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마음 다스리기

나른해지는 오후, 갑자기 입고있던 옷들이 무겁고 갑하게 느껴지는걸 보니 벌써 봄이 오고 있는듯 하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몸이 자연의 시류에 맞추어 가듯 우리의 마음도 함께 가는것이 당연한 순리지만 아직도 마음이 따뜻해져 오지 않는것은 아침 저녁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 탓만은 아니리라. 우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사회의 변화들, 고유가로 인한 경기침체, 북한핵문제, 이라크전 등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욱 더 움츠러드는 것만 같다. 이렇게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주도적인 사람으로 설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의 마음을 알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사회는 계속 새로운 변화를 원하고 개혁을 열망하고 있지만 바람직한 사회의 변화라는 것도 결국은 작지만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마음이 변해야하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안으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에 따라 말을 하고 행동을 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다스리는일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말이 있다. 어느 책에서 보았던 ‘나·지·사’라는 말이다. 남의 말이나 상황을 받아들일때 ‘…구나’하는 긍정적인 인식과 ‘…겠지’하는 남을 이해하는 마음 ‘…에 감사’하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인식의 주체로서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주체로서 우리들 자신이 긍정적인 인식과 남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말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예방되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룰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자기가 변화하고자 하기보다는 남을 변화시키고자 부단히 노력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제자리에 돌아와 있곤 하는 상대방을 발견하고 절망을 하지만 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자발적인 인식의 전환없인 겉모습마저도 결코 바뀔수가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도 사회 외적인 환경을 변경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 사회환경에 대응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훨씬 소중하고 합리적인 태도가 아닐까. 다가오는 새봄에는 남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헛된 노력보다는 내 마음을 다스리고 변화하여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한알의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천자춘추/꿈을 심는 '새 봄'

봄이 왔다. 어느 시인이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온다” 고 표현했듯이 우리가 맞을 채비를 갖추지 못했지만 올 봄도 어김없이 제때에 찾아왔다. 봄은 탄생과 희망의 계절이다. 많은 일을 새로 시작하는 계절이라 예로부터 사계절 중에서 유독 봄만을 “새 봄”이라 부르며 기다려 왔다. 봄은 산과 강과 들녘 구석구석까지 찾아와 거기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요구하며, 모두가 이에 순응해 나름대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따스한 볕으로 얼어있던 대지를 녹여 냇물에 흐르게 하고, 강가의 버들가지 움트며, 논두렁의 잡초들 흙을 뚫어 새싹을 틔운다. 철새들은 고향 찾아 알을 품고, 농부들은 논밭 갈아 씨를 뿌리며, 학생들은 새학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꿈을 심고 희망을 일구는 봄이 왔지만 지금 나라 안팎은 자신의 꿈을 심기보다는 상대를 비판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외치며 제각기 실속을 챙기려는 목소리에 시끄럽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서방, 아랍, 매파, 비둘기파, 좌익, 우익, 개혁, 수구, 협회, 단체 등 특정 세력을 구분 짓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공격, 시위, 항의, 농성, 퇴진요구 등 상대를 제압하려는 행동들이 언론에 너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봄마다 한번에 20여 마리의 노란 병아리를 품어 내던 어미 닭의 신비로운 생명창조능력과 사랑으로 함께 하는 평화로운 풍경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다시 온 “새 봄” 스스로 조용히 자신의 꿈을 심으며 양보와 배려, 이해와 사랑으로 함께 하는 노란 병아리 가족의 모습이 떠올려지는, 그런 따뜻한 봄이 되길 기원한다.

