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인공기와 대통령 사과

지난 19일 이동중에 뉴스를 들으며 또 나라가 시끄럽겠구나 생각을 했다. 대통령의 인공기 훼손 관련 유감표명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저녁식사중 참석자 대부분(일반국민)도 “내일 신문이 볼만하겠어”라며 걱정의 뜻을 내비쳤다. 최근 우리나라의 집단간 내부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모 언론기관 조사에 의해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 다수(80%)는 갈등이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 내부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번 8·15집회도 이의 연장선인 것이다. 이런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성 유감을 표명했으니 우리 내부의 갈등 증폭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북한과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지만 세계에 유례가 없이 서로 전쟁을 했고 그 상처가 아직 치유가 되질 않았다. 냉전이 끝난 지금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계속 싸워야하는가. 과거를 털고 하나의 민족으로 협력하고 도와야 하는가. 협력해야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하는가. 이를 위한 우리정부와 국민의 역할은 무엇인가. 또한 북한은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질 않았고 정치권에서도 합의를 위한 노력보다는 항상 대립의 각을 높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제 북한을 적국이라기 보다는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수가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북한에 엄청난 지원을 하면서도 너무 끌려다니고 있고, 북한은 얻으려고만 하지 진정 남한에 협력하는 자세가 덜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국민의 불만이 큰 것 같다. 이번 대통령 사과도 그 충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리고 북한은 툭하면 약속을 깬다는 생각을 우리 국민에게 더욱 심화시킬까 걱정이다. 우리 정부는 대북 관련 정책 수립시 국민적 합의를 얻는 일과 북한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북한은 남한에 대해 적극 협력한다는 자세의 전환이 있어야 남북교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는 정책이어야 그 생명은 오래 간다. 우리 국민도 일부겠지만 이제는 성조기이든 인공기든 국기를 태우는 과격한 행동은 국가 이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장선.국회의원(민주.평택 을)

천자춘추/아껴쓰고...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아나바다’운동은 1987년에 YWCA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Y가 만들어낸 ’아나바다’라는 용어는 점차 사회전역으로 확산되어 절약캠페인과 재활용운동의 전용어가 되었다. 수원YWCA회관에는 ‘아나바다 삶터’라는 상설매장이 있었는데 많은 여성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며 지속가능한 소비패턴을 만들어 갔다. 우리는 ‘환경한마당’행사때 무공해 미인대회와 아나바다패션쇼를 열기도 했는데 궂이 비싼 새옷이 아니라도 품위있고 멋진 연출을 할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며 소비문화에 대한 열띤토론을 벌이기도했다. 나는 ‘아나바다장터’를 애용하는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결혼후 30년동안 새옷을 산 기억이 별로없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미국에 살고있는 미국인 친구들이 입던 옷을 깨끗이 손질해서 보내주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는 아나바다장터에서 사주었다. 나는 지난봄 동창모임에 일천원짜리 원피스와 삼백원짜리 구두를 신고 갔는데 통상적이기는 하지만 ‘예뻐졌다’는 말을 들었다. 몸에 걸치는 것들이 모두 합쳐 오천원도 채 되지 않을때가 많지만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손색이 없고 그것으로 인해 무시당하거나 주눅들 일도 없다. 체면문화가 자리잡고있는 우리사회에서 처음 ‘아나바다’운동을 시작할때는 남이 입던 옷을 입는다는 것이 자존심상해하는 사람들로 외면당했지만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해오므로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낼수 있었다. 수원YWCA는 회관이전 문제로인해 잠시 쉬었던 ‘아나바다’장터를 영통지역에서 9월부터 정기적으로 열기로했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있는 그 지역에서 ‘아나바다’운동이 확산된다면 수원지역에 지속가능한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일조를 하게될 것이다. 세계인구의 5명중 1명이 하루에 1200원(1달러)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이라 한다. 지난해 8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는 빈곤퇴치, 소비 및 생산패턴의 변화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사안중의 하나라는데 공감했다. 모든분야에서 생태적인 삶이 요구되는 21세기에 우리가정에서부터 ‘아나바다’를 생활화 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상,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 갈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유은옥.수원 YWCA회장

