자연스런 이웃이라는 표현이 정감이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관심인 것이다. 17대 국회의 특별한 모습은 장애우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장향숙 의원, 한나라당의 정화원 의원. 언젠가 의원 휴게소에 앉아 있는데 나와 같은 당의 정화원 의원이 곁에 와 앉았다. 그는 선천적 장애인이 아니라 녹내장이 심해져 19세때 실명을 했다고 설명을 했다. ‘요즘 같으면 실명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이제까지 비장애인보다 더 커다란 삶의 의지로 살아온 정 의원에게는 불필요한 인사치레였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나는 화제를 옮겼다. 늘 정 의원 곁에서 보좌를 하는 비서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정 의원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얘기 많이 들었지요?” 그의 대답에 나는 다시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껴야 했다. “제가 의원님 아들입니다.” 내가 부끄러웠던 것은 내 주변에서 늘 만나고 볼 수 있었던 정 의원이었고 그곁에 언제나 그림자처럼 함께 있었던 비서가 아들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무관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안함을 보태서 정 의원에게 말했다. “의원님, 젊었을 때 잘생겼다는 말씀 많이 들으셨지요. 아드님이 꼭 의원님 닮았어요.” 나에게는 변호사 일을 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불행하게도 그 친구는 정신 지체 중증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고 있다. 제 나이라면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이지만 그 아이의 정신 연령은 서너살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나는 친구의 부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속상할 때가 많지요” “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요즘엔 우리집에 언제나 예쁜 세살짜리 딸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뻐요.” 국회에는 얼마전 ‘장애아이, WE CAN’이라는 연구 모임이 생겼다. 그리고 그 모임은 한나라당의 얼짱 여의원인 나경원 의원이 주도했고, 그녀의 딸은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아이다. 나 의원 역시 나의 친구 가족처럼 그늘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녀의 그토록 밝고 맑은 미소가 아직도 불행으로 생각하는 가족과 아직도 장애인 정책에 적극적이지 못한 정부당국의 뜻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길 빈다. /한선교 국회의원(용인을)

천자춘추/또 다른 세상

“저는 이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얼마전 안산에 있는 어느 여성경제인 회사의 공장방문시 여사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공장방문전에는 일반적인 공장형태 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공장을 둘러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우선 남성들도 하기 힘든 철구조물 가공업을 하면서 현장을 뛰어 다니는 여성기업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아름다웠지만, 그분은 내로라하는 남성 기업인과의 치열한 수주전에서도 남다른 솜씨를 보이며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매출신장 30%를 보이며 임대주고 있던 옆공장까지 새로이 확장해야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면서 하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다는 말에 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기업 경영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때는 없다고들 한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대부분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남다른 세계속에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연간매출규모가 천억대를 넘는 경우도 있고 십억대 미만 기업들도 있다. 요사이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중의 하나가 90년대 초반부터 부실의 징후가 있었다는 보고서도 있다. 즉 싼 노동력에 안주하여 기업경영을 하다보니 미래를 준비할 수가 없었으며 부가가치 창출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노동력의 가치가 변한 최근에 와서 대안을 준비하지 못한 대부분의 기업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또한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10년 후는 또 어떻게 될까? 기술개발 추이와 새로운 수요자들의 요구 등을 종합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즉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절실히 필요하다. 좁게는 국내거래처나 국내시장, 넓게는 세계시장에서의 변화하는 흐름을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이것이 정립되면 이에 맞는 기술개발, 즉 신상품개발 노력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이때는 내가 좋아하거나 선택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전략적인 마케팅은 개발된 기술의 판로를 여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이제까지는 이런 세상의 눈을 가지고 지내왔다면 이제는 또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준비해 가자.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 안주하지 말고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시대를 열어가자. /정영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천자춘추/정치지도자의 선택

