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사순(社訓)

옛날에도 나름대로 사훈 같은 게 있었나 보다. 개성 상인들 사이의 공익단체였던 송도계의 계훈(契訓)에 ‘콩이 되지 말고, 메주가 되어라’는 말이 있다. 됫박속의 콩을 땅에 부으면 뿔뿔히 흩어져 버리지만, 이 콩을 삶아 짓이겨 메주를 만들어 놓으면 굳게 결속함에 착안, 함께함의 소중함을 강조했던 부분이다. 또 홍길동전을 지었던 허균의 스승이면서 진보적 사상의 소유자인 조선시대 이달(李達)은 당시 서족(庶族)으로 원주 손곡에 묻혀 살았는데, 서족 출신의 문사(文士)들이 함께하는 삼분계(三分契)를 만들고 계훈을 정해, 소속 계원들의 이익이나 주장·재능·불행·명예 등 그 모든 것의 십중삼분을 서로 양보하고, 인화를 도모하자는 뜻의 정신적 규정들을 강조했다. 이렇듯 한국적 집단에서 인화는 예로부터 가장 소중히 여겨진 덕목중 하나였다. 필자가 가끔 우리나라 각종 기업과 단체들의 사무실을 찾다보면, 여러 사훈들 중 아직도 가장 으뜸을 차지하는 것 역시 인화단결임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인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혹은 고금을 불문하고 인화의 소중함이 함께 공유되기 때문에, 인화를 사훈으로 채택하는 것이리라. 요즈음 미국내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도 동양적 사고의 발상이라 볼수 있는 ‘인화’를 기업방침으로 중요시하는 조짐이 완연하다. ‘인화’의 성격을 띤 사훈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제너럴 모터스의 사훈이 MR(Meaningful-Relation)로 인화를 통한 ‘뜻있는 관계’, 즉 운명공동체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자꾸만 정서적으로나 인심적으로 메말라만 가고 있는 우리사회 전반적인 세태들을 생각해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정보화의 물결 속에 설익은 구미제국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닥쳐온 바람에 우리 전통사회의 ‘메주’가 ‘날콩’으로 환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얼마지 않아 심마니들의 본격적인 활동이 이어지는 푸르른 5월이 된다. 아마추어 심마니들 사이에서는 삼을 보게 되면 엔(N)분의 일(자기들끼리 사용하는 속어)이라고 해서 최초로 다수의 삼을 발견한 사람이 여타 일행 동료들에게 삼을 나눠 주는 나름대로의 불문율이 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훈으로 널리 표방되는 인화란 말이 하나의 구호로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며 각 가정마다 어릴때부터 꾸준히 가르쳐 나감으로써 이 사회에서도 상생의 정치와 서로돕는 풍토가 무르익는, 그래서 뭔가 비전이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김석우.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사무국장

천자춘추/깨끗한 새 정치

오늘은 4월 15일! 여야(與野)의 운명을 건 한판, 총선(總選)의 날이다. 나는 일찌감치 투표를 하고, 오후에는 광명(光明)의 명산 구름산에 올랐다. 구름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고 환상적이다. 하늘은 에메랄드빛으로 해말가니 높푸르렀다. 그래서일까, 내가 지금 여기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지 행복감을 느낀다. 참으로 오랜만의 여유요, 객기(客氣)요, 흔치 않은 모처럼의 내 외도(外道)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광명의 시가는 한마디로 평온(平溫), 평화(平和) 그 자체였다. ‘살고싶은 도시 광명’의 진면목(眞面目)을 일순에 볼 수 있었다. 좋았다.무언가 조금은 뿌듯한 만족감에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이 도시 광명에, 아니, 대한민국에 산다는 게 새삼 영광되고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하나 돌아보면, 그 동안 우린 얼마나 치열했던가? 산다는 게 뭔지, 앞도, 옆도, 가까운 내 주변도 돌아보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소 돼지같이 살아만 왔잖은가? 그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내 자신의 삶부터도 그러했지만, 특히 우리의 정치권은 더욱 숨막히질 않았던가. 귀아프게 들어왔던 민주니, 변화니, 개혁이니 하는 말들은 한낱 사치스런 말장난일 뿐, 결과는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죄다 뻔할 뻔자로 끝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어디 국민의 선량(選良)들이고, 이게 어디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이란 말인지!… 국민들은 번번이 사기 당하고 기만 당해오면서도 행여나 이번만은, 정말이지 “이번만은 좀 달라지려나!”- 기대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허무와 실망으로 끝나버렸다. 아니, 때로는 비참과 절망만을 안겨주었다. 어쩜, 우리에게 정치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엉뚱한 불만에, 자학(自虐) 자조감(自嘲感)마저 갖게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으로 선거 막바지는 진흙탕 싸움이요, 물불을 모르는 살벌한 전쟁터였다. 예저기서 금품 향응에 사이버테러, 인신공격, 흑색선전, 폭력사태가 난무하였다. 최근 수도권에서 만도 지역주의 조장 유인물 살포에 상대방 선거운동원에 대한 구타, 경찰관의 특정후보 불법선거운동까지 실로 다채로웠다. 처음에는 그래도 뭔가 달라지는 거 같았었다. 우선 부당한 돈들이 잘 안보이고, 정당연설회나 합동연설회 같은 게 눈에 안보여 그랬을까? 암튼 표면적으로는 적이 조용하다 싶었고, 무언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가졌었다. 아니, 그래도 사실 많이 나아지기는 나아진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너무나 멀다. 실제로 막판 표밭갈이부터는 이름 그대로 과열·혼탁에 학연, 지연, 금권이 되살아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됐었다. 어쨌거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마 오늘밤이면 거의가 승부는 가려지고, 실망과 탄식에 승리의 감격적 희비(喜悲)가 교차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패자에게는 진실된 위로 격려와 승자에게는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일이리라! 그리고는 그간의 불신과 갈등에 극한적 대립들까지도 이제는 깨끗이 잊고 또 내버려야 한다. 그리고는 무조건 하나로 화합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고 나라가 산다. 그때에 비로소 이 나라 우리 대한민국이 새로이 영광되게 보다 빛날 것이다. 더욱이 우리에겐 아직 ‘대통령 탄핵문제’가 미해결로 남아있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마땅히 ‘헌재’를 존중하며, 그 판결에 절대적으로 순응해야 한다. 더 이상의 왈가왈부나 필요없는 소모적 논쟁은 “부디 없어져라!”- 바람해본다. /김남웅.광명 충현고교장.시인

