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미술작품 사들이기에 열광하는 이유

얼마 전 국제화랑에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빌 비올라라는 작가의 개인전이 있었다. 영상작업으로 벽면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이미지를 접하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설치된 영상작업이 대부분 팔렸다고 한다. 비디오 작업도 판매가 되며 이를 소장하겠다는 콜렉터(수집가)들이 한국에도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세계적 명성을 지닌 유명 작가의 작품이기에 사둔다면 그만한 값어치를 할 것이라고 예상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비디오 작업도 좋다면 기꺼이 비싼 가격도 마다하지 않고 사들일 정도의 안목과 이해가 있어서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해 그 작품이 그렇게 뛰어나며 국내작가들의 작품보다 큰 의미가 있는지 나로서는 좀 의아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목, 취향으로 작품을 구입하기보다는 귀에 의존해 사들인다. 귀로 작품을 보는 것이다. ‘눈’이 없으니 명성과 화랑주들의 입 발린 소리에 현혹된다. 신문이나 잡지에 커다랗게 실린 기사로 화랑 벽면을 가득 도배를 하고 바닥에는 온갖 화분으로 둘러친 전시장은 흡사 겁을 주는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외국작가들이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기 위해 난리들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외국작가작품이라면 사족을 못쓰거나 아니면 유명세에 휘둘리는 미술시장의 허약성의 방증이기도 하겠다. 사실 우리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콜렉터의 숫자는 지극히 적다. 기껏 3천명을 못 넘을 것이다. 반면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공급은 수요를 넘어선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등한 대표적 시장이 바로 미술시장일 것이다. 사겠다는 이는 거의 없고 팔겠다는 사람만 흘러 넘친다. 귀로 보지 말고 철저히 눈으로 볼 것, 아울러 유명세나 투자가치로 인식하지 말고 자신의 감각과 취향에 따른 수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눈이 높아져야 하고 감각이 예사롭지 않아야 한다. 그만큼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하며 정확히 읽어나갈 수 있는 식견이 뒤따라야 한다. 돈만 있다고 되는 문제가 아닌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안목과 감각이다. 미술품 수집에 앞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섬세하고 뛰어난 취향과 기호의 결이다. 그런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사유의 깊이나 자신만의 독자한 삶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미술학부 교수

천자춘추/개혁적인 제도, 거꾸로 가는 인천시의회

인천시의회가 본회의장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하는 시정질문을 일문일답식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해 차기 임시회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또한 일부의원들의 반발로 좌절되기는 했지만, 전국 최초로 본회의장에 학생을 배석시켜 참관하게 하는 등 잇따라 개혁적인 제도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시의회가 적극적으로 개혁적인 제도를 도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특히, 본회의장 학생 배석 참관제도는 미래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훈련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이전투구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의회의 본회의장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민주주의의 훈련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본회의장 학생 배석 참관제도는 학생들에게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제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부 의원의 반대로 개혁적인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본회의장 학생 배석 참관제도를 시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은 ‘전쟁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을 전쟁터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본회의장 학생 배석 참관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시의회를 전쟁터라고 전제하는 것이어서 ‘민의의 전당’, ‘민주주의 토론의 장’,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의회의 위상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국회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2004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방의원 유급제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방의회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가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개혁적인 제도의 도입과 자기 쇄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천시의회가 도입하려다 무산된 본회의장 학생 배석 참관 제도는 지방의회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인천시의회가 잇따른 개혁적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방의회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개혁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언론, 그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주말에 TV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프로그램은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내가 정작 놀란 것은 내용의 심각성보다도 피해자의 얼굴이 모자이크처리 되지 않은 채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그대로 방영되었다는 사실이다. 주변에서는 누구라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선명하게 비춰진 피해자를 바라보며 언론의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은 당연히 국민이 알고자 하는 내용을 알려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그것도 절대적으로 보호해주어야 할 피해자의 얼굴까지 노골적으로 알려주면서까지 시청률을 의식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신뢰를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끝나지 않는 비극- 폭력으로 무너지는 가정’을 방송한 SBS 뉴스추적은 다시 한번 언론의 도덕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가정폭력을 당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들은 이렇게 재미나는 사건이 또 있을까 하듯 시간마다 다투어 이 사건을 내보냈다. 기혼 남성들 가운데 60%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은 처음인양 떠드는 것도 못마땅한 일인데 더군다나 재미로 다루다니. 그것도 가해자의 얼굴은 가려주고 피해 당사자의 얼굴은 적나라하게 클로즈업해서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더군다나 가정폭력이 일어난 동기에 대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들을 마음대로 각색해서는 무책임하게 한마디씩 떠들게 만들었다. ‘맞을 짓을 했네’, ‘오죽하면 때렸겠어’ 등등의 피해자 유발론을 유도하여 이중삼중의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언론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든 정당화 될 수 없다. 사회악인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앞장서지는 못할 망정 시청률만 앞세운 언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자성을 해야만 할 것이다. 현재 피해자들은 원치 않은 방송을 타고 난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방송 소모품으로 이용되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언론,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천자춘추/여름과 가스

