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도라산역에서 새해를 맞으며

경기도의 계미(癸未)년 새해는 1,000만 도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휴전선과 불과 200m 떨어진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면서 맞았다. 평화의 불꽃 점화로 시작된 제야 및 새해맞이 행사는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경의선 철도 침목 서명과 경기도내 31개 시·군의 향토행사, 통일된 조국을 상징하는 얼음조각 제막, 평화의 문 열기 및 평화의 종 타종식 등과 함께 ‘1천만 도민의 힘을 합쳐 경기도가 동북아 중심지로 발전하고, 세계 속의 경기도가 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도라산역, 임진각을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은 한반도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분단이후 50여년간 분단의 아픔과 전화(戰禍)의 현장, 국토 방위의 최전선으로서의 역할을 해오면서 군사시설보호 등을 위해 토지이용이 규제되고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투자에서 소외당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환경이 열악하다. 다행히 6·15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간 교류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 복원 개통, 개성공단 착공, 임진강 공동치수사업 등에 대한 협의도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경기북부지역이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통일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과 함께 삶의 질 향상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북미관계가 순탄하지 않고 꼬여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남북교류협력이 높은 파고와 역풍에 휘말려 항해 길을 잃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계미년 새해에는 국민들이 지혜와 슬기를 모아 행동함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기천자춘추/감성이 지배하는 사회

제 16대 대선은 여당도 야당도 패하고, 감성의 정치가 승리한 선거였다. 95%의 일방적 표심에서 나타난 지역감성, 안정 속에 변화를 바라는 기성세대보다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신세대, 네티즌세대가 주도하는 선거였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고 정권을 위한 국민 선동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함으로써 지역간·세대간의 대립과 갈등, 시기와 반목,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여 편가르기 정치를 한 결과에 대한 네티즌세대들의 시위였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은 신세대들의 북한에 대한 민족의식이 감성으로 다가와 세대간의 남남(南南)갈등을 낳게 하였고,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미국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은 국민 감성을 자극하여 월드컵 축제 때처럼 촛불시위로 번져 신세대들의 반미감정이 기존의 가부장적 보스정치, 엘리트 정치에 대한 반목과 대립으로 이어져 네거티브로 작용하였다. 이같은 네티즌 세대들의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사회적 주류인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공격은 지식인들을 침묵하게 만들었고, 정당, 사회지도층, 가부장(家父長), 미디어매체들은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사회 비판을 해야 할 지식인들이 입을 다물고 방관할때는 국가 발전이 중심축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사회정체성이 해체되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무기력해 진다. 이성이 아닌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계층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이성(理性)의 정치를 통하여 변화와 개혁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정착시킴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경기천자춘추/과거제도 콤플렉스

고려 광종이후 지속되어 왔던 우리나라의 과거제도는 지배계급을 선발하는 중요한 제도였다. 이는 당시 귀족계급의 관직세습을 방지하는 매우 민주적인 제도였음에 틀림없다. 그러한 과거제도는 근대국가의 출현으로 사라졌지만 그러나 고등고시로 그 이름이 바뀌어 지배계급의 선발시험으로서 여전히 존재하여 작금의 우리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계급”이라는 이러한 특권적 사회인식은 전문가집단이 이끌어가는 현대사회의 구조에 오히려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일례로 우리는 흔히 법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지원동기에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장래 판·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듣는다. 이들의 의식저변에 깔려있는 의도는 권력자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전문가로서의 직업의식을 왜곡시킨다. 즉 판사나 검사는 법률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해야 하는 소임이 주어지고, 변호사란 자신의 의뢰인을 위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법률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판·검사, 변호사 개인에게 약자를 도울 어떠한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약자에게 불리한 법제도가 있다면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치가가 더 적당한 직업일 것이다. 사법시험제도는 법학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뜨거운 사법시험열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법학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그 논리와 구성체계의 이해에 있어서 상당히 낙후된 것은 암기 지향적인 시험제도의 폐단이 법학발전에 상당한 저해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란 한번의 시험으로 선발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직업의 연속성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성실히 공부했다면 누구에게나 전문가로서의 경쟁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가 사법시험제도가 특권계급이 아니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의식으로 전환될 때 진정한 학문발전과 새로운 사회에 부응하는 올바른 사법제도가 정착될 것이다. /서봉석(경기대법학과교수)

