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오의원 의정부 가시는가?

아침 일찍 동네 어귀에서 만난 주민은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오의원 의정부로 출근하시는 길인가?” 나의 지역구 포천은 의정부 북부지역이라 그분도 서울을 왕래하시며 의정부에 위치한 제2청사를 보고 으레 도의원도 가까운 제2청사로 출근하는 줄 알았나 보다. 그분은 농업을 전업으로 평생을 살아온 동네의 노인이시지만 문제는 이곳 경기북부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제2청사의 기능과 업무를 잘 모르고 막연히 경기북도청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기북부 주민은 각종 규제와 재산권 행사의 제약을 감수하며 버림받은 땅에서 산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살아야만 하는가.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긴다는 공약으로 충청권에서 선전하여 집권에 성공했다. 비용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당시 민주당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통일을 앞당긴다는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했는데 갑자기 행정수도를 옮긴다니. 통일이 되면 다시 서울로 옮기고…. 아무 명분없이 득표전략에 불과한 행정수도 이전과, 각종 정책의 입안 및 실행과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온 250만 경기북부주민의 염원인 경기북도 신설중 어느 것이 더 절실한가. 미선양과 효순양이 희생된 도로에 가보면 협소한 2차선 도로옆에 그늘의 넋을 위로한다고 비석이 하나 서 있다. 그 비석이 제2, 제3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사고를 막는 일은 도로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명한 일이 경기도내에서는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옮겨간다는 발표가 나온 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두천의 주민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 동북부를 보면 코네티컷, 버몬트, 로드 아일랜드 등등 상당히 적은 면적의 주들이 서로 붙어 있다. 물론 그들의 주생성 과정과 역사가 우리와 같지는 않지만 획일화한 잣대로 작은 주들을 통합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의 인정,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화,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조건이 아닐까. /오병익.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책 선물하는 날

나의 E-메일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광고메일이다. 대개는 읽어 보지도 않고 삭제해 버린다. 오늘도 습관적으로 같은 행위를 하다 눈에 띄는 것이 있어 열어 보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 세일…”이라는 모 인터넷 서점 광고메일이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을 처음 접하게 된때가 언제인가. 기억에도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기억은 ‘가을에는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야만 교양인 반열에 들게 되는구나’였다. 얼마 전에 가을에는 분명 독서하기에 적합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진부한 느낌을 준다.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독자층이 많은 현시대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독자층을 확보해야 된다는 점에서, 특히 영상매체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 독자층 확보를 겨냥한 서적 판매 전략을 그들의 기호에 맞게 세우면 어떨까.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일본 초콜릿 업체의 상술에서 비롯되었다는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 데이(3월14일), 초콜릿과 사탕을 받지도 주지도 못한 사람들이 모여 자장면을 먹는다는 블랙 데이(4월14일), 3자가 겹쳤다는 것에 기초한 삼겹살 데이(3월3일), 과자의 모양과 숫자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에 유래를 두고 있는 빼빼로 데이(11월11일)가 젊은 세대의 생활양식에 밀착한 날로 뿌리내리고 있음에 착안하여 ‘책 선물하는 날’을 제정하는 것이다. 독서 관련 캠페인이나 행사도 젊은 세대의 생활과 밀착된 즐거운 풍속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자의 수는 그 만큼 증폭될 것은 물론이거니와 연인사이에, 연인이 없으면 없는 사람끼리, 친구끼리, 부모와 자녀가 한권의 책을 나누는 아름다움도 맛 볼 수 있을테니,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니겠는가. 주희 선생께서는 ‘독서를 하다가 여러 가지 의문이 함께 일어날 때는, 잠자고 밥 먹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몰두할 수 있어야 큰 진전이 있다. 마치 전쟁에서 한 번 정도 대대적인 살상이 있어야 크게 이길 수 있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이 같은 격물(格物)의 자세가 아니라, 목독(目讀)을 통해서라도 약간의 지적인 만족감을 얻게 된다면 ‘한 권의 책’은 분명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백운화.향토사학자