드디어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또다시 시작될 것이고, 그 중간 중간에 또 태풍이 찾아 올 것이다. 물론 여름휴가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 지금부터 계획을 짜고 준비도 하는 설레임을 느낄 수도 있지만, 휴가계획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런 날씨에 대한 준비일 것이다. 여름에는 정말 많은 재해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폭우로 인한 재해, 휴가지에서의 뜻하지 않은 재해, 태풍으로 인한 재해 등등… 재해를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안전의식을 살찌울 수 있는 방법이고, 이 여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밑거름이기도 하다. 이중 한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것이 가스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스는 기체연료이기 때문에,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압력상승으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우려가 높아진다. 그만큼 사계절 중 가장 가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가 바로 여름이다. 장마철에는 배관, 호스 등의 연결부분 이탈에 의해서 가스가 누출될 수 있어, 호스와 가스용품, 배관 등 연결부분이 잘 조여져 있는지 살펴본 후 오래된 시설은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미리 교체해야 한다.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됐던 지역에서 이후에 가스시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결부분에 대한 점검후 사용해야 하며, 가스레인지는 깨끗한 물로 씻어 말리고 보일러는 전문가의 서비스를 받은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장마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어 한낮의 온도가 보통 30℃를 넘게 되면, 차안의 온도는 60℃ 이상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차 내부에 가스라이터를 놓고 내린다거나 부탄캔을 두고 내린다면 가스폭발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특히 휴가지에서 이런 가스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사실 무더위 속에 가장 관심이 필요한 가스시설은 바로 LPG용기다. LPG용기는 뜨거운 햇볕과 눈, 비를 막아줄 수 있는 용기보관실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공간 등이 여의치 않아 옥상이나 건물 외진 곳에 보관할 경우라도 최소한 차광막을 설치하고, 체인이나 굵은 끈 등으로 고정해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름철, 우리주변 가스시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관리하여 가스사고로부터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박영권.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항복하면 행복하다

얼마전 어느 작은 기도모임에서 돌아가며 성경을 읽는 가운데 한 교우가 “나 여호와는 나의 기름 받은 고레스의 오른손을 잡고 열국으로 그 앞에 항복하게 하며…”(이사야45:1)라는 구절의 ‘항복’을 ‘행복’으로 천연덕스럽게 바꿔 읽었다. 잘못 읽었지만 그 순간 섬광처럼 내 안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래, 항복하면 행복해지지”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한용운의 <복종>중에서- 어떤 외부적인 강요나 물리적인 힘에 의해 복종하는 것은 비굴하고 불행한 일이지만, 사랑 때문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복종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행복하다. 행여 치명적인 손해와 고통이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죽음 앞에 설지라도 그 모든 것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다. 하여 참된 사랑은 복종을 통해서만 얻어지고, 사랑의 대상 앞에 자신을 철저히 항복시키는 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엇을 항복시켜야 할까? ‘에고’이다. 자아를 죽이고 에고를 항복시켜야 한다. 오늘날 현대인의 불행은 욕망과 소유에 근거한 이기적인 자기 중심성 때문이다. 욕망투성이인 아상, 거짓된 자아는 허깨비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아상을 붙들고 거짓된 자아에 속으면서 서로 비교하고, 시기하고, 미워하며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다. 그 사이에 상처는 깊어지고 한은 쌓여만 간다. 그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인간은 서서히 파괴되고 불행해진다. 아상을 항복시키지 않는 한 인간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아상 뿐 아니라 존재의 흔적조차도 남기지 않는 더 큰 사랑의 신비속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 영원한 사랑의 불길 속에 나를 통째로 내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 안에서 당신 술에/ 취하는 일 말고는/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당신께 들어 바치는 데는/ 그 것을 잃어버리려는 것 말고/ 다른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다만 당신을 알고/ 그리고 사라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루미의 <항복>중에서- 온 우주에 진초록 푸르름으로 가득한 이 아름다운 계절에 항복하면 행복해지는 참사랑의 진리를 온몸으로 깨우쳐 보라. “항복하면 행복하다!” /장병용.수원 등불교회 목사

