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 신문에서 요즘 세태를 풍자한 기사를 읽었다. 비록 유머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의 노인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인가 하여 씁쓸하게 느꼈다. 시골에 사는 아버지가 도시에 사는 아들집에 다니러 와서 며칠동안 머물면서 보니 며느리가 시부모나 남편보다는 제 자식과 저 자신만 위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이 집에서 가족들이 대우받는 순위를 따져보았다. 얻은 결론은 1번 손자, 2번 며느리, 3번 아들, 4번 강아지, 5번 가정부, 그리고 자기는 6번이었다. 아버지는 시골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3번 보아라. 6번 돌아간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지금 우리 농촌에는 자식들은 모두 떠나고 부모만 남아계신 가정이 많다. 그 영향으로 요즘 이웃집에서 시골출신 도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을 지나칠 때마다 필자는 시골에 계신 그들의 부모가 문득 떠오른다. 쓸쓸한 노후생활, 힘겨운 농삿일, 노력에 비해 낮은 소득, 과연 이들은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요즘 논갈이, 모내기, 수확 탈곡 등 모든 농작업은 농기계로 처리한다. 따라서 임작업 할 수밖에 없다. 가을이면 그렇게 생산한 농산물을 부모는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며 흐뭇해하신다. 쌀뿐만 아니라 고추, 마늘, 참깨, 오이, 호박, 사과, 배, 고구마, 감자, 고추장, 간장까지 골고루 주려다보니 가지고 있는 땅이 부족할 정도로 바쁠 수밖에 없다. 농업소득은 자가 노임 정도인데 임작업으로 현금지출이 느는 반면, 자식에게 공짜로 준만큼 조수입이 줄어든다. 일년 농사 지어 양손에 보퉁이를 들고 자식을 찾아오시는 부모님, 오랜만에 집을 찾아온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들려 보내려는 부모님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보았는가? 부모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적자 경영을 매년 반복하고 계신 것이다. 몸만 바쁘고 소득은 없으니 살기 힘들다. 그런데도 자식들은 당연한 것처럼 넙죽넙죽 받아먹기만 하면서 힘들게 된 원인의 시발점에 바로 자신에 있다는 것을 잊고 지내는 것 같다. 금년에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에게서 받은 농산물에 제값을 쳐드리자. 효자인 척, XXX보일러 놓아드리는 일보다 이것이 부모님을 예우해 드리는 첫걸음이다. /소병주.경기도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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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3-11-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