천자춘추/통상전쟁과 우리의 선택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열렸던 멕시코 칸쿤에서 들려오는 농업시장 개방 압력과 우리 농민의 할복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소리없는 통상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국제경제에 있어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지구촌을 감싸고 있는 큰 흐름은 세계경제의 블록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지난 상반기까지 상호간에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관세동맹, 서비스 협정 등 지역별 경제협정은 총 184개에 이르는데 이중 119개가 95년 이후 체결된 것이다. 또 WTO는 2005년말경 약 300개의 FTA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국의 대외경제적 이익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에 다를 바 없다. 우선 2004년 5월이면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인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수 25개국, 인구 4억 5천만명의 대규모 단일 경제권으로 새 모습을 드러낸다. 수년내에 세계에는 대륙 차원의 거대한 무역블록으로 EU와 범미주 34개국의 FTA가 출현할 예정이며 타 대륙간 FTA에 EU뿐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 태국, 미국, 멕시코, 칠레 등이 적극 나서고 있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FTA 체결을 위해 중국, 일본, 미국, 인도 등이 경쟁을 하고 있다. 세계각국이 이처럼 FTA 체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FTA가 창출하는 무역확대효과 때문이다. FTA를 체결한 국가 및 지역간에는 관세면제 등으로 시장이 하나가 되는 효과가 있고 국가간 투자도 활발해져 산업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반대급부도 적지않아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상대국에 잠식되어 피해를 입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세계가 FTA 열기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칠레와의 FTA 체결을 통해 FTA 흐름에 편승을 시도하고 있는 정도인데 그나마 국회 비준이 나지 않아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이는 FTA의 부작용에 대한 노심초사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은 선택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다면 우선 어떤 토끼부터 먼저 잡을지 선택해야 한다. 조선말 개화냐 쇄국이냐를 놓고, 또 60-70년대 경제성장기에 불균형성장이냐 균형성장이냐를 놓고 입씨름하던 때를 회상해 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성철.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천자춘추/넥타이 속의 질서

푸른 바다 위에 수십 마리의 붉은 원숭이들이 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유롭게 춤추고 있는 모습. 내가 즐겨하는 색다른 넥타이 중의 한 문양이다. 멋대로 춤추는 듯한 각각의 원숭이들의 질서정연한 배열이 산뜻함과 독특한 세련미를 연출하고 있어 좋아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또는 전철에서 앞에 서있는 사람의 넥타이를 보면서 잠시 미술품을 감상하듯 짧은 즐거움을 가질 때가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내 넥타이의 주인으로서 잠시 미술품의 작가가 되기도 한다. 넥타이 속에서 자유로이 춤추는 원숭이들의 질서있는 배열을 보면서 자연의 질서를 생각해 본다. 봄철 논두렁의 하얀 국수꽃 무리는 태양 아래, 혼자가 아닌 무리로 모여있을 때 아름다우며, 아직 자리를 내주지 못하고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겨울을 떨쳐내기 위해 진달래꽃은 그처럼 진한 분홍을 과시하고, 매서운 겨울의 기세도 봄의 소리없는 움틈에 자리를 내주고야마는 자연의 질서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양보와 화합의 질서가 있다. 질서는 획일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특성을 인정하고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감싸안고 인정하는데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그로 인한 아픔과 희생이 있다면 그것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여름을 줄기차게 외쳐대던 풀벌레의 울부짖음을 누그러뜨리고 성큼 다가온 가을의 문턱에선 이달 초, 우리 고양지청은 한해를 마무리할 조직을 새로이 개편하였다. 개편과정에서 흔히 있듯이 어떤 직원에 대해서는 모두들 함께 일하려고 하고, 또 어떤 직원에 대해서는 같이 일하기를 꺼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단점이 노출되어 잡음의 불씨가 된 그 직원과 함께 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관리자가 있었다. 질서의 의미를 아는 사람같다. 상대의 단점을 조용히 감싸안음으로써 그는 개편의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을 잠재우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화합과 질서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넥타이 속 원숭이들의 춤처럼 우리들의 춤이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한다. /김인호.서울지검 고양지청장

천자춘추/백수건달들의 정치입문

이번 여름 휴가철에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었다. 물론 공자의 유교관에 기하여 유씨성을 가진 유비를 삼국지 주인공으로 삼아 기술하였다. 그러나 글쓴이는 유비는 돗자리나 짜다가 결정적인 때만 눈물만 질질 흘려서 성공한 인생으로 낯가죽이 두터운 후혹학의 대가로 본다. 결국 유비는 아무런 직업없이 백수건달로 생활하다가 한나라의 혼란기를 틈타서 백수들을 끌어 모아 촉나라를 건설한 자로서 백수건달들이 우러러 볼 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한나라 고조 유방도 외상 술이나 퍼먹고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는 동네 상건달이다. 오늘날 세태에선 유방은 소탕대상인 폭력배로서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할 자이다. 이런 유방도 국가혼란기에 부랑패를 모아서 한무리를 이루어 항우와의 싸움에서 정도가 아닌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한나라를 개국한 것이다. 백수건달들의 성공담은 젊은 백수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꿈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권력을 거머쥐기 위하여 오로지 정치! 정치! 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자가 줄을 이루고 있다. 공산당의 흑백선거가 아닌 모든 선거에 돈이 드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돈이 없으면 조직이 한발짝도 움직이질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돈이 없으면 홍보를 할 수 없다. 20대, 30대의 정치입문생이 무슨 돈으로 조직을 움직이고 홍보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보스의 검은 돈에 묻혀 선거에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선거제도가 존재하는 한 돈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정치한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우선 수신제가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 백수건달이여! 국가에 진정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정치판만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우선 재력부터 축적한 다음 정치에 뛰어 들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돈의 유혹에서 어떻게 초연할 수 있겠는가.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천자춘추/아름다운 여신, 마고