천자춘추/우리시대의 武班

며칠 전 고양검찰청 축구동호회는 파주지역 최전방 사단을 방문하여 사단장과 영관급 참모들이 주축이 된 축구팀과 축구시합을 한 적이 있다. 이번 축구시합은 고양, 파주시가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인 점을 고려하여 유사시를 대비해 군과 검찰의 협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4월 초순부터 관내 군단 및 사단을 예방할 때 사단장으로부터 축구시합 초청을 받아 이루어진 행사였다. 우리 청 축구팀은 걸음마 수준의 아마튜어 팀이었지만, 사단 축구팀 구성원의 연령층이 우리 팀에 비해 높다는 사실에 해볼만한 경기가 아니겠느냐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우리 군은 강했다! 사단 축구팀은 강인한 체력을 가진 속칭 ‘인간병기팀’으로 우리 팀이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하기에 벅찬 팀이었고 경기 결과는 0:2 패. 단 한명의 부상자 없이 경기를 무사히 마치고, 사단 구내식당에 마련된 사단장 주최 만찬에서 사단장의 지휘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사단장의 지휘방침은 우리 검찰의 복무방침과 너무나 비슷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 군대를 지향’하고, ‘강인하고 활기찬 군부대 분위기를 조성’은 검찰총장의 복무방침인 ‘정도를 걷는 국민의 검찰’과 우리 청 개청초기 복무방침으로 정한 ‘직원간 화합을 통한 활기찬 청 분위기조성’ 등과 같은 내용이었다. 국민의 검찰, 국민의 군대가 말로만 끝나지 않고 국민의 믿음에서 싹트길 기원하며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국민의 검찰, 국민의 군대로서의 소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만찬이 끝난 후 사단을 출발하여 어둠에 싸인 감악산을 돌아 나오는 차량 안에서 취임식 때 ‘언제나 진실의 편, 정의의 편, 국민의 편에 서서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여 이 지역의 법질서를 확립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문득 생각났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하여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라는 구약성경(아모스 5장 24절)과 같이 그 무엇보다도 公平無私하고 不偏不黨한 업무처리로, 국민의 편에서 과연 진실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잘 살피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 속 깊이 되새겨 본다. /김인호.서울지검 고양지청장

경기천자춘추/여유로운 마음

예로부터 우리네 조상들은 매사에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을 삶의 으뜸으로 생각하고 제일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어떠한 어려움과 절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처해 나감으로써 오히려 현명하고 슬기로운 결과를 얻어내는 지혜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조급하고 성급한 마음속에 여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엇이든지 급하게 해치워야 하고 남보다 뒤에 서서는 견디지를 못한다. 그러다보니 무리와 졸속이 따르고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여유를 잃은 급한 마음들이 부딪히어 삐걱거리며 톱니가 물리지 않은채 굴러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선 거리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보자. 앞의 신호가 열리기가 무섭게 출발을 재촉하는 뒷차의 경적소리, 늘어선 출퇴근길 차선에 예고없이 끼어드는 얌체차량, 고속도로에서 안전운행을 하고 있는 앞승용차를 잡아삼킬 듯 뒤쫓는 대형화물차들의 무서운 질주, 정말 아찔하고 무서운 순간들이다. 기차역에서 지정된 자리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뛰는 모습, 각종 예매소에서 앞사람이 누구이건 슬슬 밀어붙이는 모습, 우리의 성급한 마음이 빚어내는 조급하고 각박하기 이를데없는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이러한 여유를 잃은 우리의 모습들은 나라밖에서도 수없이 나타난다. 외국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할 때 길게 늘어선 대열에서 내차례를 걱정하는 편치 못한 얼굴, 외국식당에서 큰소리로 식사를 독촉하는 모습은 부끄럽기 이를데 없는 우리의 얼굴이다. 해외진출한 우리기업이 현지고용인들에게 생산을 독촉하는 ‘빨리빨리문화’는 상품의 질을 떨어뜨려 경영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우리는 잠깐 발을 멈추고 여유를 잃어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추스릴 때이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때인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사리를 판단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회를 기다릴수 있을 때 건전한 거리와 신뢰의 사회에서 글로벌화시대에 우뚝 설 수 있으며 경쟁력있고 성숙된 자기모습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천자춘추/'안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휴가가 끝나고 나면 그 후유증과 더운 날씨 그리고 불쾌지수의 상승 등으로 인하여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재해발생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금년들어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하루평균 253명이며 이중 목숨을 잃는 사람은 8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한해 평균 8조7천23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인천·경기지역에서만 하루평균 74명이 재해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는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대부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재해자 대부분이 가정에서는 가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자로서 재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아픔과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산업재해 예방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금년에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와 천안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의 기숙사 화재사고,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사고 등 대형참사들도 안전교육의 부족 및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아니하여 더 큰 피해를 발생케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형사고들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타성과도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안전의식 결여 및 안전교육 미흡, 안전수칙 및 재해예방장치의 부족 등 안전불감증에 기인한다. 전체 산업재해자 중 60%가 근속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로부터 발생했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으며 안전불감증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업주는 유사한 작업에서 발생한 재해사례 및 안전수칙과 사고 발생시 대처방법 및 응급조치 등에 대하여 수시로 교육을 실시하고 근로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유해·위험 작업시 안전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 이에 따른다면 재해는 현격하게 감소할 것이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안전을 생활화하고 안전준칙을 따를 때 비로소 가정의 평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국가의 미래도 밝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경기천자춘추/‘안전’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휴가가 끝나고 나면 그 후유증과 더운 날씨 그리고 불쾌지수의 상승 등으로 인하여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재해발생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금년들어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하루평균 253명이며 이중 목숨을 잃는 사람은 8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한해 평균 8조7천23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인천·경기지역에서만 하루평균 74명이 재해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는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대부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재해자 대부분이 가정에서는 가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자로서 재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아픔과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산업재해 예방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금년에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와 천안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의 기숙사 화재사고,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사고 등 대형참사들도 안전교육의 부족 및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아니하여 더 큰 피해를 발생케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형사고들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타성과도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안전의식 결여 및 안전교육 미흡, 안전수칙 및 재해예방장치의 부족 등 안전불감증에 기인한다. 전체 산업재해자 중 60%가 근속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로부터 발생했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으며 안전불감증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업주는 유사한 작업에서 발생한 재해사례 및 안전수칙과 사고 발생시 대처방법 및 응급조치 등에 대하여 수시로 교육을 실시하고 근로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유해·위험 작업시 안전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 이에 따른다면 재해는 현격하게 감소할 것이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안전을 생활화하고 안전준칙을 따를 때 비로소 가정의 평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국가의 미래도 밝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 정 호 경인지방노동청장

