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순 호
나는 4년 전 종합 검진을 받았다. 갑자기 몸무게가 10kg 이상 줄고 피로를 느껴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검진 결과 위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종합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하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처음 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를 받았다.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병원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 와서 생각에 잠겼다. 혹시 위암?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우선 잘 살았는가? 또 어떻게 대처 해야할 지 등등... 그러다 보니 유언장이 생각났다. 전에 법률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마다 유언장을 꼭 써놓아야 한다고 들었는 데도 잘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긴박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몇일을 생각해 보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죽음은 나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한분의 뜻이기 때문에 마음은 편했다. 그러나 짧은 내용이나마 글로서 나의 뜻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1998년 8월30일 나는 유언장을 썼다. 남편과 아들, 딸에게 쓰며 마음이 좀 이상함을 느꼈다. 아이들은 혼자 자립할 수 있는 년령이 되었으므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유언장에는 나의 작은 재산이지만 사회에 환원하고 싶기에 나도 어렵게 공부를 한 터라 내가 졸업한 학교에 장학 기금으로 얼마를 내놓아 달라고 했다. 또 우리 시모님 몫으로도 얼마를 성당의 장학 기금으로 기탁하기 바란 다는 내용도 넣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검진 결과가 위염으로 나왔다. 그 후부터 매년 유언장을 수정 하는데 장학기금 금액이 늘어야 하는데 줄어드는 것이다.한해를 보내면서 생각해본다. 그런 현상이 왜 일어난 것인가. 다 욕심에서다.
유언장 쓸 때마다 정리할 것이 있다.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 또한 나로 하여금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용서를 청해야 한다. 상처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고 주게되어 있으니까. 우리 모두 아름다운 유언장을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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