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미인은 잠꾸러기

어제 저녁 늦은 시간에 전철을 탔다. 학원에서 과외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학생이 경로석에 앉아 졸고있다.

사람이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활용하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마다 자기 입장을 대답할 것이다. 아마도 학생들이면 공부라고 할 수 있고, 직장인이면 회사 업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일생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다름 아닌 ‘잠을 자는 일 바로 수면’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7시간을 잔다고 가정해 볼 때 칠십 평생 동안 잠자는 시간은 17만8천8백50시간이나 된다. 일수로 치면 7천452일, 연수로는 20년, 즉 일생에 약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많은 시간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잠이든 사이 낮에 고단하게 활동한 신체를 쉬게하고, 집중적이지 못한 일을 조용히 처리하며 다음날 사용해야 할 새로운 에너지를 재충전 시켜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또 수면주기는 하루를 영위하는 생체주기와 관련이 깊은데, 사람의 생체주기는 25시간이고 지구 자전 주기인 하루는 24시간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살다 보면 생물학적인 시계와 천문학적인 시계가 어긋나게 되고 그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여러가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몸에 적정 수면시간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없다. 저마다 피곤하지 않을 만큼 잠을 자면 된다. 잠을 많이 자야 미인이 된다는 말도 있으나, 이 말의 뜻은 적당량 수면을 취해야 건강에 좋다는 뜻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최근에 하루 10시간 이상 자는 사람이 오히려 7~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1.8배나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대의 바쁜 일상을 소화해 내려면 누구나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려 모두들 피곤해 하고 잠 부족을 느낀다.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다. 만약에 어떤 이유에서든 간 밤에 수면 방해를 받았다면 다음날 병든 닭처럼 졸려 일의 능률도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업무 중 사고나 교통사고의 위험률도 높아진다. 이처럼 잠은 우리 건강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장시간 잠을 잔다고 해서 모든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잠자리가 편안해야만 충분한 숙면을 취하게 되고 건강에도 이로운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잠을 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법은 잡념을 없애 주고 마음 편안하게 잠을 이룰수 있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이다. 적당량의 잠은 인간의 최고 휴식이다.

/정복희.경기도의사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