<천자춘추>'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손 병 관 나이가 들면서 연말이 되면 즐거운 마음보다는 ‘왜 이리 시간이 빨리가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특별히 한 일이 없으면서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움이 더 많다. 그러나 흐뭇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매스컴에서는 해가 갈수록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온정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지만 병원에 있으면 아무래도 평소보다는 이런 손길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연말이 좋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아기들을 위한 선물이 직원들에 의해 준비되기도 하고 사회단체에서 환자를 위한 위로금이 보내지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병원을 찾아와서 자기들에게 있는 재주를 이용하여 환자를 위로하는 모임을 나는 더욱 좋아한다. 금년에도 초등학생과 중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음악 연주단이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준비도 많이 했지만 어떤 학생들은 이 연주회를 위해 학교를 조퇴하고 왔다고 한다. 강당을 메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들을 소개하면서 나는 사랑을 강조했다. 이들이 가지고 온 것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일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이 전부라는 생각을 한다.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사랑이어야 하며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사랑으로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좋은 선생이 될 수 없고 아무리 의학적 기술이 좋아도 사랑이 없으면 좋은 의사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육체적 어려움은 물론 그에 따르는 정신적 아픔을 같이 보듬을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필자도 노력하고 있다. 연말에 사랑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모든 이들의 사랑이 점점 더 커지기를 기도한다. 그들의 사랑이 이 사회를 덮기를 바란다. 아픈 이들에게, 눌린 이들에게, 아니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그들의 사랑이 커지기를 소망한다. 이 즈음에 세상에 내려오신 예수의 본질이기도 한 그 사랑이 더 풍성해지기를 소망한다.

<천자춘추>도립국악단의 한해

누구나 12월이 되면 한해를 마감하며 1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늘 아쉬움이 있게 마련이지만 가슴 뿌뜻함에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2002년 12월 12일 마지막 정기공연, 이어 21일 토요상설 국악공연을 마치면서 경기도립국악단의 한해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3월 신춘음악회를 시작으로 어버이를 위한 효도음악회, 여름방학 청소년을 위한 우리음악여행, 대학생 협연의 밤, 국악계의 명인을 초대한 명인전, 전도양양한 젊은 작곡가들의 초연의밤, 한해를 결산하며 서울에서 선보인 국립국악원 연주 등 도립국악단은 올 한해 9회의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또 20회 토요상설 국악공연을 통해 국악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그외에 시·군 순회공연 및 월드컵 행사 등 많은 행사들에 참여하며 숨가쁘게 한해를 보냈다. 도민들의 호응속에 경기도립만의 색깔을 갖고 멋진 우리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던 데는 우리 단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노력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감독 이하 단원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하나가 돼 멋진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음에 가슴 뿌듯하고 감사한다. 지난 12일 서울공연엔 여러 대학의 국악과 교수와 국립국악원 등 연주단체 관계자들, 또 다른 많은 국악인들이 참가해 듣기 쑥스러울 정도로 경기도립을 칭찬해 줬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국내 내로라하는 국악관현악단이라 찬사를 해줌에 몸 둘바를 모르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잡음없이 그야말로 열심히 정진해온 덕이라 생각했다. 1996년 8월에 창단한 경기도립국악단이 7년차를 마감하는 시점에 있다. 젊은 단원들이 이제는 어엿한 중견 연주자가 되어 국악계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색깔있는 경기도립은 새해에도 멋진 음악을 선사할 것을 다짐한다. 대신 경기일보 독자를 포함한 도민들도 우리 음악과 경기도립국악단에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당부 드린다.

