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아직도 이 땅에는...

어김없이 성탄은 왔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저마다 성탄을 즐기고 있다. 예수와 관계없는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성탄을 즐기든 이에 토를 달고 싶진 않다. 교회마다 성탄 축하곡을 부르고 선물을 주고받고 그야말로 축제인 것 같다. 그런데 왜 기독교가 성행하면서, 기독교 문화가 번성하면서 교회는 엄청 늘어나는데 종교지도자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종교지도자들이 육성되는데, 사회는 더 병들고 사람마다 마음은 더욱더 공허해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교회에는 이 땅에 오신 예수의 처음 그 모습 그대로 계시는 걸까. 지금도 교회에서는 성탄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 땅의 어딘가 수많은 곳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을 라면으로 때워 라면가락처럼 누렇게 고들고들 시들어가는 아이들이 동서남북 곳곳에 퍼져있다. 그래도 희망이나마 품고 기약도 없는 내일을 꿈꾸는 수많은 이 땅의 아이들이 있는데, 성탄을 물질적 축제로 내 마음의 위안을 받는 축제로만 보내는 교회를 보면 진정 그곳에 2000여년 전에 사랑을 품고 마굿간에 오신 예수가 그대로 계신지 궁금하다. 대장간에 망치가 없듯이 교회에는 참사랑의 예수는 없고 종교지도자만, 교리만 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 예수가 있다 해도 예수는 십자가에서 가시면류관을 쓰시고 인류구원을 위해 죽으셨는데 교회는 가시면류관 대신 금관을 씌워 놓고 교회 속에서만 예수를 즐기는 것은 아닌가. 머리 둘 곳 없이 떠도는 삶을 사신 ‘예수님처럼 바울처럼 그렇게 살 수 없나요’ 라는 찬송을 하면서도 지상천국을 그리워하는 이기적인 기도만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명이 있는 신앙은 간데없고 세속화된 신학만이, 기독교문화만이, 기독교철학만이, 기독교사상만이, 기독교교육만이 번성하고 있지는 않은가. 예수를 위해 교회와 종교지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라는 조직과 종교지도자를 위해 예수를 수단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직도 이 땅 구석구석에 라면가락처럼 누렇게 고들고들 시들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한 이 축제의 성탄절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기도하러 기도실에 갔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발이 저려 그냥 나온다. 기름진 배를 쓸면서 살찌는 것을 걱정하며 성탄을 축하하는 나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김재평.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과 교수

천자춘추/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Christmas)란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수성탄 축일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로서 중세 때 사용하던 라틴어 “Christes Masse”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영어로는 ‘그리스도의 미사’ 즉 그리스도를 예배하고 찬미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서는 ‘노엘’(Noe l), 독일과 스위스 등지에서는 ‘거룩한 밤’(Weihmacht)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크리스마스란 구세주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축제를 의미한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어 비천한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는 것이다. 점점 각박해지고 이기주의가 만연된 세상에 평화와 사랑을 심어 참인간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시기 위하여 우리 가운데 오신다. 평화의 王으로 오시는 그분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분이 아니시며, 돈뭉치를 차떼기로 받는 그런분도 아니시다.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사랑으로 온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시는 평화의 임금이시다. 그래서 성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구세주의 탄생을 기뻐하며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희망에 들뜨게 된다. 새로운 생명으로 세상에 오시는 그리스도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전쟁과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희망과 바람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어야 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그 고통을 함께 울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욕심과 이기심이 가득한 세상에 나보다 너를 먼저 생각하는 사랑으로 자신을 비우는 삶만이 인간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기쁜 성탄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부정과 부패가 가득찬 이 사회와 불신과 반목(反目)으로 가득찬 가정들이 참된 회개와 용서로 서로를 부둥켜 안는 화목한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송영오 인덕원성당 주임신부

천자춘추/시민없는 시민운동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의 각 세력간의 이해관계도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은 이러한 복잡한 사회의 다원화된 의사를 통합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민의 의사결정에의 참여나 비판은 전통적으로는 대의제를 통하여 이루어져왔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좀 더 다양한 참여방식이 필요하다. 그러한 취지에서도 시민운동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있고 실제로 우리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발한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민운동에 대한 가장 많은 비판중의 하나가 시민운동에 시민은 없다는 것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시민운동이 전문적인 시민운동가나 소수의 엘리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실제 일반 시민의 참여는 별로 없어 과연 시민운동 단체가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실제로 이러한 비판은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절차에 대한 훈련이 아직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많은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의사수렴과정에서도 우격다짐식 억지가 통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국민들은 이 땅의 정치인들이 국민과는 상관없이 자기네들이 만들어놓은 장에서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고 느낄 때도 많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정치의 문제가 일차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하여도 역시 그런 정치인들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데에는 국민의 책임 역시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의 수준은 결국 그 사회의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니까. 연말이어서 많은 송년회를 갖게되는 요즈음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안주감 중에서 정치 이야기 만큼 비중이 큰 것도 없다. 나는 그 분들에게 되도록 본인의 입장과 맞는 시민운동 단체등에 참여해주기를 권유하곤 한다. 대부분의 시민운동 단체는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들 단체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 그리고 비판없이는 그들만의 운동을 계속하며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방관자로서의 비난 보다 참여하는 비판은 좀 더 우리 사회를 성숙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장