천자춘추/매실이야기

매실은 장미나무과에 속하는 매화나무 열매다. 꽃이 빠르면 2월 하순부터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며 매실은 6월 초순에서 중순에 채취한 것이 최상이다. 6월 중순이후부터는 매실이 하루가 다르게 익으면서 향이 새어 나온다. 매실은 신맛이 강하여 과일 가운데 유일하게 생으로 먹지 않는다. 매실주, 매실절임, 매실장아찌, 매실청, 매실시럽등을 만들어 먹는다. 매실은 고 미네랄 알칼리성 식품으로 구연산 47.5%, 사과산 14.2%, 주석산, 호박산, 초산등의 유기산이 풍부하다. 유기산은 신맛을 내고 위장기능을 활발하게 한다. 매실에는 특히 구연산이 사과나 복숭아나 자두보다 무려 30~40배가 들어있고 그 중 한국산 매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함유량을 지니고 있다. 구연산은 노벨의학상 수상논문에 인간의 노화를 방지하고 지연시키는 가장 좋은 성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향균, 살균력을 갖고 있어 각종 식중독균을 죽여 식중독이 다발하는 여름철에 좋다. 피로의 원인 물질인 젖산을 빨리 제거하여 주므로 피로회복에도 좋다. 소화를 좋게 하고 식욕을 돋워 주고 소화관내에서 산화방지 효과가 있어 발효에 의한 유해반응에 의한 생성물(예를 들면 아민류, 즉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과 반응하여 체외로 배설시킨다. 유해물질과 결합하여 제독·살균작용이 있다. 칼슘의 함유량도 포도의 2배. 멜론의 4배가 들어 있어 뼈의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나 임신부, 폐경기 여성에도 도움이 있고 체질을 약 알칼리로 바꾸어주므로 각종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뛰어난 효과를 낸다. 매실은 3독, 즉 음식·혈·물의 독을 풀어준다. 매실 추출물은 신트림이나 설사에 즉효를 나타낸다. 속이 늘 더부룩하거나 장이 나빠서 설사를 잘하는 사람 또는 술을 과음한 날 어김없이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 3~4회 소주잔 1잔씩 1주일만 복용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매실의 열량은 100g당 29kal로 다른 과일보다 낮으며 수분 91%, 탄수화물 7%를 함유하고 있다. 매실을 날로 먹으면 이나 뼈를 상하기 때문에 날로 먹지 말며 위산이 많아 속쓰린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감기초기에 땀을 내야할 경우나 소변이 시원치 않게 나오는 사람에게는 수렴작용이 있어 오히려 방해를 하므로 좋지 않다. /김경옥.경기도약사회장.약학박사

