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에 유대사람들은 세 가지 행동을 한다고 한다. 뒤를 보고, 위를 보고, 앞을 본다. 이러한 행동은 지난날을 반성하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앞날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세상살이라도 계절이 바뀔 때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요즘 출판기념회가 비교적 잦다. 엊그제 어느 호텔에서 열렸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그 날의 주인공인 필자나 덕담을 들려주는 축하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머금게 하는 아주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인간은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귀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생각을 글로 나타내어 책자로 만들어 자기를 드러 낸다. 어찌 보면 자기 반성이요, 자기 질책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앞날의 갈 길을 조정한다. 출판기념회를 갖는 대부분 필자들의 변(辯)인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반성 없는 생활은 살 가치가 없다”고 갈파했다. 산다는 것은 부단히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 내 놓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바로 자기 성찰의 자리다. 결코 자기를 드러내어 어깨를 추겨 올리려는 행위는 아니다.
백로가 지날 쯤 절기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여름이 성급히 지나가는 것은 친구와 헤어지는 느낌을 준다고 아쉬움을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하늘이 훤하게 뚫린 가을이 제격이다. 좋은 책 한 권만 있으면 마음껏 행복해 질 수 있는 때다. 이러할 때 작품집을 상재(上梓)한 이들은 행복을 불어 넣어주는 고마운 분들이 아닐까.
어느 작가는 축사 중에 “작품은 가치 있는 인간적 체험의 기록이다. 그래서 쓰여진다기 보다는 소재를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그렇다. 필자는 다만 자기가 체험한 삶 속에서 만난 소재에다 살을 붙이고 정신을 불어넣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무에는 해마다 같은 열매가 달리지만 실은 그것은 매번 새로운 열매다. 마찬가지로 생각에 있어서도 모두 항구적인 가치 있는 생각이 늘 새롭게 나타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이들이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도 그 속에 담겨진 생각이 늘 새로울 때 그 의미가 배가된다. 생각은 바로 그 사람의 행동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익어 가는 가을과 함께 우리들의 생각도 알차게 여물어 갔으면 싶다.
/김훈동.수원예총 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