<천자춘추>공직자연찬회를 마치며

이천시에서는 11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1박2일의 과정으로 4기에 걸쳐 전 공무원의 연찬회를 실시하였다. 일년에 한번씩 시행되는 이 행사는 톱니바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틀을 벗어나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조용히 사색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특히 공직자로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정보를 파악하고 습득케 함으로써 일종의 배터리 충전의 효과도 크다고 여겨진다. 이번 연수과정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진행 프로그램에 꽤 만족해하는 듯 하다. 주입식 강의를 피하고 부드러운 교양강좌와 팀워크 및 건강증진 과목이 대종을 이루고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화합을 위한 한마당 코너에서는 직원 모두가 잠재해 있던 놀라운 특기를 발휘함으로써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냄은 물론, 나이와 직급, 성별을 초월하여 오로지 이천시 공직자라는 주제아래 ‘하나’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또한 ‘촛불의식’은 우리 공직자의 사명이 무엇인지 각자의 위치를 점검해보는 엄숙한 행사이다. 자기 스스로를 불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일생은 자식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의 철학이 촛불을 능가하는 것이 어디 있으랴. 그것은 진정 아름답고 존경스러운 것이다. 성현의 삶이 고귀한 것은 바로 촛불처럼 베풂의 삶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나 석가모니의 자비가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닌가. 나는 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함께 만드는 심포니사회’를 강조하였다. 이것은 민선 3기 시장으로서 밝힌 이천시의 시정방침이기도 하다. 어느 철학교수는 인간사회의 발달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법이 통하지 않는 약육강식의 정글사회, 일정한 규칙아래 승패가 판가름나는 스포츠사회, 그리고 모두가 화음을 이루어 승자가 되는 ‘심포니사회’로 발전하여 왔다고 한다. 과연 마지막 단계의 심포니 사회가 이루어지는 날은 언제쯤일까. 그길은 얼핏 먼데 있는 듯 하지만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심포니사회는 바로 베풂의 철학이요 서비스의 지혜이다. 남에게 섬김을 받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남을 섬겨야 한다는 성경의 말씀은 진리라고 여겨진다. 주민을 섬기는 공직자의 길-그것은 바로 심포니사회로 가는 길이며 이번 연찬회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천자춘추>아름다운 글을 남깁시다

/여 순 호 나는 4년 전 종합 검진을 받았다. 갑자기 몸무게가 10kg 이상 줄고 피로를 느껴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검진 결과 위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종합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하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처음 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를 받았다.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병원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 와서 생각에 잠겼다. 혹시 위암?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우선 잘 살았는가? 또 어떻게 대처 해야할 지 등등... 그러다 보니 유언장이 생각났다. 전에 법률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마다 유언장을 꼭 써놓아야 한다고 들었는 데도 잘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긴박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몇일을 생각해 보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죽음은 나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한분의 뜻이기 때문에 마음은 편했다. 그러나 짧은 내용이나마 글로서 나의 뜻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1998년 8월30일 나는 유언장을 썼다. 남편과 아들, 딸에게 쓰며 마음이 좀 이상함을 느꼈다. 아이들은 혼자 자립할 수 있는 년령이 되었으므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유언장에는 나의 작은 재산이지만 사회에 환원하고 싶기에 나도 어렵게 공부를 한 터라 내가 졸업한 학교에 장학 기금으로 얼마를 내놓아 달라고 했다. 또 우리 시모님 몫으로도 얼마를 성당의 장학 기금으로 기탁하기 바란 다는 내용도 넣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검진 결과가 위염으로 나왔다. 그 후부터 매년 유언장을 수정 하는데 장학기금 금액이 늘어야 하는데 줄어드는 것이다.한해를 보내면서 생각해본다. 그런 현상이 왜 일어난 것인가. 다 욕심에서다. 유언장 쓸 때마다 정리할 것이 있다.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 또한 나로 하여금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용서를 청해야 한다. 상처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고 주게되어 있으니까. 우리 모두 아름다운 유언장을 남기자.