천자춘추/교직의 전문성을 인지하자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5일 중·고교 교사를 뽑을 때 사범대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현행 제도가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05학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에서 사범대 가산점 및 복수전공?부전공 가산점을 없애기로 결정했고, 사범대 교수와 학생들은 ‘사범대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교사의 질 저하로 공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킬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사가 되겠다는 모든 응시자들에게 형평성을 부여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러나 교사가 되겠다는 이상을 품고 대학에 진학하여 사범교육을 받은 이들과 일반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한 이들에게 같은 조건을 부여한다는 것은 교직의 전문성을 인지하지 않은 처사이다. 몇 해 전에, 교육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교사의 부정적인 부분만 매스컴에 들춰내더니 급기야 정년을 단축시키고 교육 현장을 초토화시킨 적이 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많은 중견 교사는 교직에 환멸을 느낀다며 미련 없이 교직을 떠났다. 그 뒤로 교육 현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개혁은 커녕 기간제 교사로 채워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으니, 교직을 떠난 이들이 10여 년 뒤 다시 기간제 교사가 되어 학교에 돌아온 것이다. 공교육은 이 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교직이라는 직업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만들어 과정을 밟게 한 것은, 교직은 한 인간의 성장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전문직임을 인정한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잘 가르쳐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재는 바로 우리 나라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평등’이라는 미명 아래, 서투른 개혁 논리와 경제 논리에 밀려 어렵게 쌓아올린 것을 쉽게 무너트리고 있다. ‘사범대 출신이 비사범대 출신에 비해 교직에 대한 사명감, 품성, 전문성이 앞선다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 제도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단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호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법적 근거를 만들면 합헌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바라건대, 교육부는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교육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지 않도록 현명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정동환.한글학회 인천지회장.협성대 교수

천자춘추/달빛 소나타

음식점 상호를 만들 때 아마도 주인은 음식점의 위치, 음식의 종류, 손님의 수준과 경향 등을 생각하면서 이런 이름도 지어보고 저런 이름도 지어보고 할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모든 것을 귀찮아하여 돈을 들여가면서 작명소에 가서 좋은 이름하나를 지어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겨난 많은 간판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비슷비슷한 듯싶다. 대부분 한식집이나 일반 대중음식점 같은 곳은 ‘제일’이나 ‘중앙’ 또는 ‘원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양식이나 경양식 같은 곳은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어들이 간판 속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음식점(필자는 한번도 그 음식점에 들어간 적이 없음) 간판은 단지 가끔 지나다니는 길가 회색 빛 시멘트 전봇대에 붙여 놓은 조그마한 흰색 간판이다. 바로 그 이름은 ‘달빛 한 스푼’인 것이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음식점 이름인가! 멋진 남녀의 사랑이 있을 듯 하고, 멋진 시 한편이 바이올린 선율에 올려질 것만 같고,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그 속에서 어떤 아련한 그리움이 연상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에 그 이름이 ‘달빛 한 숟가락’이나, 요리 강좌에서 말하듯 ‘달빛 한 큰 술’로 표현했다면, 필자의 마음에 아련한 추억의 실마리가 꿈틀거렸으리랴! 독자들은 음식점 이름까지 알고 했으니, 아마도 음식점의 메뉴가 양식이나 경양식 혹은 커피 전문점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간판을 직접 본다면 낭만적이고 시적인 이름과는 달리 그 간판 이름 밑에 자그마한 글씨로 ‘오리탕’과 ‘보신탕’이라고 적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점 이름과 그 집 메뉴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편견이요 우리만이 갖고 있는 판단의 잣대일 뿐이다. 이렇듯 편견은 개인·집단 또는 여러 종류의 개념·제도, 기타 타당한 근거나 직접적 경험과는 관계없이 지나친 감정적 태도, 차별 등의 적대행동을 말한다. 이는 정상적인 사회관계를 저해하고 대립이나 분쟁을 야기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 개그맨이 외치듯 편견을 버리라는 외침과 같이 음식점 이름과 어울리지 않은 보신탕이면 어떠랴. 한번 들러 보신탕 시켜놓고 달빛 한 스푼의 맛을 음미해 보아야 하겠다 /임용걸.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천자춘추/최소량의 법칙에 비춰본 우리사회

1843년 독일의 J. 리비히가 제창한 최소양분율(最小養分律)이라는 것이 있다. 그 내용은 식물의 생산량은 그 생육에 필요한 양분·수분·온도·광선 등 여러 인자 가운데 공급비율이 가장 낮은 인자에 의하여 지배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소량의 법칙(最少量의 法則·law of minimum)이며, 상대적 최소량인 최소인자가 수량의 증가를 한정하는 제한인자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성분가운데 어느 한가지 성분이 부족하면 다른 여러 성분이 아무리 많이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그 식물의 생산량은 가장 부족한 성분량에 의하여 결정되고 마는 것이다. 이 최소량의 법칙을 보면서 이 법칙이 식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세상,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사회에도 이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구성되었고, 국가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사회다. 마치 식물의 생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고 식물의 생산이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듯이 공동체(사회, 국가)가 존재함에는 그 구성요소로서 ‘사람’이 필수적인 요소다. 사람이 필수적인 구성요소인 공동체에도 이 최소량의 법칙을 적용해보면 그 구성원 가운데 가장 부족한(부족하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지만 최소량의 법칙을 적용하면서 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봅니다) 구성원에 의해 그 공동체의 건강성, 그 공동체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과연 어느 정도의 생산량(건강성, 수준)을 산출할 수 있는 공동체인가? 결국, 그 판단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최저생활계층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최저생활계층의 수준이 낮으면 우리나라는 그 정도의 나라밖에는 되지않고, 그 수준이 올라가면 우리나라도 최저생활계층의 수준이 올라서는 수준만큼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가도, 지방자치단체도 더 이상 구호에 그치지 말고 최저생활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구호만 요란하게 외칠 것이 아니라 정말 깊은 고민을 통해서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방안을 제안하기를 바란다. /이주형.변호사

