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세상 사는 맛

인천에 있는 모 대학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얼마 전 그의 연구실로 작은 소포 뭉치가 하나 배달되어 왔다. 보낸 곳은 멀리 전남의 항구도시였다. 그 도시에는 그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궁금해 하며 뜯어보니 잘 포장된 속에 청자빛깔의 다기 한 세트와 서툰 글씨로 쓴 엽서 한 장이 있었다. “선생님 덕분에 멋진 운전 매너 하나를 배웠습니다.” 전후사정은 이랬다. 출근길이었다고 한다. 정지 신호를 받고 막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차가 흔들렸다. 놀라서 문을 열고 나가 보니 그의 차 뒤에 낡은 아반테 승용차가 하나 서 있었고 파랗게 질린 젊은이가 운전석에서 겨우 내리더니 어찌할 줄 모르고 서성댔다. 아마 자신이 들이 받은 차가 그랜저였으므로 꽤 수리비가 많이 들 것으로 지레 짐작하며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서툰 운전 솜씨에 사고가 난 것을 미안해하는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몹시 난처한 표정이 딱해 보일 정도였다. 그는 ‘젊은 녀석들의 운전 습성이 고약하단 말이야’ 하고 마음 속으로 혀를 차며 뒤로 가서 살펴보니 다행히 차체에는 손상이 없고 범퍼가 약간 주저앉은 정도였다. 달포 전에 뒤로 주차하다가 부딪쳐 약간 손상을 입었는데 이번 충격으로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그는 순간 강의 중에 있었던 제자와의 토론 내용이 퍼뜩 떠올랐다. 부유한 건물주가 영세상인의 얼마 안 되는 권리금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서 소송으로 발전한 사례인데 영세상인이 지고 말았다. 그는 젊은이에게 “괜찮아요. 마침 범퍼를 새것으로 갈려고 하던 참인데……, 잘 가시오” 하고 차에 올라타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그후 이 일을 잊고 있었는데 어떻게 수소문했는지 선물을 보내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아주 기분이 좋다는 말을 했다. 손해 보고 못 사는 세상이라고 한다. 아니 작은 이익이라도 있으면 물고 늘어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자신이 감수할 정도의 손해라면 흔쾌히 양보해 주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밝게 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전라도 청년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들 역시 배웠다. 잘 몰라서 손해를 보거나 똑똑지 못해서 자기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 사람 사는 세상의 맛이 있기에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사족이지만 그는 법률을 전공한 따지기 좋아하는 친구다. /나채훈.역사소설가

천자춘추/혈액 보리고개

연일 이어지는 갑작스런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의 바이오리듬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있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더욱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혈액을 필요로 하는 많은 환자들이다. 우리나라의 헌혈수급 그래프는 뚜렷한 주기성을 나타낸다. 하절기와 동절기가 되면 으레 급격한 헌혈량 감소로 인한 수급 다운현상을 보인다. 이유는 각급 학교들이 방학에 들어가 헌혈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단체헌혈에 큰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여름은 그 어느해 보다 심각한 혈액 보리고개가 되지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전 일부 언론을 통해 적십자사의 혈액관리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는 적십자사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 모았다. 적십자사가 이러한 보도사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볼 때 100% 완벽한 혈액관리 잣대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 그만큼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혈액관련 사업은 그 중요성과 함께 관리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갖는게 사실이다. 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이 우선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함께 혈액관리의 1차적 책임을 지고있는 적십자사측의 보다 철저한 마인드 무장과, 적정수준의 혈액수가 조정을 비롯한 혈액의 안정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데 필요한 최첨단 장비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들이 잇따라야 한다. 이러한 혈액사업을 둘러싼 내면의 복합적 현실을 도외시한 채 빚어진 일부 언론의 편파·과장 보도로 인해 급격한 헌혈인구의 감소와 혈액관리시스템 전반에 차질을 낳고 있다. 특히 피장사하는 적십자란 인식확산을 통해 적십자사는 치유불능의 족쇄를 차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혈용으로 쓰이는 혈액은 뜻있는 많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헌혈운동 동참으로 100% 국내에서 자급자족 하는데 반해 원료혈장은 국내 수요량의 70%밖에 충당이 안돼 막대한 외화를 들여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적십자사가 해마다 국정감사 때면 원료혈장의 수입문제로 인해 따가운 질책를 받고 있음에도 일부 언론의 보도는 이러한 현실과는 너무도 상반되고 있다. 또 신토불이란 말이 있듯이 혈액도 여러 요인들로 인해 국제적십자연맹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가급적 국가간의 혈액 이동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여름 찾아오게 될 혈액 보리고개를 넘기기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지혜를 함께 모아야할 때다. /윤여갑.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천자춘추/크게 보고 넓게 살자