<천자춘추>궁금증의 해결사-출구조사

/정규남(통계청 경기통계사무소장)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됨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은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있었다. 이러한 궁금증에 가장 빨리 풀어준 것이 출구조사(exit poll) 결과였다. 출구조사는 투표소에서 투표를 막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를 상대로 설문지를 돌려 어느 후보를 선택하였는지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선거여론조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다고 인정된다. 이런 출구조사도 투표소 부근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느냐’ 등의 항목을 담은 질문지에 기재하는 이른바 ‘벨벳박스’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선이 끝나고 각 방송사에서 출구조사결과를 발표하였을 때 그 결과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2000년 4월 13일에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시 방송사가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을 동원해 실시한 출구조사결과가 개표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송사의 출구조사결과가 개표결과와 거의 일치하게 나타남으로써 출구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많이 회복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과거 실패사례를 갖고 있는 방송사에서 이번 대통령선거 출구조사를 위한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출구조사와 더불어 전화조사를 동시에 실시하여 두 조사방법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최대한 반영하여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덕택이기도 하다. 다만, 서로 다른 조사방법을 동시에 실시함에 따라 모 방송사의 경우 두 조사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 다소 혼란을 주기도 하였지만 이는 조사 방법이 갖고 있는 특성과 오차범위를 고려한다면 박빙의 승부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경험이 축적되고 조사방법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충분한 사전준비작업 등으로 점차 출구조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다음 선거에서도 이번 출구조사와 같은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경기천자춘추/'알레르기성 천식'

‘알레르기성 천식’ 손 병 관 필자는 알레르기를 가장 중요한 질환으로 생각한다. 중요한 질환은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 혹자는 암이나 에이즈같이 어려운 질환을, 또 다른 이는 희귀한 질환을 꼽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필자가 알레르기를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 빈도가 현재도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질환에는 천식을 비롯하여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아토피성 피부염, 음식이나 약물의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이 속한다. 다른 질환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특히 천식은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 현상이며 우리나라에서는1980년도 초부터 이런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천식이 이렇게 증가하는 데는 식생활의 변화, 약물 사용의 증가 등의 이유도 있겠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파트로의 주거환경의 변화와 공해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대한 소아 알레르기 및 호흡기 학회에서 나온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천식 환자의 증가 추세가 아파트 숫자의 증가나 자동차수 증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그의 한 증거로 생각된다. 천식 환자의 알레르기 원인을 검사해 보면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많은데 아파트는 이 집먼지 진드기가 번식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와 습도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천식은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숨가쁨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소아에서는 가장 흔한 만성 질환으로 학교 결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천식은 만성 질환이므로 오랫동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환자나 의사는 물론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동참하여야 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질환이라고 하면 특별한 치료가 없고 나이가 들면 좋아진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잘못 된 생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천식 증상은 약물로나 아니면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요즈음은 천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기관지에 손상을 주며 이런 것이 반복되면 기관지에 불가역적인 변화가 온다고 밝혀졌다. 그러므로 천식은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철저히 관리되어야 하는 질환임에 틀림없다.

경기천자춘추/집단이기주의

현재 한국 여중생 사태의 추이를 접하면서 유학시절에 있었던 매우 대조적인 경험이 떠오른다. 지하철 안에서 5명의 독일 남녀 청소년들이 3명의 외국인 청년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급기야 멱살잡이가 벌어졌고, 사태가 험악해지는 상황으로 전개 될 것 처럼 보였다. 그 때 여자친구로 보이는 한 소녀가 소요의 당사자인 독일 청년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그리고는 그를 신랄하게 질책을 했고, 곧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이러한 의외의 상황으로 사태가 진정됐다. 그리고는 그 소녀는 당사자를 껴안고는 계속 설득을 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룹의 나머지 청년들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었다. 이는 초창기 나의 독일 생활에 있어서 매우 의외의 경험이었고, 또한 그 독일 청소년들이 엘리트 집단과는 거리가 먼 껄렁한 차림새였다는 점에서 더욱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나는 이러한 소녀의 행동을 두고 이러한 행위는 친구집단에 있어서 한 소속원으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일까? 혹 친구관계는 끝이나고, 또는 단체의 배신자로 낙인 찍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집단의 결속력은 금이 가는 것이 아닐까 ? 그러나 나는 저들의 결속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좀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냉엄한 결속력을 느낀다. 맹목적적인 집단주의는 기실 유명무실한 것이다. 실제로 집단에 위기가 닥치면 지리멸멸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는 집단주의는 구성원 자신들로 하여금 인간 본성에 제재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무의식적으로 강요된 결속력은 집단피해의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여중생 사건에 있어서 미국의 군사재판은 자신의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주 일사불란한 결속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결속력은 장차 미국에 있어서 커다란 힘으로 작용할 것인가? 또 이러한 미국의 힘은 국제사회에서 강자로서의 정당성을 인정 받을 것인가 ? 구성원의 잘못을 맹목적적으로 감쌀 때 그 구성원들은 정의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리고 결국 미국사회의 결속력은 병들어 갈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병사가 한국 소녀를 치었다의 구도가 아니라 부주의한 집단이 어린 소녀들을 치었다의 구도인 것이다. 이 문제에 정당성 이외의 어떠한 집단적 이기주의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여기에서 미국 군부의 정당성이 결여된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비난을 반미의 구도로 몰고가는 세력은 이러한 정당한 지적이야 말로 미국을 위하는 진정한 친미라는 것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서봉석 (경기대 법학과 교수)