천자춘추/노후를 즐기는 삶

60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가 넘을 때를 노령화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본과 같이 노령화 사회로 접어 들었다고 한다. 1980년대 이전에는 인간의 수명이 70세를 넘지 못하였으나 식생활이 개선되고 생명공학 등이 발전하면서 수명도 80세를 넘게 되면서 노인문제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정부에서도 실버산업을 육성하여 사회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사회보장제도의 시행을 앞당겨야 한다고 본다. 통계청이 2002년 사회통계조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노인인구 중에서 생계를 스스로 해결하는 노인이 46.3%이고, 나머지 53.7%는 자식들에게 의지하면서 산다고 한다. 외부의 도움없이 생계수단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진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1998년에 미국 사회보장제도국에서 미국 65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직도 23%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한다. 불과 2%에 속하는 노인들만이 자급자족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비교해 볼 때 관습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으나 노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노후를 살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의 중심축에 있는 30대 40대의 부모들이 60세 전후의 노인인구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그분들의 현재 모습이 앞으로 20년 후의 나의 모습이라면 현시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늙은 참나무의 기쁨이라는 우화는 인간의 삶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우화는 참나무가 젊어서는 그늘을 만들어 쉴 곳을 마련해 주고, 늙어서는 딱따구리와 다람쥐에 안락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기뻐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우리들은 가족을 위해서 일생을 바쳐 온 노인들이 건강한 삶, 즐거운 여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을 갖고 노후를 즐기는 삶이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천자춘추/휴대폰 인생

“엄마! 어디 가서 휴대폰 꺼내놓지 마세요. 사람들이 웃어요” “이 휴대폰이 뭐가 어때서? 전화만 잘 되는데…” “요즘 그런 무전기 쓰는 사람이 어딨어요.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며칠 전 아들녀석이 고약한 소릴 하길래 한대 쥐어박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7~8년전에 구입한 휴대폰을 지금껏 사용하고 있으니 휴대폰 볼 때마다 교체하라고 성화를 부린다. 더군다나 유행을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유독 휴대폰만큼은 구식을 고수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가는 모양이다. 필자의 휴대폰은 요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촌스러울 뿐더러 기능, 사운드 모든 면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다. 전화 벨소리가 대여섯 개 정도의 기본음밖에 없으니 48화음의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벨소리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기능 또한 가장 단순한 것만 갖추었으니 인터넷, 게임, 동영상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휴대폰을 과감하게 갈아치우지 못하는 건 ‘애정’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정이 들었고 고장이 난 것도 아닌데 유행을 좇아 교체하는 건 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을 연상시키는 통신 아이콘은 마우스, 리모콘, 휴대폰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휴대폰은 현대인에겐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휴대폰 인생’이라 할 정도로 일상을 휴대폰과 더불어 지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xxx이벤트에 당첨됐습니다. 통화를 원하시면…”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모든 일상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통해 전혀 모르는 대상으로부터 정보를 받았고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는 이미 세상에 공개된 상태다.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과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고 정보검색, 메일 서비스, 구인구직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 구매연령이 점차 낮아져 중고생 입학 선물로 휴대폰을 건네고 10대를 겨낭한 휴대폰관련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좀더 작고 가볍게’를 모토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초소형 컬러 LCD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독일 IT전시회에서는 양방향 동화상 초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단말기와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폰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휴대폰 판매점마다 새롭게 출시된 고가 신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소비자의 휴대폰 교체시기를 갈수록 앞당기고 있다. 그야말로 휴대폰이 국민적인 관심사가 돼버린 느낌이다. 틱낫한 스님은 새 책 ‘힘’에서 이렇게 말한다. “차를 마시며 회사 일을 걱정하고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다면 차의 향과 맛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고 강조한다. 이 짤막한 경구를 잠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천자춘추/개혁정책과 시스템적 사고

기업의 시장 진입행태에 관한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선발제품의 성공률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이며, 더욱이 선발기업의 10% 정도만이 해당 제품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나머지는 후발기업에 추월을 당하였다. 이는 선발사업은 만약 성공한다면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만 안정적인 성공에 이르기까지에는 너무나 많은 위험요소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본의 마쓰시타(松下)는 철저하게 2등 전략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위험을 피하고 제품구성을 다양하게 하면서 제품의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에 주력한다. 이러한 2등 전략은 경영학에서의 시스템적 접근방법이나 차선(次善)이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개별 시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이 반드시 전체 시장에서의 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개별 부문에 있어서는 차선책이지만 시스템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최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차원의 정책분야에서는 한 가지 목표만을 추구하는 것이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한다. 우리 사회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부문이 함께 움직인다. 치밀하게 계획된 정책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령 교육부문의 개혁정책이 경제부문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교육부문에서 성공한 정책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제 참여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이전과는 근원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들이 제시되고 새로운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혁을 강조하는 여러 정책과 운용방식은 해당 부문의 최선만을 고집하고 선발자의 시장위험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록 개혁성이 낮은 차선의 정책일지라도 함께 잘 어울린다면 결과는 오히려 최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국가시스템의 경영에 있어서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한 송이 꽃보다 보통의 여러 송이 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천자춘추/9개월의 반성문

