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깨끗한 새 정치

오늘은 4월 15일! 여야(與野)의 운명을 건 한판, 총선(總選)의 날이다. 나는 일찌감치 투표를 하고, 오후에는 광명(光明)의 명산 구름산에 올랐다. 구름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고 환상적이다. 하늘은 에메랄드빛으로 해말가니 높푸르렀다. 그래서일까, 내가 지금 여기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지 행복감을 느낀다. 참으로 오랜만의 여유요, 객기(客氣)요, 흔치 않은 모처럼의 내 외도(外道)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광명의 시가는 한마디로 평온(平溫), 평화(平和) 그 자체였다. ‘살고싶은 도시 광명’의 진면목(眞面目)을 일순에 볼 수 있었다. 좋았다.무언가 조금은 뿌듯한 만족감에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이 도시 광명에, 아니, 대한민국에 산다는 게 새삼 영광되고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하나 돌아보면, 그 동안 우린 얼마나 치열했던가? 산다는 게 뭔지, 앞도, 옆도, 가까운 내 주변도 돌아보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소 돼지같이 살아만 왔잖은가? 그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내 자신의 삶부터도 그러했지만, 특히 우리의 정치권은 더욱 숨막히질 않았던가. 귀아프게 들어왔던 민주니, 변화니, 개혁이니 하는 말들은 한낱 사치스런 말장난일 뿐, 결과는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죄다 뻔할 뻔자로 끝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어디 국민의 선량(選良)들이고, 이게 어디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이란 말인지!… 국민들은 번번이 사기 당하고 기만 당해오면서도 행여나 이번만은, 정말이지 “이번만은 좀 달라지려나!”- 기대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허무와 실망으로 끝나버렸다. 아니, 때로는 비참과 절망만을 안겨주었다. 어쩜, 우리에게 정치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엉뚱한 불만에, 자학(自虐) 자조감(自嘲感)마저 갖게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으로 선거 막바지는 진흙탕 싸움이요, 물불을 모르는 살벌한 전쟁터였다. 예저기서 금품 향응에 사이버테러, 인신공격, 흑색선전, 폭력사태가 난무하였다. 최근 수도권에서 만도 지역주의 조장 유인물 살포에 상대방 선거운동원에 대한 구타, 경찰관의 특정후보 불법선거운동까지 실로 다채로웠다.

처음에는 그래도 뭔가 달라지는 거 같았었다. 우선 부당한 돈들이 잘 안보이고, 정당연설회나 합동연설회 같은 게 눈에 안보여 그랬을까? 암튼 표면적으로는 적이 조용하다 싶었고, 무언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가졌었다. 아니, 그래도 사실 많이 나아지기는 나아진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너무나 멀다.

실제로 막판 표밭갈이부터는 이름 그대로 과열·혼탁에 학연, 지연, 금권이 되살아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됐었다. 어쨌거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마 오늘밤이면 거의가 승부는 가려지고, 실망과 탄식에 승리의 감격적 희비(喜悲)가 교차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패자에게는 진실된 위로 격려와 승자에게는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일이리라!

그리고는 그간의 불신과 갈등에 극한적 대립들까지도 이제는 깨끗이 잊고 또 내버려야 한다. 그리고는 무조건 하나로 화합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고 나라가 산다. 그때에 비로소 이 나라 우리 대한민국이 새로이 영광되게 보다 빛날 것이다.

더욱이 우리에겐 아직 ‘대통령 탄핵문제’가 미해결로 남아있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마땅히 ‘헌재’를 존중하며, 그 판결에 절대적으로 순응해야 한다. 더 이상의 왈가왈부나 필요없는 소모적 논쟁은 “부디 없어져라!”- 바람해본다.

/김남웅.광명 충현고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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