한가위 보름달이 탐스럽게 여물어 가고 있다. 달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밤이면 가끔씩 하늘 뚫린 곳을 찾곤한다. 달을 향해 눈과 맘을 모으고 있으면, 달이 흡(吸)하고 호(呼)하는 것이 느껴진다. 옛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 와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달을 보았다한다. 나는 보름달을 볼때마다 우리 겨레의 첫 신(神)인 ‘마고’를 떠올린다. 신라의 박제상이 썼다고 전해지는 부도지(符都誌)에는 마고신화가 기술되어 있다. - 마고는 아주 멀고 먼 옛날, 하늘의 음(音)으로부터 나왔다. 그 때는 불타는 해님만이 빛을 내 쪼일 뿐, 눈에 보이는 물체라고는 없었다. 마고는 아름다운 여신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눈부시게 반짝여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웠다. 머리는 위로 틀어 올리고, 남은 머리는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마고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성을 쌓고 그 속에서 살았다. 마고는 옛 세상이 몇번 종말을 맞이한 다음, 배우자 없이 홀로 궁희와 소희를 낳았다. 마고는 두 딸에게 오음칠조의 음절을 맡아보게 하였다. 다 자란 궁희와 소희는 그들의 어머니같이 하늘의 정(精)을 받아, 결혼하지 아니하고 두 천녀와 두 천인을 낳았다. 합하여 네 천녀와 네 천인이었다. 궁희와 소희는 네 천녀에게는 여(呂), 네 천인에게는 율(律)을 맡아보게 하였다. - 아름다운 여신 마고와 그미의 두딸 궁희, 소희 ! 우리 겨레가 오래도록 받들었던 세 여신, 삼신 할미이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우리의 수명을 관장하시며, 우리의 소명을 일깨우시는 분들이시다. 나는 한가위 보름달을 마주하며, 카오스로부터 코스모스를 내오신 아름다운 여신 마고를 만날 것이다. 큰 숨을 들이쉬고 소원을 빌면서….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천자춘추/물류문제 자율적으로 풀어야

지난 5월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으로 항만마비와 물류대란이라는 커다란 경제적 충격을 받았다. 이 충격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화물운송연대의 파업이 다시 일어나 물류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주시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설득으로 상호이해를 통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물류를 통한 ‘동북아 경제중심’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설정한 마당에 이러한 반복되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우리 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리게 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물류파업의 기본적인 문제는 수십년 전부터 화물운송업계가 가지고 있는 물류시스템의 왜곡에 있는 것이다. 지입차량 운전자의 불안정한 지위, 복잡한 운송단계의 알선과정으로 야기되는 실질 운송비의 삭감, 육상운송 수단에의 높은 의존도, 일원화되지 못한 물류정보망, 물동량의 증가를 상회하는 운송차량의 과대공급 등이 우리나라 물류체계가 가지고 있는 깊은 병폐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화물운송업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정확히 지적되었다면 이의 해결과 치유를 위한 물류정책과 대응전략은 의외로 간단하고 상식적일 수 있다. 우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원칙적이고 일관성있는 물류정책이 정부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물류업체 스스로가 노사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적인 타결은 현재 우리사회 전반에서 불거지는 개인의 이익에 집착하는 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성공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타협의 정신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에 우리네 마음이 각박함으로부터 벗어나 여유롭고 풍성함을 얻어 우리사회의 전반에 훈훈함이 함께 함으로써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하고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최상래.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천자춘추/직업인으로 살기