시의원으로 활동을 해온지 9개월이 지났다. 의정활동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내 생활을 되돌아보면 긴장의 연속이었다. 초선이기에 여기저기 물어보고, 뒤져보고, 배워가며 해야할 일들이 많았다.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예산심의도 힘들었지만 행정사무감사도 만만치 않았다.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각종 행사에도 빼놓지 않고 다니려 애썼다. 하지만 한편 자책감도 생긴다. 출마할 때 내세웠던 공약들은 주민들에 대한 약속일 뿐만 아니라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인데 대부분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나의 게으름도 원인이지만, 시의원으로서 깊이 있게 정책을 연구하고,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데도 원인이 있다. 나는 원천체육공원을 주민들의 공동체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동체를 강화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마을을 문화와 인정이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조바심만 일어날 뿐 구체적인 시도를 못하고 있다. 또 대중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마을에 대형 온천과 상가가 들어섬으로써 생겨나는 교통 혼잡과 주거환경의 문제를 주민들의 입장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주민설명회도 마련해 보았지면 해결책은 쉽지않다. 시의원으로서 권한의 한계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의원의 중요한 역할은 정책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조례제정을 통해서 현실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동보육조례와 아파트관리운영지원조례를 만들것을 약속했고, ‘이 일만은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 관련 분야의 책을 읽고, 타 시군의 조례도 검토해 보지만 정작 조례 제정까지는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나는 9개월간의 활동을 반성하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항변과 요구가 있다. 시의원이 전문적으로 정책을 연구하고 활동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시의원의 활동을 자문하고 보좌할 수 있는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방안중 하나이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약속을 이행하고, 시의원으로서 해야할 일들을 다 하기엔 분명 짧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부지런히 주민들을 찾아가 지혜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자춘추/우리사회 지도계층의 자세

의사, 변호사, 판·검사를 위시하여 우리사회의 존경받는 직업엔 ‘사’자를 붙였다. 그래서인지 그 외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에는 대부분 ‘사’자를 붙었다. 이렇게 ‘사’자를 붙인 데는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의지가 담겨있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장 존경받는 ‘사’자가 붙은 이들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라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먼저, 의약분업을 놓고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이 그랬다.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인데 본분을 포기하면서까지 파업을 해야만 했을까? 그 파업이 기득권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오히려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변호사들의 윤리시험에 대다수가 부정행위를 했다. 부정행위를 한 그 변호사들이 과연 인권과 정의를 말할 수 있을까? 윤리시험을 다시 치른다고 했지만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들이 윤리적이지 못할진대 정의의 여신상 한 팔에는 법전을 다른 한 팔에는 커닝페이퍼를 들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검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인사권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서 보여준 토론의 자세나 내용에 크게 실망했다. 사회정의와 국익을 지켜나갈 검사들조차 이익집단이 되었고 기득권유지를 위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과연 검사들이 우리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켜나갈 집단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자의 직업을 놓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의사, 변호사, 검사처럼 신망받는 이들이 대의나 정의는 제쳐두고 집단이익이나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서 나선다면 과연 우리사회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기득권유지의 길로 나서고자 한다면 의사, 변호사, 검사가 아니라 의자(醫者), 변호자(辯護者), 검자(檢者)라고 칭하는 것이 솔직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우리사회의 지도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자가 붙은 이들은 자신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과 옳은 일을 위하여 헌신하는 삶의 자세를 배울 일이다.