천자춘추/대인관계의 비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감사해야 할 사람들을 챙기게 된다. 그 과정에 자신의 대인관계를 회상하게 되고, 그러면서 행복감과 슬픔, 만족감과 서운함, 기쁨과 분노 등의 만감이 교체하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난 대인관계라고 하고 싶다. 정신과의사인 이동식박사의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인간이란 누구나 자기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남이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고 남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대인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지 말라고 누차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다면 어떤 사람이든 자기를 무시한다고 밖에 달리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대인관계의 비결은 한 마디로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존중은 과잉충성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과잉충성을 하는 사람은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성을 받는 사람이 자기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기대가 채워지지 않게 되며, 그런 불만족이 한 겹 두 겹 쌓이게 되면, 서운한 감정이 올라오게 되고, 상대방에게 화가 나며, 배신감까지 느끼게 되어 결국 원수지간이 되면서 관계를 끝내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사실 상대방의 문제보다는 자신의 과잉충성으로 인한 기대가 더 그 사람과의 관계를 그르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수성가한 분들 중에는 이런 대인관계 패턴을 보여주는 부모가 많다. 자녀가 무엇이 필요한 지 물어보지도 않고, 말해도 듣지 않고, 자신이 어렸을 적에 가졌던, 그리고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필요를 일방적으로 채워준 다음, ‘이제 성장조건이 완비되었으니까 넌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해’라는 암시를 준다. 자녀에겐 부모와 달리 다른 것이 부족한데 말이다. 돈이 아니라 신뢰, 존중 말이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천자춘추/친환경 농산물생산 세계화 대비를

최근 과실종합생산(IFP)과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들은 농약과 비료 사용의 증가로 획기적으로 농업생산이 증가하였지만, 환경오염과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증가되기 시작하였고,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화학적인 수단에 의존하여 생산된 농산물과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농산물간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게 되었다.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은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키고, 친환경적 재배방법을 통하여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시킨다. 또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새로운 질서에 따라 민간차원에서는 유해 동식물의 생물학적 방제를 위한 국제위원회(IOBC)와 국제원예학회(ISHS)가 공동으로 과실종합생산 지침을 만들어 인증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에서 관리하는 농산물 품질인증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한편, 1995년 WTO가 출범하면서 조인된 식품 및 동식물 검역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과 무역상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TBT)에서는 개별 회원국의 규격기준을 국제규격과 조화시키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SPS 협정문에서는 Codex를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한 국제규격으로서 인정하여 개별국가의 기준표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고, 유엔 산하기구인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최근 화학물질, 미생물 등 각종 오염원으로부터 안전한 식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하여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토양·수질관리, 농·축산물 생산, 저장, 가공, 폐기물처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GAP를 농산물 생산 유통과 관련된 국제질서에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나 시스템들은 이미 독일 등 EU 국가와 미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도입하여 제도화 해나가고 있으며 특히 중국도 농산물 수출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보건을 위해 농약과 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며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재배체계를 적극적으로 추구해 나가야 하며 더구나 GAP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발전될 가능성까지도 있으므로 앞으로 이러한 국내외적인 제도변화에 관심을 갖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임명순.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천자춘추/추억의 길