천자춘추/교육과 호주제

호주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많은 이들이 통과하길 기대하고 있다.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로 여성 차별 조항이 문제가 되어 그 동안 논란이 많았다. 가정은 가족이란 구성원들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통해 맺어진 우리 사회의 핵심 단위이다. 가정과 가족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은, 호주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호주제가 없는 나라보다 이혼율이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호주제와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가 폐지한 일본이나 스위스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은 것을 보면 호주제가 가족관계를 유지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주제는 가부장적 사고를 유발하여 부부 갈등을 조장하며 가족 해체를 촉진하고 불합리한 호주 승계 순위로 인해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뿐만아니라 남아선호사상을 고착화시켜 태아 생명의 존엄성이 위협을 받으며, 남아와 여아의 성비(性比) 불균형을 초래한다. 따라서 호주제가 폐지된다면 평등한 부부관계·가족관계가 확립되는 계기가 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찾게 된다.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호주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제도임을 많은 남성들도 인식하여 호주제 폐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남녀평등’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강조하고 있고, 유아 교육 현장에서도 반편견교육의 일환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우리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 그들이 교육을 받은 내용과 사회 현실이 상이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과연 나이가 많아 물러앉은 우리에게 무엇이라 할까? 호주제가 폐지되어 어린이들이 현실과 괴리가 없는 교육을 받고, 상위법과 하위법이 상충되지 않으며, 모두가 존엄성을 가진 행복한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다.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고대해 본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천자춘추/빨간 머리띠 시위

여느 사업장 노조위원장 취임식에 갈 때마다 보고 듣는 흔한 장면과 용어가 있다. 우리에게는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당연시 여길 수도 있는 것들이다. 취임식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투쟁이라는 용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취임축하 공연도 음악도 취임사도 축사도 모두 투쟁이다. 거기에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할 경우 더욱 전투분위기가 생겨난다.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이제 익숙한 풍경인 것이다. 노사 관계가 아직도 투쟁이어야 하는가. 나는 이런 행사를 볼 때마다 같은 의문이 든다. 노조 간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축제 분위기에서 취임식을 하면 안되는가 그랬더니 어림없다는 표정이다. 왜 노조위원장 취임식은 축제분위기가 되어서는 안되고 마치 전투에 임하는 출정식이 되어야 하는가. 파업도 할 수 있고 또 사주와 다툴 때도 있다. 그러나 취임식은 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주측도 결국 한식구임에 틀림없는데 꼭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가. 협상과 대화의 상대로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수시로 접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쇠파이프를 곁들이는 것은 이제 별일이 아니다. 그러나 외국사람들에게는 공포의 장면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얼마전 영국을 다녀왔다. 대사관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데 어느 직원이 하는 말, 외국 TV에 한국 노조원들이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쇠파이프를 들고 파업하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외국사람들이 도저히 이해를 못한다. 한국이 무섭다고 한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특히 삭발까지 하면 더욱 무섭다고 한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지 않고 삭발도 하지 않으며 혈서를 쓰지 않는 파업문화를 언제나 볼수 있을까. 내 세대에 가능할까. 왜 우리나라만 그렇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심각하게 들었다. /정장선.국회의원(민주.평택 을)

천자춘추/정전 50주년 '그리움의 노래'