지도자의 선택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러나 시민의 정치지도자 선택은 그 역사가 매우 짧다. 더욱이 정치에서 시민에 의하여 정부를 구성하고 정치 지도자를 선택한 정치과정은 근대 이후 시민의 선거권 획득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 이때 시민에게는 권리만큼 책임의 중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시민은 정치지도자 선택을 고민하게 되었다. 과연 인간적으로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이며,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 남을 이해는 하면서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 사람, 자신에게 잘하든 잘못하든 간에 남을 존중하고 이롭게 하는 사람의 유형을 놓고 선택에 고심하기도 한다. 이때 우리들은 상식적으로 앞의 세 유형 중 된 사람을 그리고 뒤의 세 유형 중에서는 세번째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이해관계나 일시적 감정에 따라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기 일쑤이며 결국 그 선택의 결과를 놓고 후회하는 시민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는 후진 사회 일수록 심하다. 그러면 세계화 정보화시대인 21세기의 시민은 어떠한 정치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하나는 포괄적 입장에서 다른 하나는 시민의 순수한 입장에서 접근해 보기로 한다. 첫째, 정치지도자는 국제감각과 비전을 가지고 정보의 흐름과 지식을 이해하며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욕구와 요구 등 여론을 파악하고 자신의 정책을 호소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타협·통합·원칙·정직·성실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투명한 윤리도덕성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이어야 한다. 둘째, 시민의 이상이며 목표인 행복의 조건 충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정치에서 시민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이가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비록 하루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 날 하루를 되돌아 볼 때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하며 시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시민의 생활에 행복과 안정을 위하여 직업·복지·건강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보는 섬세함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남녀노소가 제 구실을 못 할 때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해소할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 /조휘각 한국국민윤리학회 회장

천자춘추/양심과 병역

대법원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상고한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여 원심을 확정했다. 따라서 현재 계류 중인 유사사건에 대한 재판도 대법원의 취지대로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법원은 유죄라는 판례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1일 처음으로 1심에서 무죄선고가 내려지고, 이후에도 법원에 따라 선고와 구속영장 발부에 있어 혼선이 계속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다시 한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병역의무는 국가존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 따라서 병역의무 부과에 있어 형평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일각에서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 소수자의 인권보호 등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지고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안보환경 속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면 병역의무 이행의 기본질서가 와해돼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될 것이고, 대다수 국민의 정서와도 배치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는 국가산업발전이나 국위선양을 위하여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복무를 마친 후에도 예비군으로 8년을 복무하며, 전시에 병력동원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요구하는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체복무제도는 일체의 군사훈련 및 전시 병력동원을 거부하고 사회봉사활동으로 일정기간을 복무하는 형태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희생에 대한 무임승차와 같은 것이다. 작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양심, 자유, 인권 등의 최고의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도 사회적인 합의인 법이 지켜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존재하고 전쟁이 없는 평화상태일 때 실현될 수 있다. 나라를 잃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을 돌이켜보면 양심과 인권은 무참히 짓밟혔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양심을 진정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고 발전시켜 가는 것이 오히려 양심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임낙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미술관 관람 예약

“미술관에 오실 때는 사전에 예약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말을 듣고 잠시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항상 조용하고 널찍한 미술관에 가는데 무슨 예약인가? 의아해 할 것이다. 나 홀로, 혹은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미술관에 갈 때에는 물론 예약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만일 학생들을 인솔하고 오는 경우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가끔 전시장 입구에서 전시장 담당 큐레이터와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교사들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실랑이의 원인이 대부분 이 ‘예약’에 관한 문제다. 미술관은 또 다른 의미의 교육기관이다. 교육기관에는 어디든 교육을 책임질 교육자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미술관에도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교사들보다 더 전문적인 교사가 있다. 바로 교육담당 큐레이터들은 전시를 기획할 때부터 전시에 출품될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들에게는 미술에 관한 전문 지식과 교육자로서의 자질 또한 요구된다.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오는 단체의 상황과 연령에 따라 각기 다른 교육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내가 평소에 다른 모든 것을 가르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미술관에서도 내가 교육시킬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미술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거나 미술관의 전문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학교를 비롯한 제도권의 교육기관이 오랜 시간동안 검증되고 정리된 보편적인 지식을 교육하는 곳이라면 미술관 교육은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동시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교육하는 곳이다. 이제 막 작가의 작업실에서 건져 올린 활기 넘치는 새로운 작품을 첫 대면하는 곳이다. 그래서 미술관에 오면 어렵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 낯설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큐레이터들이다. 이 큐레이터들에게 아이들을 맞이하고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일이 사전에 관람 예약하는 일이다. 아무런 준비없이 아이들을 맞아 무슨 교육을 할 수가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리 화낼 일도 성가신 일도 아니다. 모두가 아이들을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시민으로 잘 키워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이승미 제비울미술관 학예실장

천자춘추/수원 화성과 '황태중임남'

