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부동산 경매

자본주의 사회는 신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신용이라 함은 결국은 당사자 간의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믿음은 약속을 전제로 한 것이다. 법률관계에 있어서 약속이란 계약의 형태로 주로 나타나는 것인데 어쨌든 누군가에게 채무를 지면 이를 갚아야할 의무가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렇게 뜻하는 것처럼만 되는 것일까? 몇몇 고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이 부도를 내거나, 때로는 친구나 친척의 빚 보증을 잘못선 경우까지 부동산을 경매로 날리는 사람들의 사연은 대체로 가슴아픈 것들이 많다. 근래 우리 사회는 부동산 가격이 강남을 중심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부동산 거품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IMF사태때에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던 시절이 있었고 특히 경매부동산의 낙찰 가격이 많이 떨어져 일반인들의 경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경매에 참여하여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채무자가 경매에 이른 사연이 가지가지인 만큼 부동산상에는 갖가지의 법률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고 거기에 정보접근에의 어려움, 경매법정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까지 겹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된다. 따라서 경매부동산을 매수하기 위하여는 이런 문제에 대하여 법률적인 조언을 해주고 입찰(매수신청)까지 대리해주는 공신력 있는 자격사가 필요하다하겠다. 마침 법무사법이 개정되어 지난 9월 13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개정된 법률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앞으로 법무사에게 각종의 경매절차에 관한 상담을 하고 법무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법무사는 주로 비송분야에 있어서의 법률전문가로서 그 동안에도 저렴한 수수료로 경매절차에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터여서 이번 법무사법 개정은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법률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을 높였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제도가 널리 홍보되어 국민의 경매절차 참여의 편익이 제고되기를 기대해본다.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 회장

천자춘추/화훼 이용해 건강 지키자

인류 역사는 녹색의 숲에서 시작되었다. 녹색 식물에서 발생되는 산소를 비롯한 모든 물질은 인간 생명의 본질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녹색의 숲이 회색 콘크리트로 변하였다. 녹지대의 감소는 우리 몸의 활력감퇴와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약화시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인은 하루 일과 중 90% 생활을 실내의 회색공간에서 생활한다. 따라서 실내공간에 화훼의 녹색식물을 두는 것이야말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식물은 바라보기만 해도 뇌파가 변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때는 알파파(α)가 많이 발생하고, 짜증스러울 때는 델타파(δ)가 많이 발생하는데, 식물을 보고 가꾸면 알파파가 증가한다. 이러한 효과는 컴퓨터로 모든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는 도시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를 감소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화훼식물은 잎의 증산작용에 의해 실내 습도가 조절되고, 음이온 발생으로 상쾌함을 유지해주며, 휘발성 유해물질은 없애고, 산소를 만들어 공기를 맑게 한다. 휘발성 유해물질은 두통, 아토피성 피부염, 눈에 대한 자극,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모든 건축물에서 발생되는 물질이다. 이러한 휘발성 유해물질을 없애는 데에는 화훼 식물이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미국 미항공우주국(NASA)의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훼소비 형태는 장례식, 결혼식, 개업식의 경조사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약 70%이며 가정에서 가꾸고 꾸미기 위한 생활용은 30%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본 등의 선진국은 70~80%가 생활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주 5일 근무제 실시가 늘어나고, 고령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실내에서 식물을 가꾸고 꾸밀 수 있는 분화나 실내 식물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과 사무실에 꽃을 두고 가꾸는 것은 쾌적한 실내환경 조성과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예쁜 화분을 곁에 두고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임명순.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천자춘추/나의 욕구에 민감하자

인간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욕구와 필요를 가지고 있다. 현실치료의 창시자인 글래써(Glasser)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다섯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생존의 욕구로 이는 먹고 자고 따뜻하게 지내고, 종을 보존하기 위한 성적인 욕구이다. 생존하려는 욕구가 아주 강한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며 새로운 일들, 새로운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둘째, 사랑과 소속의 욕구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애정적 관계를 형성하고, 또 집단에 소속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위치를 집단 속에서 확보하려는 욕구이다. 셋째, 힘의 욕구로 경쟁하고, 성취하고, 다른 사람들을 복종시키고, 인정받는 존재이고 싶어하는 속성을 의미한다. 넷째, 자유의 욕구는 이동하고 선택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속성이며, 대인관계와 종교활동 등을 포함해 어떤 방법으로 삶을 영위해 나갈지와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다섯째, 즐거움의 욕구로 많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놀이를 통해 즐기고자 하는 속성으로,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때로는 생명의 위험도 감수하면서 자신의 생활방식을 과감하게 바꾸어 나가는 예를 볼 수 있다. 글래써는 이러한 욕구 강도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생존의 욕구가 가장 강한 반면, 즐거움의 욕구가 낮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자유의 욕구가 강한 반면, 소속의 욕구가 약할 수 있다. 욕구의 강도 프로파일에 따라 인간의 행동과 인간관계 양상이 달라지게 된다. 가능한 한 그때 그때 욕구를 세세히 살펴 적절히 충족시켜야 인격의 성숙을 꾀하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 속에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욕구를 좌절시키거나 지연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현상을 감당하는 능력 또한 훈련돼야 한다. 이러한 훈련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받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욕구를 좌절시키고 지연시킨 경험보다는 충족시킨 좋은 경험이 개인의 심리적 사진첩에 많이 보관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고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억압을 많이 해왔거나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갖고있는 사람일수록 자기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오지 못한 사람들이며, 자기의 욕구를 등한시하고 상대방의 욕구에 민감한 사람이다. 행복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될 때 찾아오는 결과다. /유순덕.경기도 청소년종합상담실장