올해는 정전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아 잊으랴 어찌우리 이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나는 매년 한차례씩 이 전투적인 노래를 부르며 38선 이북에 있는 동포들에 대해 적개심을 키우도록 강요받고 자란 세대다. ‘원수의 하나라도 쳐서 무찔러’야 비로소 ‘이 나라 이 겨레가 빛나’게 된다는 철저한 반공주의로 무장 되어온 나는 1996년 뉴욕한인YWCA가 개최한 ‘세계평화와 여성연대모임’에서 철통같았던 마음의 벽의 근간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에 흩어진 여성동포가 한자리에 모여 민족통일을 전망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나의 친정어머니가 여학교다닐때는 수학여행으로 일본과 금강산에 갔다고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일만이천봉의 아름다움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지만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98년에 수원시민 통일한마당이 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되었을때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날 대학생이었던 아들이 어느 지역의 통일한마당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연행되어 남편이 면회를 갔고 엄마인 나는 남북간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대한 아픔을 강하게 느끼면서 그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99년 방콕에서 개최된 세계Y 아시아 태평양지역회의에서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햇볕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에 있는 금강산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를 남한의 여성이 불렀을때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표명해 왔다. 무엇보다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내 생애 처음으로 북한땅을 밟았던 ‘99년, 장전항에 정박한 ‘금강호’ 선상에서 러시아 여성의 피아노반주에 맞춰 노래했을때다 ‘여성이 일구어가는 평화 새천년’이라는 주제로 제2차 민족화해를 여는 여성포럼이었는데 그때는 북측여성들과의 공식모임을 할 수 없었지만 불과 3년후인 작년,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여성 통일대회때는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토론회도 하면서 우리는 한민족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어머니요 여성이라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다. 정전 50주년을 맞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통일의 주체가 되어 활발한 민간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 생애중에 구룡폭포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마음놓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 헛된 꿈이라고 할까? /유은옥.수원 YWCA회장

천자춘추/나라꽃 무궁화

무궁화가 언제부터 나라꽃이 되었는지 그 유래와 소중함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이 끼고 꽃이 화려하지 않다 하여 나라꽃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나라꽃인 무궁화는 우리민족과 함께 반만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애국가 후렴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1896년 일제 강점기에 독립협회 회원들이 독립문을 건립할 때 처음으로 불러 무궁화를 겨레의 얼로, 고통속의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꽃으로 부각시켰다. 이렇듯 무궁화는 우리 겨레와 애환을 같이 하여 왔으나 무궁화 꽃이 활짝 핀 8월15일에 해방이 되어 정부수립과 더불어 나라문장(紋章)과 기(旗), 훈장, 화폐, 배지 등에 국가상징물로 널리 활용하면서 자연스레 ‘나라꽃’인 國花로 우리국민 가슴깊이 자리한 것이다. 그런데도 행정관서 등 공공기관의 앞마당에서 조차 100년 이상된 무궁화 나무를 구경하기 힘들며 길거리나 담장에 지똥나무 차폐림 조성하듯 심어져 있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붉은 화심의 백단심보다 정체불명의 흰겹꽃이 많이 심어져 무궁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경기도에서는 3년전인 2000년부터 무궁화 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여 도내에 40만 그루의 무궁화를 심었고 광주도자기 엑스포장과 안성 3·1운동 만세고개, 남한산성과 수원월드컵경기장내에 무궁화 동산을 만들었으며 지난해에는 광주시에 소재한 경기도청소년 수련원내에 무궁화 역사 공원을 만들어 무궁화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구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학교 식물원과 임업연구원에 200여 품종 3천여 그루의 무궁화 꽃이 심어져 아름다운 꽃이 피고 있으며 화성시청 뜰에는 100년 이상된 큰 무궁화 두 그루가 고고한 자태로 꽃을 활짝 피고 있다. 무궁화는 남향지고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에 사과나 배나무 가꾸듯 정성스럽게 심은 다음 거름을 주면서 가꾸어야 아름다운 꽃이 핀다. 무궁화 꽃은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일 동안 꽃이 피는데 아침 해뜰때 꽃이 피기 시작하여 해가 지는 저녁이면 꽃이 지지만 한 그루에 수 많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계속 피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나라꽃인 무궁화를 심고 가꾸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도형.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타협이 그렇게 어려운가!