수원행궁에서 국악상설 프로그램을 만들자. 서양음계인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궁상각치우’의 중국음계는 어느정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국악의 기본이 되는 5음 음계인 ‘황태중임남’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언젠가부터 우리는 국악보다는 서양음악을 이해하기 위하여 공연장을 찾아다니고 음반을 들으면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이해를 못하면 무식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걱정을 하지만 국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가슴속 깊이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 조상들은 풍류 즐기기를 좋아하고 국가의 중요한 행사도 악(樂)·가(歌)·무(舞) 일체로 치러진 것을 보면 우리음악은 우리문화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다. 97년 12월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화성은 수원만의 문화유적지가 아닌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되었고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로부터 7년여 정도가 지난 지금, 수원시는 화성을 다시 옛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다양한 상설행사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2005년은 경기도 방문의 해다. 수원 ‘화성’은 경기도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로 큰 몫을 감당해야 할 것이지만 성곽의 보수만으로는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더 나아가 화성을 세계적인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성과 연계된 우리의 고유문화를 보여줘야 한다. 애석하게도 수원에서 국악토요상설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경기도립국악단이 용인으로 이사갔다. 차제에 수원시립국악단을 만들어 행궁에서 국악이 울려퍼지게 함이 어떤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에서 흥겨워하는 청중들의 모습과 기운찬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바로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문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무리 서양음악을 즐겨 듣는다고해도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몸짓, 이것이 바로 우리의 문화인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화성’. 우리 선조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애환을 담고있는 국악이 함께 살아 숨쉬는 수원화성을 만들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혼과 문화를 담고있는 행궁에서 국악연주를 듣고 보며 우리문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해서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송기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장

천자춘추/충무공 이순신장군 동상

충무공은 우리역사상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성웅으로서 훌륭한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전인(全人)의 표상이다. 임진왜란 중 모함으로 공(公)이 감옥에 갇혀 사는 동안 원균의 잘못으로 우리 수군이 패전해 버리고, 다시 감옥에서 풀려나 통제사의 재임명을 받았건만 때는 이미 망하고 난 뒤라 조정에서는 “해전을 버리고 육지로 올라와 싸우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공은 장계를 올려 “신 에게 싸울 수 있는 배가 아직 12척이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능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얼마나 신념에 찬 장수의 감동적인 용기인가.’ 또한 충무공은 당시 아무런 국방준비가 없었던 때 군사를 훈련했고, 무기를 정비 했으며, 거북선을 만들었다. 세계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난 철갑의 배였다. ‘해전(海戰)에서 승승장구 함으로써 왜적수군들이 이순신 장군의 이름만 들어도 오금을 못 썼다니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1598년 11월 19일 노량대첩에서 적탄에 쓰러지면서 남긴 마지막 유언 “지금은 싸움이 한창 급하니 내가 죽었단 말을 내지마라.”(戰方急 勿言我死) 이 말 한마디가 나라사랑을 위해 몸 바치는 성웅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해군사상 최고의 명장이시며, 우리의 영원한 사표(師表)이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잘못 조상(造像) 되었다고 생각되어 감히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즉 광화문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우수(右手)로 검을 잡은 패장지상(敗將之像)으로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좌수(左手)로 칼집을 잡고 우수(右手)로 칼의 손잡이를 잡은 상이나 칼을 차고 두 손으로 뒷짐을 낀 상 또는 좌수로 칼집을 잡고 우수로 칼을 높이 들어 내려치려 하는 상으로 개조(改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관부처에서는 좀 더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타당성을 검토하여 승전 장군의 위상이 재조명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일성 경민대학 효실천본부장

천자춘추/대통령의 사랑

한 인터넷 사이트의 지식 검색에 이런 글이 올랐다. ‘사랑한다는 말 말고… 다른 좋은 말 없을까요? 이유는 사랑한단 말만 많이 하면 질리잖아요. 그러니까 사랑한단 말 말고, 좋아한단 말 말고 한마디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말 없을까요?’ 충격이었다. 언제부턴가 사랑이란 말을 잊고 살아온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뭐 좋은 말이 없을까? 요즘 국회 초년병으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나로선 딱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그래도 사랑이란 말을 너무도 잊고 살아 왔기에 뭔가를 찾아내고 싶었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나의 머리를 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름이었다. 그의 이름, 그녀의 이름. 지금은 나의 아내가 되어 있는 그녀를 처음 만나 사랑하던 시절,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설레였고, 그저 그것이 사랑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존F 케네디 이들은 미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이 존경심의 바탕은 사랑이다. 미국인이 사랑한 대통령, 우리에겐 부러움뿐이다.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노 대통령 부부가 필자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만 나왔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누구도 쉽게 해 낼 수 없는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고, 그리고 국회의원, 장관, 마침내 대통령이 된 노 당선자를 향해 정말 이 나라를 바꿔주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끝 무렵 당선자에게 질문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애국자는 누굴까요?” 당선자는 “글쎄요” 나는 답을 줬다. “대통령입니다. 대통령만큼 이 나라를 24시간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선자는 “그렇겠군요” 라고 말했다. 나는 진정으로 그가 이 나라를 걱정하고 사랑하길 바랐다. 노무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대통령이라는 직책만으로도 모든 국민의 가슴이 설레이길 바랐다. 최근 신행정수도 논란이 거듭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과 사랑의 대상에서 실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든다. ‘신행정수도 반대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신행정수도에 반대하는 절반이상의 국민을 혹 실망과 미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나는 나의 우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대해 본다. 우리의 대통령이 좀 더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통령, 자랑스런 대통령이 되어주길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한선교 국회의원(용인 을)