경기천자춘추/대통령이 되려면

대통령이 되려면 김종민 (경기관광광사 사장)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될 것인가 궁금증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보수냐 진보냐, 안정이냐 불안이냐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막판에는 수도이전 문제와 북한의 핵 위협이 불거졌다. 아직까지 엄청난 수의 부동층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예측을 어렵게 한다. 여론조사 내용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재미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후보를 고를 때 정책이나 공약을 보고 찍는다는 사람은 10% 이하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이 후보가 풍기는 이미지에 따라 뽑는다고 응답했다. 영국의 디자인 협회가 내놓은 보고서도 시사하는 바가 닮았다. 투자비 100을 가지고 제품개발에 95를 투자하고 나머지 5를 디자인에 투입했을 때, 매출증대 효과는 50대50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헷갈리는 것은 정책과 공약이 나쁜데 좋은 이미지가 나올 수 없고, 기술과 성능은 떨어지는데 포장만 좋다고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정치인은 정적에 의해서 껍데기가 벗겨져 맥 빠진 백치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는 백치 인상을 털고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확실히 심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많은 선거참모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구미에 맞게 아이젠슈다트 같은 정치학자는 대통령이 되는데 필요한 캠페인 기법을 세가지로 요약·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대통령처럼 보이도록 하라 (Looks like president). 둘째는 대통령처럼 말하라 (Talks like president). 셋째는 대통령처럼 행동하라(Walks like president). 그렇다고 아이젠슈다트의 처방이 선거 전문가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잘못 강조하면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회적 이해관계와 난삽한 디지털 코드 속에서 실속과 포장, 콘텐츠와 이미지의 조화를 이루어 내기가 난해하다. 유권자라고 쉬운 노릇이 아니다. 한 표 행사하기가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경기천자춘추/전직대통령을 고향으로

미국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78세의 노인이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다. 인구 1000여명도 되지 않는 이 마을에는 항상 지미 카터를 만나기 위해 전 세계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으며, 그는 우리에게도 퇴임후의 더욱 열정적인 활동과 봉사로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는 인물이다.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 휩싸여 있을 때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을 만나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관철시켰으며, 지난 8월에는 그가 주도하는 해비타드(Habitat for Humanity·사랑의 집짓기 운동)한국지부가 경기도 파주 등지에 54채의 집을 지어서 가난과 폭우로 집을 잃은 1200여명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어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재직 중에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인식되었던 그가 퇴임 후 고향 플레인스에서 시작한 세계평화 운동의 실천으로 성공적인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후세에 귀감으로 남고 있는 것이다. 지미 카터, 그가 고향을 절대적인 표밭으로 대통령이 되지는 않았으나 그는 퇴임 후 고향의 품에서 의미있는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상당수가 고향을 떠나 공부하고 기업 하다가 꼭 정치 할 때면 고향으로 와서 표 받아 당선되면 고향을 향한 발길이 뜸하다가 선거가 임박하면 또 고향마을 어귀를 신발이 떨어지도록 다닌다. 특히 지역단결을 선거에서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는 우리의 풍토에서 그 혜택을 누구보다도 많이 누린 대통령들의 퇴임 후 귀향을 적극 추천한다. 각각 거제도와 하의도로 가신다면 진정으로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더 우러날 것이며 지방의 의미를 격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경호원만 없다면 그가 전직대통령이라는 시실조차 잊을 정도로 평범한 여생을 보내는 지미 카터는 지금 고향 플레인스에 살고있다. /나진택 (고양의제21 운영위원)