천자춘추/핵의 남과 북

북한의 핵문제로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을 내다 팔아 주식 시장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수출 부진으로 무역 적자가 늘어나면서 경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남북 공동으로 비밀리에 개발한 핵폭탄이 일본을 향해 날아가면서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핵을 평화적 전기 발전 에너지로 사용하느냐 핵폭탄을 제조하는 전투 살상무기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인 것이다. 민족 生存의 문제가 되어 버린 핵문제 해결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또 다른 핵문제로 지역간·주민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바로 핵발전에 따른 핵 폐기장 설치문제로 환경 보호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분들과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찬성하는 분들과의 갈등이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의 43%, 평상시 사용 에너지의 90%를 핵 발전으로 충당하는 현실에서 핵폐기물 처리장의 설치는 필수적인데 어느 곳에 설치하느냐의 문제로 다투는 것은 지나친 이상주의나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자연으로 돌아가 핵 발전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지만, 전기 없는 현대생활은 생각할 수 없다. 석유와 석탄의 화력 발전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오염보다 오염물질 발생이 거의 없고 발전 비용에서 월등히 경제적인 핵 발전이 필요악이라면 국민적 항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염 없는 순수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고 완전한 산소 속에서는 인간이 살 수 없다는데, 현대 문화생활에 꼭 필요한 핵 발전 에너지라면 이의 폐기물 처리장 설치에도 대승적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천자춘추/'영어마을' 사업의 성공 조건

영어마을 사업은 손학규 도지사 민선3기의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이다. 세계화, 정보화시대의 영어의 중요성에 대응하고 체험기회 부족 등 공교육의 문제점과 과다한 사교육비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는 것이 영어마을 사업의 목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는 문제가 많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10년 동안을 공부해도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실태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과목이 포함되어 있고 조기교육 열풍에 따라 유치원 때부터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문제점이 극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러한 결과가 생겼을까. 그것은 영어교육 프로그램의 문제이다. 영어라는 것이 의사소통의 수단임에도 회화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체험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 영어교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와 투자가 형편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영어마을 사업을 추진하는 발상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영어마을 사업이 성공하려면 첫째, 학교교육에서의 영어교육과 연계되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 관내 학생수가 180여만명에 이른다. 일시적인 캠프나 체험기회로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둘째, 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교사들에 대한 연수와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수준은 교사들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영어마을 사업이 성공하려면 교사들의 영어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정부가 교육부총리 인선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만큼 우리나라 공교육에 문제점이 많고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공교육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더라도 공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교육개혁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민선3기 영어마을 사업도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을 활성화시키면서 경기도내 학생들의 영어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천자춘추/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 '배려'

어느 날 간디가 막 출발하는 기차에 간신히 올라탔는데 서두르는 바람에 그만 신발 한 짝을 떨어뜨렸다. 다시 주워오기 어렵게 되자 다른 한 짝을 얼른 벗어서 아까 떨어졌던 곳에 남은 한 짝 마저 던져버렸다. 그것을 보던 한 승객이 이유를 묻자 간디는 “어떤 가난한 사람이 줍는다면 한 짝으로는 쓸모가 없지만 이제는 한 짝마저 가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라고 하였다고 한다. 사소하고 조그만 배려이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경쟁 제일주의의 가치와 그릇된 관행 속에서 우리에게 있어 배려라는 미덕은 이미 오래 전에 그 설자리를 잃었는지 모른다. 이러한 배려에 대한 결핍증으로 우리 사회가 자초한 일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 또한 승객의 안전을 배려하지 못한 결과이며,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각종 비리, 부정, 범죄 또한 이러한 배려의 부족과 그 괘(卦)를 같이할 것이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누구나 갖추어야 할 미덕이자 현재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각종 문제를 질서와 양보를 통해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안다는 것은 타인과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끌게 해주는 윤활유와도 같은 것이며, 타인의 마음을 열게 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또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이는 그만큼 사려 깊고 매사에 신중해 상대방에게 커다란 신뢰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배려란 사랑과 관용으로서 한 개인의 그릇을 크게함과 동시에, 그 사람이 지닌 능력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어 진정한 리더십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타인을 어떤 수준에서 대하느냐에 따라서 나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에게 호의를 받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져야 한다는 이른바 ‘거울의 원리’이다. 간디의 일화를 떠올려 보며 사소한 일이라도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 스스로 먼저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가 오늘날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천자춘추/'님비의식' 버리고 공익 배려해야

