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효(孝)를 생각하며

법률실무의 일선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안타까운 일을 접하곤 한다. 최근에는 어떤 선배분이 소개를 받아 찾아오셨다고 해서 상담을 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이야기의 요지는 자식이 아버지 몰래 아파트를 자기 앞으로 이전등기한 후 이제 자기를 내쫓으려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상담은 실제로 자주 있는 편이고 간혹 부자간의 형사고소로 이어지거나 민사소송으로 발전하는 모습도 보게되곤 한다. 어찌 부모 자식간의 그 지극한 사랑이 사법의 심판대에 놓여지게 되고 사법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형사처벌까지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단 말인가. 우리의 전통중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것 하나를 꼽으라면 ‘효(孝)’를 그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옛 분들의 효행기록중 명심보감에 나오는 이야기를 잠시 인용해보기로 한다. 손순이란 사람이 집이 가난하여 아내와 더불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그 어머니를 봉양하는데 아이가 있어 언제나 어머니의 잡수시는 것을 뺏는지라. 순이 아내에게 일러 말하기를 “아이가 어머니의 잡수시는 것을 빼앗으니 아이는 또 얻을 수 있거니와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려우니라”하고 마침내 아이를 업고 취산 북쪽 기슭으로 가서 묻으려고 땅을 팠다가 소리가 맑고 아름다운 석종을 얻고 임금으로부터 상을 받았다고 한다. 식탁뿐만 아니라 가정의 일상 생활이 주로 아이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한쪽으로는 노부모를 버린 자식이나, 부모를 살해한 자식의 이야기까지 종종 접하게 되는 요즈음 이런 이야기는 단지 전설 쯤으로 치부해버려야 할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도 힘든 이 시대에서 그래도 ‘효(孝)’의 가치를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면 고루한 것이라 할지 모르지만 이런 때 일수록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고 사회적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법이다. 마침 정조대왕의 효심이 어린 이곳 수원에서 수원‘화성’문화제의 막이 올랐다. 오늘은 부모님께 고마움의 문안 인사라도 드리도록 하자.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장

천자춘추/수원에 국제적인 식물원을 만들자

그 동안 우리 나라는 수많은 개발 계획에 밀려 푸른 산과 들이 아파트 빌딩 숲으로 또는 산업단지로 변화해 왔다. 최근 도시의 허파라 불리는 공원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도심 소공원들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택지개발에 따른 무분별한 난개발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산림자원의 경제성 평가를 보면, 목재 생산보다 휴양 수익이 6배나 높고, 도시공원의 경우는 공익기능이 공원의 운영비보다 665배나 높다는 보고를 보면, 식물원의 조성과 그 활용에 의한 효과는 단순한 목재생산과 휴식공원 조성보다 몇십배 아니 몇백배 크다고 생각된다. 수원시를 보자. 아름다운 숲과 성곽(화성)으로 둘러 싸인 전원도시로 외곽에는 광교산, 칠보산, 도심에는 팔달산, 여기산 등이 자리잡아 전원도시의 기틀이 되고 있고, 친환경적이며 창조적인 연구, 교육기관들이 자리잡고 있어 수원시민의 쉼터로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지만 도시화의 논리에 밀려 갈수록 수성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 동안 수원시민의 쉼터로, 산 교육의 장으로 사랑을 받아오던 서울대학교 수원 캠퍼스(농업생명과학대학)가 2003년 8월, 50년만에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하였다. 이 곳에 식물원을 조성한다면 그 동안 다양한 식물과 나무를 가꾸어 왔기 때문에 50년을 앞당길 수 있는 장점과 많은 조성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수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식물원을 갖는 국내 유일한 도시로 태어날 것이며,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들은 모두 오래된 식물원을 가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식물원(1815년), 시드니 왕립식물원(1816년), 인도네시아 보골식물원, 북경식물원, 뉴질랜드의 크라이스처치 같은 40만명의 소도시에도 규모가 대단한 식물원을 조성하여 많은 시민들이 즐기고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하고 있다. 영국의 왕립큐식물원(1759년 설립)의 경우 많은 관광객의 입장료 수입으로 식물원 운영은 물론 도시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꿈과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수원식물원’을 조성·발전시켜 나간다면 미국의 뉴욕식물원, 영국의 왕립큐가든과 같은 매우 아름답고 창조적인 식물원이 자리잡게 되어 수원이 국제적인 도시로 부상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임명순.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천자춘추/인간존중은 앎에서부터