지난주엔 어머님 생신을 맞아 시골에 다니러 간 기회에 짬을 내어 중고시절에 다니던 길을 걸어보았다. 오래 전부터 별러오던 일을 근 40년 만에 마침내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십리 길. 까까머리 중고생, 꿈 많던 시절에 나는 6년 동안 이 길을 매일 힘든 줄도 모르고 걸었다. 그 길의 절반은 허허벌판이고, 나머지는 야트막한 구릉이었다. 집안에 시계 하나 없어 원불교 새벽 종소리를 듣고 일어나신 어머니께서 싸주시는 도시락을 책가방에 넣고 학교로 향하면 도시락반찬 김치 국물이 벌겋게 책 속에 스며들어 그 날 공부는 잡쳤지만 그래도 그 속에는 우리의 꿈과 희망이 자라고 있었다. 오솔길을 예쁜 단발머리 여학생들이 하얀 교복 깃을 나풀거리며 지나가면 쑥스러워 말 한번 걸지 못했어도 마음속엔 그리움과 연정이 피어나던 동화 같은 시절이었다. 그런 학생들이 이제 중년이 넘었지만 그 길은 우리에게 꿈과 낭만이 있었던 길이다. 이제 그 길을 다시 걸었다. 그 시절엔 찐빵, 풀빵, 만두, 자장면이 왜 그리도 먹고 싶었던지, 그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아련히 떠올랐다. 고구마, 왜무를 서리해 먹던 일,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핀 과수원을 지날 땐 우리 학교 최고령이시던 최 선생님은 시를 읊조리셨다. 수리조합 수로에서 미역 감던 일, 그때 겨울은 어찌나 추웠던지 두툼한 속내의도 소용없었다. 비오는 날엔 운동화에 진흙물이 배어 창피하기도 했었다. 지각해서 선생님에게 야단맞던 일. 노인들 장기훈수 두다 혼쭐이 났던 일. 통학 길이 멀다보니 자전거 가진 친구가 무척 부러웠었다. 추억의 잿등 방앗간, 오상리 주엽나무, 영등이 과수원, 소라단 종축장, 남중동 벽돌공장은 모두 사라졌고 영등이 쪽부터는 이미 시가지가 되어 아파트가 들어선 터라 머릿속의 잔상과 지금 펼쳐지는 광경은 전혀 다른 모습이고, 옛 기억과는 멀어져버렸다. 그렇게 넓어 보였던 하천도, 꽤 길었던 다리도, 고래 등 같았던 기와집도, 드넓었던 학교운동장도 이젠 초라하게 작아 보여 마치 소인국에 간 느낌이었다. 변변치 않은 공부 실력에 커서 무엇이 될지 답답하기만 했던 소년시절의 나로 돌아가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끝없는 갈증으로 연속되었던 인생에서 내가 걸었던 옛길을 찾아가 보는 일, 참 눈물나는 일이었다. /소병주.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김밥 사랑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가정을 통하여 세상에 오며 가정을 통하여 하느님께 돌아간다. 이러한 가정은 인간이 만나는 최초의 공동체요, 인간이 숨쉬는 보금자리이다. 한 가정에서 사랑하는 아들, 딸로 태어난 인간은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하며 그 가정에서 문화와 관습을 배우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간다. 인간성숙의 시작이며 발원지인 가정은 부부를 중심으로 어버이와 자녀, 그리고 혈연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를 말한다. 가정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음식중의 하나가 우리들이 손쉽게 먹고 있는 김밥인 것 같다. 김밥을 구성하는 기본재료는 김과 밥이지만 김밥 속에는 햄, 계란, 단무지, 당근 등이 들어있다. 이런 모습은 가정의 기본 요소인 가족으로서, 김은 곧 가장(아버지)을, 밥은 어머니를 뜻하며 김밥 속의 내용물은 자녀를 의미한다. 김이 터지거나 구멍이 나면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것이고, 밥이 질거나 되면 김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또한 김밥의 내용물이 상하거나 없다면 먹지를 못하거나 의미가 사라지는 것처럼, 가정속에 생명과 자녀가 없거나 아프다면 가정의 기쁨도 사라지게 된다. 김 없이 김밥을 만들 수 없고, 밥이 없는 김밥, 반찬 없는 김밥이 있을 수 없듯이 가정은 바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사랑을 나누는 운명공동체요, 생활공동체이다. 어느 누구 한사람도 없어서는 안되는 가정의 소중한 구성원들이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가정의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아내와 자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어머니는 가정의 아내로서 가족들의 평온함과 생명유지를 위해 제대로 살림을 꾸려야 하고, 자녀들은 부모에게 효도하며 가정의 희망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신부