천자춘추/우리의 가정

인간이란 자기가 태어난 가정안에서 의·식·주의 해결방식, 그리고 성장한 가정환경과 가족관계 안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역사(history)를 형성한다. 이러한 역사는 결혼과 함께 부부가 서로 각기 형성된 자기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로 행복한 가정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한국 가정 법률 상담소의 이혼사례를 분석해 보면 남 녀 모두 ‘성격 차이’를 가장 중요한 이혼의 사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사는 사람들중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같은 집에서 함께 자란 형제라도 서로가 다르고 쌍둥이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도 그 성격이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랑이 있기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부의 사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늘 항구하게 끊임없이 일상생활속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서로의 입장을 살펴보며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 되어야 한다. 각자의 가정문화속에서 형성된 각자의 역사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서로가 다른 두가정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요, 서로의 생활태도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그러나 의지란 인간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달리 작용할 수 있기에 서로에게 늘 사랑받고, 사랑하는 존재로 이어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혼하겠다는 부부들의 대부분은 백마탄 왕자님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인 공주병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꿈에 취해 자기 역사(my history)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래서 자기가 먼저 용서와 이해를 구하기 전 남편이 먼저,혹은 아내가 먼저 무엇인가 해 주길 원하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다. 부부가 함께 하겠다는 것은 내가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겠다는 결심과 자기를 깨고 우리가 되겠다는 수용적인 마음의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기(my)를 깨고 우리(our)가 되겠다는 노력들이 결국 가정(family)을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우리의 역사(our history)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신부

천자춘추/‘똘레랑스 정신’

황희는 재상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 자상하고 너그러운 인품을 지니고 있었다. 하루는 집안 하인들이 하찮은 일로 싸우다가 그중 한 명이 상대방의 비행을 말하며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자 “과연 네 말이 옳다”고 말하고, 또 다른 하인이 자기의 옳음을 주장하자 “과연 네 말도 옳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부인이 “사물에는 일시일비(一是一非)가 있는 법인데 모두 옳다고 하니, 그렇게 판단력이 흐리고서야 어떻게 막중한 국사를 처리하십니까”라고 항변하자 태연스럽게 “과연 부인의 말도 옳소”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부터 이것 아니면 저 것일 뿐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에 길들여져,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거나, 정답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흑백논리에 익숙해 있는 실정이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절름발이 사고, 경직된 사고에 젖어 병들어 왔는지 모른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아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고 상대방의 의견은 무조건 비판하고 상대방의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발견하면 사회적 매장이라도 시킬 기세로 덤벼들기도 한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도 되겠는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젠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존중할 줄 아는 ‘똘레랑스’ 정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자세, 여유와 너그러움을 갖는 자세가 선행돼야 상호간의 신뢰와 타협의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홍세화씨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에서 똘레랑스 정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을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남으로 하여금 당신을) 존중하게 하시오! 이게 바로 똘레랑스 정신의 출발점입니다”라고…. 똘레랑스는 자기 자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를 요구하고, 자신과 다른 것들도 인정하라는 정신이다. 그리고 소수에 대한 다수의, 약한 자에 대한 강자의, 가난한 자에 대한 가진 자의 횡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처에 만연해 있는 갈등과 감정대립 등 많은 과제를 똘레랑스 정신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소병주.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미리내 성지