인간중심 상담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는 인간은 자기답게 살고자하는 ‘자기실현’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즉 인간은 신뢰할만하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고, 주변의 조건이 허용되면 방향을 설정하여 발달하고자 하는 자기실현의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무조건적인 존중, 공감적인 이해, 그리고 솔직성 등과 같은 특정 조건이 제시된다면, 인간은 성장·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칼 로저스가 말하는 세 가지 조건 중 무조건적 존중에 대해 생각해본다. 무조건 존중이란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그의 감정, 사고, 행동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조건적인 존중을 받고 있다. 일단 부모가 원하는 임신이었는지,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는지에 따라, 그리고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조건적 존중이 이루어져왔다. 존재가치가 부인된 청소년의 경우, 참 처절하게 살아가는 걸 상담실에선 많이 본다.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기를 감추고 부모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연연해 하다가 결국 노력해도 잘 안되자 자포자기하듯 자기 인생을 내던진 청소년들을 보게 된다. 또는 그런 부모에 대한 분노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단순히 부모가 원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반항의 삶을 일관하는 청소년도 보았다. 그런 청소년을 상담장에서 만날 때마다 상담자인 나는 그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지를 수없이 얘기해주고, 그 아이에게 묻혀있는 존재가치를 문화재 발굴하듯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면 그 아이는 나와의 관계를 편안해 하고, 자신에게 묻힌 상처와 감정들을 꺼내놓고 정화를 시키며, 자신에 대해 진솔하게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상담자로서 나의 보람이요 기쁨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존중하기 힘든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존중할 수 있겠는가? 정말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자신의 준거틀을 배제하고 상대방의 준거틀을 탐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을 알고 싶어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판단, 평가 이전에 상대방에 대해 깊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천자춘추/운동하기 좋은 계절

가끔 아침 일찍 집 근처 공원에 나가보면 조깅, 배드민턴, 맨손체조 등 운동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그만큼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건강관리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건강에는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되는 데는 술과 담배, 스트레스가 그 이유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요일별로 술 마시는 이유가 있단다. 월요일은 원래(월래) 먹는 날이고, 화요일은 화끈하게, 수요일은 술술(수울술) 넘기고, 목요일은 목이 컬컬해서, 금요일은 금세금세 마시고, 토요일은 토하도록 마신다는 유머가 있다. 요즘에야 이런 이들이 없겠지만 필자도 소시적엔 술자리를 자주했을 뿐만 아니라 끝장을 보는 게 다반사였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애연가라면 누구나 백해무익함을 다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피우게 되는 것이 담배의 속성이다. 또한 가정이나 직장에서 스트레스는 얼마나 많이 받는가. 이토록 우리 주변에는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무수히 많지만 우리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유머에 기미 낀 여자를 다섯 글자로 줄이면 ‘색다른 여자’, 누렇게 얼굴이 뜬 남자를 다섯 글자로 줄이면 ‘색다른 남자’라는 말이 있다. 평소의 식생활,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습도 많이 달라 보인다. 얼마 전에 TV에서 여성 한 분이 60대를 넘겼다는데, 성형수술을 한 적이 없는데도 주름살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을 보고 낙천적인 사고방식과 철저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요즘에는 우리 주변에 수영장, 헬스 센터 등 체육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체력관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조깅이나 맨손체조 등은 밑천이 안드는 운동이다. 건강의 비결은 왕도가 없다. 무엇보다도 실천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필자도 공직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운동을 시도해 보았으나 중도에 포기한 경험이 있어, 실천의 어려움을 잘 알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해 보련다. 깊어 가는 가을, 동네 공터에 아이들 데리고 가서 맨손체조도 해보고,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산에라도 가보는 망중한(忙中閑)의 여유도 누려 봄직하다. /소병주.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늘 콩깍지 사랑으로...'

단풍이 절정에 오르는 10월이 되면 혼인교육을 받으러 오는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으로 교구청 대강당도 빨갛게 달아오른다. 가을과 함께 찾아온 결혼시즌이 교회안에서도 예외없는 풍경인 것이다.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받으려면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젊은이들, 신자인 여자친구에게 이끌려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눈만 껌벅거리며 잔뜩 긴장해 있는 예비신랑들…. 노랗고, 빨갛게 물들인 헤어 스타일과 최신 유행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앉아서 독신으로 사는 가톨릭 신부의 강의가 신기하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는 새침떼기 예비신부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귀엽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잘 생긴 남자들의 배우자감으로 데려온 신부는 결코 미인이 아니며, 예쁘게 생긴 여자들의 신랑감으로 데려온 남자들은 결코 미남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이란 미남과 미녀의 외적 만남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내적 통교를 통하여 서로에게 시력이 맞추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짚신도 짝이 있고 제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로에게 사랑의 눈이 먼 두 사람은 교육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웃지 않아도 될 것도 관심을 보이며 크게 웃고 화내지 않을 일도 쉽게 토라지며 눈을 흘긴다. 그들을 바라보며 교육을 하노라면 서로의 눈에 뒤집어 쓴 콩깍지가 제발 벗겨지지 않고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결국 사랑은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결혼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저들의 관심이 결혼안에서는 차츰 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안타깝다. 늘 콩깍지의 사랑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부부이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 신부

