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의 하나인 장자(莊子)의 내용중에 유(類)라는 짐승이 나온다. 이 짐승은 마음에 드는 상대에 따라 때론 수컷으로 때론 암컷으로 변하였다고 하는데 이처럼 상황에 맞추어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자신만의 이득을 추구하는 자들을 가리켜 유(類)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에 따라 얼굴과 말을 바꾸는 사람을 지칭할 때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Janus)라는 신(神)을 인용하여 ‘야누스같은 이중성(양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역사속에서도 이러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고려때 기철(奇轍)이란 자는 누이동생이 원(元)나라 순제의 후궁이 된 것을 계기로 원나라로부터 관직을 받아 이중 국적을 갖고 귀국하여 세도를 부려 민폐가 심했을 뿐만 아니라 역모까지 꾀했다.
지금도 이 나라 지도계층 중에 자신의 안위만을 유지하기 위해 민생과는 거리가 먼 정치전쟁만을 일삼고, 상황에 따라 얼굴과 말을 바꾸는 야누스 같은 인간군이 넘치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발생하고 IMF사태 보다도 더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청년실업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대안은 보이지가 않고 국민들의 희망은 점점 사그러져 가고 있지만 그것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거나 진솔하게 자기반성을 하는 사회지도층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나라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우리 주위엔 갈수록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데 정작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순위에서 저만치 밀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고통받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진정 사회적 부조의 대상으로서 중요한 관심의 영역에 포함되기는 매우 힘들다.
‘야누스적 편리함’이 결코 용납되지 않는 시스템 구축과 정직한 사람들의 공감대가 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조금 더 ‘건강한 사회’로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며 안정적인 구조의 선진형 민주복지국가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김석우.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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