사람은 자기 앞에 닥친 커다란 재난에는 용감하게 대처하지만 사소한 일, 다시 말해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일에 부딪혀 헤어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잊어버려도 상관없는 사소한 일 때문에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다. 몇 개월 지나면 모두 잊어버릴 불평 불만을 고민하느냐고 아무런 보람 없이 많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다. 이 세상에 발생되는 고통의 절반이상은 바로 사소한 일 때문에 발생한다. 소송사건의 상당수는 사소한 일들이 원인이다. 술집에서의 주정, 가정에서의 말다툼, 모욕적인 언행, 욕설, 무례한 행동 등 이런 사소한 것들이 폭력사건은 물론이고 살인까지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꼭 폭력이나 살인까지 일으킬만한 억울한 일이 발생한 예는 드물다.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자존심이 상했다거나 모욕을 당했다거나 허영심이 자극을 받을 경우에 발생한다. 사소한 일에 얽매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사소한 일 때문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사소한 일 때문에 마음을 흐트려서는 안 된다. 그러기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원하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으려거든 부단한 노력을 통하여 중심점을 바꾸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마음속에 새롭고 유쾌한 시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더 크게, 더 넓게, 더 높게 생각하고 더 큰 주의에 몰두해야 한다. 우리의 인생을 가치 있는 활동과 더 높은 사상과 이상을 위해 생각하자.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경기도를 위하여…. 이러한 노력들이 생활화 되면 마음의 안정과 진취적인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만.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도덕산에 올라

지난 5월14일 집 뒤에 있는 도덕산(道德山)에 올랐다. 비록 산세(山勢)는 볼품 없는 작은 야산에 불과하지만, 광명시로선 빼놓을 수 없는 명산이요, 많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공간이다. 산 위에는 팔각정이 있고, 광명시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게 가슴이 다 시원하다. 여기엔 무엇 하나 시야를 가로막을 불의(不義)도, 부정(不正)도, 부패(腐敗)도 없다. 오로지 자연 그대로의 상쾌한 정상일 뿐이다. 그윽한 솔향기를 비롯해 숲 향기도 그런 대로 괜찮다. 안온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시간 날 때마다 이 산을, 혼자 또는 아내나 문우들과 찾는다. 더욱이 그날은 내 귀가 빠진 날이요, 무엇보다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나는 날이라 더 의미깊게 올랐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광명(光明)’이니, ‘도덕산(道德山)’이니 하는 그 이름들이다. 광명은 문자 그대로 빛 ‘光’에 밝을 ‘明’을 써 ‘光明’이라 하고, 도덕산은 길 ‘道’에 덕 ‘德’자를 써 ‘도덕산’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광명정대(光明正大)한 도시요, 도덕과 윤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유토피안가. 이 두 이름만 생각해봐도 광명의 표방처럼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 광명’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웬지 광명이 좋고, 광명 사람들이 좋다. 착하고 순수하고, 그 어느 도시보다도 정겹고 예절 바르고, 윤리와 도덕을 아는 시민들 같다. 일찍이 조선의 명 재상이요, 청백리로 유명했던 광명의 상징, 오리(五里) 이익 선생의 고귀한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 싶어 참 좋다. 그렇다. 도덕이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인륜이요, 도리’이다. 얼굴을 바로 하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앞만 보고 당당히 나아가야 할 우리 인간들의 기본적 덕목이다.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면 개인은 물론, 가정도 단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는 윤리와 도덕이 붕괴한 정치, 사회 현실을 무수히 보아왔다. 이제 아픈 상처를 딛고, 노무현 정부 2기가 새로이 출범한다. 비장한 결의로 다시는 도덕적 타락에 빠지지 말라. 국무총리 문제부터 상생(相生)의 큰 정치를 펴라. 결코 중심을 잃지 말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직 경제와 안보의 중심에만 우뚝 서있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남웅.광명 충현고교장-시인

천자춘추/기러기 아빠

‘기러기 아빠’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들을 수 있는 단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부부가 몇년 아니 몇 십 년을 떨어져 살면서 남편은 아이들 교육비를 대기 위하여 한국에 남아 마치 돈버는 기계가 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렇게 살다 부부가 아주 남이 되어 버린 경우도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또한 요즘에 젊은 부부들 사이에는 아이들의 교육비 때문에 아예 자식을 낳지않아 영아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난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가장 근본이 되는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 자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일류대학을 나와야 잘사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요즈음 세상은 IQ보다는 EQ가 높아야 살아가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은 IQ는 높은데 EQ가 낮은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나치게 지식위주의 교육에 치우치다 보면 인성교육이 부족해지고 성격이 외곬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을 위하여 남편도 없고 가정도 없고 하늘처럼 받들다 보니 아이들의 교육은 땅에 떨어지고 버릇이 없는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문제의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청소년들이 약물남용, 마약, 술 담배, 성적 타락 등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교육이 지식 위주로 흐르다 보니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교육의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일찌감치 유학을 가서 공부한 아이들이 대부분 가족관계라든가 형제간의 우의보다는 개인주의에 빠져 지나친 핵가족 중심으로 가다보니 너무 살벌해지고 부모를 노후에 모신다든가 형제간에 서로 돕고 산다는 개념이 전혀 없다. 동양의 아름다운 풍습은 없어지고 서양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정신적 지주인 아버지의 위치가 흔들리고 돈만 벌어주는 기계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불쌍한 아버지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 한심스럽다. 이렇게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은 교육도 문제지만 여성들의 의식과 생각이 바뀌어야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여성들, 어머니들의 올바른 가정교육을 통하여 아이들이 제 위치로 돌아오고 아버지의 위치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 모두들 자기 위치로 돌아 갈 때 이 사회는 건전한 사회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김경옥.경기도약사회장