지역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들이 인근주민들의 반대로 제때에 건설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경우처럼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대형사업중 일부가 지역 이기적인 ‘님비’의식으로 건립장소를 결정하지 못하는 등 표류한 적은 있지만 비교적 이런 장애가 많지 않았던 중소규모의 지역 필수시설에 대하여도 이 같은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소각장, 매립장 등 폐기물처리시설과 화장장, 납골당, 공동묘지 등 장묘관련시설이 대표적인 시설들로 누구라도 일생을 살아가는 과정이나 죽은후에 직·간접적으로 이들 시설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들이 우리지역만은 안된다고 하면 이런 시설을 다른 나라에 지어놓고 쓰레기도 운반해서 처리하고 조상들도 외국에 장사지내 모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제 모든 국민들이 의식을 개선해 나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예상되면 무조건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버리고 공익을 우선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화장실이 더럽다고 자기가족이 쓸 화장실을 옆집에다 설치할 수는 없는 것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시설을 다른 지역에 설치할 수는 없는 일이며 다른 지역에서 받아 줄 리도 만무하다. 필수시설의 설치를 대책 없이 또는 다른 지역으로 떠밀며 잠시 버틸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에게 더 큰 불편과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김포 매립지에 쓰레기반입이 중단되었을 때 수도권의 많은 시민들이 쓰레기 홍수속에 큰 고통을 겪었음을 몇 번의 사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언제 어느 곳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결정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노력과 함께 인근주민들의 피해가 있다면 그에 상응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님비’의식을 버리고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먼저 배려하는 양식 있는 주민들이 살아가는 성숙된 사회를 기대해 본다

천자춘추/성공하는 직장인의 자세

미국 인디언인 수오족의 속담에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면 어느 길로 가거나 마찬가지다” 라는 속담이 있다. 목적이 없는 여행이라면 아무 길로 가도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서 성공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분명하게 설정한 목표를 행동으로 옮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능력이나 환경에는 차이는 있다. 그러나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직장 내에서 성공과 실패로 극명하게 양분된다. 성공하는 직장인은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열정을 갖는 성실함과 전문성을 겸비한 유능함이라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성실함은 일에 대한 열정에서 시작된다. 성실함을 위한 행동지침 중에 첫 번째는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시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솔선수범하여 업무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면서 조직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앞장서야 하다. 두 번째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이것은 조직 상하간이나 업무관계에서 상대방에서 신뢰감을 심어주고 긍정적인 인상을 남겨 준다. 세 번째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자기관리의 대표적인 방법은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생각이 깃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능함은 전문성을 겸비한 직장인의 으뜸가는 자질이다. 유능함의 첫 번째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과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성공이란 자신에게 가치 있는 목표를 사전에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추구해 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유능함은 자신의 삶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준비된 성공자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두 번째는 독서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독서라는 수단은 간접경험을 하게 되고 준비하는 자세를 갖추는 원동력이 된다. 매일 독서하는 습관이 길러지면 엄청난 업무능력 향상 등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게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소통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상호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팀워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자세로 항상 긍정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천자춘추/교복 이대로 입힐 것인가