어머니는 한 눈이 없었다. 남은 한 눈으로 남편도 없이 아들을 키우시느라 갖은 고생을 다 하시다가 세상을 등지셨다. 아들은 한 눈으로 살다 가신 어머니를 너무 사랑했고, 그런 어머니가 자랑스러웠으나 효도 한 번 해 보지 못한 자신이 한스러워 마음이 무거웠다. 아들은 저 세상으로 가신 어머니의 초상화를 화가이신 집안의 어른에게 부탁하였다. 아들은 초상화만큼은 한 눈 없는 어머니가 아닌 두 눈을 가진 어여쁜 어머니로 묘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른은 아들을 나무라시는 것이었다. “자네가 어머니의 눈이 한 눈인 것이 한스러워, 죽어서라도 어머니에게 두 눈을 드리려는 효심은 충분히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는 어머니가 한 눈인 것이 창피했는가? 어찌 한 눈으로 살다 가신 어머니를 욕되게 하려는가!” 아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다고 할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 전쟁에서 한 눈을 잃은 장군이 있었다. 그 장군도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다. 그리스 전역에서 내로라 하는 화가들이 모여들어 그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사실대로 그린 것은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흉측했고, 성한 두 눈을 그린 것은 장군 자신 같지도 않았거니와 화가들이 아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도 역겨웠다. 그러던 중 장군은 어느 아마추어 화가가 그린 그림에 만족했다. 그 화가가 장군의 옆모습을 그렸던 것이다. 성한 눈을 가진 그 옆모습을…. 위의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너무 타협과 협상에 서툴다는 것이다. 나와 같지 않음을, 다르다고 인정하지 못하고 틀리다고 매도해 버리는 사회 풍토! 남을 설득하고 상대의 입을 다물게 해야 이겼다고 인식하는 토론 문화!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노사간 갈등을 겪으며 아무런 타협점도 찾지 못하는 우리 사회! 이제는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서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존재하는 1분간의 길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병익.경기도의회 의원

천자춘추/池魚之殃

요즈음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분들로부터 노조 때문에 회사 문을 닫고 싶다는 하소연을 듣게 된다. 물론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솔선수범하여 근로자의 복지에 우선을 두는 기업들은 비교적 노조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긴 하지만 영세기업들의 경우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게 되면 경영위기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경기도에는 제조업을 포기하고 공장건물을 남에게 빌려주어 임대료를 받는 쪽으로 나가거나 중국 등으로 공장이전을 서두르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근로자에게는 일터의 소멸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의 노조활동은 근로자의 복지향상이라는 차원을 떠나 노조단체간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해당기업의 노조보다 상급 노조단체의 경쟁적인 개입으로 노사협의가 파국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한푼이라도 임금을 올려 받고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일터 자체가 없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환퇴라는 사람이 천하에 진귀한 보석을 가지고 있었다. 환퇴는 왕이 그 보석을 탐내자 보석을 가지고 종적을 감춰 버렸다. 왕은 환관에게 속히 환퇴를 찾아내 보석을 감춰 둔 장소를 알아보라고 명했다. 환관이 어렵사리 찾아가자 환퇴는 서슴없이 말했다. “아, 그 보석 말인가? 그건 내가 도망칠 때 궁궐 앞 연못 속에 던져 버렸네” 환관이 그대로 보고하자 왕은 신하에게 당장 연못의 물을 다 퍼내고 보석을 찾으라고 명했다. 그러나 보석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애꿎은 물고기들만 다 말라죽고 말았다. 池魚之殃이라는 중국고사의 한토막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엔진은 수출이며 수출의 근본은 제조업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는 노사문제 말고도 자금경색, 인력난, 환율불안, 내수위축, 환경규제 등 신경써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다른 모든 어려움은 경영자된 죄(?)로 어떻게든 버텨 볼 수 있겠지만 노조에만은 더 이상 해 볼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은 이제 그냥 흘려들을 단계가 아닌 것 같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해 노사가 어느때보다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池魚之殃의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철.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천자춘추/숲 속에서의 여유