천자춘추/미인은 잠꾸러기

어제 저녁 늦은 시간에 전철을 탔다. 학원에서 과외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학생이 경로석에 앉아 졸고있다. 사람이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활용하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마다 자기 입장을 대답할 것이다. 아마도 학생들이면 공부라고 할 수 있고, 직장인이면 회사 업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일생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다름 아닌 ‘잠을 자는 일 바로 수면’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7시간을 잔다고 가정해 볼 때 칠십 평생 동안 잠자는 시간은 17만8천8백50시간이나 된다. 일수로 치면 7천452일, 연수로는 20년, 즉 일생에 약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많은 시간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잠이든 사이 낮에 고단하게 활동한 신체를 쉬게하고, 집중적이지 못한 일을 조용히 처리하며 다음날 사용해야 할 새로운 에너지를 재충전 시켜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또 수면주기는 하루를 영위하는 생체주기와 관련이 깊은데, 사람의 생체주기는 25시간이고 지구 자전 주기인 하루는 24시간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살다 보면 생물학적인 시계와 천문학적인 시계가 어긋나게 되고 그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여러가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몸에 적정 수면시간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없다. 저마다 피곤하지 않을 만큼 잠을 자면 된다. 잠을 많이 자야 미인이 된다는 말도 있으나, 이 말의 뜻은 적당량 수면을 취해야 건강에 좋다는 뜻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최근에 하루 10시간 이상 자는 사람이 오히려 7~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1.8배나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대의 바쁜 일상을 소화해 내려면 누구나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려 모두들 피곤해 하고 잠 부족을 느낀다.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다. 만약에 어떤 이유에서든 간 밤에 수면 방해를 받았다면 다음날 병든 닭처럼 졸려 일의 능률도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업무 중 사고나 교통사고의 위험률도 높아진다. 이처럼 잠은 우리 건강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장시간 잠을 잔다고 해서 모든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잠자리가 편안해야만 충분한 숙면을 취하게 되고 건강에도 이로운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잠을 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법은 잡념을 없애 주고 마음 편안하게 잠을 이룰수 있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이다. 적당량의 잠은 인간의 최고 휴식이다. /정복희.경기도의사회장

천자춘추/집착(執着)

공자님께서는 40세에는 의혹이 없고(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뜻을 알며(知天命), 60세에는 무엇을 들어도 귀가 순해지고(耳順), 70세에는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라 해도(從心所欲)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不踰矩) 말씀하시고 있다. 그런데 재판을 하다보면 이런 공자님 말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재판한 것중에 기억나는 것으로는 수년간의 민사소송 끝에 패소가 확정된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께서 민사재판에서 증언을 한 증인이 위증을 했다며 고소를 하였다가 무고죄로 벌금을 받고, 또 고소했다가 집행유예를 받고, 또 고소하였다가 실형을 살고 나왔다. 그런데 이제 포기할 때도 되었을 텐데 또 고소를 한 것이다. 재판을 담당한 나로서는 할아버지께서 오죽하면 그러시는가 하여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민사재판은 대법원은 물론 재심까지 갔어도 뒤집혀지지 않았고, 형사재판도 이미 무고죄로 3번씩이나 유죄가 인정된 것을 어찌할 것인가. 선고하는 날 할아버지께 이제 인생을 정리하실 나이신데 계속 여기에 집착하시면 어떡하시냐. 억울하시겠지만 이제 그만 잊어버리시라고 권유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득불 실형을 선고하였지만 차마 법정구속은 하지 못하였다. 그 할아버지는 끝내 그 사건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세상을 뜨신 것은 아닌지…. 또 하나는 할머니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을 한 할아버지가 다툼 끝에 할머니를 흉기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기억난다. 그 사건을 재판하면서 노인네들도 질투심은 젊은이들 못지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런가 하면 10여년전 부산 근무 시절 부산 근처 한 섬의 땅값이 오르면서 네 땅, 내 땅 경계 없이 평화스럽게 살던 3,000여 섬주민들이 동네 어른들까지 모두 송사(訟事)에 휘말려 서로 으르렁거리던 서글픈 기억도 되살아난다. 사람이 집착을 버린다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인가. 어차피 죽으면 한 줌 바람에 날아가버리거나 한 평도 안 되는 땅에 묻힐 텐데 왜 차분하게 인생을 정리할 나이에도 그렇게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천명(天命)을 알아야 할 나이가 점점 다가오건만 아직 하늘의 뜻을 몰라 헤매고 있는데, 60이 되어서도 남의 얘기를 들으면 화를 벌컥 내고, 70이 되어서도 마음 가는대로 따라 했다가 법을 어겨 낭패를 보고 있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양승국.변호사

천자춘추/주민이 함께하는 축제문화 만들기

청도 소싸움축제, 풍기 인삼축제, 소백산 철쭉제 등 최근 각 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지방의 특색에 알맞은 축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고양 꽃박람회, 이천 도자기 엑스포 등 여러 가지 축제를 개최하여 주민참여는 물론 지역홍보의 효과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축제는 지방자치의 핵심적 요소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를 통해 광장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홍보할 수 있다. 광장에서 주민들은 축제에 참여하고 의견을 표현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낸다. 즉 축제는 지방자치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또한 축제는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적 활동이다. 지역의 축제는 각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수익성은 축제가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는 컨텐츠의 질로서 확보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축제들을 살펴보면 실제 행사와는 무관한 각종 활동들이 넘쳐나 축제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점상들로부터 받는 자릿세 등으로 축제의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즉 축제의 질적 향상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보니 축제와는 별 관련이 없는 행사들을 통해 수익성을 창출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축제의 질이 제고될 때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보장된다. 축제가 제공하는 컨텐츠들이 축제의 참가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때 축제는 주민들이 어우러지는 광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수익성이 보장될 때 축제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일상적 행사로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도는 무리하게 축제의 수를 늘리는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축제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신보영.경기도의회 보사환경위원