천자춘추/인터넷 코리아

"‘인터넷’하면 ‘코리아’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인터넷’이란 말이 경제사회 전반에 화두가 된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률은 재작년에 세계 최고였던 아일랜드를 뛰어 넘어 인구 4천500여만명 중에서 2천600여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올해는 3천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인터넷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은 가정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정보의 바다 역할을 하고 웹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 새로운 제3의 공간을 형성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폐쇄성과 불건전한 음란물, 폭력이 범람해 아이들이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곳으로 여기는 부모들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주부들의 취미생활을 다양화 시키면서 가사일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아이들에게는 풍부한 학습자료를 제공하는가 하면 가정생활과 문화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는 사교육비 문제가 가정의 큰 관심거리가 되는데 이를 위한 EBS강의를 인터넷에서 제공하면서 밤 늦도록 학원가를 전전하는 자녀를 근심으로 바라보던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이는 그동안 가정에서 인터넷을 단순한 오락의 수단 정도로만 여기던 부정적인 생각을 동등한 교육기회 제공과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큰 효과를 주는 긍정적인 존재로 변화시키고, 부모와 자녀들간의 인터넷에 대한 갈등의 폭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모들은 말로만 듣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인터넷으로 자녀들이 해준 인터넷 예매를 통해 연극, 영화와 같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있으며, 해외 출장중인 아빠와 화상을 통한 대화도 가능하고, 지난 4월 1일 개통한 고속전철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면 20%이상이나 할인된다고 하니, 아이들과의 즐거운 주말여행에 경제적인 이득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인터넷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고 시공을 초월하는 한편 경제적 이득까지 줄 수 있게 되었으니 적극적인 참여로 인터넷이 또 다른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마음만이 아닌 가족이 함께 모여 인터넷을 즐거이 사랑할 때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질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우리국민 모두가 인터넷으로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자. /양봉기.KT수도권 강남본부장

"천자춘추/구제역, 미리 대비하자

“정말로 무심한 하늘입니다” 지난 3월초 100년만의 폭설로 양계장이 무너져 출하를 며칠 앞둔 닭들이 압사를 당해 많은 피해를 입은 농가를 방문했을 때 가슴이 미어지는 한 농민의 한탄이다. 농가는 물론 도시의 닭·오리 전문음식점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힌 가금인플루엔자를 겨우 극복하고 새로운 빛으로 여기던 그 닭들이 천재에 의해 사라진 날, 그저 농민은 하늘을 원망하며 가슴만 칠 뿐이었다. 적당한 위로의 말 조차 할 수없는 참담했던 그 때의 심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근래들어 자연생태계의 변화때문인지 구제역, 광우병, 브루셀라, 돼지콜레라 등의 가축질병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예전에도 구제역과 비슷한 돼지의 ‘땅서리병’이나 뉴캐슬병과 같은 ‘닭병’이 한 마을에 돌면 돼지와 닭은 전멸하는 사례가 있긴 했으나 요즘처럼 급속히 인근 마을로 확산되고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물론 교통이 발전되고 양축농이 규모화가 된 것이 주 요인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질병이 발생하면 수출길이 막히고, 병 발생소식만 접하면 범 국민적으로 식탁에서 아예 제외시키기 때문에 병이 발생하지 않은 농가까지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관련 업체까지 망해가는 판국이 벌어져 국가의 경제적인 손실도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가축 전염병 방역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구제역인 제 1종 가축전염병은 국제교역 규제대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질병이다. 이 병이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의 전파속도가 빨라서 급속히 확산되므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와 2002년도에 발생이 돼서 2002년도만 하더라도 5월2일부터 6월23일까지 50여일 동안 소 1천352두, 돼지 13만4천여두를 살처분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지난해는 민·관이 합동으로 총체적인 사전 방역활동을 한 덕택인지 발병이 되지 않았다. 예년의 사례를 보면 지금이 구제역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행정기관과 농협 등이 예방활동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가 스스로 “내가 기르는 가축은 내가 지킨다”는 방역의식이 중요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정확한 검증이 없는 언론매체의 성급한 발표도 삼가 주길 부탁 드린다. /박재근.농협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고통탈출 행복시작