대부분 종교의 탄생과정에는 박해와 탄압의 역사가 숨어 있다. 그래서 종교는 순교자의 죽음을 거름으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생애의 대부분을 인도 캘커타의 빈민가에서 빈자의 성녀로 살다 간 테레사수녀에 대한 복자(福者)의 반열에 오르는 시복식(諡福式)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장면을 얼마전에 TV를 통해 보았다. 자그마치 30만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다. 시복은 카톨릭에서 신앙이나 순교로 이름이 높은 이에게 복자라는 칭호를 내리고 그를 공경하도록 선언하는 종교의식이다. 성인의 전 단계인 시복을 받은 순교자가 우리나라에도 79위가 있다.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골짜기에 위치한 미리내 성지에 그를 기념하는 경당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은 우리나라 최초로 천주교신부가 되었다가 병오(1846년)박해 때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곳이다. 밤이면 달빛 아래 불빛이 은하수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는 미리내가 요즘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 시끄럽다. 세계적인 종교성지 턱 앞에 골프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참 무식한 일이다. 무식(無識)이 무언가. 상식도 없고, 지식도 없다는 뜻이다. 1백여년전에 천주교회당이 설립되어 지금은 25만평의 부지에 한국순교자 103위시성기념 성당, 성 안드레아 김대건신부 묘소와 한국순교자 79위 시복기념 경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축령산 자락에 성지로서의 면모를 뚜렷하게 갖추고 있고 다른 나라 성지에 비교해도 뒤처질 게 없을 정도로 잘 가꿔져 있어 기도와 순례의 성소로서 많은 국내외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곳이 아니다. 종교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현장에서 신앙의 위대함과 영원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지는 주변 환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심을 달구는 거룩하고 성스런운 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몇 해전 이곳은 홍수가 나서 마을과 논밭을 휩쓸어 간 적이 있는 수해위험지역이기도 하다. 수해방지를 위해서 뿌리가 긴 나무를 심어도 될까말까 할텐데 이곳에 뿌리가 얕은 잔디를 심어놓는다면 어찌 될 것인가. 도대체 그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골프장을 허가해 줘 세수(稅收)증대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 지는 몰라도 오히려 국내외 순례자가 찾아와 평화와 위로를 얻고 가는 세계적인 성지로 만들어 가는 편이 훨씬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엎지른 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훈동.수원예총회장

천자춘추/단지 전산화가 잘된 나라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돌입하면서 우리사회는 정보화에 대한 요구와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컴퓨터와 함께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위성TV방송, 위성라디오방송 등이 확산되어가고 있고, 디지털TV방송 및 디지털FM방송도 차후 정보화 정책으로 준비되어 가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교육의 정보화, 첨단화를 위한 교육환경이 구현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컴퓨터 및 이동통신 단말기의 보급률은 세계에서도 선두로 질주하고 있다. 정보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시대는 경제적으로 산업구조 및 노동력의 구조를 변화시켰고 교육 분야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가지고 왔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정보화가 잘되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국가정보화 정책으로 국내 모든 정보 시스템이 얼마나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국가 정보사회로 변모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금치 못하겠다. 각종의 정보시스템을 통해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서 응용하고 재창조하는 창의적 정보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숙되어 있는가를 재고할 시점인 것 같다. 집집마다 보급되어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 및 각종의 정보망을 통해서 아이들은 어른들은, 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잠시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인터넷방송 및 케이블방송은 운영이 어렵고 성인방송, 쇼핑몰 방송, 게임방송 만이 성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외형적인 정보화 인프라구축에서 벗어나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전력을 펼쳐야 하겠다. 정보화로 구축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좀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정보화 사회로 발전되어 가야겠다. 만일 그간의 정보 인프라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의 정보화 산물이 창출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정보화가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아니라 단지 전산화가 잘되어 있는 나라일 뿐인 것이다. /김재평.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학과 교수

천자춘추/전문대 발전이 지역사회 발전 원동력

학년말이나 학년초에 시행했던 입시제도와 달리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 진학기회를 확대하고 학생 선발방법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금년도 9월1일자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그 내용은 전문대학에서도 수시 전형 입학제도를 도입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 것이다. 따라서 종전의 4년제 대학 입학전형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수시 전형을 전문대학에서도 금년도 2학기부터 도입운영 할 수 있게 되었다. 4년제 대학과 경쟁하여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개정초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깊은 관심을 갖고 전문대학 수시 전형에 학생들 지원이 몰리고 있다. 정시학생 모집에도 전문대학에 학생들이 몰리고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률이 높은 것은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 전문대학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단기교육을 통하여 하루빨리 직업을 찾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계의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요인은 정보화 시대요 개성화 시대라 일컫는 21세기의 빠른 시대 적응성 교육이 전문대학에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개성과 다양성을 모토로 하여 다양한 직업을 창출하고 시대 적응에 민감한 교육을 제공하는 전문대학 나름의 교육콘텐츠의 독특성과 다양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문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기술과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요.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시해서 안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전문대학의 발전방안을 전문대학과 지역경제 그리고 국가 경제적인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 산업체 근무자의 재교육 또는 직업전환 교육 등의 제공을 위해 전문대학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고등전문대학(Senior College)설립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소재 대학을 통하여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창출, 인력공급, 평생교육 등이 원활히 제공될 수 있도록 애착을 갖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문대학의 발전이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경제 회복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김재경.경민대학 교무부장