‘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를 말라’고 했던가. 인간존재에 있어서 ‘노동하는 인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인간은 ‘일’을 통해 하루 식사를 얻을 뿐 아니라 평생을 일과 함께 하며 사회속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아간다. 최근 어느 채용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한차례 이상 이직을 경험하였고, 8명은 이직계획이 있다고 답하였다. 우리 사회의 평생직장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 회식자리에 회자된다는 ‘사오정 오륙도(45세 정년, 56세 도둑)’라는 말속에는 변화하는 세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조기퇴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45세에서 55세 사이 중년층의 실업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재취업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하게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랜 직장생활동안 축적된 자신만의 기술과 경험을 되살려 눈높이를 맞춰 취직하는 일은 정말이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젊은층이 사회 첫발을 내딛는 과정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15세~29세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고, 전체 실업자 중 거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채용관행이 경력사원 선발 위주로 바뀌고 있고 경기불황의 여파로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청년 취업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청년실업 문제는 낮은 출산율, 부모세대의 부양문제와 맞물려 우리사회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의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과거 클린턴 정부의 라이시 전 노동부장관이 선도한 노동력의 질을 제고하는 노동정책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미국의 장기호황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식의 창출과 활용이 생산활동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근로자 개개인의 자율과 책임, 자발성과 창의성이 중시되고 있다. 평생교육과 훈련을 통해 근로자의 노동경쟁력이 높아지게 되면 근로자는 본인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시장 내에서의 이동이 가능해지며, 노동시장 전체의 관점에서는 지속적인 고용수준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천자춘추/비와 우리농업

국회 농림해양위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으로 올해 농사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고추 농사, 참깨 농사는 이미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추석대목을 앞 둔 과일농사도 작황이 좋지 않고, 벼농사마저 심각한 감수가 염려된다. 높은 하늘과 밝은 햇살,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계절에 너무나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가을에 무엇을 거두란 말인가? 겨울이면 조합에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여기저기 외상으로 가져다 쓴 비료며, 농약값도 갚아야 하는데….’ 농민들의 한숨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지금 우리 농민들의 살림살이는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농가부채는 해마다 늘어나고 값싼 수입농산물이 천정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농산물가격은 늘 낮게 형성된다. 애써 농사지어 언제 빚이나 다 갚을 수 있을는지 농민들은 불안해 한다. 여기에 한-칠레FTA, WTO/DDA 농업협상이 농민들의 시름을 더한다. 농업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늘 고민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에 문제를 풀어갈 방도는 없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하지만 해결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업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국가가 해야할 몫과 농민이 해야할 몫을 다한다면 희망은 있다. 농가부채를 경감하고 농가소득을 지지하여 농가경제를 안정시키고, 농촌을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개발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농업생산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농업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식량안보, 환경보존 등)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할 일이다. 지금까지 국회 농림해양위 활동을 통해 농가소득안정망 구축을 강력히 요구해왔고, 앞으로도 농업을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고 농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농촌을 아름다운 국토로 가꾸도록 하는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농민들이 해야할 몫은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로부터 우리 농산물이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소 값이 비싸더라도 품질이 우수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면 우리 소비자는 주저없이 우리 농산물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실한 농업, 안정된 삶을 누리는 농민, 누구나 살고 싶은 아름다운 농촌을 우리가 만들어가야만 한다. /정장선.국회의원(민주.평택 을)

천자춘추/세계 최악의 보행지옥

며칠전 가까운 사람이 집앞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숨졌다. 57세의 학교 선생님인 그는 미혼인 두 딸의 아버지다. 우리나라는 1만명당 10명 이상이 길을 걷다가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세계최악의 보행지옥 이라한다. 교통사고는 물론이지만 그 중에 보행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46.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하니 하루하루 살아있음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30분 정도의 거리는 이면도로를 이용하여 주로 걸어다니는데 주차장이 되어버린 주택가의 도로는 아이들을 집밖에 내 보낼수 없을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된다. 동네 골목에서도 보행자는 자동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귀찮은 장애물이다. 더운 여름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매연으로 좁은길을 걷고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자동차의 수가 점점 늘어나므로 발생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가도로나 지하도를 만들기에 앞서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권이 보장되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자가용이 없는 우리가족은 주로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버스정류장의 안내표지판은 노선 변경버스에 대한 안내가 없는 경우가 많고 특히 수원역앞 정류장에서는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면서 차도로 뛰어다녀야 겨우 버스를 탈수 있게된다.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횡단보도대신 지하보도와 육교를 설치해서 보행자들이 힘들게 오르내려야 하는데 노약자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엄청난 예산이 들었을 지하보도는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쾌적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 있고, 정신을 바짝차리고 긴장하지 않아도 사고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걸을수 있는 보행자 위주의 도로 환경이 된다면 한집에 한대 이상의 차를 갖고싶은 충동을 억제할수 있을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한결 여유를 갖게되어 보행지옥이라는 누명을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태어날 우리 손주들이 마음놓고 집앞에서 동네아이들과 어울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나 고무줄을 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많을까? /유은옥.수원 YWCA회장

