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책 선물하는 날

나의 E-메일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광고메일이다. 대개는 읽어 보지도 않고 삭제해 버린다. 오늘도 습관적으로 같은 행위를 하다 눈에 띄는 것이 있어 열어 보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 세일…”이라는 모 인터넷 서점 광고메일이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을 처음 접하게 된때가 언제인가. 기억에도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기억은 ‘가을에는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야만 교양인 반열에 들게 되는구나’였다. 얼마 전에 가을에는 분명 독서하기에 적합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진부한 느낌을 준다.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독자층이 많은 현시대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독자층을 확보해야 된다는 점에서, 특히 영상매체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 독자층 확보를 겨냥한 서적 판매 전략을 그들의 기호에 맞게 세우면 어떨까.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일본 초콜릿 업체의 상술에서 비롯되었다는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 데이(3월14일), 초콜릿과 사탕을 받지도 주지도 못한 사람들이 모여 자장면을 먹는다는 블랙 데이(4월14일), 3자가 겹쳤다는 것에 기초한 삼겹살 데이(3월3일), 과자의 모양과 숫자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에 유래를 두고 있는 빼빼로 데이(11월11일)가 젊은 세대의 생활양식에 밀착한 날로 뿌리내리고 있음에 착안하여 ‘책 선물하는 날’을 제정하는 것이다. 독서 관련 캠페인이나 행사도 젊은 세대의 생활과 밀착된 즐거운 풍속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자의 수는 그 만큼 증폭될 것은 물론이거니와 연인사이에, 연인이 없으면 없는 사람끼리, 친구끼리, 부모와 자녀가 한권의 책을 나누는 아름다움도 맛 볼 수 있을테니,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니겠는가.

주희 선생께서는 ‘독서를 하다가 여러 가지 의문이 함께 일어날 때는, 잠자고 밥 먹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몰두할 수 있어야 큰 진전이 있다. 마치 전쟁에서 한 번 정도 대대적인 살상이 있어야 크게 이길 수 있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이 같은 격물(格物)의 자세가 아니라, 목독(目讀)을 통해서라도 약간의 지적인 만족감을 얻게 된다면 ‘한 권의 책’은 분명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백운화.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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