"인간의 고통이란 지나친 욕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재물을 탐한다든지, 분수에 넘는 명예를 좇는다든지, 일은 하지 않고 게으르면서 노력 이상의 대가를 추구하면 그 순간부터 고통은 시작된다. 물론 인간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 다른 사람보다 나은 풍요로움을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그 경쟁이 정정당당한 선의의 경쟁이라면 올바르게 평가될 것이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반대로 거짓말을 하고, 상대방을 속이는 것은 물론 험담으로 남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부류가 있다. 그것은 머지않아 부끄러운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후회할 것이다. 따라서 욕망 그 자체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 욕망을 달성하느냐와 욕망으로 얻어진 성취를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얻어진 재물이 있다면 반드시 어려운 이웃과 그늘진 곳을 위해 뜻있게 사용되어야 한다. 재물이 주는 즐거움은 그것을 무엇보다도 바르게 사용했을 때일 것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면 그것은 내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활용되어져야 된다. 그러면 존경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사이엔가 자기도 모르게 존경받는 위치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목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하나하나 나아가는데서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 그 자체다. 그러나 그것은 외적인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바로 자기 마음속에 있다. 무엇인가 이루려는 의지이자 실천을 위한 마음가짐이 우선해야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고 매진할 수 있다. 행복을 찾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도전하고 성취하는 사람만이 그 단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행복과 성취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책에서인가 “행복은 욕망분의 성취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아무리 명석한 사람이라도 지나치게 욕망(분모)을 키우면 성취(분자)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했더라도 행복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행복해지려면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를 찾아라! /이병만.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유권자가 원하는 유세전 펼쳐라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말이 쏟아지고 있다. TV 화면에 소위 말 잘하고 카메라 잘 받는 인사들이 나와 자기 당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리마다 수많은 후보들이 유세 차량에 말 잘하는 사회자(?)를 앞세워 말 말 말을 토해 놓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가 대여섯 이상인 지역에서는 하루에도 60~70회 정도의 말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유권자를 낚겠다는 것인데 낚이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대체 국회의원이란 누군가. 우선은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존재다. 인물 선거냐, 정책 선거냐, 심지어 탄핵 선거냐를 말하기 전에 ‘누가 나를 대표했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유권자를 배려했으면 하는 점이다. 설원(說苑)이란 고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천이라는 벼슬아치가 임지(任地)인 성보 땅으로 가는 도중 양주라는 인물을 만나자 “그대는 내게 무슨 선물을 주려고 하는가?” 하고 물었다. 양주가 대답했다. “저는 어린시절 가난한 탓에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경험으로 낚시질 하는 두 가지 방법을 아는데 이를 알려드리는 것으로 선물에 대신할까 합니다.” “낚시하는 방법이라니?” 하고 궁금해 하자 양주가 설명했다. “낚시에 미끼를 달아 내려뜨리면 덥석 무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는 양교라는 물고기입니다. 이 놈은 살도 별로 없고 맛도 형편없지요. 그런데 물린 것 같기고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미끼를 삼킨 것 같기고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있지요. 이는 방어라고 하는 물고기입니다. 이놈은 살도 많고 맛도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낚시꾼들은 방어를 잡으려고 애쓰지요.” 자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성보 땅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를 본 자천은 마부에게 “빨리 수레를 몰아라. 양주가 말했던 양교라는 물고기 떼가 몰려오고 있다” 하고는 피해 갔다. 당락의 여부가 표수로 계산되니 양교든 방어든 많이 잡아야 장땡인 처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회의원쯤 되려고 하시는 분들이 덥석덥석 물어대는 양교 같은 유권자만을 찾아다니는 자세라면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니다. 좀 더 유권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대표할 생각인지 소상히 전하는 유세전을 펼쳤으면 싶다. /나채훈.역사소설가

천자춘추/지금 우리가 챙겨야 할 것들

"중국 고전의 하나인 장자(莊子)의 내용중에 유(類)라는 짐승이 나온다. 이 짐승은 마음에 드는 상대에 따라 때론 수컷으로 때론 암컷으로 변하였다고 하는데 이처럼 상황에 맞추어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자신만의 이득을 추구하는 자들을 가리켜 유(類)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에 따라 얼굴과 말을 바꾸는 사람을 지칭할 때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Janus)라는 신(神)을 인용하여 ‘야누스같은 이중성(양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역사속에서도 이러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고려때 기철(奇轍)이란 자는 누이동생이 원(元)나라 순제의 후궁이 된 것을 계기로 원나라로부터 관직을 받아 이중 국적을 갖고 귀국하여 세도를 부려 민폐가 심했을 뿐만 아니라 역모까지 꾀했다. 지금도 이 나라 지도계층 중에 자신의 안위만을 유지하기 위해 민생과는 거리가 먼 정치전쟁만을 일삼고, 상황에 따라 얼굴과 말을 바꾸는 야누스 같은 인간군이 넘치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발생하고 IMF사태 보다도 더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청년실업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대안은 보이지가 않고 국민들의 희망은 점점 사그러져 가고 있지만 그것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거나 진솔하게 자기반성을 하는 사회지도층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나라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우리 주위엔 갈수록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데 정작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순위에서 저만치 밀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고통받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진정 사회적 부조의 대상으로서 중요한 관심의 영역에 포함되기는 매우 힘들다. ‘야누스적 편리함’이 결코 용납되지 않는 시스템 구축과 정직한 사람들의 공감대가 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조금 더 ‘건강한 사회’로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며 안정적인 구조의 선진형 민주복지국가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김석우.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천자춘추/4월 첫날 아침에!