천자춘추/나눌수록 커지는 행복

어느 일간 신문에서 ‘나눔으로 아름다운 세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곳에 소개된 이들을 보면서 내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다. 그들은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남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을 느끼면서 행복감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로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매달 만 원에서 이십만 원까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이가 있다. 기부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든 노동에도 몸에 활력이 생겼다고 한다. 넉넉한 사람들이 나눔에 관심을 갖는다면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고, 그 때를 위해 수입이 있는 날까지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할 생각이라고 다짐을 한다.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직장인, 주부, 자영업자 등 직업과 연령이 다양한 이들이 모여 독거노인과 장애인의 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모임이 있다. 고객은 대중목욕탕에 다니기가 어렵거나 옷을 입고 벗기도 힘든 사람, 집에 목욕 시설이나 목욕을 도와 줄 가족이 없는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이다. 어릴 적 동냥 온 거지에게 어머니가 밥상을 정성껏 차려주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이 일을 시작한 이도 있고, 치매를 앓다 일흔셋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이 뼈에 사무치도록 죄송스러워 노인들 목욕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도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살을 맞대고 때를 밀다보면 내 몸이 개운해진다는 이에게서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찌든 삶 속에서 앞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 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자기 가족을 돌보느라 옆으로 눈길을 돌릴 겨를이 없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이 세상을 정리할 때가 되어 남을 위해 베풀어보려고 하지만, 이미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남을 돕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을 돕는다고 하면 금전적으로 돕는 것을 생각하여 이 다음에 여유가 있을 때에 하겠다고 뒤로 미루어 놓는다. 몸으로 봉사하는 자원봉사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은 자기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는 일이라고 한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지만 가끔 남을 배려하며 살고 있는지, 내 이웃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면 내가 나누어 줄 곳이 많이 있을 것이고, 나누어 준 행복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동환.한글학회 인천지회장.협성대교수

천자춘추/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

가끔 아주 가끔 내 지나온 삶을 곰곰이 들여다보는 때가 있다. 짧지 않은 내 삶 햇빛의 날들과 어두운 구름, 갖가지 달랐던 비들의 무게, 차가운 바람과 꽃향기 가득 실린 아름다운 바람까지… 그 많은 날들 나는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서 있었던가? 나는 무엇을 붙잡고 있으며,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제 앞으로 살 날 보다 살아온 날들이 이미 많은 내 삶이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수년 전에 ‘Dead man walking’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데이트하던 한쌍의 남녀를 아무 이유없이 강간하고 살인한 한 사형수와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애쓰는 한 수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영화가 끝나고 나는 한 순간 마음이 막혀 오는 아픔을 느꼈던 것 같다. 끝까지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던 그 남녀’ 때문에 자신이 사형수가 되었다고 말하는 비틀어지고 왜곡된 한 인간이 마지막 죽음의 시간에 비로소 생명이 무엇인지 깨닫는 장면 때문이었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은 너무나 흔해서 이제 그 의미마저 퇴색되어 버렸다. 수도 없이 이런 저런 경우에 그 말을 듣지만 그것이 어떤 뜻인지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은 이제 드물다. 어찌 그 사형수 뿐이겠는가? 인간은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생명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비로소 아는 참으로 슬픈 존재다. 내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 오늘 같이 지나간 삶이 떠오르는 날이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하다. 많은 시행착오까지도 끌어안는 겸손함과 끝까지 놓지 않는 꿈 하나가 나의 삶을 지키는 푯대가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지난날의 꿈들이 이미 사라져 다시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때로 가슴을 흔들며 우리를 손짓해 부르는 것들이 있다. 너무 조각나 있어 그것이 꿈인 것조차 알 수 없을지라도 그 조각들을 주목하라. 조각이 모두 맞추어지면 진솔한 내 삶이 다시 그려지리라. 화려한 삶은 아니지만 눈물과 슬픔, 약간의 만족과 행복, 아픔, 좌절, 마침내 무의미만으로 끝낼 수 없는 소중한 우리의 삶을…. 마지막 임종의 호흡으로 사는 지혜를 그 그림이 가르쳐줄 것이다. 중요한 것을 늦기 전에 깨닫는 기쁨이 올 것 같은 기대가 이 아름다운 계절에 새롭다. /임용걸.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천자춘추/새로운 정치를 하라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총선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도 끝났다. 대통령과 여당의 뜻대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었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도 기각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것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대해 많은 국민이 탄핵소추반대의견을 표출한 것도 모두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17대 국회의 회기가 시작되기도 이전임에도 요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을 보면서, 또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저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인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열린우리당,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자임했다. 그런데 아직 17대 국회의 회기가 시작되기도 이전에 정권실세라는 사람들이 드러내놓고 세(勢) 과시를 하는 모임을 가진다. 또 차기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행정부 입각을 하겠다고 하면서 그 장관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인다. 적어도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라면 먼저, 당선자들, 당원들, 또 국민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17대 국회에서 어떠한 일들을 해야할 것인가 하는 의제를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이를 통해 설정된 의제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렇게 설정된 의제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행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한다. 누가 더 힘이 센 실세인지 세력(勢力)을 과시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또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국민들의 삶의 현장에 내려와서 그들의 삶 가운데서 가려운 곳을 찾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을지에 대하여 궁리하기를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책임총리제를 주장하고 당·정의 분리를 주장하며 기존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그런 대통령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총리에게 정치적 이유로 하는 개각에 제청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러한 요청에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총리에게 제청권 행사를 강요하는 모습은 책임총리제를 주장하는 입장과는 전혀 상반된 것이며, 총리에게 제청권을 준 헌법정신에도 반하는 것이다. 또 차기 대통령후보직에 도전하고자 하는 열린우리당 인사들을 행정부에 입각시켜 관리하겠다는 것도 당·정분리를 주장하는 대통령의 언행과 상반되는 것이며, 이렇게 차기 주자를 관리하는 것도 구시대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빼닮은 것이다.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구정치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정말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천자춘추/쌀! 왜 중요한가?