천자춘추/출판기념회

안식일에 유대사람들은 세 가지 행동을 한다고 한다. 뒤를 보고, 위를 보고, 앞을 본다. 이러한 행동은 지난날을 반성하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앞날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세상살이라도 계절이 바뀔 때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요즘 출판기념회가 비교적 잦다. 엊그제 어느 호텔에서 열렸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그 날의 주인공인 필자나 덕담을 들려주는 축하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머금게 하는 아주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인간은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귀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생각을 글로 나타내어 책자로 만들어 자기를 드러 낸다. 어찌 보면 자기 반성이요, 자기 질책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앞날의 갈 길을 조정한다. 출판기념회를 갖는 대부분 필자들의 변(辯)인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반성 없는 생활은 살 가치가 없다”고 갈파했다. 산다는 것은 부단히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 내 놓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바로 자기 성찰의 자리다. 결코 자기를 드러내어 어깨를 추겨 올리려는 행위는 아니다. 백로가 지날 쯤 절기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여름이 성급히 지나가는 것은 친구와 헤어지는 느낌을 준다고 아쉬움을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하늘이 훤하게 뚫린 가을이 제격이다. 좋은 책 한 권만 있으면 마음껏 행복해 질 수 있는 때다. 이러할 때 작품집을 상재(上梓)한 이들은 행복을 불어 넣어주는 고마운 분들이 아닐까. 어느 작가는 축사 중에 “작품은 가치 있는 인간적 체험의 기록이다. 그래서 쓰여진다기 보다는 소재를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그렇다. 필자는 다만 자기가 체험한 삶 속에서 만난 소재에다 살을 붙이고 정신을 불어넣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무에는 해마다 같은 열매가 달리지만 실은 그것은 매번 새로운 열매다. 마찬가지로 생각에 있어서도 모두 항구적인 가치 있는 생각이 늘 새롭게 나타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이들이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도 그 속에 담겨진 생각이 늘 새로울 때 그 의미가 배가된다. 생각은 바로 그 사람의 행동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익어 가는 가을과 함께 우리들의 생각도 알차게 여물어 갔으면 싶다. /김훈동.수원예총 회장

경기천자춘추/편 지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오래 전에 외국으로 떠나간 친구한테 받았던 편지가 눈에 띄었다. 우표가 붙여져 있고 편지봉투에 자필로 또박또박 적혀있는 나의 이름과 보낸 친구의 주소와 이름! 정성스럽게 펜으로 써내려 간 글씨! 신기해하며 미소를 머금고 읽어 내려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요, 사이버 시대라 한다. 서로 연락할 내용이 있으면 이메일로 보내고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또는 집이나 직장으로 오는 편지와 우편물은 모두가 인쇄활자로 혹은 컴퓨터로 프린터된 것으로 가득차 있다. 컴퓨터는 급변하게 움직이는 사회에 신속히 적응하고 정확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해주고 필요한 매체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명의 이기가 우리의 마음을 냉랭하게 하고 우리의 사고를 기계적으로 전환시키며 우리 삶의 틀을 공식적인 틀에 맞춘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심정이 들때도 있다. 그런데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인간미가 넘쳐 흐르는 누런 종이로 색이 바랜 친필의 편지를 발견하니 귀중한 골동품이라도 발견한 듯 신기해 하며 읽고 또 읽어 본다. 정감이 깃든 이런 편지를 받아 본지 어언 몇 해던가. 그 편지에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진솔함과 따스한 정감을 얻게 되었다. 편지지를 통해서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고 필체를 통해서 친구의 성격과 행동이 나타나는 듯 했다. 이제는 자필로 쓴 편지를 받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요사이 청소년들에게 자필로 쓴 편지의 낭만을 이야기 하면 구시대의 발상이요, 세대차이 난다고 거리감을 둘지 모른다. 그러나 정감이 서려있는 자기만의 독특한 필체로 써내려 간 편지가 그립다. 사랑과 정이 담긴 그런 편지를 다시 찾고 싶은 것이다. 이 가을에 자필로 편지 쓰기를 모든이에게 권해 보고싶다. 어느 가수가 노래했던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스쳐간 친구에게도 좋고, 그리운 선생님, 고마우신 부모님, 또는 사랑하는 자녀, 아니면 태풍 매미로 상처받은 우리의 형제들에게 사랑이 담긴 위로의 편지를 자필로 써서 보내는 운동을 전개해 봄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김 재 경 경민대학 교무부장