파릇한 신학기가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새롭게 전개될 미래를 설계하고 각오를 다지느라 나름대로 분주하다. 한편 이맘때가 되면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울적해진다. 교복 값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형이나 언니가 입었던 옷을 물려받아 입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이제는 ‘헌교복’을 입는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는 현실이다. 시중에는 인기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마케팅 전략을 펴는 몇몇 대형 교복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 해 교복시장이 6천억 정도이니 경쟁 또한 치열하다. 일부 학생들은 싸고 좋은 옷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브로마이드 한 장을 얻기 위해 부모의 손을 이리저리 잡아 끄는 형편이다. 필자 또한 중학생 자녀 둘을 두었는데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지난해는 인기 여가수를 내세운 A업체 교복을, 올해는 인기그룹이 모델인 B업체 교복을 구입했다. 물론 브로마이드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저렴한 교복업체를 선정해 공동 구매하는 일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새학기를 맞아 서울과 경기 일대 중·고교 349곳의 교복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20%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각 학교마다 실시된 교복 공동 구매운동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교측이 대형교복업체로부터 압력(?)을 받고 공동구매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공개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방해를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와중에 손해를 보는 이는 학생과 학부모뿐이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교복 공동구매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교당국은 물론 학생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대형 교복 업체들의 ‘방해성 로비’가 멈춰져야 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학교에서는 ‘교복재활용 바자회’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의 커다란 호응속에 행사를 마감했다는 후문이다. 연일 기름값이 급등하고 물가가 들썩이는 요즘엔 절약이 미덕임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복 공동구매나 교복 물려입기 운동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천자춘추/국제금융센터에 대한 기대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동북아 중심국가 정책에서 금융부문은 상당한 우여곡절 끝에 최근에서야 간신히 추진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서북부(김포)매립지의 국제금융센터 개발계획은 더 이상의 진전이 없이 초보적인 구상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금융센터와 외국인 주거주택 등의 건설계획만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새 정부의 중요한 업무가 되겠지만 이제는 동북아의 금융 중심지로 태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실천방안을 원점에서부터 구체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먼저 금융센터의 기능과 목표가 국가경제적인 차원에서 적절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가능한 개발방향은 다양하다. 가령 인근의 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이곳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외환거래와 자금중개 업무에 초점을 두거나, 나아가서는 역외금융시장과 같이 독자적인 국제금융지역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또한 서울을 국제금융시장으로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보조적 지원기능에 집중할 수도 있으며, 물류와 같은 특정 사업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소규모 지역금융센터로 발전시키는 방향도 있을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금융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법률과 회계전문가들과 같은 국제적인 차원의 지원서비스 기관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특히 초기단계의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국내금융기관들과 함께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세계적인 금융기관의 유치가 필수적이다. 모든 시장이 그러하듯이 금융시장의 경우에도 초기 시장의 형성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은 미국 케네디 대통령 때의 쿠바위기를 계기로, 그리고 스위스의 취리히는 소련의 금위기를 기회로 하여 국제금융시장에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하였다. 서북부(김포)매립지는 지리적으로 서울에 가깝고 우리나라의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의 규모 그리고 정보화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주변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잠재적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단순히 건물만을 제공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의 고용창출과 나아가서는 인천을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3.1 정신과 친미 반미

지난 3·1절은 의례적인 기념식으로 진행되었던 예년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서울 시청앞과 여의도에서는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가 열렸고 탑골공원과 광화문에서는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이 두 집회는 모두 3·1정신 계승을 말했지만, 한쪽에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노래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군의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두 여중생의 추모 촛불을 들고 불평등한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한 ‘자주’를 주장했다. 지난해 연말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을 추모하고 미국의 사과를 요구했던 촛불시위를 놓고 세간에 ‘반미인가 아닌가’로 논란되었던 것이 ‘반미’와 ‘친미’로 양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 앞에서 미국을 두고 무조건 혈맹이라고 생각하거나 영원한 우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관련된다면 언제든지 등을 돌려왔지 않은가! 오랫동안 후세인을 지원해왔던 미국이 질좋고 값싼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에 대한 공격에 집착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우리가 생각할 것은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주성을 지켜나가며 평화를 정착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볼 때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소파)이 불공평하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닐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군의 존재가 전쟁 억지력을 갖고 북핵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궁핍한 지경에 이른 북한이 위협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서울 한복판에 미군부대가 있다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 용산은 일본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전시에 작전통제권이 미군측에 있다는 것도 자주국가의 위상과 걸맞지 않다. 이런 것을 거론한다고 반미요 친북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3·1정신은 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하고자 일어선 운동이다. 일제의 총칼에 쓰러지면서도 외쳤던 것이 민족의 자주이다. 반미인가 친미인가를 논하기 전에 80년전 그 목소리가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천자춘추/참여정부, 내가 사는 곳부터