천자춘추/물은 답을 알고 있다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향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매년 6월 하순부터 어려운 살림살이에 깊은 주름을 더해주는 장마가 찾아온다. 기상대 예보에 의하면 올해는 예년에 비해 강우량이 많을 것이라 한다. 장마가 가까울수록 더위가 기승을 부려 몸과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땀방울도 증가한다. 인간의 몸속에는 연령에 따라서 물이 80-50%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시원하고 맛 나는 물이 절실해진다. 세계보건기구는 “20세기의 전쟁은 석유 쟁탈전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전쟁은 깨끗한 물 쟁탈전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물맛은 좋지만 물이 부족한 국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도 21세기에 전개될 물 쟁탈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확보하는데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다. 며칠 전에 국제파동회 대표를 맡고 있는 에모토 마사루씨가 저술하고 ‘나무심는사람’이 펴낸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저자는 평소 물이 정보를 기억한다는 물적 증거를 찾기 위하여 고심한 끝에 ‘눈(雪) 결정은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는 보편적인 사실에 힌트를 얻어 물의 결정을 사진으로 형상화하기에 이르렀다. 책의 내용은 물에게 각 나라의 언어로 ‘사랑과 감사’ 또는 ‘천사’, ‘악마’, ‘망할 놈’ 등의 글자를 보여주고 말을 했을 때에 언어의 뜻에 상응하는 ‘아름다운’ 또는 ‘엉클어진’ 결정체를 보였다는 것이다. 물의 이러한 반응은 참으로 놀라운 현상으로 이것은 ‘의식과 물질은 하나다’라는 선구적 현대물리학자들의 가설이 진리임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아울러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정신주의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또한 물의 세계가 보여주는 이러한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은 인간의 의식이 이 세상을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한 물질이 바로 물이다. 지구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는 수 없이 만나고 스쳐지나가는 모든 피조물들에게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감사와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말과 표정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훈련을 시작해야겠다. /선우섭.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천자춘추/가스시설 관리의 중요성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많은 재해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스폭발사고는 정말 순식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평상시의 관리와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스소비량은 해마다 증가하여, 취사·난방용 가스시설이나 LPG차량 등 각종 가스사용 시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만큼 가스가 우리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다는 얘기다. 청정연료인 가스로 연료가 대체되면 그만큼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반면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그만큼 커진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안전의식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우리가 알고있는 가스안전수칙이라고 하면, 가스사용 후 중간밸브 잠그는 것과 비눗물 이용해서 누출 점검하는 것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밸브 잠그는 것이야 이제는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누출 점검하는 것은 정말 실천하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 두가지는 기본으로 지켜져야 하는 안전수칙이고, 그밖에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몇가지 시설에 대해 언급해 보면, 우선 LPG용기는 반드시 환기가 잘되는 옥외에 보관하여야 하며, 빗물이나 직사광선을 피하여 보관하여야 한다. LPG용기에는 용기밸브가 달려있는데 이 밸브는 가스의 흐름을 개폐하는 장치로 수도꼭지와 같이 핸들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닫히고,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열린다. 며칠씩 집을 비울 때나, 화재 등으로 밸브를 닫아주어야 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요즘은 중간밸브로 퓨즈콕을 쓰는데, 이 퓨즈콕은 가스의 흐름을 개폐하여 배관과 호스를 연결하는 장치이다. 호스가 빠지거나 절단될 경우, 가스의 흐름을 차단하여 화재나 질식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장치로 기존의 중간밸브는 반드시 퓨즈콕으로 교체, 설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스보일러의 경우, 보일러 사용전에는 반드시 배기통이 빠져 있거나 꺾인 곳이 없는지, 배기통이 막혀 있지 않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예전에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많았듯이, 요즘도 가스보일러 폐가스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고 예방법을 들으면, 복잡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듯하지만, 실제로 차분히 실천해 보면 의외로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안전은 우리 스스로 지킨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박영권.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자전거 타기 어려운 도시