천자춘추/정보화 시대의 국제미아

30여년 전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 헤드는 “박식하기만한 사람은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만든 가장 쓸모없고 귀찮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제 많이 안다는 것은 컴퓨터의 몫이 되었고, 사람은 컴퓨터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이 정보를 종합하고 활용해서 새롭고 생산적인 정보를 다시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정보화는 이제 필요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되었다. 이렇게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몇가지 국가생존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고 본다. 첫째, 정보화 사회로 가기위해 구축되고 있는 정보시스템 산업의 국내 자족 능력이다. 현재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의 대부분은 수입의존도가 높다. 국가 정보화사업에 따라 국내 시스템산업도 공존하며 발전해야 하는데 많은 부분의 정보화 시스템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 국내장비조차도 부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정보화 욕구와 함께 시스템산업 부품산업 등의 균형있는 발전이 국가적으로 고려돼야 된다. 둘째, 우리가 세계에 보여줄 정보구축이다. 정보망을 통해 많은 것들을 국경을 초월해 얻고있지만, 정보망을 통해 우리의 것을 다른 세계에 소개할 내용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 보아야겠다. 우리가 보여줄 것보다 얻어 오는 것이 더 많이 있다면 미래에 국가생존 자생력이 얼마나 남아있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정보화 구축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정보수단을 통해 우리의 것을 세계를 향해 전해줄 내용 사업에 전력을 기울여야 된다. 셋째, 정보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정보화를 이용한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인류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지금은 정보화 사회로 가고있고, 정보화의 꿈인 가상사회가 구축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가상시대는 매우 비인간적이라서 생명력이 짧게 유지되고 미래에는 문화의 시대가 전개될것을 예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것들을 지키고 계승 발전시켜 우리의 문화를 정보망을 통해 전 세계에 알릴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사업에도 많은 관심이 있어야겠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에 대한 심각한 인식과 구체적인 방안의 준비없이 정보화의 빛만 보고 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국가의 자주성·주체성은 없어지고, 국가 산업도 문화도 민족정신도 국제미아가 되어 버리는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질 것이다. /김재평.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과 교수

천자춘추/책 속에 길이 있다

가을이다. 청명한 가을날, 들로 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한 해 가운데 지금처럼 책읽기 좋은 때도 없다. 그래서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을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자기를 돌아보기에 꼭 알맞은 때다. 자신을 돌아보고 복잡한 일상사를 차분하게 돌이켜 보고 싶은 때가 가을이다. 이런 계절에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책을 한 권 찾아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감정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우리 청소년들이 좋은 책을 읽기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게임·오락에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대의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앞으로 좀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 어릴 적부터 자기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라 생각한다. 옛 성현들도 책을 통하여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왔으며 책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과 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왔다고 한다.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길인 가를 알려준다. 書山有路, 즉 책 속에 길이 있다. ‘길’이야 말로 우리가 다시금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존재이다. 그것은 단순한 목표 그 자체보다 과정을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길’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힘도 생긴다. ‘길’이라는 존재를 통해 가야할 길과 가서는 안 되는 길을 분별하는 판단력도 생긴다. 그 ‘길’이 책 속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 하는 습관이 된 사람은 바로 이런 ‘길’의 중요성을 무의식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요즘처럼 무한경쟁 시대에 책이 갖고 있는 중요성은 그래서 더욱 크다. 우리 아이들을 인간답게 교육시키는 길은 책읽기에 있다. 나는 독서가 모든 교육의 시작이요 끝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서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본다. 청아한 가을 날씨에 자녀의 손을 잡고 가까운 책방이나 도서관을 찾자.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것처럼 좋은 교육방법은 없을 것이다. 책 읽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자라난 아이들을 생각해 보라. 손수 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권해보자. 책 속에 ‘길’이 있다. /김명래.인천광역시 중앙도서관장

