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4일 집 뒤에 있는 도덕산(道德山)에 올랐다. 비록 산세(山勢)는 볼품 없는 작은 야산에 불과하지만, 광명시로선 빼놓을 수 없는 명산이요, 많은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공간이다. 산 위에는 팔각정이 있고, 광명시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게 가슴이 다 시원하다. 여기엔 무엇 하나 시야를 가로막을 불의(不義)도, 부정(不正)도, 부패(腐敗)도 없다. 오로지 자연 그대로의 상쾌한 정상일 뿐이다. 그윽한 솔향기를 비롯해 숲 향기도 그런 대로 괜찮다. 안온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시간 날 때마다 이 산을, 혼자 또는 아내나 문우들과 찾는다. 더욱이 그날은 내 귀가 빠진 날이요, 무엇보다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나는 날이라 더 의미깊게 올랐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광명(光明)’이니, ‘도덕산(道德山)’이니 하는 그 이름들이다. 광명은 문자 그대로 빛 ‘光’에 밝을 ‘明’을 써 ‘光明’이라 하고, 도덕산은 길 ‘道’에 덕 ‘德’자를 써 ‘도덕산’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광명정대(光明正大)한 도시요, 도덕과 윤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유토피안가. 이 두 이름만 생각해봐도 광명의 표방처럼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 광명’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웬지 광명이 좋고, 광명 사람들이 좋다. 착하고 순수하고, 그 어느 도시보다도 정겹고 예절 바르고, 윤리와 도덕을 아는 시민들 같다. 일찍이 조선의 명 재상이요, 청백리로 유명했던 광명의 상징, 오리(五里) 이익 선생의 고귀한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 싶어 참 좋다. 그렇다. 도덕이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인륜이요, 도리’이다. 얼굴을 바로 하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앞만 보고 당당히 나아가야 할 우리 인간들의 기본적 덕목이다.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면 개인은 물론, 가정도 단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는 윤리와 도덕이 붕괴한 정치, 사회 현실을 무수히 보아왔다. 이제 아픈 상처를 딛고, 노무현 정부 2기가 새로이 출범한다. 비장한 결의로 다시는 도덕적 타락에 빠지지 말라. 국무총리 문제부터 상생(相生)의 큰 정치를 펴라. 결코 중심을 잃지 말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직 경제와 안보의 중심에만 우뚝 서있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남웅.광명 충현고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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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4-06-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