천보산 서쪽 끝자락, 의정부시 녹양동에서 오르는 산을 ‘아고배산’이라고 한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자 한양 인근의 산이 주산이 되고자 한양을 향했는데, 아고배산도 한양을 향했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고 한다. 아고배산 보다는 먼저 왔지만 역시 늦었던 수락산이 “이놈아 나도 늦었는데, 네놈이 뭘 어쩌겠다는 거야” 하면서 아고배산의 배를 발로 차자, “아이고 배야” 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일명 빡빡산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전쟁 때 격전지였던 탓에 포화로 산이 벌거숭이가 되어,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없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대동여지도에는 갈립산(葛立山)이라고 표기되어 있기도 한 산이다. 어쨌든 시민들에게 익숙한 산명(山名)은 빡빡산이다. 지명유래전설이 그 대상물을 공유하고 있는 구성원들 간에 연대감 내지는 공감대 형성에 일조를 한다는 개론적인 이유에서 빡빡산으로 칭하고자 한다. 반세기가 흘러서 인지 이제는 빡빡산이라는 이름이 다소 무색하다 싶을 정도의 숲이 조성되었다. 특히 소나무가 한 여름날의 땡볕 가려줄 만큼의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산을 다녀간 때가 밤나무 꽃향기 흩날리면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됨을 알리던 때였으니, 달포 만에 다시 왔구나 싶다. 이제는 신록(新綠)을 한껏 내뿜는 밤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산 입구로 접어든다. 어디서든지 아무렇게나 볼 수 있는 아카시아, 참나무도 사열을 거든다. 사열이 끝나는 자리에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군용도로요, 다른 한 길은 소나무 숲길이다. 숲길로 접어든다. 싸리 꽃이 보랏빛 향연을 펼친다. 산나리 꽃의 서정적인 화려함도 가슴을 저리게 한다. 얼마쯤 오르면 약수가 있다. 약수의 시원한 고마움을 뒤로 하면서 올라, 지금은 예비군훈련장인 솔잎 수북하게 깔린 절골 ‘절터’를 지난다. 각시당 터에서 걸음을 멈춘다. 마지막 능선을 따라 봉우리에 오르기 전에 다른 산과는 달리 숨 한번 몰아쉬지 않았기에, 순전히 예의상 한번 쉬는 것이다. 산허리를 굽이쳐 돌면서 오르는 이 빡빡산의 숲길을 좋아한다. 미움을 용서하되 잊지는 않고, 나 자신에게는 엄격함을, 모든 이들에게는 푸근함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 빡빡산의 소나무 숲길을 참 사랑한다. /백운화.향토사학자

천자춘추/고양지청에선 지금

요즈음, 인기 있는 우리 영화의 인터넷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미리보기’로 영화의 일부를 맛보여주는 이외에 영화의 제작과정의 일부를 동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에 대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찍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 밖으로 크지 않은 듯한 이 작업에서 어떻게 멋진 한편의 걸작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마도 개개 배우의 연기 이외에 촬영, 편집, 음악 등에 관여하는 모든 스텝의 노고와 이들을 적절히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감독의 역량에서 온 결과일 것이다. 나는 영화감독은 아니지만, 작지 않은 한 기관의 장으로서 때로는 영화감독의 역할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우리 직원들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 배우이자 영화의 스텝이다. 훌륭한 걸작을 위해서는 모든 배우와 스텝이 마음을 열고 한 식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 청에서는 이러한 한식구되기 위한 몇 가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우리는 내집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직장 분위기를 위해 대민 서비스에 거스르지 않을 정도의 넥타이 없는 자유복장, 일정한 형식을 갖춘 기존의 월례조회 대신 지난 한달 동안 직원들간의 감사할 일, 어려운 일을 서로 나누고 화합을 다지는 간담회, 점심시간 직원들과 함께 청사 근처 호수공원을 산보하며 서로의 애로사항을 나누는 워킹 간담회, 검찰 자체 홈페이지에 직원들 개인의 장점을 공개하는 장점공개운동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날로 한 식구로 열려지는 직원들의 모습과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인 우리 직원들을 본다. 우리 검찰은 흔들림 없는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애정으로 세상과 사람을 감싸 안을 역할을 맡은 배우이다. 그러나 우리가 찍는 영화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후원해 줄 공동 제작자인 시민들에게 우리의 손을 내민다. 우리 검찰과 함께 걸작을 완성할 이 땅의 시민들이 우리의 내민 손을 잡아주길 기대하면서. 그리고 그 맞잡을 손에 검찰의 미래와 이 나라의 미래가 있음을 확신한다. /김인호.서울지검 고양지청장

천자춘추/붉은 머리띠의 물결을 보면서

2002년도는 붉은 악마의 붉은 색이 금수강산을 뒤덮었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출렁이는 붉은 물결을 볼 때 흥분과 감격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붉은 머리띠를 맨 근로자들이 TV 화면을 꽉 채울 때마다 소름과 전율을 느낀다. 선혈이 떨어질 것같은 붉은 글씨로 쓴 깃발을 들고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머리띠를 매고 울분에 찬 그들의 고함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싹 오싹 한기를 느낀다. 오늘 우리가 밥술이나 먹는 것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일에 매달린 근로자들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일할 수 있는 근로광장을 제공한 것은 위정자들이나 재벌들이다. 근로할 장소가 없어지면 데모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근로자들의 피땀어린 돈으로 재벌들이 비대해졌으니, 근로자들이 이젠 재벌이 소유한 빵을 쪼개서 먹자고 아우성칠 만하다. 한편 회사나 공장경영자들은 한국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서 임금이 싼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생산공장의 공동화로 변하는 것이 아닌지. 공장을 옮기고 폐업하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 무턱대고 아우성칠 것이 아니라 회사나 공장을 살려놓고 데모굿판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근로자들이 파업조건으로 근로조건개선이 아닌 회사경영권이나 법개정사항을 들고 나온다면 이는 정치적파업일 뿐이다. 또 정권이 바뀌어 뿌리도 내리기전에 근로자들이 파업하여 물류를 마비시켜 수출에 차질을 초래하고 고속도로를 저속운행하여 고속도로기능을 상실시켜 초기 참여정부를 허덕이게 한다면 같이 공멸하자는 것이 아닌가. 국민소득 일만불시대를 연 역동적인 산업역꾼들이여! 이제 막 진수한 노무현호가 무사히 이만불시대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어떻게 하면 같이 살 수 있는 지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천자춘추/비(悲)와 서(恕)