천자춘추/삼한 사온

삼한사온(三寒四溫)은 겨울동안에 주기적으로 생기는 기온 변화의 특별한 현상이다. 절기는 어느새 대설이 지나 동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폭설이 오려나 함박눈이 내리려나 알 길이 없다. “폭설이 내린 산에서 양달토끼는 굶어 죽어도 응달토끼는 산다”고 한다. 똑같은 악조건이지만 응달토끼 쪽이 살길을 찾아 더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어렵다고 들 혀를 찬다. 정치고 경제고 생활이고 어느 것 하나 제 길을 달리는 것이 없고 불안하다는 소리가 수그러들 질 않고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 더욱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 곤두박질하는 형국이다. 아직도 내년 살림예산은 힘 겨루기 하느라 법정시한을 넘겼다. 숱하게 쌓인 민생법안은 숨죽이고 있고 총선용 선심법안만 머리를 내밀고 있다. 대선자금 시비는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모든 게 혼란스럽다. 여(與)는 없고 야(野)만 있는 요즘 정국은 삼한사온이 아니라 사한삼온(四寒三溫) 인 듯 하다. 대개 사흘 동안은 춥고 나흘 동안은 따뜻한 것이 보통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흘이 춥고 사흘이 따뜻한 격이다.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이 많은 대치 정국이다. 올 겨울 날씨마저 꽁꽁 얼어붙으면 걱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 양면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이 세상엔 차가움으로만 똘똘 뭉친 사람도 없고, 따뜻하기만한 사람도 없다. 문제는 얼마나 더 차가우냐, 덜 따뜻하냐의 차이일 뿐이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우리나라 기후도 기상이변으로 제대로 삼한사온이 지켜지지 않고 사한삼온의 변덕스런 날씨를 자주 보이곤 했다. 따스함이 차가움보다는 좀 더 강한 것이 좋다. 날씨나 사람 마음이나 마찬가지다. 날씨는 사람의 성격을 만든다고 한다. 냉랭한 지역에 사는 이가 따뜻한 지역에 사는 이보다는 그 분위기가 더 썰렁하다고 한다. 요즘 미국 전역은 독감이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정국이나 경제나 우리 네 삶이나 차갑고 썰렁한 면보다는 따뜻하고 화기가 좀 더 있는 삼한사온이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훈동.수원예총 회장

천자춘추/정보바다의 쓰레기

초등학생을 비롯해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문화를 접하고 있다. ‘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인터넷을 두고 한 말이다.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에 필요한 만큼 간편하게 찾을 수 있기에 ‘정보의 바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 이 정보의 바다가 오염돼 정보바다가 쓰레기화 되어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로서 학습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상업적 목적을 가진 일부 회사들의 성인대상 사이트는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쓰레기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성인인터넷 방송이다. 성인인터넷 방송은 성인들만의 문화를 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유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접속건수가 많이 늘어가면서 상업성이 보이자 근래 많은 성인인터넷 방송국이 세워졌다. 문제는 이 방송을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점검을 통해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성인대상의 음란물을 접하고 있음을 각종 통계자료와 뉴스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곳에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의 충격적인 음란물이 공개되고 있다. 또한 해킹 실력을 뽐내는 듯 각종 성인인터넷 방송국의 비밀번호와 뒷문으로 들어가는 방법 그리고 프로그램들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성인방송국의 내용을 보면 성을 상품화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가장 소중하게 이야기 돼야할 성이 극도로 상업화되고 어긋나게 표현된다면 그것을 접한 청소년들은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이러한 성의 가치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누구의 책임인가. 단순히 음란물 차단프로그램 설치로 어른들의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성인인터넷 방송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보의 바다’를 오염시킨 어른들의 깊은 반성과 너무나 상업적이고 말초적으로 치우쳐버린 성인 인터넷방송에 대한 정부의 심도 있는 대처방안도 시급하다. 청소년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누구엔가 묻고 싶다. /김재평.대림대학 교수

천자춘추/희망을 얻기 위한 과정

올 한해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 같다. 불법 대선 자금의 정치권 파동과 이라크 파병 등의 국제 외교적인 혼선과 마찰, 경기침체로 인한 대학 졸업 예정자들의 취업난에 청년실업률이 8%로 다시 급증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우리들에게 많은 시련과 상처의 아픔을 겪게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련에 체념하거나 좌절의식을 가져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비전의 욕구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소외계층이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노선으로 세계중심국가 반열에 오르는 목표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하여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통한 정치적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가적 의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가 추구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으며 꿈과 소망이 있다. 자기의 비전을 성취하고자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그러한 목표와 비전 성취를 행해 달려나갈 때 우리에게 많은 장애물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생활패턴, 정치패턴, 문화적 패턴 등에서 장애물이 발생할 수 있고 파생되는 장애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장애를 제거하고 개선하며 전진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그 어려움을 총망라한 것이 지금의 총체적 시련의 고통이 아닌가 한다. 식물학자의 말에 의하면 겨울이 지난 후 3월의 강한 바람이 불어 올 때 나뭇가지가 마구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에는 애처로울지언정, 그 강한 바람은 나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초봄의 강한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고 나무가 흔들림으로써 새잎을 내는데 필요한 영양이 위로 잘 올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뿌리로부터의 영양공급이 겨우내 활동 안한 나무 줄기를 통하여 새싹 부분까지 원활히 잘 올라가자면 바람에 흔들리는 운동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어려운 현실이 개인적 비전의 성취와 국가적 발전의 모토를 향한 운동작용의 한 과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경.경민대학 교무부장