우리 농업을 이끌고 온 대표적 품목은 쌀이다. 먹거리의 대표적인 쌀을 생산하는 우리 농업인이 천하의 근본이 되었음은 우리 조상님들이 쌀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 왔는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한 모든 지구인도 쌀이 소중하기에 유엔에서 올해를 ‘쌀의 해’로 정했다. 그러나 쌀의 해를 맞는 우리의 심정은 매우 착잡하기 그지 없다. 올해는 95년 UR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 받아, 쌀에 대한 관세화를 10년간 유예로 국내 쌀소비량의 1~4%까지 최소시장접근(MMA)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마지막 해이다. 그리고 올해는 쌀에 대한 재협상으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든가, 아니면 관세화로 전면 개방을 하든가를 결정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96억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16억달러어치를 수출함으로써 농산물 무역에서 8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식량자급률이 47%로 사상 최저에 이르고 있다. 쌀은 비교역적 기능과 다원적 기능이 너무나도 큰 농산물이다. 단순한 경제논리로 다루어 포기하거나 값싼 수입쌀에 의존하기에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전통적으로 쌀을 보호해야 할 가치로서 식량안보기능은 우리가 식량자급률을 지켜나가야 하는 중요한 몫이되어 논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쌀생산과 연계된 소위 비교역적 기능(NTC)의 위축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새로운 비용 문제에 대하여도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아시아적 몬순기후대에 속한 한국과 일본은 논의 홍수조절기능 등 국토와 환경보존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들은 논농업의 지역사회 유지기능과 경관 유지기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역적 기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농가소득의 절반 이상을 직접 보조하고 이를 늘려가고 있음은 결국 비교역적 기능의 중요성 때문이 아닌가? 아무튼 논농업을 포함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50조원에 이른다하니 쌀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는 이제 쌀은 식량안보, 농촌사회 유지, 환경보존, 전통문화와 가치관의 계승, 고용창출과 유지, 국토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며 유망한 미래산업이라는 올바른 농업관을 확산 시키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국내 농업정책을 통해 우리농업· 농촌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켜 나아가야 한다. /박재근.농협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IT의 메카 한국

우리는 시시각각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 속에서 정보화시대의 IT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 코리아의 국민이다. 높은 휴대전화 보급률로 전국 어디서도 휴대전화가 터지고 초고속 인터넷 구축으로 일반 국민의 인터넷 사용률이 세계적인 수준의 나라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무엇이든지 다 인터넷으로 하는 나라’라고 부를 정도니 통신 강국의 위상을 가히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최근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기업정보화 정책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 정보화 실상을 객관적 시각으로 진단하고 그에 대한 개선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등 IT인프라 수준과 높은 인터넷 활용도,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 우수한 IT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은 높이 평가 했으나 이런 수준에 비해 기업들의 실제 IT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IT를 활용한 기업혁신 및 기업간 협업효과가 미흡함을 지적했다. IT 산업의 급발전으로 인해 일상 생활은 IT 기술 체험의 연속의 장이 되었다. 주거 생활 공간에서부터 웰빙붐을 넘어 디지털 붐이 일어나 멀티미디어 시대의 첨단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제 아파트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정보화 시대에 걸 맞는 홈 네트워크 공간으로 거듭났다. 영상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등이 서비스 되고, 애완견까지 돌 볼 수 있다고 하니 이는 IT가 실생활에 녹아 들어 얼마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일 등의 성과가 있다면 그에 비해 가장 낮은 성적도 있다. 정보 격차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장애인, 노인 등의 정보화 소외계층에 대한 웹 접근성은 선진국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 격차문제는 단순한, 세대간의 차이를 넘어서 소외계층의 단절과 고립감을 유발시켜 사회적 붕괴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IT성과의 혜택이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교육 정책 등을 수립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는 불균형적인 발전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 나라와 같이 IT 강국으로 비교 되고 있는 인도는 IT고급인력의 양성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IT산업을 육성해 오고 있다. IT강국으로서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길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할 때 가능한 것이다. 1등이라는 자리는 피나는 노력과 성공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계속 될 때 유지될 수 있는 조건임을 우리는 잘 알고있는 국민이라 좁은 국토와 자원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IT산업을 발전 시키고 거대한 성역을 이룬 한국이 IT의 진정한 메카가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양봉기.KT수도권강남본부장