"4월, 누가 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던가! 꽃봉오리 터지고 새싹이 파릇파릇 움돋는 봄, 꽃과 들나비 어울려 봉접(逢接)하고, 산하대지(山河大地) 맞닿아 일어서는 봄 언덕에 무언가 옛 꿈 그리워 필릴리, 필릴리, 필릴릴리! 봄빛이 완연한 4월의 첫날 싱그런 이 아침녘에, 나는 교장실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부채살처럼 퍼져오는 금빛햇살을 가슴 가득 맞아들인다. 순간,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마음에 아지랑이처럼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충현고 교정의 내 사랑스런 아해들 모습 모습들!- 저들은 밤사이 내린 실비단 비에 물먹은 대지모양 온 마음과 몸이 촉촉히 윤기있게 젖어 빛난다! 본교는 개교 8년여의 광명시 변방지역 학교다. 학생들은 거의가 착하고 예절바르다. 온유하고 정겨웁고 따뜻하다. 내일의 동량(棟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돌아보면, 그동안 우리 교육계는 툭-하면 ‘교실 붕괴(崩壞)’니 ‘교육 공황(恐慌)’이니 소리를 들으며 질책과 오욕의 세월을 걸어왔다. 더욱이 교직단체의 노조가 허용되면서부터는 크고 작은 교육계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반목과 갈등의 나날을 보낸 적도 많았다. 그러나 교육은 전적으로 인화(人和)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때문에 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협조 속에 별 과오없이 오늘에 이르름을 감사한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요즈음은 확실히 위기다. 우리는 ‘나’와 ‘너’를 떠나서 ‘우리’를 위해 인화하고 협동하며 오직 교육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야 한다. 국민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오직 나라와 민족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해야 할 때고! 끝으로, 나는 한가지 희망찬 이 4월에 간절한 바람을 예에 고백한다. 얼마 전, 경기도의 ‘좋은 학교 만들기’에 우리 학교가 어렵게 추천되었다. 이는 오로지 광명시 관내 9개 고교장의 뜨거운 이해와 협조로 이루어진 결과다. 감사한다. 특별히 본교는 오늘 개통된 경부고속철 광명역 부근에 있다. 역사적인 이 출발에 발맞춰 우리 충현고도 광명의 명문고로 부상할 때까지 교장 본인을 비롯, 100여 전 교직원이 다함께 혼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이에 굳게 다짐해 본다. /김남웅.광명 충현고 교장.시인

천자춘추/봄철 불청객 황사

"봄철만 되면 찾아드는 불청객 황사, 그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때다. 과거에는 황사하면 모래 먼지로만 인식돼 왔으나 최근엔 중국의 급격한 공업화로 인해 건강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황사를 분석해 보면 세균, 중금속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그 심각성은 더해만 간다. 특히 황사가 발생되었을 때 대기 중에는 독성 중금속이 평상시에 비해 납 성분이 2배, 카드뮴은 3배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카드뮴은 4년 전보다 무려 7배나 많아진 양이다. 그보다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중금속 외에 발견된 18종류의 세균과 10종 이상의 곰팡이다. 대기 중의 세균과 곰팡이의 밀도는 황사 발생시 엄청나게 증가돼 발원지인 중국의 토양 보다 세균이 43배, 곰팡이는 314배 증가 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리콘, 알루미늄, 구리, 납, 카드뮴, 세균, 곰팡이 등이 포함된 황사 흙먼지는 호흡기질환과 알러지 등을 일으킨다. 특히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어린이나 노약자에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황사에 의한 대표적인 질환을 분류해 보면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첫째가 호흡기 질환이다. 주증상으로는 호흡곤란과 인후통, 기관지, 기도점막의 염증과 기침, 가래 등을 유발한다. 이때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닫아 외부의 공기유입을 차단하며 공기정화기와 가습기로 실내공기를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한 방법. 다음으로는 안질환이 꼽히는데 눈이 가렵고 눈물이 나며 충혈되는 등 이물감으로 통증을 유발한다. 외출할 때 보호안경을 끼고 콘택트렌즈 착용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귀가 후에는 반드시 눈을 깨끗이 씻는다. 재채기와 콧물, 특히 분비물 양이 많은 맑은 콧물 등의 이비인후과 질환 예방을 위해선 마스크를 사용하고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콧속을 씻어내야 한다. 피부질환 방지를 위해선 외출시 황사에 노출 되지 않도록 가능한 긴 팔 옷을 입는다. 귀가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으며 피부에 알러지를 예방하는 로션 등을 발라 직접 황사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혼란스런 정국 속에 찾아든 황사가 그 어느때보다 달갑지 않다. 이럴때 일 수록 자기 자신을 철저히 다스리는 지혜로 몸만큼은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건강한 육체가 건전한 마음을 만든다. /김경옥.경기도약사회장