천자춘추/평생학습도시로 가는 길

현대사회는 지식과 정보가 개인의 자산이자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이런 지식정보는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 우리 사회가 학교 교육 이후에도 평생을 통해 끊임없이 배워야하는 ‘평생학습사회’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3월 경기도 광명시가 최초로 평생학습도시를 선언한 이래 교육인적자원부 주도로 2001년부터 대도시, 중소도시, 군 지역을 평생학습도시(마을) 시범 지역으로 지정하여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교육청이 공동으로 사업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지역주민이 배우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학습과정에 참여하면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통합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평생학습도시로 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내고장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민도 하고 교육에 대한 마인드도 갖고 있어야 한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평생학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특히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이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단순한 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민의 학습수요가 프로그램 운영에 반영되어야 하는 점이다. 주민이 원하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반영해야 학습성취도는 물론 만족과 공감을 얻게 된다. 공공도서관을 비롯하여 여성복지회관,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이루어지는 평생학습프로그램을 특성화시키고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더 한층 다가가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행정과 일반 행정 간의 역할 분담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문화교육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등의 평생학습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나 지역 교육청과 네트워크체계가 구축되지 못해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네트워크의 구축은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 운영, 시설의 통합 관리, 재원의 효율적 운용을 가능케 함으로써 불필요한 재정과 인력, 행정력의 낭비를 막아준다. 우리 고장이 평생학습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하고자 하는 의지, 주민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 개발 운영, 교육 행정과 일반행정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유기적 협조 체제 구축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역설하고자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학습도시가 만들어져 주민들 스스로 그 성과를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김명래.인천시중앙도서관장

천자춘추/부모 노릇

왜 요즘 부모들은 과거에 비하여 부모노릇 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과거의 유교적 윤리가 지배하던 시절에 비하여 지금은 부모의 모습은 이러하여야 한다는 전형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들의 얘기로는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하는데 대화시간이 부족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못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된 자로서 아이들과 대화라도 좀 해봐야될 형편인데, 그것이 또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뜬금 없이 좋은 이야기들만 골라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아이들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같은 것을 갑자기 배울수도 없고하니 TV라도 같이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해볼까 했는데 이 역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금의 TV 뉴스는 정말 화끈하다. 이 땅의 정치인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온통 의혹과 비리투성이고 몇백억원이나 되는 돈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드라마 역시 화끈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온통 사랑 이야기에 배신과 음모 선남선녀인 신데렐라와 백마탄 기사들의 이야기뿐이다. 이러하니 아이들에게 본래 세상은 험한 것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수단이든 동원해야 되는 것이고, 본래 정치인이란 수준낮은(?) 국민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수준을 맞추느라 저러는 것이라고…. 인생이란 대충 대충 재미있게 살다가 운이 좋으면 또는 적당히 머리를 굴리면 잘 살수 있는 것이며 세상은 정의나 진실이나 따뜻한 마음만이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주변이 모두 선의로 채워졌을 때일수록 냉정하게 이익을 계산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줄 수밖에…. 이 시대에 살면서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이 가끔 두렵게 느껴진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의무와 책임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혹은 자신을 위해서 비열한 거짓말을 하여서는 안되며 나를 아껴주고 키워준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신의를 지키고 은혜를 잊지 말아야한다고, 세상은 노력의 대가를 반드시 돌려주는 것이니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며 정도를 걸어나가라고 당당히 말하여도 그 아이가 후에 부모를 원망하지 않아도 되고 좌절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부모노릇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장