<천자춘추>百樂之丈 거문고

60여종의 국악기중 3대 현악기로 가야금·거문고·비파를 꼽는다. 이중 사찰의 벽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비파는 언제부턴가 단절돼 연주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가야금은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고 소리가 맑아 여성적인 악기로 알려진 가운데 널리 사랑받고 있다. 가야금 인구가 많이 늘어났으며 이 분야의 발전도 많았다. 기본이 12줄이지만 악기가 다양하게 개량돼 25현까지 음역이 확장,창작음악 및 관현악곡에 폭넓게 연주되고 있다. 이에 반해 거문고는 투박하고 거친 맛이 남성적인 악기로 비유된다.학문과 덕을 쌓은 선비들이 즐겨타던 거문고는 둔탁한 듯 하지만 깊고 그윽함이 매력이다. 소리가 화려하거나 곱지는 않지만 오랜 여운과 울림을 준다.그래서 거문고를 모든 악기의 으뜸이란 뜻으로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일컫기도 했다. 내가 거문고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 맛을 잘 몰랐다.시간이 흐르면서 굵은 6줄에서 흘러 나오는 깊고 장중한 맛이 느껴졌고, ‘아, 이래서 백악지장이라 했구나’하는 것도 실감하게 됐다. 거문고에는 ‘음의 여백’이 있다.해금이나 아쟁처럼 활과 줄의 마찰을 통해 음을 지속시키는 찰현악기와는 달리, 술대를 이용해 줄을 튕기며 소리를 내는 안현악기에 속하는 거문고는 음이 지속되지 않음으로써 공백이 생긴다. 거문고는 바로 이 음의 여백이 매력이고 맛이다.둔탁한 음 하나하나의 여백을 무한한 예술적 상상이나 환상의 선율로 채우던 옛 선비들의 여유와 멋, 이를 생각하면 거문고를 아니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근래 거문고가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해 안타까움이 크다. 철로 줄을 만든다거나 개량 악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악기 특성상 변화가 쉽지않고 다른 악기와의 어울림도 많지 않다. 늘 무언가에 쫓겨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 또한 거문고의 깊은 맛과 멋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여유가 없는 것 같다.기회가 된다면 거문고의 매력에 푹 빠져볼 것을 권하고 싶다. 깊고 오묘한 뭔가가 있으니까.

<천자춘추>체감경기와 실물경제

/정규남(통계청 경기통계사무소장) 통계청에서 발표한 11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뒤 경기와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CSI)는 97.1로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조사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5.6을 기록, 2개월 연속 100선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으로의 체감경기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나 기업가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는 9월과 10월의 산업생산을 비롯한 실물경제지표의 호조세, 최근 2개월간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보여 준 경기호전가능성, 대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고무적으로 나타나 4분기도 호조세가 이어지리라는 기대와는 사뭇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체감경기지표는 실적을 토대로 작성하는 실물경제지표와 달리 설문조사에 의해서 작성된다. 소비자나 기업가와 같은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판단, 전망 및 계획 등이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설문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경기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비자기대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이 있다. 이 방법은 전통적인 경제지표로는 포착하기 어렵지만 단기적 경기변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주체의 심리적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개인의 주관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체감경기지표들의 악화는 전반적인 실물경제의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 내수경기 부진, 이라크전쟁 및 미국 등 세계경제회복 가능여부 등의 불안요소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전문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5%대를 유지할 것이며, 세계경제의 수요회복 등으로 내년 2분기이후 국내소비 둔화와 수출 증가가 상쇄되어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경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체감경기지표와 실물경제지표간의 차이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천자춘추>명예시장군수 교환군무