천자춘추/평화는 어디서 오는가

평화로움이란 인류 역사 속에서 누구나 갈망하고 희망하는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전 인류가 한 명도 싫어하지 않고 바라는 평화가 우리의 실제 생활에서는 왜 실현되지 않는 것일까? 생각하면 사실 답답하고 화도 날 법한 일이다. 원불교의 좌산 종법사는 금년 초에 우리 모두가 평화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자는 요지의 말씀을 하시면서 이러한 현실을 이렇게 진단하셨다. 그것은 사람들이 겉으로 주장하는 명분이나 말과 실제로 행동으로 다투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면 평화를 주장하면서 실제의 행동은 평화를 파괴하고 있고, 통일을 이야기 하면서 실제는 분단의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이다.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바라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우리 모두가 평화를 생산해내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느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에게 미룰 일도 아니고 힘 있는 국가나 단체나 통치자만이 할 일도 아니다.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개인적으로 또는 가정에서 국가에서 사회에서 일터에서 어느 곳에서나 이 일에 동참하고 함께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을 해나가는 가운데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평화를 생산하는 길이 될까? 불교에 오렴수(汚染修)란 말이 있다. 수행을 하는데 참 수행을 해야지 오렴수를 하면 천년만년을 해도 도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청소를 할 때 맑은 물로 씻어내면 깨끗해지지만 청소를 한다 하면서 더러운 물로 씻으면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우리가 평화를 이루려면 마음에 평화가 생산되어 밖으로 베풀어야지 마음에 불평과 원망과 미움과 갈등으로 투쟁하면서 평화를 이루려한다면 마치 더러운 물로 깨끗하게 씻으려 하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평화는 올 수 없다. 우리 모두 마음에서 미움과 원망과 투쟁을 몰아내자. 이 세상 모두가 알고 보면 다 나를 살려주고 있는 거룩한 은혜의 덩치임을 자각하자. 그래서 모두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혜를 갚자. 평화는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올 것이다. /김주원.원불교 경인교구장

천자춘추/물에 대한 짧은 잡담

얼마 전부터인가 경기지역 내 한 온천호텔에서 엄청 큰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광고를 하고있다. 내용인 즉, 지하 1천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선보인다는 거였다. 1천m 지하 암반을 뚫고 나온 청정온천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가 지금 서있는 이곳에서 1㎞ 떨어진 곳이라면 그곳의 사람의 존재조차 식별이 가지 않을 거리인데, 지하 수직으로 그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야 겨우 물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지하온천수가 고갈 되었다면? 이곳뿐 아니라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유명 온천지역마다 물을 끌어대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으로 버티고 있단다. 이미 몇 지역은 더 이상 온천지대가 아니다.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 믿고 우주선 패스파인더호는 몇 년을 날아 화성에 도착했다. 정말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가장 큰 단서는 화성에 물분자가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라 한다. 말 그대로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는 거다.(No Water, No Life.) 다행히도 이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온이나 공기, 그리고 여타 조건과 함께 물을 가지고 있는 태양계내 유일한 행성이다. 그래서 많은 생물체들이 왕성한 생명활동을 벌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물의 97%는 바다에 있고 너무 짜서 식수나 농·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다. 나머지 3%에 해당하는 담수마저도 남극과 북극에 만년빙과 만년설로 68.7%를 차지하고 지하수가 30.1%, 영구 동토층 지하의 얼음이 0.9%에 해당하니 자연적으로 취할 수 있는 물은 담수중의 0.3%밖에 안된다. 현재 지구상의 인류가 당면한 가장 급박한 문제는 당장 쓸 수 있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마시는 물을 비싼 음료수 값을 내고 사먹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술 더떠 더비싼 외국산 수입식수까지 사 먹는 형편이다. 이제는 어린 시절처럼 뒷동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 먹는건 고사하고, 깨끗한 물을 퍼다가 정수하고 소독까지 해도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처참한 고백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 전보다는 물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기는 하다. 우리가 물 쓰듯 마구 버린 물 때문에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한 것이다. /김용.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천자춘추/윤리적 삶의 진실