천자춘추/수도권 역차별에 관하여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취지 하에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역차별 정책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수도권의 인구과밀을 해소하고 다른 지방을 조화롭게 발전시킨다는 목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수도권 역차별로 풀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A는 아들을 몇 두고 있다. 장남은 공부도 잘하는데다 용모도 수려해서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일류직장에 취업해 돈벌이도 잘하고 신부감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도 장남과 달리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지라 중매도 잘 들어오지 않고 부모로서는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었다. A는 아이들을 모두 장남처럼 되게 하려는 야무진 꿈을 꾸면서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장남에게 말했다. “동생들도 장가를 가야 하고 너처럼 잘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 이제부터 선은 동생들이 우선적으로 보도록 할 것이며 동생들하고 결혼하겠다는 처녀에게는 혼수를 면제해 주는 특혜를 베푸는 동시에 너는 절대로 돈벌이를 지금보다 더해서는 안되고 20평 아파트 이상 늘려 가서도 안된다” 10년이 지난 후 A는 크게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동생들은 여전히 특별한 경쟁력 없이 그럭저럭 살고 있고 그동안 집안의 생활비를 절반이나 부담하던 장남은 의욕을 상실해서 부모님 생활비는커녕 자기 가족 하나 제대로 지탱하기 힘들어 하여 A의 가정 전체가 침체 속에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A는 장남만 억눌러서 동생들 잘되게 하겠다고 한 생각 자체에 오류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당시에 장남을 오히려 북돋워 줘서 그가 벌어들인 돈으로 동생들이 각자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리고 경쟁력을 길러 주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수도권 역차별은 A의 가정사와 다를 것이 없다. 균형발전은 어느 하나를 눌러서 해결할 것이 아니며 전체적으로 나눌 수 있는 파이를 키우고 각자의 특성에 맞는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여성철.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주5일 근무제를 도약의 기회로

이제 우리나라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여가시간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주5일근무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하여 기업은 장기적으로 불합리한 비용부담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직 및 업무 등의 혁신으로 대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근로자들은 늘어난 휴일로 다양한 여가활동이 가능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주5일제실시는 여가생활을 누리기 위한 비용지출로 인해 노사 모두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여가확대로 인한 근로분위기 침체에 따라 생산차질 등 기업경영에 나쁜 영향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가활동의 확대는 사회전반적으로 레저산업 등이 활성화되어 새로운 일자리가 증가하는 고용창출의 효과가 예상되며, 육아 또는 가사부담을 갖고 있는 여성근로자들에는 생활안정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늘어난 휴일은 근로자들의 사회적 참여기회가 늘어나고 자기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근로자 개개인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등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주5일근무제는 선진국만이 실시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필자가 90년대 중반 태국 방콕에서 국제노동기구 아태지역사무소에 근무하던 시절에 상당수의 아태지역 국가가 이미 도입하고 있던 제도이다. 주5일근무제가 순기능을 갖느냐 역기능을 갖느냐는 그 나라의 국민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늘어난 휴일로 인해 5일동안의 근로로 인하여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자기개발에 활용함으로써, 그로 인해 축적된 영향을 근로현장에 다시 집중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우리경제의 재도약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주5일제 실시로 1인당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여 선진경제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세계에서 주목을 끄는 국가, 누구라도 살고 싶어하는 나라를 만들어 우리의 후손들에게 좋은 선물로 남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천자춘추/싸우면서 크는 아이

어둠을 가르고 힘겹게 아침을 튀어오르는 해처럼,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아쉬움으로 남긴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해처럼, 자연에는 다툼과 이해, 그리고 양보의 질서가 있다. 그리고 이 질서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인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미적 활동의 결실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우리들 모두의 삶은 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활동이 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다툼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질서의 결정체인 ‘함께 하는 세상’이다. 요즈음, 아이들 싸움으로 아이 친구의 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하는 젊은 부모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아이 문제로 상대 아이부모에게 찾아가 항의하다가 심지어는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보았다. 또래의 아이들간의 싸움은 우리들의 어린시절에도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아이들 싸움에 부모가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코피가 터져도 부모님은 속상해하며 자신의 아이를 나무랐지 상대 아이 부모를 찾아가 따지는 일은 흔치 않았다. 또한 아이들은 싸움을 하고도 그들 나름의 화해법인 씩 웃는 것으로 싸움을 끝냈다. 그래서 “싸워야 큰다”는 말까지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질서를 익혔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부모들의 지나친 자식사랑은 아이들의 이러한 질서 습득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 그 뿐인가. 요즘은 남의 아이의 그릇된 행동을 보더라도 나무라지를 못한다. 혹 남의 아이를 훈계라도 했다가는 그 아이의 부모로부터 핀잔이나 항의를 받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모두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쓴 소리를 하려들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질서에 의해. 우리의 아이들이 이 질서를 익힐 수 있도록 우리는 더 큰 사랑으로 쓴소리를 해야할 것이다. 싸우면서 크는 아이들을 향한 우리의 큰 사랑을 우리청에서는 쓴소리로 만들고 있다. 아이들에게 질서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이 영상물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의 쓴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인호.서울지검 고양지청장