천자춘추/주한미군 철수

주한미군이 재배치 전략에 따라 철수한다는 뉴스가 있다. 한편에서는 자주국방의 기회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문득 삼국지의 ‘관우’ 생각이 난다. ‘관우’라는 장수는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긴 수염에 청룡도를 움켜쥐고 적토마에 올라 앉은 모습을 보면 범하기 어려운 위엄과 용맹이 물씬 풍긴다. 춘추라는 역사책을 탐독할 정도의 지식인이기도 했다. 사실 삼국지를 읽은 젊은이들에게 인기 조사를 하면 1~2위에 드는 장수가 관우다. 그는 야전사령관으로 촉(유비)의 형주를 다스리던 서기 219년 위(조조)의 번성으로 쳐들어갔다. 처음에 승승장구였다. 그런 기세라면 삼국의 판도가 달라질 정도였다. 천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조조마저 겁을 내 도읍지를 북으로 옮기려 할 정도였다. 이때 동오(손권)의 여몽과 육손이 관우를 방심케 하고 배후를 공격했다. 결국 관우는 손권과 조조 양쪽의 협공에 패하고 사로잡혀 맥성에서 처형당하고 만다. 관우의 죽음 ― 이는 삼국의 향후 움직임에 있어 중대한 분기점이기도 했지만 국가의 외교안보 면에서 전략과 전술이라는 문제를 새삼 생각해볼 여지를 보여준다. 즉 촉(유비)의 외교 안보 전략은 동오(손권)와 손을 잡고 위(조조)를 무찌른다는 것이었다. 동오는 촉의 동맹국이고 위는 주적(主敵)이었다. 이것은 적벽대전 이래 유비 진영의 불변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관우는 동맹국을 무시했다. 아니 지독히 깔보았다. 손권이 관우의 딸을 며느리로 삼겠다고 청했을 때 자존심을 내세우며 ‘어찌 호랑이의 딸을 개의 아들에게 시집보낼 수 있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동맹국(동오)의 입장 따위는 아예 무시했던 것이다. 관우는 명장이고 촉의 안보상 기둥 이상의 위치였다. 하지만 촉의 외교안보 전략을 결정하고 지휘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동맹국을 무시한 것은 개인적으로 자존심을 세운 일일지 몰라도 국가 전략에 따르지 않은 우(愚)를 범했다. 결과는 관우의 죽음에 그치지 않고 복수에 나선 유비마저 육손에게 대패하고 병을 얻어 죽게 만들었다. 전술이란 전략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때 의미가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관우같은 명장도 자기 주장을 내세우다가 실수를 했다. 재삼 동맹과 주적 관계의 전략에 대해 숙고해볼 일이다. /나채훈. 역사소설가

천자춘추/미군재배치와 민족공조

주한미군이 철수한다?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뜨거운 감자중 하나로 주한미군 차출문제를 손꼽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정책조정 기능이 닫혀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 예라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것들이 양국간에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두고 더욱 문제시하는 경향이 짙다. 미국은 공개성명을 통해 이번 미군 차출이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현시점에서 필자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북한과의 관계악화다. 혹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이재민들의 지원에 대한 회의적 여론 조성과 함께 대북관계에 있어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북한 역시 이번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재배치하고 새로운 전쟁장비를 동원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과 연관한, 너무 성급한 대북경계심은 좋지 않다고 본다.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를 둘러싸고 현재 한반도 주변 4강들은 이해관계에 따른 득실계산에 분주하기만 하다. 특히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라는 관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번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은 일본을 전략 중추기지화하고, 미군을 기동군으로 전환해 아시아지역 분쟁에 투입한다는 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발맞춘 북한의 오판에 대한 경계심도 좋지만, 더나아가 여러 열강들의 움직임에 상응하는 민족공조와 통일한국의 큰 틀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현재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 남북상호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2003년 한해동안 1만5천여명의 남측 사람들이 북측을 다녀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해마다 늘고 있다. 또 2003년에 이뤄진 남북교역액만도 7억8천여달러로, 북한 전체교역액중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활발한 남북교역이 진행됐다. 이에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더나아가 통일한국에 대비한 정책입안자들의 좀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아쉬운 때다. 남북간 격차로 인해 통일시 마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제요소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민족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정책들이 하루속히 가동돼야 한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됐든, 현정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평화번영정책’이 됐든 남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증진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서둘러야 할 때다. /윤여갑.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천자춘추/광명 오리문화제 성료