전환기에 처해 있는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 보다 국민적 요구가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으며 대립과 갈등이 전에 없이 첨예화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념, 지역,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이 팽배해 있고 국가와 국민, 집단과 집단, 개인과 개인간의 반목과 대립이 위험 수위에 달해 있다. 또한 부정 부패가 만연하고 국론이 분열되어 국민적 통합이 매우 시급한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법률을 강화하고 제도를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보지만 이 역시 한계에 부딪치곤 한다. 이제 이 같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윤리적 접근을 통하여 그 방법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원칙과 믿음의 정치윤리가 있어야 한다. 정치가는 원칙을 충실히 준수해야 하며, 예측이 가능한 정치를 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믿음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원칙 없는 행동과 즉흥적이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이른바 포퓰리즘적 정치는 국민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치는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게 마련이다. 일찍이 공자는 정치의 요체로 강력한 군사력과 충분한 식량, 그리고 신뢰를 제시하면서 이 세 가지 중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신뢰라고 강조하였다. 둘째, 시민사회에 맞는 윤리적 경영에서 찾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 국민은 정치에서의 원칙과 신뢰 만큼이나 경제 경영에서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윤리적 경영은 기업과 상품에 대한 믿음을 높여 기업을 성장하게 한다. 지금도 국내외의 기업들이 윤리적 경영에 적극적인 이유는 경영에 있어 윤리의 적용이 갖고 있는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윤리 도덕적 삶을 멀리한 정치인과 기업인의 파멸 현장을 각종 보도를 통하여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윤리 도덕적 삶의 진실을 현대적 의미로 재인식하거나 적용하지 못한 데서 오는 사례이다. 이제 우리는 일시적 성장과 발전에 집착하거나 편향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윤리적 삶을 통하여 정치와 기업이 바로서는 신뢰의 복된 삶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조휘각 한국국민윤리학회장.인천대 교수

천자춘추/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하루의 시간 중 황혼이 짙어지는 저녁을 좋아한다. 물론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아침햇살도 신선하지만, 서산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내 가슴을 울컥 울리게 할 것 같은 황혼이 더 좋다. 저녁 무렵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서 퇴근할 수 있다는 기다림이 있다. 누구와 약속도 없지만 웬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설레임이 있다. 노을빛이 물든 어느 찻집의 창가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면서 붉은 황혼 속에 하루를 정리하는 맛이 있어 좋다. 어린시절 구슬치기, 딱지놀이, 숨바꼭질에 정신없이 놀고 있으면 저녁 밥먹으라고 부르시던 어머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이 있어 좋다. 퇴근길에 오고가는 많은 분주한 사람들의 발길을 본다. 연인과 만나는 사람, 친구와 만나는 사람, 직장동료와 만나는 사람 등 사연도 제각각일 것 이다. 우리네 인생도 하루의 일과와 같다 할 수 있다. 그중에 하루를 여는 아침은 유아기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은 황혼기이다. 창가에 서서 황혼을 바라보며 하루를 생각하듯 우리의 삶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긴 것 같은 하루의 시간도 이내 황혼녘이 오듯 우리네 인생도 저무는 황혼이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저무는 노을길을 따라 가야 할 집이 있듯이 우리 인생도 황혼길을 따라 가야 할 본향이 있을 것이다. 가야할 집이 있는 사람은 목적지가 분명하지만 가야할 집이 없는 사람은 목적없이 유리 방황할 것이다. 우리네 모두가 모여서 구슬치기하고 숨바꼭질하듯 즐겁게 기쁘게 노는데 정신 팔다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어 저녁밥 먹으러 오라는 어머니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생의 저녁때가 되어 돌아가야 할 집이 준비되어 있다면 멋진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 없는 사람들은 인생을 마무리하기가 참으로 힘들것이다. 간혹 나는 동해안 보다는 서해안을 즐겨찾는다. 탁트인 먼 바다위에 낙조가 질때는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고 황홀경에 빠져든다. 노을빛이 비출때마다 미래를 생각하며 가야할 곳을 준비하기 위해 생각을 가다듬는다. 하루하루의 시간은 정말 귀하고 소중하다. 내 삶을 빼앗아 가는 어둠이 오기전에 귀한 영혼들을 사랑하고 복된 소식을 나눠야겠다. 어느덧 또다른 하루의 일과가 끝나가려 한다. 나의 창문을 열고 노을빛을 바라보며 크게 한번 호흡을 해본다. 가야할 본향을 준비하면서. /정영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천자춘추/桑田碧海

