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보육위원의 역할과 기대

서울시 보육정보센터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모 구립 어린이집의 재위탁 관련 글을 읽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경기도내의 한 어린이집을 위탁받은 적이 있다. 재위탁 시기가 되어 재위탁 서류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아 제출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개위탁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더니 심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번에 제외시켜야 한다면 전에는 왜 위탁을 주었느냐고 물었지만 믿기 어려운 어이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 당시 많은 학부모가 ‘시장에게 바란다’와 ‘자유게시판’ 등 인터넷에 항의 글을 올리고 서명을 하여 시에 보냈다.

학부모 대표들이 시장과 면담을 하고 심지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넣는 등 거부의사를 밝혔어도 보육위원들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책임을 보육위원에게 넘겼다. 이런 과정이 지금 서울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육위원은 각 시나 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복지 및 유아교육 전문가, 시 소재 보육시설의 대표, 보육시설에 재직중인 보육시설종사자 대표, 보육시설에 영유아 또는 아동을 위탁한 보호자 대표, 보육업무 및 재정업무를 담당하는 5급 이상의 관계공무원으로 일견 구색은 잘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위원들은 담당공무원이 임의로 뽑은 사람들이다. 보육위원 선정에서부터 포장은 그럴 듯 하였으나 실제로는 얼마든지 시나 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보육위원회가 국공립어린이집의 위탁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취지이고 바람직한 제도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어진 제도라 할지라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보육의 질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도 있고, 시나 구의 입장만을 대변해주는 방패막이용의 허울좋은 보육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 객관적이고 올바른 기준에 의하여 보육위원이 선정되어 합리적인 평가내용과 배점으로 위탁을 결정한다면 보육위원회의 진가가 발휘되고 보육의 질도 향상 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의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재위탁 과정이 좀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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