우리나라는 1970~90년대 사회가 발달하고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자동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에 따른 교통난, 환경공해, 물류비용의 증가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특히 승용차의 폭발적 증가는 도시의 교통난과 그에 따른 환경공해를 부채질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도심에서 자전거 등 인간의 힘을 동력으로 하는 이동수단의 활성화이다. 인천시의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가 약 700Km 설치되어 있다. 자동차 도로에 비할 바 아니지만 적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문제는 도심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자전거 전용도로가 형식적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도를 따라 인도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설치된 전용도로는 모양만 갖추었을 뿐 별 효용성이 없다. 인도에 그어진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상점에서 내 놓은 물품을 만나게 되거나 불법 주차해 놓은 자동차들을 만나게 된다. 도로와 인도의 턱과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 사람사이를 지나게 되는 위험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짜증과 위험을 몇 번 거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짜증과 위험을 피해 차도로 나서게 되는데, 이는 목숨을 건 모험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정도는 안중에 두지 않는다. 형식적인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두번째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고 여가 개념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주거단지와 전철역 등을 고려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 이용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다. 지금도 지하철역과 전철역 등에는 자전거가 주차해 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는 주거단지와 지하철역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어 있다. 여가 개념보다는 생활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등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회성 또는 형식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자전거 이용의 대중화는 요원하다. 자전거 전용도로의 경우에도 형식적으로 설치하기보다는 지금쯤은 설치되어 있는 전용도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고민할 때이다. 21세기 인류의 화두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큰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그 출발일 수 있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새벽을 열며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공기를 마시고 싶어 창문을 여니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이 신새벽에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폐지를 줍고 있는데 차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 저 연세정도면 손자들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가 아닌가. 자식들은 알고 있기나 하는건지…… 생활의 과학화와 의료산업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핵가족화 되면서 ‘孝’의 개념은 무너지고 노인들의 노후생활은 예전처럼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1세대 독고노인이 늘어나면서 자식들에게 생활보조금을 받는 축은 그래도 다행이다. 국가에서 주는 생계보조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스스로 생계비를 벌어야만 한다. 능력있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때, 힘없고 병든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루에 몇 천원 버는 재활용품을 줍는 것 말고는 무엇이 있겠는가. 아마도 저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 보다 하나라도 먼저 줍기 위해 새벽녘에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노년기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경제, 양질의 삶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국가인 유럽에서는 노인의 문제를 연금, 국가보조금 등의 복지로 정부에서 해결해 노인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고 있으며 우리도 이 문제를 더 이상 노인, 자식들의 개인에게 돌릴 수 는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버스표나 동별로 경로당, 노인복지센터를 세우면서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가에 비해서는 훨씬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노인의 문제가 어디 건강과 경제 뿐이겠는가. 양질의 삶 속에는 노인들의 성문제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얼마 전 70대의 성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가 많은 논란 끝에 개봉 되었다. 노인의 성에 대해 ‘노인이 되면 초연해 지겠지’라고 무의식속의 생각 때문에 젊은이들의 성과는 다른 충격으로 왔다. 하지만 노인의 성은 더 이상 감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닌 젊은이와 똑같은 자아개념이며 노인복지 문제 또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노인문제는 머지 않아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일이다. 현재가 있게 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미래를 위해 자식들 키우는 일에 전념하며 하루하루 살아간 그들의 노후는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천자춘추/지역작가

지역작가란 명칭은 미술에 있어 임의로 중심과 주변을 구분하고 그 경계의 날을 세웠을 때 가능한데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거나 모호하다. 반면 여전히 서울을 중심을 해서 이루어지는 미술계 상황을 부정할 수 없는 시점에서 서울이외의 지역화단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아우르는 의미로 지역작가란 이름을 쓴다고 생각한다. 그럼 지역미술이 있고 지역작가라고 부를만한 정체성 같은 것이 존재하느냐를 물어 보아야 한다. 나로서는 무척 회의적이다. 지역화단 자체가 상당히 협소하고 동시대미술의 여러 흐름과 논리에 대해 무지하거나 애써 외면 혹은 스스로를 울타리 둘러치면서 완강하게 자기 세력의 틀을 고수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각 지방미협이라거나 단체들 대부분이 그런 후진적 사고와 행태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지역미술과 화단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지역을 거점으로 해서 밥그릇을 챙기는 집단이 서식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틀 안에 들어가 순응하고 동조하면 그 지역에서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거나 할 것이다. 아울러 특정한 화풍과 방법론만이 강제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리고 그것이 그 지역의 독특한 화풍이고 정체성인양 강변된다. 그것은 사실 미술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습관이다. 아울러 지역화단이란 것이 워낙 영세하다보니깐 그림을 팔고 그것으로 작가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이들은 무척 드물다. 그저 대학에 재직하고 있거나 지역유지들과 친분을 쌓고 있는 작가들, 혹은 한정된 지역에 있는 콜렉터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의 장식적인 구상미술이나 무리 없는 인테리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이들만이 먹고 살만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술이 거의 다 공예화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상황이 이러니 작가들 역시 먹고살자면 그런 작품들을 의식적으로 그려내거나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지역화단에서 목소리 큰 사람들은 일부 대학교수작가들 내지 팔리는 작품을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문제는 지역미술계가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비평문화의 정착, 미술관과 전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전시 자체가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져야 하며(여기에는 보다 친절한 설명과 이해, 현실적인 미술계의 문제점, 지역미술계가 안고 있는 상황과 연계된 전시가 요청된다) 미술품 구입과 공공조형물들의 경우 철저한 심사와 객관적인 작품의 질에 대한 요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비평의 활성화와 의미 있는 기획전시들이 자주 선보여서 미술에 대한 안목과 사유를 교육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어느 자리에서 그 일을 하느냐가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이 문제만큼은 지역성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미술학부 교수