하루가 힘겨울 때, 나는 가끔씩 러시아 노래를 찾아 듣곤한다. 가슴 아래로 스며드는 그 무엇 때문에. 러시아 노래에는 우리와 상통하는 시베리아 문화권의 공통 정서가 배어있어서인지 내게는 친근한 그 무엇인가가 그 속에 있다. 톨스토이에서 마야코프스키까지,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적잖이 배출했던 러시아에는 이런 말이 오래전부터 전해온다. “한 생애를 살며, 그대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았는가? 그대는 그대가 사랑하였던 사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믿음을 저버림 당해보았는가? 그대는 창살에 갇혀 한뼘의 햇살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답고, 소중한지 느껴보았는가? 이 세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과는 인생과 철학과 예술에 대해 논할 만하다.” 불혹(不惑)의 나이에 들어서서 불현듯 떠오르는 옛 기억 때문에 잠 못이루는 밤,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이 말을 곱씹어 보기도 한다. 이 세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생을 두고 느끼고 깨우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추측컨대 비(悲)와 서(恕)가 아닐까. 더불어 살기도 쉽지않고, 홀로 살기도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겉과 속을 보며 느끼는 그 무엇. 비(悲) - 슬픔! 그 비(悲)란 것이 ‘내 마음(心)과 같지 아니하기(非)’ 때문에 느끼는 그 무엇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서(恕)란 것이 입장과 처지를 헤아리면, ‘내 마음(心)도 저럴 수 있다(如)’고 보고, 용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최근이다. 내가 사추기(思秋期)에 들어선 것일까? 어린 시절, 내속에서 우러나와 내게 던지던 근본적인 물음들! 세월의 두께를 비집고 나와 다시금 내게 물음을 던진다. 먼지 속에 덮여있던 옛 경전들과 고전들을 다시금 펼쳐든다. 하루 가운데 한 두시간만이라도 그 속에서 옛사람들을 만나 지혜를 구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천자춘추/경영의 기본, 타협.신용.윤리

경기의 침체상태가 심각하다. 지금 경기의 불황은 공급과 소비측면에서 함께 나타나는데에 문제는 더욱 크다고 할수 있다. 제조기업현황지수와 소비자평가 및 기대지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황에서 탈출의 길은 없는 것인가. 우선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분배우선정책에서 분배와 조화를 이루되 성장을 중요시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활동과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에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업의 외적환경개선을 바탕으로 기업의 내부환경과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경영인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글로벌경쟁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내의 생산, 인사, 재무, 조직 및 마케팅 등 분야별 경영전략이 구체적으로 연구되어 글로벌스탠더드의 모델을 설정하고 시행하는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경영마인드를 바탕으로 이루어질수 있는 것이다. 첫째는 타협정신이다. 기업활동은 항상 상대가 있다. 제품이나 가격에 대한 우리측 의견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정당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과 합의점에 도달하지 않으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신용이다. 기업의 거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래당사자간의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서면적계약이 분쟁 야기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서면적계약 역시 신용을 바탕으로 이행되어질때 당사자간 기업활동에 신뢰와 믿음이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윤리와 도덕성이다. 바른제품의 생산과 적정한 가격의 책정, 성실한 계약이행과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개발, 투명한 경영과 경제사회에의 기여 등 모든 경영활동이 윤리와 도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과 행동의 경영매너가 그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이와 같은 타협, 신용, 윤리는 경영의 기본일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지도자와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최상래.경기대 경영학부 교수