천자춘추/인천경제특구에 거는 기대

인천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입지적 조건은 예부터 국가간 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했다. 근대적 통신 시설과 우편제도, 기차, 종교를 비롯한 의료 시설 등이 모두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던 것이다. 요즈음 인천을 동북아의 관문도시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입지적 조건으로 정부가 한국 경제의 미래발전 전략으로 경제자유구역을 인천에 먼저 지정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지난 10월 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개청됨과 동시에 인천국제공항과 청라매립지, 송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국제 물류와 비즈니스, 금융과 IT, 국제적 관광과 레저 단지를 개발, 유치하기 위한 본격적 사업에 착수하였다. 이 사업이 2020년까지 외자 276억 달러를 포함하여 202조원을 투자, 향후 312조원의 생산효과와 484만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가져온다는 야심찬 계획에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이 계획이 장밋빛 그림으로만 그쳐서는 안되고 사업투자와 재원 확보가 착실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므로 자연스럽게 교육을 포함한 삶의 질 분야에 관심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명문대학 유치는 물론 첨단 장비와 인력을 갖춘 우수한 병원을 유치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교육을 위해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때로는 가족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심심치않게 보게 된다. 경제자유구역이 주거와 교육 환경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이같은 유학병은 어느 정도 완화 될 것이며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사교육비도 국내 산업발전에 투자전환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조성되면 동북아의 확실한 경제중심도시, 국제 관문 도시로서 자리잡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산과 바다, 하늘을 체험학습하고 여기에 더해 국제적인 감각과 경제적인 마인드까지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도시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기를 기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쉬는 이 삶의 터전 위에 교육, 문화, 산업과 정보가 역동하는 비전있는 도시를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도록 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자. /김명래.인천시중앙도서관장

천자춘추/우리말로 참된 글을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은 올해 한글날을 맞아 2003년 우리말 훼방꾼과 우리말 지킴이를 뽑아 발표했다. 이 단체가 뽑은 으뜸 훼방꾼은 한자 교육과 사용 확대를 위해 한자교육진흥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 국회의원이다. 으뜸 지킴이는 일본식 한자말 투성이인 법률문장을 한글로 바꾸기 위해 ‘법률 한글화 특별조치법’을 추진한 법제처이다. 이 보도를 보면서 지난달에 세상을 떠난 이 단체의 대표이자 우리말 운동가인 이오덕 선생님이 새삼 그리워졌다. 선생님은 온힘을 기울여 깨끗한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사랑한 큰 스승이었다. 선생님은 우리글을 가장 더럽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못배운 일반 백성이 아니라 글로 밥벌이를 하는 작가나 언론인, 지식인들이라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지식인들이 유식한 체 끌어쓰는 어려운 한자말과 일본식 문장을 낱낱이 예를 들어 쉽고 깨끗한 우리말로 고쳐 일러주었다. 또 생활에서 쓰는 말과 동떨어진 글투에 버릇들지 않은 어린이와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말이 살아있는 우리말이라고 강조하였다. 그 입말을 그대로 글로 써야 깨끗한 우리글이 된다고 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와 농민의 입말로 참된 글을 쓰며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론으로만 우리글을 지키고 아낀 것이 아니다. 선생님 스스로 아이들에게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을 실천하면서 얻은 귀중한 시와 글들을 세상에 내보였다. 그 농촌 아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정직한 글들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었다. 선생님이 남긴 여러 권의 동시, 동화집, 아동문학 평론집, 글쓰기교육 지침서, 우리글 쓰기와 관련된 책들도 우리글을 바로 지키고 바로 쓰는 모범이자 교과서가 되었다. 한 나라의 말과 글은 겨레의 생명이자 문화의 뿌리이다. 말글을 잃어버리면 겨레의 영혼이 병들고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일본제국주의가 왜 그토록 우리 백성들에게 우리말을 못 쓰게 짓눌렀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대신 그 알량하고 시원찮은 일본말을 나라말로 삼아 한겨레의 정신과 혼을 빼놓으려 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하다. 이래도 우리말을 업신여기고 함부로 할 것인가. 이오덕선생님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정신은 남아서 우리를 이렇게 일깨워 준다. /최창익.경기도 교육위원

천자춘추/직업(職業)

