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미군재배치와 민족공조

주한미군이 철수한다?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뜨거운 감자중 하나로 주한미군 차출문제를 손꼽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정책조정 기능이 닫혀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 예라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것들이 양국간에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두고 더욱 문제시하는 경향이 짙다.

미국은 공개성명을 통해 이번 미군 차출이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현시점에서 필자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북한과의 관계악화다. 혹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이재민들의 지원에 대한 회의적 여론 조성과 함께 대북관계에 있어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북한 역시 이번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재배치하고 새로운 전쟁장비를 동원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과 연관한, 너무 성급한 대북경계심은 좋지 않다고 본다.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를 둘러싸고 현재 한반도 주변 4강들은 이해관계에 따른 득실계산에 분주하기만 하다. 특히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라는 관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번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은 일본을 전략 중추기지화하고, 미군을 기동군으로 전환해 아시아지역 분쟁에 투입한다는 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발맞춘 북한의 오판에 대한 경계심도 좋지만, 더나아가 여러 열강들의 움직임에 상응하는 민족공조와 통일한국의 큰 틀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현재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 남북상호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2003년 한해동안 1만5천여명의 남측 사람들이 북측을 다녀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해마다 늘고 있다. 또 2003년에 이뤄진 남북교역액만도 7억8천여달러로, 북한 전체교역액중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활발한 남북교역이 진행됐다.

이에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더나아가 통일한국에 대비한 정책입안자들의 좀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아쉬운 때다. 남북간 격차로 인해 통일시 마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제요소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민족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정책들이 하루속히 가동돼야 한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됐든, 현정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평화번영정책’이 됐든 남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증진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서둘러야 할 때다.

/윤여갑.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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