천자춘추/함께 사는 세상

이천의 한 중학생이 어머니의 주검과 한 방에서 6개월을 지낸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차가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 일러준다. 이 학생은 죽은 어머니의 추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다면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것이 편했다고 한다. 어른으로서 비정한 현실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싶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에서 우리 사회 가족주의의 슬픈 단면을 본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상황을 돌이켜 보자.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 시신이 썩어가고 있다. 아이는 무려 6개월 동안이나 학교를 가지 않았다. 장발에 때묻은 옷을 입고 부랑아처럼 길거리를 돌아다녔을 것이다. 먹는 것이나 제대로 있었겠는가. 바짝 마르고 눈자위는 퀭하고 힘이 없었겠지. 그런데도 이 아이는 우리 사회의 관심밖에 내던져 있었다. 그것은 주변에 형제나 친척 하나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가족이나 친척 피붙이가 없으면 누가 죽든 버려지든 철저히 상관없고 알려지지 않는 게 오직 제 가족 중심의 사회 모습이다. 아이를 발견한 학교 선생님을 두고도 말이 많다. 왜 6개월이 되도록 아이를 방치했느냐는 나무람이다. 내가 확인해 본 바로는 아이의 학교 선생님은 누구보다 아이를 찾기 위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노력하였다. 과연 우리 사회가 선생님에게 책임을 넘기고 홀가분할 수 있는가. 학교 선생이 찾지 않으면 이웃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몰라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사람들은 요즈음의 냉정한 세태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이웃의 인정에 의존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공동체의 삶이 깨어졌다. 오히려 가족이 해체되거나 홀로 된 어린 아이들이 사회의 안정된 보호 속에 성장할 수 있는 국가 복지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어린 중학생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 기관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깊이 따져볼 일이다. 이제 어린 중학생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학교로 돌아왔다. 또 여러 곳에서 학생을 돕겠다는 손길도 밀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처럼 우리 사회의 또다른 곳에서 따돌림받고 떠도는 어린 영혼들은 없는가.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활짝 열어야 하겠다. 함께 사는 세상이라야 앞날에 희망이 있다. /최창익.경기도 교육위원

천자춘추/채소를 많이 섭취하자!

현대인들이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고혈압은 커다란 고민거리 중의 하나다. 증상이 다소 미비한 환자를 포함하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절반 정도가 고혈압 증상으로 고통을 받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혈압은 일반적으로 연령과 함께 증가를 하지만 식생활과의 관계도 매우 밀접하여 소금이나 중성지방의 섭취가 많으면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의 섭취로 혈압을 저하시키는데, 그 중에서 칼륨은 역학 연구, 동물실험, 임상연구 등에 의하여 효과가 인정된다. 이러한 미네랄이나 식이 섬유는 채소나 과일, 해초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채소를 많이 섭취한 사람은 뇌졸중이 예방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 효과는 주로 칼륨의 혈압강하작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채소 중에는 아스파라거스〉딸기〉가지=토마토=파슬리〉셀러리=호박 순으로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재, 사망원인은 두번째가 심장질환, 세번째가 뇌혈관질환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를 예방하려면 동맥경화를 방지해야 한다. 동맥경화는 동맥의 내막에 콜레스테롤 등이 모여 혈관이 좁아져 탄력성이 없어지는 상태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최대 위험인자는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높게하는 고지혈증이다.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해서는 혈액 중의 항산화물질 함량을 높일 수 있는 식품을 섭취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식품은 항산화물질의 좋은 급원으로 채소에는 비타민 C와 E, 카로티노이드 등의 폴리페놀류를 함유하고 있는데, 양파의 황색색소, 가지 등의 적색과 자색 색소인 안토시아닌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채소는 항산화물질 외에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는 식이 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가능한 많은 종류의 채소를 먹음으로써 혈액 중에 각종 항산화성분이나 식이 섬유 함량을 높임으로써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으며, 채소에 들어있는 식이 섬유는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하거나 늦춰 주기 때문에 혈액 중의 당이나 중성지방의 상승을 억제하고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포만감을 갖게함으로써 과다한 음식섭취를 방지할 수 있어 비만예방에 커다란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 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습관을 갖는다면 현대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임명순.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천자춘추/청소년은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자원

서울에는 ‘하자센터’라는 청소년 문화작업장이 있다. 하자센터에서는 청소년의 다양한 욕구를 존중하여 뭔가를 배우거나 활동하기 위해서 스스로 기획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5명이라도 프로젝트로 만들어 장(場)을 열어준다. 그곳에는 지도자가 없다. 판돌이와 죽돌이가 있을 뿐…. 판돌이는 그런 장을 열어주는 사람이며, 죽돌이는 10대들 중 그 프로젝트에 오랜 시간 활동하여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곳에서는 어느 한 명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선생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학생이다. 모든 사람이 능력자이면서 모든 사람이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누구는 우월하고 누구는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하자센터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온 열정을 다 바쳐서 한 작품 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추구할 이상을 검토하고 현실감을 느껴본다. 그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간다. 그곳의 십대들을 보면 ‘십대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자원이다’(Youth is not a problem but a resource)라는 말이 실감난다. 문제로 보는 시각과 사회적 자원으로 보는 시각에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 문제로 보게 되면, 처벌하여 올바르게 변화시켜야 될 대상이 된다. 그러나 사회적 자원으로 보게 된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표면화시키고, 신장시켜 생산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경기도에도 그런 청소년 직업체험센터가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특히 끼는 많지만, 학교 공부로는 충족되지 못하는 청소년들, 자신의 진로에 대해 무기력증에 걸린 청소년들을 만날 때는 특히 그런 바람이 더 강해진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천자춘추/정지선을 지킵시다