천자춘추/지수(指數)속에 살아가는 어린이

우리는 지수(指數)가 범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물가지수, 주가지수, 경제지수, 지능지수, 감성지수, 카리스마지수, 개발지수, 도덕지수, 야욕지수, 욕구지수, 인성지수, 독서지수, 불쾌지수, 동기부여지수, 습도지수, 건조지수, 불행지수, 행복지수, 자유지수, 천국지수, 부패지수, 환란지수, 재앙지수, 인간개발지수, 어린이지수, 여성지수 등이 있다. 지수는 일정한 때를 100으로 하여 비교하는 숫자이다. 이런 정의를 근거로 할 때 물가지수, 주가지수, 습도지수와 같이 기준점이 객관적인 지수도 있지만 독서지수, 카리스마지수, 야욕지수와 같은 지수는 무엇이 기준점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독서지수의 경우, 다섯살 된 어린이가 일 년에, 또는 한 달에 몇 권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점을 세울 수 있을까? 단지 책 몇 권을 읽었다는 숫자만으로 독서지수라 할 수 없다. 우리는 지수에 나타나는 숫자나 통계숫자에 대해 깊은 신뢰감을 갖고 숫자에 연연해한다. 요즘 여러 곳에서 우리 사회의 목표점인양 거론되는 GNP 2만불시대의 의미는, 2만불이란 단순한 숫자가 나타내는 경제적 개념으로 뿐만 아니라 2만불시대에 부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법적제도, 문화 등이 포함된다. 이와 동일하게 우리의 자녀를 평가하는 잣대로, 단순히 지수로 표시되는 숫자를 맹신하여 자녀에게 남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야만 한다는 강박감과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우려된다. 지수로 나타난 숫자는 높은데도 불구하고 문제해결 능력이나 도덕성,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높은 점수가 무엇에 쓸모 있겠는가. 그러므로 어린이가 어떤 분야에 지수가 낮다고 부모가 실망감과 좌절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어린이에게 추구하는 것은, 높은 점수를 지닌 인간이 아니라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 사회 한 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하며, 스스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지수에 나타나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자. 이는 어린이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단순한 지표이며, 어린이의 앞날을 예견하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천자춘추/월드컵 축구경기장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위해 서울의 상암경기장을 비롯하여 수원, 대전, 전주, 광주, 울산, 제주는 축구전용구장으로, 부산, 인천, 대구 등 3개 구장은 종합운동장으로 총 10개의 축구경기장을 건설하였다. 그런데 서울, 인천, 제주 등 몇개 구장은 지역연고 프로팀이 없어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프로축구팀 창단을 서두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의 축구에 대한 국민의 축구사랑에 대한 보답을 위해서라도 많은 돈을 들여 건설한 축구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울, 인천에도 프로축구팀이 하루빨리 창단되기를 기대해 본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잔디의 생육상태로 보아 연간 25회 정도 축구경기를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하나,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홈경기 22회와 대학선수권대회, 피스컵대회 등 연간 35회 정도 경기를 하여 100% 이상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축구장을 찾는 관중수이다. 지금 블루윙즈 홈경기 때는 1만5천명 내외의 관중이 입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에 개최된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선수가 있는 아인트호벤과 홍명보 선수가 있는 LA갤럭시와의 경기시에는 4만여 좌석이 거의 꽉 차도록 관중들이 찾아왔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수준높은 축구경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월드컵대회 때의 수익금으로 아시아컵을 창단하든지, 외국 유명클럽팀을 초청하는 등 축구장 활용도를 높이는데도 투자를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에서도 A매치를 서울 상암구장에서만 하지말고 지방의 축구장에서도 개최하여 주기 바란다. 호주에서는 ‘시드니올림픽 스타디움’을 통신회사인 Telstra에서 Telstra 스타디움으로 구장명칭을 붙이는 대신 연간 수십억원의 사용료를 내고 있으며, 일본의 월드컵결승전이 열렸던 요코하마 경기장도 곧 기업체에 명칭사용권을 마케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수원월드컵경기장도 수원에 연고가 있는 삼성이나 도내에 있는 LG 또는 국내에 있는 어느 기업이든 명칭을 사용하여 기업이미지도 높이고 운동장 경영에도 도움을 주어 축구발전에 이바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의 축구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K-리그에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어 응원하면서 즐기는 축구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구단이나 선수, 국민 모두가 2002년 월드컵의 축구사랑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도형.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갈등의 시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지 어언 6개월이 지난 지금의 한국 경제는 안으로부터의 도전과 갈등에 직면해 있다. 노사간·계층간·노노간 주 5일제 근무를 사이에 두고 노정간 갈등, 장마 뒤에 찾아 온 게릴라성 폭우와 찜통 더위같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화물연대 파업 등등. 거기에 보수세력과 진보진영간의 이념적인 갈등까지 더한다면 2003년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인내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이땅에서 살아가야 하고 우리의 자식들을 (이민갈 능력이 없는 까닭에) 이 땅에서 교육시켜야 하며, 그들이 대학교육까지 마치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것도 지금보다 훨씬 임금도 많고, 근로 환경이 개선되고, 그로인해 삶의 질이 향상된 직장을. 하지만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세상에는 공존하기가 어려운 이상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이 그렇고, 경제적 관점에서는 ‘분배와 성장’이 그렇다. 이들 개념은 하나의 희생 위에 상대의 성장이 가능한 묘한 관계를 이루며 인류의 역사를 이루어 왔다. 경제가 상당히 잘 돌아가서 고성장과 분배를 공평히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역사상 그런 예는 없었다. 60년대와 70년대의 우리사회는 개발독재와 논리에 편승한 노동자의 착취위에 고성장을 구가해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노동자의 권익도 일정 부분 신장된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현대 자동차의 경우 전임 노조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연간 70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동자의 탄압에 대한 반대급부로 시작한 제도가 이제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그룹의 비자금은 500천억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북한에 보낸 500천억원의 돈은 어느 노조원과 합의 했으며, 그로인한 반사이익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또 현대 자금 5천억원으로 노벨상을 산 전직 대통령은 무엇인가.(그는 끝까지 그런일이 없다고 하고있다) 이래가지고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까. 정몽헌 회장의 사후에 현대그룹의 주식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5천억원이 오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병익.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