병무청이 확 달라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병무청’하면 병무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되어 오기도 했으나 이제 ‘병무비리는 옛말’이 돼버렸다. 지난 2000년 이후 단 1건의 병무비리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부패방지위원회의 청렴도 심사에서 청 단위 14개 기관 중 청렴도 2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초에는 ‘청와대 베스트 5 혁신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병무청의 변화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로도 충분치 못하다. 병무청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목표로 ‘99년부터 모든 행정을 수작업에서 전산으로, 비공개에서 공개로의 기치아래 규정과 제도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전산화 등을 통해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투명하고 공정한 징병검사를 위해 전 과정을 전산화하였다. 대리수검 방지를 위한 전자신분인식카드를 발급하고, 신장·체중자동측정기, CT촬영기, 전자식자동검안기 등 최신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검사결과가 컴퓨터에 자동으로 입력되고, 징병검사를 받는 병역의무자가 결과를 바로 확인토록 하였으며, 모든 검사결과를 종합한 신체등위를 전산에 의해 판정하는 동시에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 또한 면제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판정을 위해 2심제로 중앙신체검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군의관 제도를 폐지하고 징병전담의사제도의 시행으로 책임성과 전문성을 제고하였다. 징병전담의사의 8촌 이내 친척에 대한 신체검사를 제한하고, 외부인사를 신체등위판정심의위원으로 위촉하여 심의를 거치도록 하였다. 그리고 정확하고 신속한 민원서비스 제공을 위해 ‘병무민원 포탈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병무민원상담소(Call-Center)를 설치해 상담전화(1588-9090)를 개설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병무민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병무행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은 전산화의 산물이다. 병무행정의 전산화는 가히 혁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대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며, 앞으로 병무청이 풀어가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병무청은 새롭게 달라진 병무행정의 진실된 모습을 알리는데 역점을 둠으로써 이 나라 곳곳에서 국토방위를 위해 고생하는 장정들의 사기를 높이고, 사랑하는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편안케 하여 국가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고, 건강한 병역문화가 정착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임낙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천자춘추/주5일 근무와 지역미술관의 역할

오늘은 토요일 휴무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아직은 격주지만 그래도 주중에 이틀씩이나 쉴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유치원 다니는 작은 아이는 토요일 아침부터 같이 놀아줄 수 있어서 좋다. 초등학생 큰 아이도 토요일을 쉴 수 있다면 다같이 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 텐데…. 이 행복한 날 무엇을 할까? 남편과 작은 아이는 좀 더 자도록 두고, 큰 아이가 올 때까지 오전에 집안 일을 대강 하고, 오후에 아이가 돌아오면 점심을 해결하고 가까운 교외에 드라이브를 가서 아이들도, 나도 신선한 공기로 숨을 좀 쉬면 좋겠지? 광릉 숲 근처나, 아니면 양평 강가로 갈까? 근처에서 오랜만에 손두부 요리로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강가에 풀어놓고 남편과 느긋한 토요일 오후를 보내볼까? 내일도 쉴 수 있다니… 정말 좋다! 그런데 양평까지 왕복 3시간은 잡아야겠지? 차에 기름이 없는 것 같던데 우선 기름부터 가득 채우고, 네식구 저녁값은 2만5천원 정도면 되려나? 넉넉히 3만원 잡자. 한번 쓰지 뭐! 중간에 아이들 간식은 좀 싸가야 되겠지? 혹시라도 차가 막히면, 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차안에서 징징거리며 싸울테니, 책이나 장난감도 준비해야겠지? 아니야, 오늘 분명히 차가 막힐 거야. 첫 휴무인데 다들 쏟아져 나오지 않겠어? 행복한 첫 출발을 차안에서 짜증으로 시작할 순 없지. 그렇다고 모처럼 찾은 합법적인 연휴인데 집에서 TV와 뒹굴 수는 없고…. 가까운 대공원이나 갈까? 땡볕에 자외선 경보, 피부에 좋지 않을텐데. 그럼 뭘 하지? 아! 미술관에 가볼까? 미술관이야 다들 한적하고 경관 좋은데 있으니, 오늘 큰맘먹고 한번 찾아 가봐야겠다. 어차피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인 일이고, 전시장에서 그림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야외에서 좀 쉬다가 오면, 문화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보람찬 하루가 되지 않겠어? 내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정말 기특하다. 돈도 안 들고, 교육적이고, 여유 만만이고 그야말로 일석삼조군. 훌륭해! 미술관에서 그림도 배워 볼까? 나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얘길 좀 들은 편인데, 앞으로 시간도 있고 정기적으로 그림을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 취미로 그림을 그리거나 제대로 감상만 할 줄 알아도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어. 자!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미술관이 어디더라? /이승미 제비울미술관 학예실장