천자춘추/신용불량

"외국의 한 경제학자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 갓 진입한 한국인의 소비는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국민과 비슷하다’고 과소비 풍조를 경고한 바 있다. 적절한 소비활동은 생산을 부추겨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소득을 훨씬 뛰어넘어 감당할 수 없는 ‘쓰고 보자’는 풍조는 개인과 사회에 모두 무거운 짐을 지운다. 젊은층 사이에 불고 있는 ‘일단 놀고 쓰고 보자’는 분위기는 20, 30대 사회초년병들을 신용불량이라는 금융전과자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20, 30대 신용불량자가 약 160만명으로 이 연령대는 전체인구의 10%나 된다. 10명 가운데 1명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20, 30대가 전체 신용 불량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약 50%를 차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왜냐하면 40, 50대 연령대의 신용불량자는 대부분 가정형편에 따른 ‘생계형’이라면 20, 30대는 씀씀이가 헤픈 ‘소비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 신용불량자들은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상품을 카드로 구매하면 나중에 반드시 갚아야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금융자산이 있으면서도 금융기관의 채무를 갚지않는 양심 불량 연체자들이 상당수 존재해 정착단계에 들어선 한국 신용사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와 같이 젊은층의 소득없는 ‘거품소비’는 카드대금의 상환기일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속칭 ‘돌려 막기’로 나타나고, 결국 원금과 이자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된다. 이런 신용불량자의 대량 탄생은 20, 30대의 과소비 현상에 따른 것으로 자기 자신이 철저한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 1차적인 책임이지만, 신용정책 당국의 느슨한 관리정책도 이런 풍조를 부추겼다. 개인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없애고 대신 개인별 신용정도에 따른 차등화 정책 도입, ‘길거리 회원모집’ 허용 등 무리한 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소득이 없는 젊은층의 과소비 풍조를 부추겼다. 소득 없는 소비는 젊은이를 신용 불량자로 전락시키고 카드사는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부의 지원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빌린 돈을 반드시 갚아야 하며, 신용이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김병옥.신흥대학 학장

천자춘추/박물관장 자리

"나의 어렸을 때의 꿈은 외교관이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담임선생님 권유로 생전 처음 듣는 고고인류학과를 지망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소위 유력한 과를 예를 들자면, 법과 의과 상과 등이 지원의 일순위거나, 조금 양보해도 영문과 사학과 등을 지망하는게 보통이었으나 웬지 새로 생긴 학과에 흥미가 쏠렸다. 그것이 나의 박물관인생의 첫 단추였던 셈이다. 대학 졸업후 30여년의 전문인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박물관장으로서만 실제로 십 수년이상을 보냈으니,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소위 성공하고 출세한 인생이랄 수 있겠다. 박물관의 역사는 크게 삼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수집과 보관의 시대로 19세기 시민사회의 등장까지는 이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둘째는 전시와 홍보의 시대이다. 새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한 시민들은 이제 유물들을 더 이상 창고안에 가두어 두기를 바라지 않았다. 따라서 많은 전시를 통하여 미술품의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공유하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서는 이러한 양상마저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제 시민들이 더 많은 것을 박물관에 요구하는 시대로 크게 변모하게 되었다. 즉 교육과 사교와 레저의 중심에 박물관이 서있기를 기대하는 때가 된 것이다. 박물관장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의 소유자가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여러 가지 요건이 필요하겠지만, 박물관장은 박물관의 변천사가 말해주는 모든 변화를 다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덕목을 겸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미술품의 수집과 관련된 숙련된 전문지식과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전시를 통하여 미술품을 일반에게 쉽고도 명쾌하게 알리는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하여, 박물관장은 뛰어난 심미안과 세련된 디자인 감각을 훈련받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 또한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하고, 사회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곤란하다. 사교의 중심에 나설 수 있는 매너와 예절을 갖추어야 하고, 박물관이 레저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행정을 책임지고 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여느 생산회사의 사장 못지 않은 경영감각이 필수적이다. 문화CEO가 되어야 한다. /이종선.경기도 박물관장

천자춘추/행복 찾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는 누구일까요?” “등에 돌 지난 아기를 업고 있는 임신 8, 9개월 된 여자!” “왜요?” “등 따습고 배부르니까!” 이런 유머가 있지만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연말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40%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삶을 의미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행복은 객관적인 조건에 좌우된다기보다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에 따라 비슷한 조건과 상황에 놓여 있어도 그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우리 선조들은 나의 분수를 알고 나의 분을 지켜서 인생에 지나친 욕심을 갖지 않은 것(知足安分)을 행복이라고 여겨왔다. 인생을 보람 있게 살려고 애쓰고, 매사에 있어 정성을 다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모든 이에게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행복의 참 의미를 되새겨 본다. 세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인간에게 행복이 미리 주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불평해댔다. 보다 못한 천사들이 회의를 열어 논의했다. 결국 천사들은 인간에게서 행복을 회수해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인간들은 행복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런데 그걸 어디에 감춰두느냐 하는 것이 천사들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고민 고민하고 있는데 한 천사가 제안했다. ‘저 바닷속 깊은 곳에 숨겨두면 어떨까요?’ 그러자 천사장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인간들의 머리는 비상하오. 바닷속쯤이야 머지않아 뒤져서 찾을 거요.’ 그러자 또 다른 천사가 제안했다. ‘높은 산꼭대기에 숨겨두면 어떨까요?’ 이번에도 천사장은 또 고개를 저었다. ‘인간의 탐험정신은 따를 동물이 없어요. 제아무리 높은 산 위에 숨겨두어도 찾아 낼 거요.’ 궁리하고 궁리한 끝에 천사장은 마침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인간들의 각자 마음속 깊은 속에 숨겨두기로 합시다. 인간들의 머리가 비상하고 탐험정신이 강해도 자기들의 마음속에 행복이 숨겨져 있는 것을 깨닫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이오.’ /소병주.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아이들에게 질서 교육을