/유승우 이천시장 경기도 동부권 시장군수협의회에서는 내년 2월부터 매분기마다 1회씩 명예시장군수 교환근무제를 실시키로 하였다. 동협의회는 민선1기가 시작되는 1995년 7월에 경기도 동부지역 10개 시장군수(성남, 남양주, 하남, 구리, 이천, 용인, 광주, 여주, 양평, 가평)들로 구성된 친선모임으로 매월 각 시군을 순회하며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전국 232개 기초단체들이 지역별로 소그룹을 형성해 친목도모를 하고있지만 우리 동부권협의회만큼 내실있는 운영을 하는 곳은 드문 것 같다. 지금까지 76회의 정례모임을 가지면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의 지역현안인 팔당상수원보호대책, 개발제한구역 적정운영, 자연보전권역 조정 등 수많은 현안사항을 중앙부처에 건의하여 해결하는 등 가장 활성화된 협의회로 발전해 오고있다. 지방자치 실시이후 각 시군의 민선기초자치단체장들이 지역발전을 위하여 독특한 시책을 발굴,소득증대와 주민만족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인근 타 시군의 우수행정 사례를 접목할 기회가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벤치마킹이 강조되는 시대로 선진국의 우수사례를 배우기 위해 외국을 자주 나가면서도 국내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왔다. 등하불명(燈下不明)? 왜 번거롭게 먼데서 벤치마킹을 하려는가. 가까운 이웃 시군에서 찾아보자. 이것이 행정업무를 바꿔서 해보자는 명예시장군수 교환근무제의 발상동기다.이 제도의 기대효과는 매우 크리라 예상된다. 우선 역지사지(易地思之) 차원에서 타 지역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비교행정을 통하여 우수행정 사례 접목을 위한 연구검토와 문화관광상품의 공동개발 등은 매우 바람직한 소재들이라 하겠다. 이천시가 내 놓을 수 있는 상품으로는 지난해에 성황리에 개최된 세계도자기엑스포 설봉공원과 이천시민장학사업 등이다.우리 시에서는 성남시와 같은 대도시로부터의 도심행정과 소각장을 관광단지로 만든 구리시의 우수사례 등을 1차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그 외에도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란 말처럼 얼마나 배울 것이 많겠는가.

<천자춘추>독감

/유승렬(도예가·안성문화마을원장) 3일을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터라 감기도 잘 앓지 않았다. 그래서 독감예방접종과 관련한 방송이나, 독감관련 뉴스도 무심코 흘려 보내던 터였는데 뜻하지 않게 찾아온 감기는 나를 꼼짝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정말 지독하게 앓았는데 손하나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심하게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속에는 온통 일에 관련된 생각들이었다. 명색이 원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 문화마을에 관련된 일, 개인전 뒤처리와 관련된 일, 새로운 작품에 관련된 일 등 이러한 일에 대한 과도한 신경과 더불어 개인전이다 뭐다 해서 몸을 지나치게 혹사시킨 것과,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부러워하는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전원생활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건강관리에 소홀한 것이 이번 독감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문화마을 주변에는 보건지소가 하나 있다. 그래서 그곳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이야기 할 기회도 있고, 또 주변 지인중에도 간호사가 있어 간혹 이야기 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피부로 와닿는 것이 건강함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었다. 사람은 건강할때는 그 건강의 소중함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어쩌다 병문안이라도 할 일이 생겨 병원을 찾을 때 느끼게 되는 것이 건강의 소중함인데 그 간호사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정말 우리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곤 한다. 그중 한 간호사가 ‘돈, 명예,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고,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에요’하던 말이 생각난다. 평범한 이야기인데 독감 뒤 끝에 떠올리는 이 말은 새삼스러운 감회에 젖게 만든다. 그런데 약의 도움으로 몸을 추스르고 나서 작품을 구상한다고 작업실에 앉은 나는 어느새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맙소사! 몸을 던지는 것이 예술정신의 한 표현이라고 하지만 지금 내가 피워물고 있는 담배는 습관의 산물이상이 아니다. 건강할 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지 못하는 내 존재가 가지고 있는 나약함과 모순을 넘어설 때 아마도 나는 제대로 된 작품한점 내 가슴속에 그려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천자춘추>선택은 현명하게