천자춘추/자연의 생명력이 바로 '희망'

자연속에는 많은 생명체가 살고있다. 자연은 인간에게도 삶의 터전이며 자연의 한 귀퉁이를 짧은 시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고있으며 오히려 무분별한 자연 개발이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생태환경까지 바꿔 놓는다. 시화호가 그 좋은 교훈을 주고있다. 87년 시화호 물막이 공사를 착공한 후, 94년 물막이 공사가 끝난 뒤 옛 갯벌은 말라서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미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는 바닷물이 소금으로 변해 쌓이기 시작하자 염분이 바람에 날려 농작물이 말라 죽어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불행만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희망에 찬 생태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가며 한쪽은 염생식물 군락지로, 또 한쪽은 육상식물이 자리를 잡은지 8년이 지났다. 이러한 자연변화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시화호에 소중한 생명체가 자리를 잡았고 시화호 갈대숲 속에 생명체가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 시화호의 주인이 멧돼지, 산토끼, 고라니, 너구리 등 많은 숫자가 살고 있는 생태공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화호 주변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은 어떻게 변화 될까. 또 시화호에 동물들만이 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아주 희귀한 나무가 약350여그루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의 이름은 자세히 모르지만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유성유’ 나무가 확실하다. 과연 이 나무는 중국에서 어떻게 시화호까지 날아 왔는지, 철새들의 먹이 배설물로 인해 군락을 이뤘는지는 의문스럽지만 시화호가 또 다시 신도시 개발이나 다른용도의 개발이 이뤄진다면 많은 동·식물들은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 인간의 편리함 때문에 자연과 함께 공생할 수 없는 개발이 이뤄진다면 자연은 큰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 참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더이상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부득이 개발을 해야한다면 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해야한다. 향후 아무런 대책없이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개발이 이뤄진 다면 시화호 간석지의 동·식물들은 삶의 터전을 또 다시 잃게 될것이다. /최종인.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천자춘추/고령화 사회 대비를

요즘 시대의 말로 ‘사오정 오륙도’라고 하는 말이 있다. 사십오세면 정년퇴직을 해야하고 오십육세까지 일을 하면 도둑놈 소리를 듣는다는 사회를 비아냥 거리는 풍자의 말이다. 이렇게 우리사회는 빠르게 늙어간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인구 대비 7%가 노인들로 노령화 사회에 진입을 했다. 지금의 속도로 추정해 본다면 앞으로 19년후인 2019년에는 인구 대비 14%가 노인들로 인한 노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노령화 사회로 가는 기간도 선진국인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데, 정작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신 우리네 어르신들은 소득이 적은 분들이 많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내다보는 이때에 대개 65세가 좀 넘으면 심장병,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따라서 노인들에 대한 생활보장 , 의료보장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시 노인의 절반 이상이 영양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논문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영양상태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하루 식사를 한 두끼 굶는 노인도 많다고 한다. 노인건강 상태의 평가와 더불어 부차적으로 영양상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노인의 영양상태는 운동의 유무, 정신건강, 일상 생활 능력 그 외 만성 질병인 폐결핵, 대소변 실금 등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나타났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 한다면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 건강보장 등을 구분하여 접근하기 보다는 동시에 사회복지와 노인건강보험을 함께 접근해 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노인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들에 대한 포괄적이고 다차원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이때 범국가적 차원에서 노인들의 생활환경을 위한 노인 복지, 후생문제와 노인보험 문제는 더 이상 미루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나 치매 노인에 대한 보호를 위해 전문요양시설과 치매전문요양병원 등을 단계적으로 확충, 확대해 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좋을 것이며, 국가에서도 노후생활에 대한 즐거운 복지도시를 사전에 준비를 한다면 이 또한 더 없는 이상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정복희.경기도의사회장