제13회 광명 오리문화제가 성공적으로 막(16일)을 내렸다. 35만 광명시민을 위해 해마다 5월에 광명문화원이 펼치는 광명의 유일무이한 문화축제다. ‘오리’란 이름은 광명시의 정신적 지주요, 역사적 인물로 숭앙돼온 조선 중기 이원익(李元翼: 1547~1634) 선생의 호를 따 붙인 것으로, 그의 올곧은 성품과 사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오리문화제는 지난 14일(금) ‘빛으로 여는 광명’이란 주제 아래, 아침 10시에 백재현 시장을 비롯한 관내 주요인사들의 충현서원지 참배를 시작으로, 저녁에는 인기가수 유열, 한영애와 함께 하는 화려한 개막공연으로 그 열기를 더했었다. 둘째 날에는 ‘음악도시 광명’이라는 타이틀에 오리대감과 함께 하는 ‘명시민 거리행렬’로, 저녁에는 라이브의 황제 이승철과 80년대 이후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봄여름가을겨울’ 밴드 등 국내 록스타가 총출연해 제1회 월드뮤직인 ‘KBS 록의 발자취’를 선보였다. 마지막(16일) 날은 봉산탈춤, 개똥아 놀자, 외줄타기, 쇼태권, 블루그래스 등 30여 가지의 ‘광명가족사랑 큰잔치’로 흥미로웠다. 차제에 잠시 문화예술을 생각해보자. 어서, 문화의 서울집중과 예술의 중앙성을 탈피하고, 지방문화를 적극 키워야 한다. 요즈음 각 시·군들이 각종 문화예술행사를 잡다히 벌이고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과연 진정한 의미의 지방문화가 있는가? 그 질은 어떠한가? 답답할 뿐이다. 지역간 불균형은 물론, 중앙문화에의 선호가 지역문화의 특수성과 문화향유자의 개성을 마비시키고 있잖은가. 더욱이 우리 광명은 수도권의 전위에 있어 바로 이런 폐해에 직접적이다. 까닭에 광명시가 타 시에 비해 비교적 활발하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멀다. 시 당국은 앞으로 더욱 광명문화원(안수남 원장)과 광명예총(김진 지부장)이라는 두 축을 십분 활용하며, 과감한 예산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을 통해 보다 광명 특유의 획기적인 문화예술 발전책을 펴야만 한다. 하여, 고상하고 품격 높은 문화예술의 광명에 산다는 데에 모든 시민이 자부와 긍지를 갖고, 진정으로 ‘시민이 살고싶은 도시 광명’에서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었음 좋겠다. /김남웅.충현고등학교장-시인

천자춘추/변화 되어가는 우리 정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풍요로워졌다지만 우리 정치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한다고 평소 생각하여 왔다. 그동안 군사정권으로 인하여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어왔던게 사실이다. 군사정권이 물러가고 민주화 투쟁을 하였던 정치가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그동안 파묻혔던 정치비리와 부정부패가 밝혀지는 과정에 우리 사회는 웬지 더욱 시끄럽고 어수선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들 중에, 흔히 말하는 보수세력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마치 우리나라가 망하는 것 같이 비판하는 것을 주변에서 보아왔다. 나는 정치가 투명해지는 과정에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부담금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다. 우리나라의 야당은 견제세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무조건 당리당략을 위하여 반대하고 대통령이 소신껏 일을 못하도록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의 탄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대통령이란 누구인가? 나를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하고 내 몸으로 말하면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군주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고 한다. 심장이 병이 나면 사람은 죽게 된다.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하는 점이 있더라도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상 부족한 점은 감싸주고 잘하는 점은 적극 지지하여 소신껏 나라를 위하여 소신껏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밀어 주어야 이 나라가 발전 하지 않겠는가. 누구든지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말실수를 한다고 야단이다. 말실수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분의 중심이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대통령을 무시하면 외국사람은 우리 대통령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단체장으로서 대통령 못하겠다고 하신 그 분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 할 수가 있다. 나도 단체장으로 임원과 회원들이 사사건건 일을 못하도록 목덜미를 잡고 비판한다면 회장을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싸움하지 않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국회를 바라고 있다. 야당의 여성대표가 너무도 잘하시는 것 같다. 이젠 옳지 않은 것은 견제하고 지원 할 것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야당으로서 변화 되는 것을 볼 때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 같다. 정치가 투명해지고 선거가 깨끗해지고 부정부패가 없어지고 모두가 잘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여성 단체장으로 야당의 여성대표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으시길 바라며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김경옥.경기도약사회장

천자춘추/세계화를 위한 내적인 힘

최근에 출판물, 신문, 각종 서적들이 한글만으로 찍혀 나오고, 한글-한자의 논쟁에서 한글만 쓰기가 앞서 가자, 세계화를 등에 업고 한자를 배우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여기에 영어 공용화론까지 거론되어 우리 말글이 또다시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정보를 빠르게 교환하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문가의 육성이다. 우리는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그 나라 사람들도 모르는 토막 외국어를 사용하여 외교나 무역 협상에서 많은 불이익을 보았다. 불이익을 본 것은 온 국민이 매달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외국어 교육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전문가를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0년 간 영어를 배웠지만 미국 사람을 만나 말 한 마디 못하는 것은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국내 대기업에서 한동안 한자 교육에 열을 올린 적이 있다. 한·중·일 동양 세 나라가 같은 한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배워 두면 한·중·일 무역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는 얕은 생각이 발단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동양 세 나라는 제각기 다른 글자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한자 망국론을 주장하다가 주음부호를 만들어 쓰며 지금은 간체자까지 나오게 되었고, 대만은 전래의 한자를 지키고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전 3,000여 자를 쓰다가 전후 1,945자를 제한하여 썼으며 지금은 일본 특유의 약자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 일본은 일본 글자의 결점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한자를 쓰지 말자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일본의 한자 폐지론자는 가나만으로 쓰자고 주장하는 이들과 로마자로 쓰자고 주장하는 이들로 나뉘어 있다. 유네스코가 국보 70호인 훈민정음을 전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로 인정하여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나라 밖에서는 대접을 받고 있는 한글이 왜 나라 안에서는 홀대를 받는 것일까. 우리는 언어 사대주의에 사로잡혀 우리말과 글에 대해 긍지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체성을 가지고 세계화를 해야 한다. 우리 말글을 사랑하고 긍지를 가질 때 세계화를 위한 내적인 힘은 길러질 것이다. /정동환.한글학회 인천지회장-협성대교수