사람이 사회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한 소득을 얻고 생계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한편으로는 사회의 각종 수요에 따른 사회적 역할을 분담하여 사회에 공헌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이 직업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고 직업은 사회 생활의 기초이며 개인은 직업을 통하여 자아를 성취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람에게 있어서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지고 산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드물 것이다. 직업(職業)은 종종 천직(天職)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직업이란 것이 그 만큼 개인에게 갖는 의미는 큰 것이다. 서양에 있어서의 직업윤리는 청교도의 소명의식과 관련하여 발전되어 왔다고 하고, 우리 선조들 역시 장인정신이나 청백리 정신을 강조하였던 것을 보면 직업의 의미를 단지 소득의 창출만으로 생각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과 함께 여기저기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하고자 하여도 일할 자리가 없다는 것은 각 개인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박탈당한 것과 같고 국가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이 아닌 아웃사이더가 늘어나는 것이므로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밤을 새워 노력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한편으로 걱정스런 풍조도 늘어나는 것 같다. 실업자는 계속 늘어나는데도 산업의 중요한 한 부분인 제조업 등에서는 거꾸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앞으로 국가 경제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중에서는 편하고 보수가 많은 직장이 아니면 취업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전문적이고 배우는데 오래 걸리는 일은 기피하며, 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려 하기 보다는 단순하고 임시적인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만한 고통과 대가를 지불하여야 하는 법이다. 정당한 노력에 대하여 그에 상응한 보수가 지불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요행과 투기를 부추기고 불건전한 우상(偶像)들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직업관과 직업교육에 과연 문제가 없는지도 경제 살리기와 함께 심각하게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다.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장

천자춘추/장미 로열티 분쟁

국내시장에서 판매되는 장미에 로열티라 불리는 기술개발료가 한송이당 15원 정도라는 것을 알고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 농가가 장미 한그루를 외국 회사에서 구입할 때에는 1달러의 로열티를 주는데, 이는 묘목을 구입하여 정식에서 최종 수확후 굴취까지 약 4년 동안 재배하면서 80송이를 생산할 경우 계산된 가격이다. 그동안 외국의 장미회사에서는 우리 나라 장미 재배농가에 로열티를 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생산농가에서도 한번 신품종을 구입하면 계속 번식하여 재배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생산하였으며, 수년동안 일본에 수출하여 왔다. 2002년 우리 나라 절화 장미가 천만달러 어치가 수출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일본이나 화란의 농민들이 장미 개발회사에 왜 우리는 로열티를 내고 구입하는데 한국에는 로열티를 받지 않느냐고 항의하면서 로열티 문제가 대두되었다. 또한 우리 나라가 2001년 7월부터 장미가 품종보호 품목으로 지정되고, 2002년 1월에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정식 가입함으로써 일본의 경성장미원이나 독일의 코데스 같은 세계 유수 장미육종회사가 우리 나라에 육성품종을 출원, 보호받게 되어있어 로열티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금년 현재 우리 나라는 장미 신품종 구입 로열티를 20억원(170만달러)이나 지불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현재 재배면적에 신품종을 구입하여 재배할 경우 매년 14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는 품종개발 즉시 보호출원을 하면 임시보호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로열티 분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도 이를 예상하여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가 시작되면서 연구인력을 확대하여 국산 장미 품종 개발사업을 추진한 결과 현재 핑크레이디 등 10품종을 개발하였으며, 금년부터는 매년 2~3품종의 신품종이 개발될 계획이다. 우리 나라에서 육성한 핑크레이디는 일본에 시험 수출하여 한송이당 외국품종보다 40~60원 높은 600원을 받고있어 농가는 로열티를 지불않고 수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본과의 FTA 등 급변하는 국제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새로운 장미 품종을 개발하고 품질이 우수한 장미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우리 농가를 보호하고 로열티 분쟁에서 이기는 길이라 생각한다. /임명순.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천자춘추/공감은 심리적인 산소다

