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쌀! 왜 중요한가?

우리 농업을 이끌고 온 대표적 품목은 쌀이다. 먹거리의 대표적인 쌀을 생산하는 우리 농업인이 천하의 근본이 되었음은 우리 조상님들이 쌀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 왔는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한 모든 지구인도 쌀이 소중하기에 유엔에서 올해를 ‘쌀의 해’로 정했다.

그러나 쌀의 해를 맞는 우리의 심정은 매우 착잡하기 그지 없다. 올해는 95년 UR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 받아, 쌀에 대한 관세화를 10년간 유예로 국내 쌀소비량의 1~4%까지 최소시장접근(MMA)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마지막 해이다. 그리고 올해는 쌀에 대한 재협상으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든가, 아니면 관세화로 전면 개방을 하든가를 결정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96억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16억달러어치를 수출함으로써 농산물 무역에서 8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식량자급률이 47%로 사상 최저에 이르고 있다.

쌀은 비교역적 기능과 다원적 기능이 너무나도 큰 농산물이다. 단순한 경제논리로 다루어 포기하거나 값싼 수입쌀에 의존하기에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전통적으로 쌀을 보호해야 할 가치로서 식량안보기능은 우리가 식량자급률을 지켜나가야 하는 중요한 몫이되어 논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쌀생산과 연계된 소위 비교역적 기능(NTC)의 위축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새로운 비용 문제에 대하여도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아시아적 몬순기후대에 속한 한국과 일본은 논의 홍수조절기능 등 국토와 환경보존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들은 논농업의 지역사회 유지기능과 경관 유지기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역적 기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농가소득의 절반 이상을 직접 보조하고 이를 늘려가고 있음은 결국 비교역적 기능의 중요성 때문이 아닌가? 아무튼 논농업을 포함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50조원에 이른다하니 쌀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는 이제 쌀은 식량안보, 농촌사회 유지, 환경보존, 전통문화와 가치관의 계승, 고용창출과 유지, 국토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며 유망한 미래산업이라는 올바른 농업관을 확산 시키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국내 농업정책을 통해 우리농업· 농촌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켜 나아가야 한다.

/박재근.농협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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