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과거제도 콤플렉스

고려 광종이후 지속되어 왔던 우리나라의 과거제도는 지배계급을 선발하는 중요한 제도였다. 이는 당시 귀족계급의 관직세습을 방지하는 매우 민주적인 제도였음에 틀림없다.

그러한 과거제도는 근대국가의 출현으로 사라졌지만 그러나 고등고시로 그 이름이 바뀌어 지배계급의 선발시험으로서 여전히 존재하여 작금의 우리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계급”이라는 이러한 특권적 사회인식은 전문가집단이 이끌어가는 현대사회의 구조에 오히려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일례로 우리는 흔히 법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지원동기에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장래 판·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듣는다. 이들의 의식저변에 깔려있는 의도는 권력자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전문가로서의 직업의식을 왜곡시킨다. 즉 판사나 검사는 법률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해야 하는 소임이 주어지고, 변호사란 자신의 의뢰인을 위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법률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판·검사, 변호사 개인에게 약자를 도울 어떠한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약자에게 불리한 법제도가 있다면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치가가 더 적당한 직업일 것이다.

사법시험제도는 법학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뜨거운 사법시험열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법학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그 논리와 구성체계의 이해에 있어서 상당히 낙후된 것은 암기 지향적인 시험제도의 폐단이 법학발전에 상당한 저해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란 한번의 시험으로 선발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직업의 연속성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성실히 공부했다면 누구에게나 전문가로서의 경쟁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가 사법시험제도가 특권계급이 아니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의식으로 전환될 때 진정한 학문발전과 새로운 사회에 부응하는 올바른 사법제도가 정착될 것이다.

/서봉석(경기대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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