관계 형성을 촉진시켜주는 대화기술에 공감적 경청이 있다. 5살 때 약 1년동안 성추행을 당했던 한 여고생이 중2가 되어서야 엄마에게 처음 그 일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다. 어렸을 때는 크게 의식이 되지 않았던 그 일이 사춘기가 되니 새롭게 해석이 되면서 심리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다 잊어버려. 지나간 일이잖아. 지금 생각하면 무슨 소용있겠니? 더 이상 생각도 하지 말아”라는 엄마의 반응은 그 여고생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엄마조차도 날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겹쳐 더 심한 심리적 고통을 안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의 잊어버리라는 말 한마디로 잊혀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잊으려고 하면 잊으려고 할수록 더 수치스러웠고 더 억울했고, 더 화가 났을 뿐이었다. 그 이후 그 여고생은 더 이상 엄마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자기 스스로 해결할 방법들을 찾다 안되니까 급기야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럴 때 엄마가 딸의 손을 잡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라고 공감적인 반응을 해주었더라면, 그 여고생은 펑펑 울었을 것이며, 그 울음과 함께 그동안 억눌러왔던 그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현재에서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될 것이며, 엄마와 함께 과거경험과 그 경험과 맞물린 생각들과 정서들을 함께 나누게 되며, 그 작업을 통해 그 여고생은 과거 경험이 재구성될 것이다. 공감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하나로 삼은 코비(Covey)는 공감이 심리적인 산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공감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공감적 이해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거의 같은 내용과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하며, 상대방의 지각 세계로 들어가 편안하게 자리잡고, 순간 순간 상대방의 내면에서 흐르는 변화, 그리고 상대방의 공포나 분노나 애정이나 혼란 또는 상대방이 경험하는 모든 것에 민감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공감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반응으로 보여주게 되면 관계는 더욱 더 촉진되는 것이며, 이 세상은 살만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천자춘추/정치인들의 고해성사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의 말에 불신이 가득하며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선거때가 되면 거짓공약으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정당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말바꾸기를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하는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장표명에 진실감을 더하기 위해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으로’ 혹은 ‘고해성사를 하듯이’등 가톨릭 전례용어인 고해성사를 인용한다. 가톨릭 신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요즘 정치인들이 심심치 않게 고해성사를 운운한다. 이런 말들을 쉽게 할때마다 가톨릭신부로서 속이 상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들이 과연 고해성사를 아는가. 사실 고해성사라는 표현은 그저 자신들의 진실성을 표방하기 위해 함부로 사용되어질 단어가 아니다. 고해성사의 본질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고해성사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성찰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살펴보고 그 잘못에 대하여 깊이 뉘우치는 통회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의 준비가 되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고해소에 들어가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자신의 죄에 대하여 진실하게 고백한 뒤에 그 죄과에 합당한 ‘보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느님께로부터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해성사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통회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단지 말만 앞세운다면 그것은 참다운 고해성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말하는 고해성사는 무엇인가. 그들은 아무런 내적 성찰도 하지 않고 참된 통회도 없이 다만 자신들의 입장만을 표방하고 진실성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고해성사라는 단어를 이용할 뿐이다. 정치인들의 진정한 고해성사란 하느님앞에 발가벗는 심정으로 깊은 자기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들을 기만하고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면서 함부로 신성하고 거룩한 가톨릭교회의 고해성사를 운운하며 하느님을 모독하고 진정한 통회가 없는 그들은 참으로 하느님의 보속이 무엇일지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신부

천자춘추/바다가 넓은 이유

요즘 신문이나 뉴스 보기가 싫다. 나오는 내용이 모두 이분법적 대립구도인데다 자기 주장과 다른 반대의견은 용납하지 않고 투쟁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심지어 옆집 수도공사까지도 시비 거리다. 오늘날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우리는 이미 학창시절에 역사를 배우면서 포용하였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배워왔다. 중국의 춘추시대 5패중 첫번째 패자였던 제환공은 자신에게 활을 쏘았던 원수인 관중을 기용하여 패업을 이룩할 수 있었고, 당태종 이세민은 형 건성의 편에 서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위징을 신하로 삼아 중국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라는 ‘정관의 치’를 이룩하였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정적을 기용하여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남부의 주들은 그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잇따라 연방탈퇴를 선언했지만 링컨은 남북전쟁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늘 포용력을 발휘하여 그의 내각에 대통령선거에서 경쟁상대였던 상대당의 인물까지도 끌어들였고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인물이면 민주당 출신이라도 기꺼이 기용했다. 전쟁이 막바지에 달했던 1864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앤드루 존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도 했으며 당선후에는 가장 극렬하게 자신을 공격하며 비난했던 스탠튼을 국방장관으로, 윌리엄 스워드를 국무장관에, 자신을 무식한 시골 변호사로 깔보던 새몬 체이스를 내무장관에 기용했다. 전쟁이후 국민화합을 위한 결단이었으며 링컨은 미움과 증오심의 벽을 넘는 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 사회가 왜 시끄러운가. 포용력이 없어서다. 생각과 이해와 뜻을 달리한다고 해서 타도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이웃으로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바다가 넓은 이유는 이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 결과인 것처럼 각계각층이 민주시민으로서 포용력을 더욱 발휘할 때다. /소병주.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천자춘추/포용력