지난달 25일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참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새정부의 명칭도 “국민이 국정의 주인이고 국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미에서 ‘참여정부’로 정했다. 보통 국민이 정부에 참여하는 방식에는 투표권행사를 통한 ‘선거 참여’와 자신의 주변에서 주거, 환경, 노동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이를 국정운영에 반영시키는 ‘의견 참여’가 있다. 국민들의 ‘의견참여’는 대부분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통해서 구현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참여정부’도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동참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원시는 ‘참여정부’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수원시는 인구 100만이 넘는 거대도시로 성장함에 따라 문제 또한 그만큼 쌓여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지방경찰청이 추진하는 폴리스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공사중단 요구, 서둔동의 노인병원이 장례식장으로 둔갑한 것에 대한 주민들의 시위, 이의동 일대 340만평 개발에 대한 시민단체와 마찰, 그리고 권선3지구에 온천을 비롯한 대형상가가 들어옴으로써 생기는 교통문제와 환경문제…. 문제마다 사정이야 다르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행정당국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는 모습은 한결같다. 국민들은 항상 지역의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주민들의 생활편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건물과 상가가 들어서면 그 지역 주민들의 교통과 환경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공청회든 설명회든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일상화시키고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다소 소란스럽거나 성가신 일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사업을 더디 가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참여정부’의 책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거창한 국민참여가 아니라 주변의 작은 일에서부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는 것, 이것이 ‘참여정부’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천자춘추/노무현 정부의 우선 개혁과제

새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개혁이란 용어가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수많은 국정과제가 제시되면 이번에는 무엇인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개혁이란 말 그대로 정치·사회상의 구체제를 합법적·점진적 절차를 밟아 고쳐나가는 것이다. 즉 현재의 사회제도와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모순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사회제도나 정치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혁명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발전을 위하여 구조적 모순을 제거하는 작업인 개혁이라는 말만 나오면 위축되고 불안해 한다면 그 스스로를 한 번쯤 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개혁 운운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개혁이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 말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의 종식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의 청산 역시 놀라운 선언이 아니다. 어쨌든 당연히 해야 할 일도 개혁이라고 불려진다면 새 정부의 우선 개혁과제는 다음 몇 가지로 집중되어야 한다. 첫 번째 개혁은 기업 관련제도의 개혁이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과 시장경쟁의 원리가 기업을 지배하는 질서여야 한다. 아무리 변명해도 현대의 대북 송금은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일 뿐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개혁은 이른바 핵심국가기관의 개혁이다. 청와대 비서실과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은 어느 집단보다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세무사찰이 기업위협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며, 비서실이 별별 이유를 들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서도 안된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독립도 이뤄내야 한다. 세 번째의 개혁대상은 교육제도가 되어야 한다. 참여와 자치시대의 원동력은 열린교육에 있으며, 열린교육의 뿌리는 학교경영의 민주화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개혁은 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개혁을 두려워하는의식의 개혁이다.