천자춘추/새만금을 생각하며

얼마 전에 네분의 성직자들이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하여 전북 부안의 해창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면서 그 먼 길을 고행해 오셨다. 세번 걷고 한번 절한다는 것으로 말이 쉽지 65일 동안 310km 길을 어떻게 삼보일배를 하면서 올 수 있는가. 무엇이 이들을 이러한 고행으로 끌어 들였는가. 과연 새만금 갯벌이 그 동안의 공사를 중단시키며 이들 성직자들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려고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갯벌에 대한 아무 지식 없이 그냥 갯벌을 바라다보면 그 넓은 서해안의 갯벌을 그냥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게 내버려 두느니 보다 이를 간척하여 쓸모 있는 땅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나도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갯벌은 살아있다’라는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갯벌을 쓸모없는 땅으로 본 나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갯벌에는 생명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플랑크톤에서부터 물고기를 거쳐 철새들에 이르기까지…. 또한 갯벌은 육지에서 흘러들어오는 수많은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자연의 품이다. 갯벌을 간척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이익일까. 쌀 증산을 위해 간척을 한다는 명분은 요즘같이 쌀이 남아도는 세상에서는 이미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이다. 갯벌의 생산력이 농지의 생산력보다 훨씬 높다는 발표도 있지 않은가.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가치는 또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던 어민들을 내쫓고 갯벌에서 철새들을 바라보며 삶의 휴식을 얻으려는 많은 사람들을 방황케 하면서까지 그 간척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인가. 나는 환경이라는 말보다는 생태계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환경이라는 말자체도 인간중심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갯벌이라는 생태계에서 오늘도 삶을 살아가는 그 수많은 생명체들. 과연 소수 인간의 탐욕 때문에 그 수많은 생명체들을 말살시켜도 되는 권한이 인간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인가. 생태학에 ‘가이아 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이 지구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 빗댄 것이다. 즉 지구 자체를 거대한 한 유기체로 보는 사상이다. 이 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 어느 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파괴는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 그 피해는 지구 유기체의 일부분인 바로 우리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아무쪼록 자연을 우리와 상관없는 정복해야 할 객체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같이 가꿔나가야 할 우리의 일부분임을 생각하자. 새만금을 기어코 간척한다고 하면 우리는 결국 제2의 시화호를 보고 말 것이다. /양승국.변호사

천자춘추/키스해 주세요

학동 흰 파도 / 검은 조약돌에 부서질 때마다 / 사락사락 입맞춤하는 소리 / 진저리쳐지도록 싱그러운 / 망산의 초록빛 뜨거운 혀를 / 해금강물 깊숙이 들이밀다가 / 홍포 절벽 앞에 / 봉곳봉곳 떠 있는 / 젖무덤에 머리를 쳐 박고 / 울어버리다. 시 한 수 끄적거리며 거제도 해안가를 거닐고 있을 때, 젊은 연인이 흰 파도 앞에 앉아 깊게 포옹을 나누고 있었다. 흘끔흘끔 쳐다보는 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는 여자가 뒤로 가서 남자의 등에 가슴과 얼굴을 묻고 한참동안 끌어안고 있었다. 참 편안해 보였다. 어느새 뜨거운 불덩이 하나 내 속에 들어와 온몸이 떨려 왔다.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 ‘키스’는 장식적인 화려한 색채감과 남녀의 에로틱한 모습을 통해 신비하고 오묘한 관능적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커피 색 하늘에 금빛 보석이 뿌려졌고 풀밭에는 온갖 꽃이 만발한데, 한 쌍의 연인이 포옹한 채 입술을 맞대기 직전의 감미로운 순간이다. 여자의 움츠린 어깨와 얼굴을 두 손으로 다소곳하게 감싼 그림 속의 남자 옆모습은 여자들이 원하는 전형적인 남성상이다. 눈은 살풋 감고 남자에게 입술을 찍히려 교태를 부리듯 넓은 망토 안에 몸을 반쯤 숨긴 여자야말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요염한 자태다. 매달리듯 팔을 남자 어깨 뒤로 돌리고 무릎을 꿇은 여자의 맨발이 풀밭 끝 벼랑에 떨어질 듯 닿아있다. 남자에게 매달리지 않거나 남자가 포옹을 풀어버리면 벼랑 아래로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숨막히는 사랑의 절정이다! 이 그림은 금빛을 주조로 각양각색의 색채를 맞추어 만든 조각보를 보듯 화려한 색채감이 보는 이들을 우선 압도한다. 남자의 망토 중 왼쪽은 주로 직사각형의 문양 속에 물결무늬를 섞었고, 몸에 꼭 끼는 여자 옷은 겹을 이룬 동그라미와 별을 그려 넣었다. 이러한 무늬와 색채감이 풀밭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그 조화로움과 화려함을 더해준다. ‘키스’에서 클림트는 겹겹의 옷 속에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던 여성의 관능을 대담하게 밖으로 끌어내어 남성의 지배 아래 놓였던 여성의 평등과 화해를 시도했다. 즉 그는 여성을 통해 시대정신을 표출하면서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새로운 시대에 주체로 여성성을 부각시켰던 탁월한 화가였다. 이 그림을 보면서 첫 키스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려 보라. 몸과 몸이 닿는 사랑의 황홀한 떨림, 부드러운 격려와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몸이 말하는 대로 사는 것만큼 정직한 게 또 있을까. 오늘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섹시하게 이렇게 고백해 보라. “키스해 주세요!” /장병용.수원 등불교회 목사