천자춘추/거품건강

성 빈센트 병원은 금년 2월 PET CT(양전자 단층 촬영기)를 도입해 3월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 가동하기 전에 이 기기의 사용방법의 숙지와 이상유무를 점검하기 위하여 교직원 30여명을 대상으로 시험검사를 시행했다. 본인도 과거 5년 전에 방광암 수술을 받고 현재도 추적 검사중이라 이번에 이 기기를 통해 현재 신체내의 암세포의 존재유무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이때 병원 원목실장이신 신부님도 PET CT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뜻밖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검사결과에 신부님께서는 애써 태연한 척 하셨다. 암이라는 병을 가지고 서로 농담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우리는 신부님에게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큰 행운을 잡은 것이라고 위로하였다. 이때 수술 받으신 후 신부님께서 원내회보에 올리신 감사의 글중 일부를 이곳에 인용하고자 한다. “지난 3월 원목사제로 성 빈센트병원에 온지 넉 달 만에 환자로서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갑상선 암으로 진단 받고 수술을 받았다. 며칠동안의 수술과 입원생활은 내게는 또다른 경험의 장이었다. 특히 병을 알게 되고 검사를 받는 과정 안에서 환우들을 조금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큰 은총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경험은 원목사제로서 사목을 하기위한 하느님의 놀라우신 교육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신부님의 경우 건강할 때 조기진단과정을 거쳐 병을 치료함으로써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의 병원은 병든자들 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까지도 일정기간마다 건강검진을 통하여 성인병의 주류를 이루는 고혈압, 당뇨병, 간경화, 암 등을 초기 발견하여 예방하고 치료하므로 육체적·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없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건강진단이 잘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을 자신하는 것이며, 둘째, 건강검진 결과가 정상이라고 하여 100%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암세포의 존재유무를 발견하는데 탁월한 PET CT도 기계값이 40억원 가까이 되는 진단장비중 최고가 장비로 한 번 사용시 1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므로 당장 불편하지 않으면 검사를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건강을 위하여 불로초(보약)를 찾아 많은 돈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술, 담배를 가까이 하는 한 그것은 거품건강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거품건강에 자신하지 말고 술 담배를 절제하며 이상이 없을 때 정기검진을 통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용걸.가톨릭대 성 빈센트병원 의무원장

천자춘추/“아빠, 놀아주세요”

저녁 늦은 시간,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에게 아이들이 하는 말, “아빠, 놀아 줘”. 아마도 놀아달라는 아이들의 말에 거의 대부분의 아빠는 “씻고, 밥 먹고…”하고는 말을 얼버무리고 마는 것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속으로는 ‘씻고 밥 먹는 동안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으면’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정말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참 힘들다. 도대체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고, 도통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정말로 힘들다고 느껴진다. 얼마 전 신문보도를 통해서 인용된 월간 ‘좋은엄마’의 아빠의 육아참여시간에 대한 조사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평일 0시간, 휴일 0시간’이라는 답변이 무려 12.5%나 되었다. 또 아빠들의 육아참여가 저조한 이유 중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단다. 아무리 힘들어도 1주일에 1시간도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들이 그렇게 많다는 점이 충격적이고,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가장 많은 이유라는 그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크고, 집에 가면 그저 쉬고 싶은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할까마는 그 이유의 전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맞벌이를 해야만 먹고사는 이 시대상황에서 아빠도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엄마도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니 도대체 아이들에게 엄마·아빠의 역할은 누가 해야하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엄마·아빠가 아이들에게 베풀어주는 은혜가 아니라 오히려 의무다. 또 아이들이 엄마·아빠에게 놀아달라고, 함께 해 달라고 할 시기는 매우 한정돼있다. 시간이 지나 엄마·아빠가 한가해져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어도 더 이상 아이들은 엄마·아빠와 놀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일정한 시간(아마도 초등학교 4, 5학년 정도까지가 아닐까)이 지나면 더 이상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엄마·아빠에게 놀아달라고 떼쓰는 것이 엄마·아빠에게 베푸는 아이들의 은혜가 아닐까. 놀아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엄마·아빠가 고맙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이주형.변호사

천자춘추/생활에 활력소를 만들자

사람은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한번에 한 가지 이상의 것을 생각할 수 없다. 일과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하고자 하는 일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 보아라. 아마 번갈아 가면서는 두 가지 일을 생각할 수 있을지라도 동시에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쪽으로는 마음에 드는 일에 열중하면서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전혀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즉 하나의 감정은 다른 감정을 몰아낸다. 쓸데없는 상념과 번민은 보람 있는 일에 열심히 활동할 때가 아니라 하루의 일과가 끝났을 때에나 한가한 시간에 접근한다. 우리의 상상력은 이때에 어리석은 가능성을 불러일으키고 사소한 실수를 확대시켜보이게 한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상념과 번민을 치료하는 방법은 올바른 일, 즉 건설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목적 없는 나날이 계속되는 한 그 사람의 생활은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눕기전에 오늘의 계획에 대한 실천결과의 평가와 다음날에 하릴을 계획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예를 들면 새벽 운동하는데 한시간, 출근하는데 반시간, 회의 반시간, 오전업무 처리하는데 세시간, 책 읽는데 반시간 등 하루의 일과를 눈이 떠있는 시간은 가능한 한 빈틈없이 계획하고 실천에 옮겨보아라. 그리고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전에 점수를 매겨보고 다음날 하릴을 계획하여 보아라. 물론 처음부터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반성과 계획을 거듭하는 동안 생활에 활력과 변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자제심도 향상될 것이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목적이 분명해지고 성취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쓸데없는 상념과 번민에서 벗어나서 건설적인 일에 몰두함으로써 개개인의 건강과 변화된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밝은 사회를 지향하는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병만.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IT Well Being세상