천자춘추/건강의 비법

상선약수(上善藥水)라는 말이 있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노자(老子)의 말이다. 이 세상에 물처럼 부드럽고 약한게 없는 것 같지만 강한 것을 이기는데 물만큼 강한 것이 없고, 우리 몸에서도 부드러운 혀는 제일 오래가는 반면, 단단한 이가 제일 먼저 망가지는 것처럼, 물 흐르듯 부드럽고 유연한 삶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데, 건강관리에 가장 중요한 요체도 좋은 물이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의 70%가 물이다. 우리 인체가 건강하려면 전체의 70%인 물이 건강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물을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물은 알고 있다’는 책에서 물이 분노, 미움, 부정의 언어를 말하고, 물의 결정체를 특수 카메라로 촬영해 보니 악마의 불규칙한 형체를 나타내고, 긍정·사랑·감사의 언어를 말하고, 물의 결정체를 촬영해보니 천사의 모양을 나타내는 다이아몬드 육각형(육각수)의 아름다운 결정체를 나타내더라는 글과 사진을 보았다. 며칠전 방영된 KBS ‘건강장수의 비결’에서도 만성적 고질병 환자들이 웃음의 치료로 쾌유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신심깊은 기도로, 입산 수행으로 불치병을 이겨 낸 투병기를 간혹 듣는데, 바로 꼭 나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희열과 감사의 마음이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을 천사의 육각수로 만들어 불치의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물은 천일생수(天一生水)라 하여 물이 생명체 발현의 원조로서 좋은 물(藥水)을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복용하는 것이 건강장수의 비법이라 하였다. 모든 물의 화학 방정식은 H₂O로 동일하지만 한의학적으로 빗물, 냇물, 샘물, 지하수, 석간수, 방천수 등은 그 성분과 작용이 다 다르다고 본다. 수돗물이 위생적일지라도 어항에 부으면 금붕어들이 모두 죽고 말며, 끓인 물을 부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살아있는 물 생수를 마셔야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고 미네랄과 같은 영양분을 많이 함유한 약수를 음용하여야 겠다.

천자춘추/지방분권의 2가지 핵심과제

어느새 새봄이 다가와 곁에 서있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을 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한다. 새정부는 과거처럼 구호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각 분야별 경쟁력을 선진화시켜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새정부의 10대 국정의제를 확정하였는데 지방분권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가 8년이 되었다. 그동안 변화와 발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인 재정분권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치경찰제가 실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자립은 지방자치의 물질적 토대이며 근간이 된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2001년도 기준으로 8:2이고 재정자립도는 전국평균이 57.6%이다. 경기도는 다행히 71.4%로 道중에서는 최고 수준이지만 지방세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248개중 144개로 58.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도 지방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시켜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국민의 정부의 대선공약이기도 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실시되지 못했다. 아직도 지역주민들은 경찰서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치경찰제가 되면 경찰이 지역주민들에 대한 봉사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조직폭력, 마약, 사이버범죄 등 지방단위를 넘어서는 광역단위 수사기능은 중앙에서 갖되 인사, 예산 등 모든 권한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경찰의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질 것이고 경찰들의 복지도 향상될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2가지 핵심과제가 새로운 정부의 지방분권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 언제까지 시기상조인가? 아직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못미친단 말인가? 사실 지방자치도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30여년간이나 잠자고 있었다. 정권차원이 아닌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화와 함께 문명의 큰 흐름임을 알아야 한다.

천자춘추/주거문화의 패러다임 변화

며칠전 방송을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 유망사업으로 산소방 헬스클럽을 소개하고 있었다. 사면이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산소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열심히 러닝머신 위에서 몸을 단련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쾌적한 환경(Amenity)’이란 단어를 떠올려 본다. 어메니티(Amenity)의 어원은 사랑이란 의미의 라틴어 ‘Amare(Love)’에서 유래되었다. ‘쾌적한 환경’, ‘매력있는 환경’ 또는 ‘보통사람이 기분 좋다고 느끼는 환경·상태·행위’를 포괄하는 의미로 종합적인 새로운 개념의 주거공간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하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성장위주의 지속적인 경제개발과 국토개발로 급속한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주력하였다. 이제까지 우리의 주거문화 개발방식은 어떠했는가. 우리 현대인은 재테크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아파트에 좋은 학교가 위치해 있고, 쇼핑몰과 가까운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 숲의 주거공간을 선호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국민생활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주거환경에 대한 선호도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지붕에 호박넝쿨이 얹혀져 있고, 집 앞의 샛강을 놀이터 삼아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천렵하는 청결한 생명의 기운이 감싸는 추억 속의 정겨운 마을을 누구나 꿈꾸고 있고, 그런 도시개발을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개발방식은 새로운 주거문화 욕구에 대응하여 체험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쾌적한 주거공간을 확대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는 주거문화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 맞추어 자연·도시·사람이 어우러진 환경친화적인 개발사업을 위해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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