천자춘추/화물수송 시스템의 개선

화물연대 휴업사태로 우려되었던 물류대란은 조합원들이 속속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현재의 운송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차제에 완벽한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만일 화물연대의 집단휴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요즘처럼 몇 개월마다 반복될 경우 우리경제는 빈사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물건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것 외에는 먹고 살 도리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수출업계가 가뜩이나 어렵게 따낸 오더를 화물 수송 때문에 제대로 이행치 못하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다. 제조업체는 원자재를 적기에 조달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하고 있고 수출업자는 물건을 쌓아놓고도 항구로 배송하기는커녕 빈 컨테이너조차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수입된 원자재는 항구의 컨테이너 야드에 적체되어 장치할 곳이 모자라고 해외수송 선박은 빈 배로 출항한다. 외국의 바이어는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다른 나라로 공급선을 바꾸고 있다. 이미 지난 5월에도 한차례 파란을 겪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휴업사태 재발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수출업계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기만 한다. 수출에 있어 운송은 인체의 혈액과도 같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운송업체의 휴업은 마치 인체에서 적혈구가 산소공급을 중단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물이나 공기, 전기 등과 같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운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고 국가적인 운송시스템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무역업계가 공동 물류회사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밖에도 운송관련 법제도의 정비, 하역과 운송의 분리 등 운송시스템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물류비 절감대책도 함께 마련되어 무역업체들이 운송 걱정없이 마음놓고 수출에 매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 성 철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어머니

30년이 웃도는 몇 명의 지기(知己)들이 있다. 매달 같은 날에 만난다. 만나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자식들 얘기도 하고, 실없는 농담을 지껄이는 것이 전부일 뿐인데, 새벽에나 헤어지게 된다. 이번 달 만남 때도 자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늘 그랬듯이 벨을 울리지 않고, 자물쇠를 직접 열고 들어섰다. ‘애비 이제 오니?’ 어머니가 한잠도 못 주무신 채 기다리고 계셨다. 늦는다는 내용의 전화통화를 했음에도, 괘념치 않으시고 걱정이 되셨나보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겨우 거동하시는 어머니다. 아내가 일을 갖고 있어, 여름과 겨울에나 몇 주 정도 함께 지낼 수 있는 어머니다. 큰 아들 곁을 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어머니, 형수 휴가 좀 주자며 모셔놓고는 걱정만 끼쳐드렸다. 이러저러한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안심이 되신 듯 잠드신 어머니 얼굴을 들여다본다. 백발, 잔주름 등 세월의 무게가 무겁게 내려 앉아있다. 현실의 벽에 직면해 힘들 때나, 알 수 없는 고독감이 엄습해 올 때에 떠올리곤 하는 어머니다. 아직도 어머니에게 응석부리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일게다. 어쩌면 청소년기를 유난히도 심한 방황으로 보냈던 탓에, 무척이나 어머니 애를 태우던 자, 그 어머니에 대한 원죄의식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역정 내시는 방법을 모르셨을까? 회초리 드는 방법을 모르셨을까? 자식의 방황을 당신의 잘못인양 타는 속을 삭이시던 어머니다. 그 조차도 청소년기에는 싫었다.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어머니 속을 태우던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식을 향해 회초리를 들고서야 어머니의 쓰린 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돌아 가 쉬고 싶은 고향과 같은 존재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서는 문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생각에’ ‘어머니 은혜’의 노랫말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주희 선생께서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라고 했다는데, 반포보은(反哺報恩)은 못하더라도 마음하나 편안하게 해드려야 되리. 어머니 얼굴에서 배어나는 세월의 무게가 애처롭다. 백 운 화 향토사학자