천자춘추/현충일을 보내며

지난 6일은 제48회 현충일로 오전 10시 정각에 전국에서 울리는 사이렌에 맞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었다. 1분간의 사이렌 소리는, 초 여름을 알리는 더위와 함께 서민들의 허허로운 마음을 더욱더 짖누르는 불투명한 경제 및 정치지표, 참으로 어쳐구니 없는 대북송금 그리고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는 교육계와 노동계의 현황과 함께 먼저 가신 호국영령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착잡하였다. 6월에 가슴깊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이 노래는 1964년 백암산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한 초급장교(韓明熙 서울시립대 음대 교수)가 따스한 석양이 빨간 단풍에 물들기 시작한 초가을 오후 순찰 중에 잡초만 우거진 비무장지대의 양지바른 산모퉁이에서 이끼 낀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하고 팻말처럼 보이는 썩은 나무등걸을 바라보며 그 돌무더기가 어느 무명용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전우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을 되살려 1967년에 작사한 것을 장일남선생이 작곡한 것이다. ‘비목’은 그렇게 채 꽃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젊은 무명용사를 기리기 위해 탄생된 헌시로, 강원도 화천군에서는 ‘비목’의 발생지인 백암산 기슭에 1995년 비목공원을 조성하고 1996년부터 매년 호국 보훈의 달 6월에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해 비목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비목문화제는 평화적 남북통일을 열망하는 국민 모두의 희망을 노래하는 평화의 자리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넉넉한 모습 뒤편에는 언제나 국난극복의 시련이 응어리져 있다. 국난극복의 여정은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할 우리에게 희망의 빛을 이어나갈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더 이상 전쟁없는 세계를 위해, 더 이상 아픔없는 세대를 위해 더욱 정직하고 근면하게 생활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굳게 가져 본다. /선우 섭.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천자춘추/화랑의 전통과 난 화분

며칠 전 문을 연 새 전시장을 찾았다. 이전 건물을 헐고 새롭게 지어올린 이 건물은 인사동 한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2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갤러리다. 화랑이 20~30년쯤 되면 그 연륜에 걸맞는 안목과 권위와 기품이 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대부분의 상업화랑들은 그저 ‘구멍가게’라는 느낌이 든다. 손님이 원하는 것만 갖다놓는 비교적 편한 장사 말이다. 한국의 상업 화랑들은 일반대중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 지명도와 장식성을 갖춘 그림들만을 대부분 다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상업화랑들은 자기 화랑이 다루는 작가들이 변함없이 정해져있는 편이며 그 수도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비교적 유명작가, 대학교수작가, 상업성이 있는 작가, 집안이 부유하고 그 친척들이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는 작가 등이 선호된다. 그러다 보니 한 작가가 여러 화랑에서 번갈아 전시를 하기도 하고 잘 팔린다는 소문이 난 작가들만이 화랑에서 다루고자 한다. 각 화랑들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기호, 취향이 부재하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기 색깔과 감각을 지니며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좋은 작업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정보를 주고 교육을 시키는 화랑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하1층과 지상 4층을 전시공간으로 쓰는 커다란 이 화랑에 신축 기념전으로 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S대교수인 작가의 작업들이 전 층을 가득 채워놓았다. 우리 화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빈번한 전시활동을 한 작가다. 다소 욕심이 많다 싶을 정도로 빼곡이 건 작품들을 보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방 벽을 뺑 둘러 갖가지 꽃과 난 화분들이 도열해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이 무슨 전시장인지 혹은 화원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화랑주나 작가는 그처럼 많은 화분의 수가 작품의 질과 작가의 위상, 권력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준다고 여겨서일까? 그 화환과 화분으로 전시장에 오는 이들의 기를 죽이고자 하는 걸까? 난 화분의 수에 비례해 작가의 유명도와 작품의 수준이 가늠된다고 소박하게 여기지는 물론 않겠지만 전시장 벽에 커다랗게 도배해놓은 인터뷰신문기사와 너무 많은 화분의 이 기이한 배열이 내겐 너무 황당해보인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미술학부 교수

천자춘추/참여의 일상화를 위해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인 선거를 핵심으로 한다. 선거 기간에 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원과 함께 자신의 소속정당과 정책에 대해서 홍보하고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시민들은 투표일에 한 표를 던짐으로써 선거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선출된 후보는 일정한 기간동안 시민의 대표자로서 활동한다. 대표자가 시민의 의견을 왜곡해서 전달하거나 잘못된 정책을 입안해도 대표자의 행위에 대해서 비난하며 다음 선거 때 그 후보를 뽑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선거를 통한 시민의 정치참여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시민은 투표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정치의 객체로 머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민참여의 일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참여란 “사회의 구성원이 의사결정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행동”이다. 참여의 일상화는 선거 때마다 투표권을 열심히 행사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일반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공적인 의견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과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으로서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여서 시민운동이나 주민운동의 형태로 참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공중(public)으로 모이게 되고 보다 효과적으로 공적인 의견을 형성하고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의 일상화가 가능해질 때 시민은 정치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경기도 역시 주민자치센터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옴부즈만제도, 주민소환제도, 주민발안제도 등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들이 순차적으로 도입되어 주민의 일상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면, 주민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고, 민주주의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항상 열리는 주민 모두의 축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보영.경기도의회 보사환경위원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