천자춘추/송두율교수의 귀국을 에워싸고

독일국적의 송교수가 귀국한다고 하니 한바탕 난리다. 송교수가 독일에서 37년만에 귀국하니 본인으로서 감개가 무량하지만 정부쪽에서는 죽을 맛인 모양이다. 더구나 정보책임자는 송교수를 북한노동당서열 23위인 김철수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정보를 흘리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매미태풍이 강타하는 바람에 전국이 발칵 뒤집어 졌는데 송교수는 왜 이때 꼭 들어와야만 하는가. 송교수는 그동안 북한에 10여차례가 갔다왔다 하면서 북한체제에 대하여 비판한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반면 남한체제에 대하여 말끝마다 흠집내기를 일삼은 자다. 물론 우리체제가 당시 유신체제로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니까 송교수가 학자적 양심으로 비난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북한체제 역시 유신체제 못지 않게 봉건왕조세습체제인데 이 점에 대하여 입 닫고 나몰라라 하면서 북한에 10여차례 들락날락하는 것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유신체제가 못마땅하다면 김씨왕조 체제는 더 말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학자라면 양비론입장에서 남북체제를 균등하게 비판하여야 하지 않은가. 국내에서 체제비판으로 구금까지 당한 반독재 투쟁인사들이야 세월이 바뀌었으니 민주인사로 미화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몇 번 비판하였다고 갑자기 민주인사로 칭송받은 것은 슬픈 해프닝일 뿐이다. 더구나 송교수는 독일국적을 취득하여 독일인이 된 마당에 왜 남한에 들어올려고 기를 쓰고 있는가. 더구나 귀국시 스승을 대동한다고 떠벌이거나 독일대사관 직원이 마중하도록 하는 꼴을 보면 송교수는 학자이기전에 사대주의에 젖은 정치인의 몸짓부터 먼저 배운 것이 아닌가. 철학자는 철학자다워야 한다. 학자적 양심에 한줌 부끄러운점이 없다면 조용히 귀국하였다가 조용히 출국하는 것이 학자 본연의 자세가 아닌가. 대한민국은 언제쯤 좀 조용해질 것인가.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천자춘추/공모

문화예술 지원단체에서는 크고 작은 공모를 한다.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연구, 그리고 교육 의욕을 북돋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공모에 접수된 제안 사업 내용을 보면, 시대정신과 작가정신 또는 철학과 미학을 읽어내기가 쉽지않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는 지가 선명하지 않다. 문화예술 지원정책은 이미 바뀌고 있다. 예술 또는 예술인을 위한 지원정책에서, 예술 또는 예술인을 통한 건강한 시민 문화예술 육성으로 지원 방향이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 시민들은 문화예술인들이 공급하는 문화예술품을 감상하며, 향수하는데 머무르기를 원치않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의미있고 풍요롭게 하기위해, 더 많은 문화예술적 소양과 기량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뜻있게 창조하는데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기 이전이라 지금은 이같은 욕구가 다음세대의 교육문화환경 개선과 지역사회 주민문화 생성으로 부분 분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문화예술인 가운데에는 예지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먼저 느끼고, 변화의 조짐을 먼저 읽는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고,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접하며, 나름대로의 식견과 가치지향을 뚜렷이 하여가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새롭게 자각하며, 새로운 출발을 예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동력 하나를 소진하고 말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고 보다 나은 창작과 연구, 그리고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담지자인 문화예술인들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이끌어내며, 다시금 대중의 미적 대리자, 대중의 교사로 나서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정신, 학자정신을 또렷이 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선(公共善)과 공공미(公共美)를 지향하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는지를 늘 안으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천자춘추/글로벌 경영시대의 브랜드가치

