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TV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프로그램은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내가 정작 놀란 것은 내용의 심각성보다도 피해자의 얼굴이 모자이크처리 되지 않은 채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그대로 방영되었다는 사실이다. 주변에서는 누구라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선명하게 비춰진 피해자를 바라보며 언론의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은 당연히 국민이 알고자 하는 내용을 알려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그것도 절대적으로 보호해주어야 할 피해자의 얼굴까지 노골적으로 알려주면서까지 시청률을 의식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신뢰를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끝나지 않는 비극- 폭력으로 무너지는 가정’을 방송한 SBS 뉴스추적은 다시 한번 언론의 도덕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가정폭력을 당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들은 이렇게 재미나는 사건이 또 있을까 하듯 시간마다 다투어 이 사건을 내보냈다. 기혼 남성들 가운데 60%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은 처음인양 떠드는 것도 못마땅한 일인데 더군다나 재미로 다루다니. 그것도 가해자의 얼굴은 가려주고 피해 당사자의 얼굴은 적나라하게 클로즈업해서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더군다나 가정폭력이 일어난 동기에 대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들을 마음대로 각색해서는 무책임하게 한마디씩 떠들게 만들었다. ‘맞을 짓을 했네’, ‘오죽하면 때렸겠어’ 등등의 피해자 유발론을 유도하여 이중삼중의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언론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든 정당화 될 수 없다. 사회악인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앞장서지는 못할 망정 시청률만 앞세운 언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자성을 해야만 할 것이다. 현재 피해자들은 원치 않은 방송을 타고 난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방송 소모품으로 이용되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언론,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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