천자춘추/서로에게 이익되는 노사관계

금년 들어 두산중공업·화물연대·조흥은행·철도·지하철 등 대형분규로 인해 노사갈등이 우리사회와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대형분규이후 노동계의 ‘6월말 7월초 시기집중투쟁’이 이어지고, 중앙교섭·지역별 집단교섭 등 새로운 교섭구조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법제도 개선사항의 논란 등으로 기업단위 노사관계만으로는 원만히 풀 수 없는 노사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에서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표현되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협력적 노사관계’가 기업의 생존과 발전,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노와 사가 자주적인 주체로서 참여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통해서 이뤄낼 수 있다고 노사 모두에게 협조하여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노사관계를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보면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광고가 생각난다. 선생님께서 4명의 학생에게 3개의 아이스크림을 주고 서로 상의하여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하자, 4명의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학급에서 반장, 부반장, 체육부장, 미화부장으로서 학급의 각종 일들에 봉사하였으니 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다투다가 결국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려 아예 맛도 보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여러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로 섬 게임과 같이 이번에 한해 내가 양보를 하고 상대방이 더 큰 이익을 얻는 ‘분배적 협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갈등 당사자 모두가 공정한 결과라고 인정하는 ‘이익적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이 녹도록 사태가 진전된 것은 갈등 당사자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6년의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의 노사관계는 크게 변해오고 있다. 그러나 개발연대의 노사관계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한 것 같다. 국내외적으로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진정 우리, 또한 국가를 생각하는 대승적인 마음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노사관계가 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하다 아이스크림을 녹여버려 아무도 먹지 못하는 그 아이들이 주는 교훈을 우리 모두 가슴속에 품고 이 뜨거운 여름에 청량음료와 같은 시원한 노사관계가 이곳 인천·경기지역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호.경인지방노동청장

천자춘추/자녀와 코드 맞추기

요즘 ‘코드’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부정적인 면으로 유행은 하였으나, 순수한 ‘코드 맞추기’만을 생각한다면 인간과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그 동안 강자의 입장에 섰을 때는 내 코드에 맞추기를 강요하고 약자의 입장에 섰을 때는 상대방 코드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하며 살아왔다. 올해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우리나라는 자녀의 일을 결정할 때 주체가 되는 자녀를 철저히 소외시킨 채 결정하는 아동 권리 침해 사례국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런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여 자녀를 위한다는 미명으로 부모의 코드에 무조건 맞추라고 한다. 이런 반면에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녀를 소황제로 떠받들어 자녀의 코드에 맞추며 지내는 부모도 있다. 이렇게 자란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의 코드에 맞추어 살던 자녀는 자신의 소신도 없이 타인의 코드에 맞출 것이고, 부모가 코드를 맞추어 주던 자녀는 타인이 자신의 코드에 맞출 것을 강요할 것이다. 코드 맞추기에 대한 논란에 앞서 올바른 코드를 지녔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올바른 코드란 앞날의 비전을 위하여 일정한 원칙과 기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독선적인 코드가 아니라 민주적인 통로를 지닌 코드, 경직된 코드가 아니라 유연성을 지닌 코드, 획일적인 코드가 아니라 개성과 다양성을 고려하는 코드이어야 한다. ‘코드 맞추기’를 자녀에게 강요하기에 앞서 부모 자신이 올바른 코드를 지니고 있다면 자녀들은 강요하지 않더라도 존경심과 신뢰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코드를 맞출 것이다. 우리는 코드(code) 맞추기를 코드(cord:끈)로 묶어 강요하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노래(비전)를 자녀와 함께(참여) 끝까지(일관성) 음정(원칙), 박자(기준), 강약(유연성)의 코드(chord:화음)를 맞추어 가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천자춘추/평택항의 완전 독립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2003년 7월은 평택항이 완전 독립되는 달이다. 평택항은 3대 국책항으로 지정되었지만 IMF 환란 등을 거치면서 개발이 늦어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 본격적인 개발단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평택출장소의 관리를 받아 정서적으로도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7월 8일 국무회의에서 평택지방해양수산청 신설 결정이 났고 이달말 개청이 된다. 애타게 기다린 심정으로는 늦은 결정이지만 새정부 들어와 신속하게 평택해양청 신설 결정을 해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과거 국민의 정부에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논리 때문에 평택해양청 신설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지난 5월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을 찾아가 평택해양청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을 때 김 장관은 아주 진지하게 경청해주었고 개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통상적으로 국회의원이 장관을 만나면 긍정으로 대답하는 것이 관례다. 대답은 긍정적으로 하고 정부의 입장이 어떻고 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느니 하는 진짜 답변은 나중에 실국장을 통해 오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김두관 장관은 협력을 약속하고 거의 석 달만에 개청까지 해주었으니 용단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빠른 결정은 본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평택항은 이제 2007년쯤이면 서해대교에서 해군사령부까지 이어지는 1단계 공사가 완성되고 이후에는 서해대교 왼쪽이 되는 2단계 공사가 진행된다. 개발에 가속도가 붙어 국제항으로서의 골격을 갖추게 된다. 최근 평택항은 대중국 무역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평택해양청 개청으로 독자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보다 성숙된 훌륭한 항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항만은 시설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와 정보화 등 내용의 선진화가 경쟁력 강화에 훨씬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택항의 독립! 평택은 물론 경기도가 동북아 물류중심이 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정장선.국회의원(민주·평택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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