글로벌 경영의 특징은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과 경영이 한나라에서 다른 나라에로 이동하는 국제화관계를 뛰어넘어 국경이라는 시장구분이 없어져 글로벌화된 환경속에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전세계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통합된 경영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고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촉진되고 있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의 글로벌화 시대에서 기업은 다양하고 혁신적인 글로벌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목표달성을 꾀하여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환경에서의 경영전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마케팅전략이다. 기업들은 글로벌환경의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초월해 세계시장의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킬만한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성공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핀란드의 노키아, 독일의 메르세데스, 일본의 도요타, 소니, 네덜란드의 필립스, 프랑스의 샤넬, 입셍로랑, 한국의 삼성 등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이 성공한 브랜드는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 명품브랜드의 고객들은 값을 따지지 않고 필요할 때 물건을 살수 있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의 가치는 엄청나다. 세계 1위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는 무려 700억달러를 상회하고 11위인 도요타는 21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삼성의 브랜드 가치도 108억달러(13조원)로 서울시의 1년 예산과 맞먹는다. 이렇듯 브랜드의 힘을 키우는 것이 기업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다.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은 경기의 호·불황에 관계없이 리딩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행동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일만이 글로벌경영시대에 한국기업과 한국경제가 살길이다. /최상래.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천자춘추/아기 울음 번역기

아기 돌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부모를 위하여,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려 주는 ‘아기 울음 번역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 기계는 전자공학자인 패드로 모내가스가 개발한 것으로 내장된 마이크로칩이 아기 울음의 음량, 강도, 음파, 간격, 패턴을 분석하고, 울음소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원인을 배고픔, 졸림,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의 다섯 가지 감정으로 알려준다. 아기의 체중에 따른 기계와의 거리가 잘못되었거나 주변에 소음이 있는 경우에는 측정 결과와 증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험결과,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하여 언뜻 보기에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병원에서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이어서 일반 가정의 경우 여러 소음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수년간 1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울음 유형을 분석해 만들었다는 울음소리 데이터베이스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다. 이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기의 건강 상태가 양호해야 하고, 체중을 정확히 알아 기계와 아기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맞추며 주변의 소음이 없어야만 한다. 이 기계에 의해 원인이 분석되어 배고픔이나 졸림으로 나타났을 때는 아기의 욕구를 채워주기가 쉽다. 그러나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이 나타나면 무엇에 의한 것인가를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아기 울음의 이유를 알 수 없어 기계를 사용하는 부모가 과연 아기의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 아기의 울음은 매우 중요한 의사 소통 수단이다. 아기는 자기의 의사 표현에 대해 주위의 양육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세상 사람이나 사물들이 믿을만한지 아닌지를 가늠하게 되며, 이에 의해 자신감, 안정감,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기계에 의존하여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아보려 하기보다, 사랑의 마음으로 스스로 아기 울음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부모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천자춘추/농민의 죽음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여 다녀왔다. 협상은 결렬을 선언하고 끝났다. WTO 협상을 반대하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NGO들의 거센 시위가 협상기간 내내 계속되었고 한국에서 온 농민단체의 격렬한 시위도 있었다. 그리고 평생을 농민운동에 헌신해온 고 이경해 전한농연회장이 자결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고인의 죽음에 깊이 애도를 표한다. 고 이경해 회장의 죽음으로 현장상황이 몹시 어려웠지만 멕시코 정부에 요청해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고 장례비용과 시신의 운구비용을 멕시코 정부가 부담해 주기로 하는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수고를 아끼지 않은 현지 외교관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칸쿤에 머무르는 동안은 무척이나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국제의원연맹(IPU) 총회에 참석해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에 모두 공정한 협상을 할 것과 농업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해 농업보호정책의 필요성이 협상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도 하고, 일본 의회대표단과 만나 WTO 협상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조를 하자는 합의를 하기도 했다. 이번 협상에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기초가 될 농업분야 의장을 맡은 조지여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각료선언문 초안에는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관세상한 설정 반대, 저율관세의무도입량(TRQ) 증량 반대가 관철되지 않았다. 우리 농업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차후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2004년말 시한인 쌀재협상에서 개방을 최소화하는 것에 우리 농업의 사활이 걸려 있으므로 앞으로도 외교활동은 물론 정부에 대해서도 총력을 다하는 협상을 하도록 촉구하고 국회에서 필요한 도움도 주는 의정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다. 또한 국내 농업대책을 농가소득 안정화, 농촌복지의 확충, 지역균형개발 차원의 농촌개발을 내용으로 튼실하게 세워나가도록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멕시코에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고 이경해 회장의 죽음과 앞으로 우리 농업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태풍 ‘매미’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무겁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정장선.국회의원(평택 을)