어린이를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어린이가 행복하게 사는 나라가 바로 행복하고 부강한 나라이다. 마음과 몸이 모두 건강한 어린이를 키우는 것은 단지 부모의 책임만이 아니라 그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를 유지하며 대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생활해 왔다. 대가족제도 아래에서는 3대가 모여 살고 4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일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이 한 공간 안에 모여 살다 보니 예절과 질서가 없으면 가족이 유지되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지키는 일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요즈음 가정이 핵가족화 되면서 아이들을 하나 아니면 둘만 낳아 키우다보니 어린이들의 공중도덕이나 질서의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어른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의 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것은 예사이다. 가끔 주말에 식구들과 식당을 찾아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가지려할 때도 그런 버릇없는 어린이들 때문에 방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마 젊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티 없고 구김살 없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흔히 말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 기죽이지 않고 키우겠다는 마음에서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 곰곰하게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런 어린이들, 자신만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그런 아이들이 부모 기대처럼 티없이 구김살 없이 크게 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당하고 구김살 없이 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애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힘들다. 자신만 알고 자기주장만 앞세우고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떼만 쓰는 아이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의 어려움을 모르는 아이들을 단지 어린이라는 이유로 이해해 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전통사회에서 지켜지던 질서의식을 구세대의 구태의연한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사회를 가꿔가고 유지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가꿔온 미덕이자 전통으로 잘 가꿔가야 할 정신적 자산인 것이다. 이것은 구세대, 신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인 모두가 지켜야 할 일이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도 핵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런 미덕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여럿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질서와 공중도덕이 생활 습관화되어 자리잡지 못하면 그 사회는 결코 살기 좋은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사회 공동체에서 함께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부터 질서 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되어야 하겠다. /김명래.인천시중앙도서관장

천자춘추/북한산에 오르며

일요일이 되면 산에 갈 때가 많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기분이다. 지난 일요일에도 북한산을 올랐다. ‘더오름 산악회’와 약속이 되면 함께 가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혼자 갈 때가 많다. 혼자라서 조금 쓸쓸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 곧 잊는다. 내 힘에 맞게 걷거나 쉬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편하다. 북한산 들머리에 들어서니 겨울 찬 공기가 코끝에 싸하게 닿는다. 그래도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어 산을 오르기에 좋은 날이다. 산줄기에 이르니 언제 오셨는지 하얀 눈들이 희끗희끗 내려앉아 있다. 계곡의 얼음장을 타고 잘잘잘 흐르는 물소리가 반갑다. 멀찍이서 까마귀 한 녀석이 까옥까옥 우짖는데 듣기 싫지 않다. 경국정사에서 똑똑똑 목탁소리가 번져나온다. 산사 앞에 현수막 글씨가 큼직하게 다가온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그 여름내 푸른 잎사귀를 팔랑대던 나무들은 모두 옷을 벗어 던졌다.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같은 참나무 식구들은 잎사귀를 다 떨궈서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 어렵다. 층층나무, 단풍나무, 함박꽃나무도 가지만 앙상하다. 소나무들만 산허리를 푸르게 두르고 있다. 지난 봄에 산길 귀퉁이 곳곳에서 피어나던 봄맞이꽃, 양지꽃, 노랑제비꽃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풀 숲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짓던 족도리꽃들도 그리워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산길에는 나이 지긋한 부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나이 든 부부들을 만나면 복스러워 보인다. 세상일 접고 함께 주름진 세월을 이야기하며 등산하는 모습이 얼마나 정겹고 따뜻한가. 젊은 부부들도 앞으로 지나간다. 함께 온 아이들이 깡총댄다. 산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생기가 돌고 믿음직스럽다. 마치 곧게 자라는 푸르른 아기나무 같다. 사랑스런 아이들아, 산처럼 푸르게 자라거라. 어느덧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 아내가 떠오른다. 지금쯤 아내는 교회에 가 있을 게다. 아침에 나올 때 함께 교회에 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래도 자기 뜻을 말하지 않고 산에 갈 준비하는 나를 지켜본 사람! 아내는 세상의 평화와 모두의 건강한 삶을 기도하겠지. 나도 산 위에 서서 두 손을 모은다. ‘세상 사람들이여! 나무, 풀, 새, 풀벌레, 산짐승, 달빛, 비바람 눈보라 가리지 않고 모두 품에 안은 산처럼 늘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최창의 경기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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