포용(包容)은 남을 아량있고 너그럽게 감싸 받아들임을 뜻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느 구석을 돌아봐도 싸우는 형국에 가깝다. 더욱이 재신임 국민투표와 이들 현안이 맞물려 사회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여러 가지 이해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이 우려된다. 오로지 상대편을 쓰러뜨리고 내편이 이겨야 한다는데 집중된 것 같다. 다소 이해가 상충되더라도 서로 감싸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포용력이 부족한대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복숭아나 자두는 그 꽃이나 열매가 다 아름다우므로 부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찾아오므로 그 나무 아래로 길이 저절로 생긴다. 덕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말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따르게 마련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베풀어야 할 덕목이 바로 포용이다. 권력은 계륵과 같다. 덥석 안을 수도 없고 내팽개칠 수도 없다. 다룰수록 다루려 할수록 논의에 상처가 난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하고 싶지도 않은 권력은 그 만큼 요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장관답지 못한 언행으로 취임한지 보름도 안돼 물러나는 해프닝을 봤다. 그 동안 새 정부의 인사는 지나치게 코드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잘못된 인사가 국정에 주는 폐해와 그것이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 극명한 사례다. 남의 나라 이야기 좀 하자. 브라질대통령이 어느 부처 장관직을 맡아달라고 유력 인사를 천거했더니 그 인사는 “나는 당신을 찍지 않았소. 어떻게 내가 장관직을 맡을 수 있겠소”하고 사양했다. 대통령은 간곡하게 “나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그 이유요”하면서 결국 그 인사는 장관직을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라 비유하는 우리나라 속담은 칼의 힘으로도 가를 수 없는 물의 힘, 물이 갖는 합쳐주는 덕(德)을 밝힌 한국인의 슬기를 표현하고 있다. 산은 사람들을 가르고 물은 합치게 한다. 산은 사람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사람들이 사는 고장을 갈라 놓을 뿐만 아니라 헤어져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갈라 놓기조차 한다. 그러나 물은 이어주고 합쳐준다. 개혁을 힘을 가진 자가 물리적으로 추진하려할 때는 일시적으로 그 앞에 굴복할 지는 몰라도 속으로 앙금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어주는 물처럼 포용력을 발휘하는 예지를 통해 하나하나 감싸가면서 고쳐나가야 한다. 오늘도 강(江)은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모르고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흐르고 있는 대자연의 교훈을 되새김질 해보자. /김훈동.수원 예총회장

천자춘추/모바일세대와 춤을

요즘 젊은 청소년들은 머리를 화려한 색상으로 염색을 하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 그들은 엄청나게 크고 모양새도 희한한 신발을 신고 다니며 현대음악에 심취하여 어디서나 흥얼거리면서 다닌다. 그들은 그들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성형수술도 한다. 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면서 인터넷를 통해 통신을 하고 컴퓨터 오락을 즐긴다. 그들은 이동 간에도 모바일 통신을 이용해 대화를 하며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젊은 청소년들을 디지털세대, 네트워크세대 라하고 요즘은 모바일(M)세대라 한다. M세대들은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가치관, 세계관을 형성해 간다. 그들은 과감하게 거침없이 비판하고 그들의 방식대로 새롭게 변화시켜간다. 때로는 너무 소비적이며 파괴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며 획일적인 대중문화에 종속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M세대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충고와 비판을 기성세대로는 엽기적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자신들을 변호하고 합리화한다. 이들은 기존의 제도권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고 자기발전을 이루기보다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서 최근에는 모바일 환경에서 그들의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자아를 형성한다. M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그들의 자아형성은 극히 주관적이고 때로는 극단적으로 형성시킨다. 이제는 M세대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도 변화되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 기준이 판단의 주체가 되고 M세대들은 항상 판단의 대상만 된다면 M세대와 기성세대라는 벽을 넘을 수 없고 상호 불신과 오해는 더욱 증폭만 되어 갈 것이다. 이제는 M세대들과의 갈등의 문제를 기성세대는 M세대에서만 찾으려고만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일방적인 기성세대의 가치기준으로 M세대를 비판만 하려들지 말고 M세대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춤을 추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성세대도 M세대들의 공간을 찾아다니며 그들과 직접 부딪치고 그들의 생활과 의식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기성세대는 M세대가 필요한 것들을 효과적이고 구체적으로 전해줄 수 있으며 그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그들은 기성세대의 관심과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재평.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과 교수

천자춘추/지역문화행사

10월에 접어드니 지역마다 다른 어느 때보다 각종 문화행사가 많이 개최되고 있다. 그 지역의 지리적 위치, 역사적 배경,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행사 타이틀을 붙이곤 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의 날이나 군민의 날 체육행사 등도 한몫 한다. 지방자치 정착과 함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지역문화가 꽃 피우고 있다. 지역문화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할뿐 아니라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 소르망’은 “옛날에는 국가의 운명을 왕이 좌우했지만 지금은 국가 이미지, 곧 문화가 좌우한다” 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지역의 운명은 그 지역 이미지, 즉 지역 문화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의 시대에는 자본과 노동, 토지와 같은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지식, 정보, 문화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국가나 지역의 부(富)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지금은 문화국가를 지향하고 지역문화창달을 추구하는 지방화 시대이다. 그러한 시대와 함께 지역 문화행사가 활성화 되고 있다. 그러나 검토 되어야 할 사항도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문화행사를 살펴보면 문화행사와 축제들이 주변지역과 같은 달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경우가 있다. 지역 문화행사 마다 프로그램 내용도 거의 유사하고 전시용 이벤트성 행사로 그치기도 한다. 지역문화 관련 할동가들이나 일부 주민만 참여하는 경우도 쉽게 볼수 있다. 그러한 문제점을 극복해야만 문화경쟁력을 제고하고, 지방 문화의 질(Quality)을 높일수 있다. 그 대안방안으로 전시적 행사 보다 주민의 생활양식과 연관된 부문들과 긴밀한 연관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다른지역과 연계하여 행사일정과 프로그램의 중첩성을 피하고 내용을 다원화하는 프로그램도 구성하여야 한다. 인접 지역과 연합 또는 문화행사 교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를 산업화 하는 문화산업도 기획해야 하며 문화산업을 주도할 전문인력 배치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행사도 다양한 분야의 접근으로 모든 주민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지역사회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동인(動因)이 될 것이다. /김재경.경민대학 교무부장