천자춘추/국민의 검찰과 친절

아침에 검찰 내부 통신망에 들어가 보니 친절에 관한 논쟁이 직원들 사이에서 뜨거웠다. 사정은 이러하였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상급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소속도 밝히지 않다가 나중에는 반말까지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아침에 좋은 기분으로 출근하여 불친절한 전화 한통으로 기분이 상한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인력낭비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덧붙이고 있었다. 그 글 아래에는 줄줄이 다른 직원들의 의견이 달려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사례들을 실명으로 올려 잘못을 시정토록 해야 한다는 다소 감정적인 의견, 상대방을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자는 의견,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도입한 운동이니 만큼 상급기관이 솔선수범하자는 의견 등이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민의 소리 담당관실’에서 다음과 같은 시민의 소리를 청취하였다. ‘음주운전으로 조사받은 후 벌금이 나왔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나온 것 같아 문의를 하였더니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었다. 단속당한 시민의 음주수치를 보니 우리 청의 양형기준에 따라 처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담당검사실에서 조금 불충분하게 설명하다보니 당사자는 자신만 불리한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위 두가지 사례는 어떻게 보면 형식에 불과한 친절이 실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나타낸 사례이다. 상급기관 직원의 친절하지 못한 전화로 인해 하급기관 직원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었고,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또한, 검사실에서는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고도 민원인의 질문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지는 않았을까. 나는 고양지청장에 취임한 이후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검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여 왔다. 국민들이 검찰에 대해 갖는 불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검찰은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기관이라는 인상 때문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우리 청의 여러 가지 몸짓도 결국은 친절을 통한 권위주의의 탈피가 그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이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김 인 호 서울지검 고양지청장

천자춘추/대통령의 민사소송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중앙·동아·한국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동시에 면책특권이 보장된 K모국회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또 한번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대통령도 재직중에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을 뿐이므로 민사소송,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도 있고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50년헌정사에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5억원,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분은 노대통령한분 뿐이다. 이는 대통령이 조·중·동 언론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인지대 1천여만원을 들여서 제기하였는가 측은한 심정이 든다. 더구나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통령이 종래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외압을 행사하던 구작태와 절연하였다는 선언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한민국호를 이끄는 영도자로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국민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소수파가 정권을 장악하여 온나라가 출렁이고 있고 또 북한이 핵을 가지고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여 언제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이런 위기상황에, 더구나 경제는 장밋빛이 아니라 어두워지고 있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가 안 좋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이 과연 이 시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현직 대통령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현직 대통령재직중에 판결이 선고된다면 상대당사자나 국민이 위 판결을 과연 정의와 형평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믿을 것인가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의 손해배상소송은 아무래도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공인으로서 만인의 추앙을 받는 마당에 가급적 사적 감정은 자제하고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일류국가로 만들 수 있는 가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후세 춘추필법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국가경영에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강 창 웅 수원지방 변호사회장