운전자들이 빈번한 사고를 내는 원인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일단정지를 무시하는 사례이다. 정지해야 할 곳에서 정지하지 않고 달리다가 사고를 내는 교통사고처럼 부부간에도 일단정지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데서 빈번한 사고(다툼)가 일어남을 알 수 있다. 부부가 일단정지를 해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들어보나 마나 뻔하다’라는 식으로의 일방통행은 상대방을 무시할뿐더러 서로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정지(Stop)란 약속을 의미한다. 서로를 신뢰하고 믿는 마음으로 일단정지해서 무슨 문제는 없는지, 주위의 상황을 점검하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지’하는 것에 인색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또 불편하다는 이유로 상대방보다는 자기 생각을 우선시 하기에 멈출 생각을 않는다. 이러한 평상적 운행습관이 인간관계 안에서 자기 입장만을 고려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얼마전 미국에 갔다가 신호등이 없는 정지선 (Stop Line)을 정확하게 지키는 국민의식을 보면서 그들의 대화 자세도 생각해 보았다. 눈만 마주쳐도 ‘하이(Hi)’하고 인사하는 그들의 정서,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남을 배려하며 기다릴줄 아는 그들의 여유… 그것이 곧 그들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습성인 것이다. 정지(Stop)란 남을 배려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는 마음의 경청의 자세가 바로 확립되어야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똑같은 소리라도 그때 그때 감정에 따라 다른 법이다. 등산하는 사람들은 같은산을 오르면서도 늘 새롭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후조건, 자연의 변화, 자신의 컨디션 등이 항상 새로운 산을 오르는 기분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만나는 가족들이지만 늘 새로운 관계로 서로를 사랑하려면 멈추어 서서 상대방의 입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신부

경기천자춘추/샌드위치 세대

얼마 전 ‘남자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있었다. 억누르는 구세대와 치고 올라오는 신세대에 끼어 스트레스 받는 ‘샌드위치 세대’를 그린 영화로, 이 시대 우리 중년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심리학에서는 성인중기를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라고 한다. 이 시기는 노화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과 교육, 노부모의 봉양, 직장에서의 책임 등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가정에서는 고부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어 눈치를 살펴야하고, 어느 날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세대차이가 난다며 외면해 버린다. 직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 사표를 써야할지 모르는 불안과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뎌진 손으로 컴퓨터 자판과 씨름해야 하고 뒤늦은 영어공부에 밤을 새워야한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세대 사원들, 상사의 욕구에 맞춰야 하는 부담감 등은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사오십 대. 그 누가 말했던가? 사십대는 뜻대로 안되어서 울고, 체념하면서 살아야 하며, 오십대는 불효에 서러워서 울고, 덧없어 하면서 산다고. 흔들리는 자신을 감추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속내까지 감출 수는 없다. 요즈음 인생은 60대부터란 말이 탄력을 얻고 있다. 중년으로선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어깨의 힘을 빼고, 뻣뻣했던 목도 부드럽게 풀어보자. 잊었던 친구도 만나보고, 소홀했던 이웃과 포장마차에서 대포잔도 나누어보자. 그리고 잃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자. ‘하늘의 이치’를 깨달을 나이에 무엇에 연연하고 무엇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중년은 질풍노도의 청년기도 쇠락의 노년기도 아니다. 빵은 맛 좋은 속이 있어야 비로소 샌드위치가 될 수 있듯이, 중년은 이 사회의 가교 역이다. 맛 좋은 샌드위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소 병 주 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희망

얼마 전 수원미술전시관에서 본 그림 한 점은 저에게 잔잔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여인이 홀로 앉아서 하프를 연주하는 그림이었습니다. 한쪽 눈이 안대로 가려져 있는 그 여인은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지만 하프는 단 한 줄만 남겨진 채 모두 끊겨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림 밑에 ‘희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줄을 믿고 연주를 멈추지 않는 희망이라는 그림이었습니다. 희망은 가능성에 대한 정열입니다. 청년은 희망의 환영(幻影)을 가지고 있고 노인은 상기(想起)의 환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산다는 뜻입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직한 중·장년층 남성들이 재취업을 포기한 채 자포자기 상태에서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이제 취업만 시켜준다면 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입니다. 취직이 안되더라도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이른바 명문대출신의 볼멘 소리입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아직도 명문대생이 나오면 ‘축 명문대 입학’이라는 현수막이 내 걸리고 동네 잔치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옛 이야기될 정도입니다. 기업들이 대학간판만을 보고 인재를 뽑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입니다. 명문대도 더 이상 취업난 무풍지대가 아니고 고학력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정치권이나 경제권에서도 뚜렷한 방책이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스무 번이나 서류전형에서 탈락된다면 두통에다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을 장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당사자뿐만 아니라 뒷바라지한 부모님들의 실망감은 누가 달래 줄 것입니까. 더 이상은 못 간다며 넘어지려는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지막 남은 한 줄을 믿고 하프연주를 멈추지 않는 희망이라는 그림처럼 무릎을 털고 일어날 수 있게 해야합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네 삶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훈동.수원예총회장