경기천자춘추/장애우를 위한 첫 걸음

우리 사회에는 소외받는 계층이 여럿 있다.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정년퇴직해 자식들 모두 시집 장가 보내고 홀로 살거나, 병들거나, 혹은 수입원이 없어 누군가에게 얹혀사는 노인들이 그들이며, 부모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내팽개쳐진 아이들이 그들이고,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자신의 몸이 부자유스러운 장애인들이 그들이다. 사회는 이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권리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며, 어린이들에게나 생활이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자활의 의지를 심어줘야 할 것이다. 때문에 많은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진료나 급식과 숙소제공, 교육실시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도서관에서도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자 많은 생각을 한 끝에 정보소외계층에 있는 장애인을 위한 ‘장애우 문고’를 설치 운영중이다. 2003년 1월부터 관내 2급 이상의 지체장애우를 대상으로 도서관 자료를 일정기간 대출하여 주고, 담당사서가 각 가정으로 직접 방문하여 독서 상담을 통해 원하는 자료를 수준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 우리 직원과 같이 실제 장애우 가정을 방문해보면 장애우들의 가정형편이 빈곤한 것이 현실이며 현재 방문하고 있는 9가구중 6가구의 장애우들은 모두 후천적인 사고로 인하여 장애인이 되었다. 이와 같은 사고는 가정의 행복을 일순간에 빼앗아 가 버리고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이들은 몸이 불편해 집안에서의 생활은 물론 밖으로의 외출 또한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는 나가지 못하고 있어 일상생활은 작고 어두운 집의 작은 방안에서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작은 컴퓨터나 TV를 위안 삼아 생활하고 있다. 인간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무언의 표현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한 번 상처받은 마음과 주변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그들에게는 처음 다가서는 이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서관의 봉사하는 직원들에게 현재 그들이 겪는 불편함과 그 마음을 헤아려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을 열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또한 그들이 원하며 필요로 하는 자료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제공하는 ‘장애우 문고’가 장애우를 위한 든든한 첫 걸음이 되어 더불어 사는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천자춘추/가을 운동회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다. 높고 파아란 하늘, 들판에 누런 벼이삭, 입을 쫙 벌린 밤송이, 그윽한 국화 향기… 그 안에 빠질 수 없는 게 초등학교 가을운동회다. 올해도 몇 군데 학교의 운동회를 둘러보았다. 옛날 잔치판 같았던 시골 학교 운동회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작은 축제였다. 학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늘 맑고 싱싱하다. 그 모습 그대로도 아름답고 귀엽다. 이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뛰고 달리며 즐기는 운동회를 보면 행복하다. 올해 본 한 초등학교 운동회는 여느 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이 펼치는 단체경기나 무용이 모두 쉽고 편안했다. 줄이 잘 맞지 않고 가끔 실수도 했지만 표정은 밝고 살아있다. 별다른 연습 없이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짝을 지어 춤을 추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보여주는 운동회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즐기는 운동회였다. 달리기를 할 때였다. 입을 앙다물고 달리는 힘찬 팔다리를 보자니 힘이 솟는다. 일등을 달리면 어떻고 꼴찌면 어떠랴. 있는 힘껏 달렸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도 많은 학교들이 3등까지만 가려 상을 주곤 한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달린 아이들 모두에게 상을 주었다. 그 작은 배려에서도 아이들을 고루 받아주고 사랑하려는 정신과 교육관이 엿보였다. 그와 달리 마음이 불편한 운동회도 가끔 보게 된다. 보여주기를 위해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한 운동회다. 매스게임이나 무용을 보면 한눈에도 훈련을 많이 한 흔적이 드러난다. 아이들이 기계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데 생명력이 없다. 그럴 때 박수가 많이 나와도 나는 그리 탐탁치 않다. 뙤약볕에서 같은 동작을 거듭하며 씨름했을 선생님과 아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난날 볼거리가 흔치 않았던 시대의 운동회는 보는 사람 중심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하는 교육 추세에 걸맞게 운동회도 달라져야 한다. 내년 가을에는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즐기고 뛰노는 운동회를 많이 보고 싶다. /최창익.경기도교육위원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