천자춘추/바른 인성과 디지털 마인드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캠퍼스 이곳 저곳이 개강 준비에 손길이 바쁘다. 강의실 정돈, 교육기자재 설치점검, 길단장 등 교육환경개선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새학기 강의 준비를 하고 있는 교수들 역시 마음이 바쁘다.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해당과목의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의 강의에 충실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에게 한학기 동안에 무엇인가를 남겨야 되겠다는 것이 더 큰 바람일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하는 것은 시대적인 변화와 요구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요즘의 시대적 환경은 무엇인가. 빠른 변화를 바탕으로 한 정보의 시대이고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글로벌시대이다. 우리는 지금 격변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 현실에 어리둥절하고 쏟아지는 정보홍수에 어지럽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나라와 인종 그리고 전통과 문화를 뛰어넘는 무한경쟁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자신의 마음이 무겁다. 이토록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은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건전한 원칙과 상식을 바탕으로 한 뚜렷한 중심을 가진 의식이 필요하다. 이는 거센 변화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와 소신으로부터 이루어질 것이다. 다음으로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경쟁력의 배양이다. 현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바탕으로 부단한 노력이 뒤따를 때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과 경쟁력이 형성될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요건은 무엇보다도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마인드를 갖출 때 이루어지리라. 지루한 장마속에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의 정취가 캠퍼스에 가득차니 여름방학을 마친 구리빛 얼굴의 그리운 제자들과 이러한 메시지를 가지고 만날 기대에 마음이 설레인다. /최 상 래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천자춘추/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

최근 언론에서 성희롱과 관련된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이는 군부대에서의 성희롱 문제가 사병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사건도 있었고, 모 구청에서는 국장급 공직자가 여직원 성희롱 논란속에 직장을 그만두게 된 사례도 다 올해 들어 일어난 일이다. 지난 한해동안 직장내 성희롱으로 노동부에 신고된 사건은 지지난해에 비해 50%, 상담건수는 37.7%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성희롱 사례 자체가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홍보나 교육을 통해 의식이 변화되고 있고 성희롱 근절을 위한 사회적인 분위기 성숙 등으로 권리의식이 증가한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부 분석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는 주로 하위직급 여성이고 행위자는 30~50대의 남성 상급자였으며, 발생시간과 장소는 근무시간중 회사 내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75%, 회식 등 근무시간의 회사 밖에서 발생한 경우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성희롱 발생 사업장의 대부분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사업주의 관심이 적은 곳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법규정상 성희롱 피해에 대한 회사측 책임부분은 얼핏보면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 피해자가 추후 고용상 불이익을 받았을 경우에 사업주가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거기까지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몇해 전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 미국공장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으로 여직원들이 소송을 제기, 배상합의금조로 무려 3천400만달러의 비용을 치러야 했고, 시민단체의 불매운동까지 일어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사태가 발생했었다. 미쓰비시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성희롱 예방캠페인을 벌이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뒤 사태를 마감할 수 있었다. 이렇듯 성희롱 사태는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의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오고 소송비용, 손해배상, 퇴직 및 신규임용 등에 따른 기업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밖에도 직장내 성희롱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는 심리적 불안감과 성적 굴욕감, 혐오감으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들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고, 행위자에게는 사회적 비난과 심리적 부담을 안게 만들며, 직장에서 징계조치를 받을 수 있어 경력상에 큰 오점을 남김은 물론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러한 모든 결과는 고용환경을 악화시켜 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저하시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천자춘추/보육위원의 역할과 기대

서울시 보육정보센터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모 구립 어린이집의 재위탁 관련 글을 읽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경기도내의 한 어린이집을 위탁받은 적이 있다. 재위탁 시기가 되어 재위탁 서류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아 제출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개위탁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더니 심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번에 제외시켜야 한다면 전에는 왜 위탁을 주었느냐고 물었지만 믿기 어려운 어이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 당시 많은 학부모가 ‘시장에게 바란다’와 ‘자유게시판’ 등 인터넷에 항의 글을 올리고 서명을 하여 시에 보냈다. 학부모 대표들이 시장과 면담을 하고 심지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넣는 등 거부의사를 밝혔어도 보육위원들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책임을 보육위원에게 넘겼다. 이런 과정이 지금 서울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육위원은 각 시나 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복지 및 유아교육 전문가, 시 소재 보육시설의 대표, 보육시설에 재직중인 보육시설종사자 대표, 보육시설에 영유아 또는 아동을 위탁한 보호자 대표, 보육업무 및 재정업무를 담당하는 5급 이상의 관계공무원으로 일견 구색은 잘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위원들은 담당공무원이 임의로 뽑은 사람들이다. 보육위원 선정에서부터 포장은 그럴 듯 하였으나 실제로는 얼마든지 시나 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보육위원회가 국공립어린이집의 위탁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취지이고 바람직한 제도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어진 제도라 할지라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보육의 질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도 있고, 시나 구의 입장만을 대변해주는 방패막이용의 허울좋은 보육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 객관적이고 올바른 기준에 의하여 보육위원이 선정되어 합리적인 평가내용과 배점으로 위탁을 결정한다면 보육위원회의 진가가 발휘되고 보육의 질도 향상 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의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재위탁 과정이 좀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