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아름다운 여신, 마고

한가위 보름달이 탐스럽게 여물어 가고 있다.

달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밤이면 가끔씩 하늘 뚫린 곳을 찾곤한다.

달을 향해 눈과 맘을 모으고 있으면, 달이 흡(吸)하고 호(呼)하는 것이 느껴진다.

옛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 와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달을 보았다한다.

나는 보름달을 볼때마다 우리 겨레의 첫 신(神)인 ‘마고’를 떠올린다.

신라의 박제상이 썼다고 전해지는 부도지(符都誌)에는 마고신화가 기술되어 있다.

- 마고는 아주 멀고 먼 옛날, 하늘의 음(音)으로부터 나왔다. 그 때는 불타는 해님만이 빛을 내 쪼일 뿐, 눈에 보이는 물체라고는 없었다.

마고는 아름다운 여신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눈부시게 반짝여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웠다.

머리는 위로 틀어 올리고, 남은 머리는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마고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성을 쌓고 그 속에서 살았다.

마고는 옛 세상이 몇번 종말을 맞이한 다음, 배우자 없이 홀로 궁희와 소희를 낳았다.

마고는 두 딸에게 오음칠조의 음절을 맡아보게 하였다.

다 자란 궁희와 소희는 그들의 어머니같이 하늘의 정(精)을 받아, 결혼하지 아니하고 두 천녀와 두 천인을 낳았다. 합하여 네 천녀와 네 천인이었다.

궁희와 소희는 네 천녀에게는 여(呂), 네 천인에게는 율(律)을 맡아보게 하였다. -

아름다운 여신 마고와 그미의 두딸 궁희, 소희 !

우리 겨레가 오래도록 받들었던 세 여신, 삼신 할미이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우리의 수명을 관장하시며, 우리의 소명을 일깨우시는 분들이시다.

나는 한가위 보름달을 마주하며, 카오스로부터 코스모스를 내오신 아름다운 여신 마고를 만날 것이다. 큰 숨을 들이쉬고 소원을 빌면서….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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