천자춘추/이제 다시 기초과학이다

기초과학의 현상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발전시켜 개발한 것이 응용과학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발전된 응용과학은 인류문명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나라의 산업경제를 지탱시켜 주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응용과학 분야는 부분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IT산업은 세계적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개설된 학과를 보면 상당히 많은 학과가 응용과학 분야의 학과로 개설되어 있고, 수험생들의 높은 선호도와 타 학과와 비교해서 높은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초과학분야의 선호도는 점점 낮아져 낮은 입시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기초분야의 학과에는 지원자가 적어 대학원생을 받기가 어렵게 되어 가는 실정이고, 응용분야의 학과와 대학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통폐합된 실정이다. 기업도 수익성과 경제성만 강조하여 당장 눈앞의 이익이 되는 제품에는 경쟁적으로 사업 확장을 하고 있고, 많은 연구소등의 연구 분야도 당장 경제성이 있는 분야에만 연구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연구원들도 많은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보다도 당장 돈벌이가 되는 제품개발로 치중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급속도로 팽창되어 가는 응용과학도 기초과학의 기반 없이는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없고, 기초과학을 무시한 응용과학 분야의 생명력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벌써 IT시대의 거품이 빠지면서 IT시대의 하강시대를 보고 있다. 다시 IT시대의 부흥기가 오려면 새로운 기초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지 않는 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이제는 미래의 국가산업의 척도가 되고, 국력의 척도가 되는 기초과학 분야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구호적인 기초분야의 육성책이 아니라 적극적인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과 대안이 하루속히 나와야겠다. 기초분야가 튼튼해야 이를 응용하여 현재 우리산업의 기저가 되는 응용IT산업분야도 다양해지고 경쟁력도 있게 될 것이다.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은 기초과학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육성하느냐에 달려있고, 그 나라의 국력의 척도도 이제는 기초과학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제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기초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고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재평.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과 교수

천자춘추/청소년의 장(場) 많이 만들어야

최근의 청소년 비행은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비행의 특징이 점차적으로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자료를 보면 우발적인 동기로 비행을 한 경우가 전체 청소년 범법 처리 문제의 27.5%를 차지하고 있다. 비행 동기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전체 대비 28.6%에 달한다. 우발적인 동기란 것도 비행의 동기를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으로, 결국 절반 이상의 청소년 비행과 범죄가 기성세대의 가치관의 기준으로는 그 원인과 동기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총체적 교육의 위기 또는 청소년 교육의 부재라 말하기도 한다.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정책과 학벌위주 사회의 병폐요인 파장으로 넘겨 버리기에는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모든 교육을 학교교육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정교육, 사회교육이 학교교육만큼이나 중요하다. 교육의 주체는 학교 선생님만의 전담 요소가 아니다. 부모님, 그리고 이웃의 모든 어른, 각 기관과 단체 등이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도 교육의 주체로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젊음을 발산할 수 있는 장(場)도 마련해 주고 부모와 함께 하는 내용이나 또래집단끼리 향유할 수 있는 취미, 오락, 교양 프로그램도 많이 개설 운용해야 한다. 마침 지난 토요일 의정부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입학설명회 및 특강 그리고 동아리 공연의 장이 개최되었다. 많은 젊은 중·고등학생이 참여했고 자기들만의 시간과 열정을 쏟는 귀한 시간이었다. 관내 각 고등학교의 동아리인 힙합댄스, 스포츠 댄스팀의 등장과 발표 때 관객 속에서 외치는 환호와 함성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젊음 그 자체였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발산하고 싶은 젊음의 열기를 그들은 무대에서 힘껏 발휘했다. 우리는 젊은 청소년들에게 금기사항이나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하고 조장하기보다는 이와 같이 그들의 젊음을 올바르게 발산하고 펼칠 수 있는 건전한 장을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일탈행위와 비행을 억제시킬 수 있는 동인이 될 수 있고 건전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제2의 교육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경.경민대학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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