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오실 때는 사전에 예약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말을 듣고 잠시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항상 조용하고 널찍한 미술관에 가는데 무슨 예약인가? 의아해 할 것이다. 나 홀로, 혹은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미술관에 갈 때에는 물론 예약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만일 학생들을 인솔하고 오는 경우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가끔 전시장 입구에서 전시장 담당 큐레이터와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교사들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실랑이의 원인이 대부분 이 ‘예약’에 관한 문제다.
미술관은 또 다른 의미의 교육기관이다. 교육기관에는 어디든 교육을 책임질 교육자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미술관에도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교사들보다 더 전문적인 교사가 있다. 바로 교육담당 큐레이터들은 전시를 기획할 때부터 전시에 출품될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들에게는 미술에 관한 전문 지식과 교육자로서의 자질 또한 요구된다.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오는 단체의 상황과 연령에 따라 각기 다른 교육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내가 평소에 다른 모든 것을 가르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미술관에서도 내가 교육시킬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미술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거나 미술관의 전문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학교를 비롯한 제도권의 교육기관이 오랜 시간동안 검증되고 정리된 보편적인 지식을 교육하는 곳이라면 미술관 교육은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동시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교육하는 곳이다. 이제 막 작가의 작업실에서 건져 올린 활기 넘치는 새로운 작품을 첫 대면하는 곳이다. 그래서 미술관에 오면 어렵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 낯설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큐레이터들이다.
이 큐레이터들에게 아이들을 맞이하고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일이 사전에 관람 예약하는 일이다. 아무런 준비없이 아이들을 맞아 무슨 교육을 할 수가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리 화낼 일도 성가신 일도 아니다. 모두가 아이들을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시민으로 잘 키워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이승미 제비울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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