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수(指數)가 범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물가지수, 주가지수, 경제지수, 지능지수, 감성지수, 카리스마지수, 개발지수, 도덕지수, 야욕지수, 욕구지수, 인성지수, 독서지수, 불쾌지수, 동기부여지수, 습도지수, 건조지수, 불행지수, 행복지수, 자유지수, 천국지수, 부패지수, 환란지수, 재앙지수, 인간개발지수, 어린이지수, 여성지수 등이 있다. 지수는 일정한 때를 100으로 하여 비교하는 숫자이다. 이런 정의를 근거로 할 때 물가지수, 주가지수, 습도지수와 같이 기준점이 객관적인 지수도 있지만 독서지수, 카리스마지수, 야욕지수와 같은 지수는 무엇이 기준점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독서지수의 경우, 다섯살 된 어린이가 일 년에, 또는 한 달에 몇 권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점을 세울 수 있을까? 단지 책 몇 권을 읽었다는 숫자만으로 독서지수라 할 수 없다. 우리는 지수에 나타나는 숫자나 통계숫자에 대해 깊은 신뢰감을 갖고 숫자에 연연해한다. 요즘 여러 곳에서 우리 사회의 목표점인양 거론되는 GNP 2만불시대의 의미는, 2만불이란 단순한 숫자가 나타내는 경제적 개념으로 뿐만 아니라 2만불시대에 부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법적제도, 문화 등이 포함된다. 이와 동일하게 우리의 자녀를 평가하는 잣대로, 단순히 지수로 표시되는 숫자를 맹신하여 자녀에게 남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야만 한다는 강박감과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우려된다. 지수로 나타난 숫자는 높은데도 불구하고 문제해결 능력이나 도덕성,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높은 점수가 무엇에 쓸모 있겠는가. 그러므로 어린이가 어떤 분야에 지수가 낮다고 부모가 실망감과 좌절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어린이에게 추구하는 것은, 높은 점수를 지닌 인간이 아니라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 사회 한 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하며, 스스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지수에 나타나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자. 이는 어린이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단순한 지표이며, 어린이의 앞날을 예견하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오피니언
경기일보
2003-09-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