천자춘추/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결혼식

이번 추석에 특별한 손님이 우리집을 찾았다. 피부색이 검은 스리랑카인 신혼부부가 명절인사를 온 것이다. 지난 7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이색적인 결혼식이 있었다. 35세의 신랑은 5년전에 스리랑카에서 왔고 14년동안 교제해온 신부는 결혼을 위해 얼마전에 한국에 온 29세의 아름다운 스리랑카 여성이다. 기독교인인 신부는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기독교 예식으로 하고 싶어했다. 결혼식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자기일처럼 돕고나서며 한 여름에 정장차림으로 예배당을 가득채웠고 수원YWCA 이사들도 여러명 축의금을 가지고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그날 나는 신부의 어머니가 되어 신부를 데리고 입장했는데 결혼식에 참석치못한 그들의 부모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마친후 사모관대 한복을 입고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로연장에서 폐백까지 했다. 수원지역 10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해 오고있는 수원 외국인 노동자쉼터에서 마련해준 이번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을 불러올 수 있어서 그 어느 결혼식보다 감동적이었다. 서울의 한 웨딩홀에서 아주 싼값으로 예복과 한복, 부케, 메이크업을 해주었고 교회마당에 차려진 아름다운 피로연 식탁은 요리사가 10가지 이상의 한식으로 100인분을 준비해 주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어주는가 하면 축가와 웨딩마치 꽃꽂이·잔치떡을 제공해준 사람도 있었다. 쉼터운영위원장인 목사님이 주례를 서 주었고 한국어에 능통한 스리랑카청년이 통역을 해주었다. 몇주후에 신랑신부는 쵸코파이와 쥬스 한박스를 가지고 교회로 찾아왔다. 봉사자들이 만들어준 두툼한 결혼앨범을 교인들이 돌려보면서 환호했다. 한국에서의 고단하고 힘든 외국인 노동자의 삶에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결혼식에서 보여주었던 한국사람들의 진실한 사랑을 기억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내면 좋겠다. 신부는 서툰 한국말로 ‘어머니’라고 불렀는데 나는 예쁜 딸을 하나 얻은 기분으로 그녀를 가슴에 꼭 안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 언제가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때 결혼식을 했던 나라 한국을 아름답게 기억하기를 바란다. 경제 논리로서의 세계화가 무섭게 퍼져나가는 이 시대에 피부색이나 종교·문화·국적이 다른 사람들과도 형제처럼 격의없이 지낼 수 있는 세계화가 한국에서 자리잡아갈 수는 없을까? /유은옥.수원YWCA 회장

경기천자춘추/축구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박물관이 지난 7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생겨났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에 축구박물관이 있어 이미 관광객들의 명소로 자리잡았으나,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축구박물관은 체육분야의 박물관으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박물관으로 축구에 관한 국보급의 사료들과 진귀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부터 121년전인 1882년 영국수병들이 제물포항에 침입하여 함상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고자 부두공터에서 축구를 할때 신던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화, 지난해 월드컵때 안정환 선수가 미국전에서 감동의 동점골을 넣을 때 신었던 축구화 등 60년대, 70년대, 80년대 축구화가 시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어 축구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축구유니폼도 1909년의 합바지부터 현대의 신소재 유니폼, 북한,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이 선수들의 자필 사인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우리가 어릴 때 동네 앞 논바닥에서 하던 지푸라기 축구공과 돼지오줌보에 바람을 불어넣어 차던 축구공부터 60년대 가죽축구공과 한일월드컵의 FIFA공인 축구공도 전시되어 있다. 또 1930년대 우리나라 불세출의 골잡이 최정민 선수와 브라질의 축구영웅 펠레, 전성기의 히딩크와 코엘류 감독, 지난해 우리축구사에 길이 남을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운재, 홍명보, 안정환, 박지성 선수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밖에 1904년 창설된 FIFA 페넌트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대회부터 2002년 제17회 한일월드컵 때까지의 기념우표, 포스터 등 기록물이 한 회도 빠짐없이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축구관련 배지도 수집·전시되어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최초로 참가한 48년 런던올림픽 때 강호 멕시코를 5대3으로 눌렀으나 2회전에서 스웨덴에 0대12로 패한 공식프로그램 전적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처음 참가한 54년 스위스월드컵 예선전에서 일본을 이겨 이승만 대통령이 카퍼레이드를 해 주고 “왜놈을 물리쳐 매우 기쁘다”고 한 그 당시의 신문기사도 볼 수 있으며 김용식 감독의 기본기를 완성하라 명철한 두뇌와 절제력을 가져라 등 10개 항목의 글귀는 지금도 축구선수들의 폐부를 찌르는 듯 하다. 이외에도 100년 전의 축구공 제작기계 및 제작공정, 각 경기장의 입장권 등 축구에 관한 모든 것이 잘 정리·전시되어 있다. 국내 유일의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축구박물관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유 도 형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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