나는 운전 면허를 취득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남편이 힘들고 어려우니 굳이 운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차가 꼭 필요할 때 언제든 데리러 온다는 것이었지만 생활해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내가 차가 꼭 필요한 때 남편에게 사정이 생겨 못 오게 되는 때도 있어 이런저런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득하였다. 그래서 직접 운전을 해보니 아주 편하고 좋았다. 나는 자동차를 가지고 서울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차도를 한번 잘못 들어서면 낭패를 본다. 왜냐하면 좌회전 할 곳에서 방심하다가 지나치면 갈 길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정체가 심할경우 줄서기를 잘못하면 한없이 늦어진다. 이렇듯 길을 잘못 선택하여 짜증이 날 때면 잠깐 생각에 젖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어느 날 직원과 함께 출장을 가는데 길을 잘못 들어섰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것을 그냥 지나친 것이다. 화를 낼 수 도 없고 동승한 직원에게 “운전할 때 한번 길을 잘못 선택하면 고생하듯 인생도 저렇게 되겠지”라고 말을 건네 보았다. 그도 그렇다고 한다.“자기도 직장 다닐 때 봉급을 결혼 비용으로 사용하려고 저축만 하였는데 친구는 대학원을 다녀 지금은 박사 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본인도 잘 안된 것은 아니지만 대학원 공부를 못했다고 하며 전공을 바꾸어 공부하려니까 힘이 든다고 한다. 그 무엇을 선택할 때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더라고. 인생을 살면서 선택의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기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 한다. 배경이나 운에 연연하지 말고 현명한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기천자춘추/‘대기오염과 건강’

‘대기오염과 건강’ 손병관(인하대병원 진료부원장)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인천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가끔 밖을 내다보며 ‘차가 참 큰 것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필자의 관심 분야가 소아 알레르기이고 특별히 공해와 알레르기 질환, 그 중에서도 천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니까 큰 차를 바라보며 ‘물자 운송에 편리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저 차들의 연료가 대부분 경유’인 데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물론 대기오염이 자동차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에 의한 영향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30년대부터 50년대 사이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에 의해 사람의 건강에 큰 해를 입힌 대형 사고가 있은 후 대기 오염과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있어왔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도 초까지만 해도 당시 의과 대학생들도 대기 오염을 포함한 환경 오염문제는 런던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서양의 문제이지 우리나라와 관계없는 일로 생각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오염은 물론 물, 땅, 음식 등 모든 것에 오염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기오염은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사망률을 높이기도 하지만 역시 호흡기계에 많은 지장을 주어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고 폐기능을 떨어뜨리며 천식을 유발 및 악화시키는 것이 확인되었다. 자연히 공해가 심한 지역에서 호흡기계의 환자가 증가하며 입원이나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증가하게 되고 이에 의한 의료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것이다. 물론 직장이나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까지 생각하면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 사회적으로 대기오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며 우리나라의 여건도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존은 아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매년 오존주의보의 발령건수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 반면 이면에는 우리가 또 해결해야 할 문제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경기천자춘추/독일식 사고방식?

필자가 고국에 돌아와서 근 1년 8개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너무 독일식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필자의 한국생활에 적응을 돕겠다는 조언의 말이었다고 생각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논리적 불합리를 피해보려는 군색한 변명으로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사고방식은 독일식과 한국식이라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환경 또는 문화적 차원과 인간 고유의 논리적·이성적 차원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각 사회의 문화양식에는 틀림없이 차이가 있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문화가 다른 독일과 한국의 문화적 사고방식에는 차이가 있음이 확실하다. 반면에 학문의 근간이 되는 논리나 이성체계에는 독일식 사고방식과 한국식 사고방식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는 학문적 사고가 자연법칙이나 인간의 지적 본능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며, 두 국민간의 이성적·지적 능력의 차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사고방식의 기준을 적용할 때에는 어떠한 차원에서의 접근인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수긍할 수 없었던 사고방식 차이의 기준은 주로 학문적·문화적 차원의 혼동에 있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독일에서의 학문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성실하다는 것이다.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 미묘한 차이도 분석해 체계와 부합하는 정교한 논리를 추구하는 태도에서는 경외심 마저 들게된다. 만일 우리가 정교한 분석과 체계적인 논리전개 그리고 합리적인 구성을 추구하는 것이 독일식이라고 몰아가거나, 자신의 비논리적 사고방식을 합리화하려는 것을 한국식이라는 등식으로 적용하려 한다면 이는 마치 한국식은 비합리적이며 비약적인 논리전개를 허용해도 되는 것처럼 되어서 한국식 사고방식을 모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자고로 우리는 학문을 ‘갈고 닦는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는 우리의 조상들이 학문을 지극한 정성으로 대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실 학문에 있어서 한국식과 독일식에는 차이가 없다. 우리는 정교함을 소심함으로 핍박하여서는 안될 뿐더러, 대충을 대범함으로 위장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될 것이다. /서봉석 (경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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