천자춘추/사모(思母)의 글

나의 어머님은 백하고도 한 살 잡수신 상노인(上老人) 이시다. 특별히 아프신데도 없고 자식들이 둘러앉아 흥을 돋우면 좋다고 손뼉도 치신다. 그러나 매주 가뵐 때마다 어머님의 기력은 한계를 느끼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젠 입고 싶으신 옷도, 잡숫고 싶은 음식도 없단다. 그 좋아하시던 화투놀이를 하자고 화투장을 손에 쥐어 드리면 손에서 흘러내리고 걷지도 못하시고 용변도 도와드려야 하는 정도까지 왔다. 그야말로 노인 아기가 된 것이다. 내 가슴에 안기어 힘든 숨을 쉬고있는 어머님을 보고 있노라면 만가지 후회가 곧 눈물비로 바뀐다. 한번이라도 더 좋은 옷 해드리고, 맛있는 음식 대접해 드리고, 관광도 모시고 다닐걸…. 이제는 해드릴래야 해드릴 수 없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의 효자 구오자(丘吾子)의 글이 생각난다.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질 않고(樹欲靜而 風不停)/ 자녀들은 보양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는구나.(子欲養而 親不待)//가면 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요(去而不來者 年也)/가시면 다시 뵐수 없는 분이 부모님 이로구나.(不可再見者 親也)// 어머니는 아들 넷에 딸 하나를 두셨고, 나는 막내 아들이다. 어머니 집에 가면 나는 단둘이 잠을 자곤했다. 잠자리에 누우면 어머니는 호랑이 같던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 하던 이야기며 자식을 낳아 기르던 일 등 집안의 대소사에 대한 이런 저런 내막을 말씀하시곤 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50여년전과 똑같은 인사를 한다. “어머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어머니를 안고 뽀뽀를 하면, 어머니는 “늙은이가 뭐가 좋다고 그래” 하시면서도 마냥 흐뭇해 하신다. 하나님께서 만약 나보고 단 하나의 소원만을 말하라 하면 “저와 제 모친과의 이 소박한 행복을 오래가도록 해주시고, 하늘나라에서도 또 함께하게 해주옵소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효(孝)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효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무 조건없는 그 고귀한 사랑과 희생에 대해 이제는 우리가 아무 조건없는 사랑과 공경(恭敬)으로 그동안 받은 것들을 되돌려 드리는 것, 이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음과 행동이 아니겠는가. /서일성 경민대학 효실천본부장.교수

천자춘추/아이들이 놀며 책보게 하자

물리학 공식중에 f=m×a(힘=질량×가속도)라는 것이 있다. 세계 시장은 점점 더 강한 힘을 요구하며 자격을 갖추지 못한 민족이나 사람은 가차없이 도태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능력있는 사람만이 힘이며 경쟁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04년 4천800만, 2024년 5천만, 2050년 4천400만명으로 인구는 점점 줄어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위 공식에 이를 대입해보면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한 사람이 가지는 힘(power)은 두 배이상 커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람의 힘과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이다. 교육은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올바르게 다져주어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책읽기가 강조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대학입학시험에 논술이 중요하게 강조되는 까닭도 같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육은 수혜자의 생활과 눈높이에 맞춰서 해야 한다. 장자크 루소의 ‘에밀’에 보면 영·유아에게 포대기 사용을 반대하고, 모유를 먹이도록 권하며, 어린이를 어린이로서 대우하라고 주장한다. 루소는 주입식 교육에 반대하고, 전인교육을 중시하며,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그 본래의 자연과 자유를 되돌려 줄 것을 주장한 것이다. 흔히 도서관을 독서실로 착각하는 어른들이 있는데 이는 어릴때부터 도서관이란 문화를 접해보지 못해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도 도서관을 지식을 넓히는 독서의 공간이라기보다 시험공부만을 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오직 자기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 같다. 우물이 넓어지지 않고 깊어만 져서 나중에는 그 아집과 독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나홀로의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린이, 청소년, 장애우들이 자유로운 독서환경 속에서 놀면서 책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며, 기쁨이며, 미래이다. /송기출.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장