좋은 옷을 싼값으로 사기위해 70년대에는 남대문시장으로 직접 갔었고 80년대에는 여러 가게에 전화로 문의하여 가격 등 예비지식을 습득했다. 90년대 이후부터는 인터넷에 들어가 짧은 시간에 디자인 선택과 가격비교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후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통신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한 다양하고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이자 최적의 조치를 할 수 있는 도구이므로 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도로와 전기등과 마찬가지로 기간산업이라 하며 세계 각국에서는 통신산업을 발전시키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체신부라는 정부기관에서 통신산업을 관장해 오다가 82년도에 ‘한국전기통신공사’라는 국영기업체로 경영방식을 바꾸면서 전화를 대대적으로 보급했고 90년대 들어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정부투자기관이었던 ‘한국통신’을 정부출자회사로 만들어 경영자율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와함께 한국통신은 초고속 인터넷을 대대적으로 공급했는데 대부분 아파트인 우리나라 주거형태 특성때문에 싼값으로 많은 시설을 공급할 수 있게 돼 때마침 성장한 반도체 산업과 함께 우리나라를 IT최강국으로 만들었다. 봉화, 파발마, 우편, 전화 등 통신은 의사전달이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이 융합하여 ‘네스팟’이라는 이동인터넷이 출현하였고 집에 오면 자동으로 유선전화로 연결되는 ‘원폰’도 곧 나올 예정이다. MP3+GPS(위성위치추적서비스)+녹음기+디지털카메라+캠코더까지 탑재할 수 있는 ‘네스팟스윙폰’은 걸으면서 수능강의를 듣거나 업무처리까지 할 수 있는 종합단말기인데 이미 4월말부터 판매되고 있다. 또 통신이 컴퓨터와 융합하여 회의전화(미팅콜), 평생번호, 텔레뱅킹, 다양한 벨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링고서비스’ 등 많은 지능망서비스가 우리들의 생활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해 주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면서도 편리함을 더해주어 IT로 인한 Well Being 세상을 누리게 해 주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전화와 인터넷으로 밖에서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작동하게 되고 더 나아가 IT산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로보트가 어렵고 힘든 일을 대신해 줄 것이다. 우리가 어려서 만화나 공상영화를 통해 꿈꿔왔던 찬란하게 꽃피는 환상의 세계가 거짓말처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양봉기.KT수도권 강남본부장

천자춘추/김치 종주국

고문헌의 채소절임에 대한 기록을 보면 중국의 옛 경서(經書)에 채소절임 무리를 한결같이 저(菹)라 하였고 500년 경의 ‘제민요술’에서도 저라 하였으나 그 후 청代에서는 함채(鹹菜) 또는 엄채라 하였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순무를 장에 담그면 여름 3개월 동안 먹기에 매우 마땅하고 소금에 절이면 겨울을 능히 견딜 수 있다’는 문구를 김치에 관한 최초의 문헌자료로 보고 있다. 고추가 들어간 오늘날의 김치에 관한 기록은 1766년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동치미, 굴김치 등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나라의 김치는 1700년대 중반부터 중국 등 타국의 단순한 채소절임음식과 다른 독특한 발효식품으로 발달해 왔다. 지금까지 밝혀진 김치의 종류는 335종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배추김치류 등이 173종, 깍두기류 20종, 겉절이류 19종, 동치미류 7종 등으로 다양하나, 현재 제품 김치로는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등 20여종에 불과하다. 김치제조업체는 농협김치공장 13개를 비롯하여 전국에 460여개가 있는데 중소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91년도 청산김치를 처음 설립한 농협은 95년도에 한국이 ‘김치종주국’임을 선포한 후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결과, 농협김치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공식식품, 97년 에어 프랑스 기내식, 98 월드컵 공식식품으로 지정받는데 성공하였다. 97년도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로부터 일본의 ‘kimuchi’를 물리치고 ‘Kimchi’가 국제적 표기로 인정 받음으로써 김치종주국의 위상이 확고해 졌다. 이러한 우리의 김치가 최근에 수입량이 계속 급증하고 있어 김치종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 1월 중 수입한 김치는 2천641t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3.4배로 늘었다. 주로 중국산으로 지난해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한 김치는 6만9천여t인 반면에 우리가 해외에 수출한 김치는 3만4천여t에 그쳤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우리농업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화된 농산물가공식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고유의 전통식품인 김치 역시 제품화 확대 등 선진화를 통한 세계화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학계와 농협을 비롯한 김치생산자의 끊임없는 연구와 개척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재근.농협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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