천자춘추/전철노선 합리적.친환경적으로

이천에도 오랜 주민의 숙원이던 전철이 2010년까지 건설된다. 이에 대해 이천시민과 이천환경운동연합 등 여타 시민단체들 또한 지역의 발전과 저공해유발 교통수단의 연결을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기본 노선도에 의하면 이천역으로 들어서는 노선이 이천의 도심에 인접한 설봉산의 맥을 따라 4.5km나 터널로 관통하는 부분에 대해 시민과 지역단체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도시에 인접한 산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이천의 설봉산에선 다음의 두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설봉산 터널 관통으로 삼림과 수맥, 설봉 호수 등의 생태에 대한 악영향이 크게 우려된다. 둘째, 설봉산의 정상에는 백제시대의 설봉산성과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고찰 영월암과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 등의 유적이 산재해 있는데 이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유적의 손상이 우려될 때는 사유재산이라도 개발을 제한하는 선진국의 지혜를 배워야한다. 애초의 전철 노선은 3가지 안을 놓고 검토되었다고 하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미관상의 이유로, 행정편의상의 이유로 다른 안이 배제되고 설봉산 훼손의 환경적 이유는 무시된 채 설봉산을 관통하는 안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무래도 께름칙하다. 이제라도 계획노선을 모두 공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전철의 건설은 보안사항이 아니며 확실한 조사 연구 등을 빌미로 사업을 늦추는 행태는 결코 묵과될 수 없다. 이천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노선 확정에 앞서 설봉산의 정확한 식생과 지하수 관계, 지질형태, 국내외의 터널피해 사례 그리고 터널이 생긴 후에 예상되는 식생과 수맥의 영향 등을 정확히 조사해야 할 것이며 최대한 합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결정해 이천시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설봉산 관통노선과 대안노선의 정확한 환경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해야만 숙원이던 전철유치와 함께 투명한 국정,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김용.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천자춘추/우리 먹거리문화 다시 보기

최근 소비자로부터 웰빙먹거리 문화가 새로운 식문화로 조명을 받으면서 생식제품과 녹즙, 생면식품, 그 밖에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등이 웰빙 바람을 타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많은 웰빙먹거리의 풍요속에서 소비자의 건강을 위한 선택으로서 또한 진정한 웰빙 먹거리로서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밥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열량이 높지 않다. 세끼를 밥으로 먹으면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한 경우 섭취칼로리는 약 1,800kcal 정도로 성인 여자의 필수열량인 2,100kcal에도 미달하는 양이다. 또한 쌀의 지방함량은 현미가 약2.5%, 백미가 약1%에 지나지 않아, 밥으로 섭취하는 지방은 하루에 3g도 되지 않다. 따라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밥 때문에 살이 찌기 보다는, 오히려 끼니를 밥이 아닌것으로 때워 간식을 하게 되어 하루 총 섭취칼로리가 높아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쌀의 전분은 몸속에서 소화되어 포도당이 되어 뇌의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은 높은 반면 지방은 밀가루에 비해 3.5배 가량 적어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수험생의 두뇌활동에 필요한 영양소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밥을 먹은 수험생이 먹지 않은 수험생보다 수능점수가 20점이나 높게 나왔다는 농촌진흥청의 조사발표를 보아도 위 내용이 입증된 것이다. 요즘 세간에 웰빙 붐을 타고 쏟아지는 각종 가공식품에 대하여 그 안전도에 대한 의문점이 많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웰빙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평소 공기와 물의 중요성에 둔감하듯이 5,000년 역사속에서 우리민족의 건강을 지탱해온 전통식품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고 편리성만 좇아가는 요즘의 식문화 추세가 몹시 안타깝다. 유행에 따라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통해 증명되고 묵묵히 우리식탁을 지켜나가고 있는 전통적인 것들이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유엔이 정한 ‘쌀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 건강의 파수꾼인 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우리 식탁에서 밥이 주빈으로 대우 받는 날이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하겠다. /박재근.농협 경기지역 본부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