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인천시, 복수금고제도 도입해야

인천시가 시금고 선정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단수금고제를 골자로 하는 시금고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3년을 단위로 시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새롭게 선정하고 있다. 올해로 시금고 계약기간이 끝나게 되어, 2004년부터 3년 간 시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간을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시금고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막대한 이익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신용도를 높일 수 있어, 금융기관들은 시금고로 선정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인천은 벌써부터 시금고 선정을 둘러싸고 금융기관간의 치열한 물밑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는 만큼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금고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2000년 인천시금고 선정 당시에도 지역사회가 양분되어 홍역을 치른 바가 있다. 특혜시비 또한 끊이질 않았다. 그것의 원인 중에 하나는 1행정기관에 1금고인 단수금고제도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99년 행정자치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복수금고제 도입을 권고하는 공문을 내려보내기에 이른다. 부산, 울산, 대구 등 전국의 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복수금고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인천은 단수금고제를 고집하고 있다. 복수금고제도는 금융기관이 2개 이상이어서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재정을 관리하는데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그이상의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금융기관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시 재정 수익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증대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인천시 시금고였던 경기은행 퇴출로 인한 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복수 금고제도는 시 재정의 분산관리로 예산관리의 안정성 확보 및 금융기관 위기 발생시 대처가 용이하다. 인천시금고였던 경기은행이 퇴출 되면서 인천시는 150억원의 혈세를 손실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대 혼란을 겪었다. 손실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복수금고제 도입이 절실하다. 더구나 2000년 인천시금고선정심의위원회는 심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시금고 지정절차를 추진함에 있어서 시 재정관리의 위험성 분산 등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을 고려하여 재정의 일부를 분산하여 관리하는 복수금고제를 지향함이 타당함”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복수금고제가 재정을 관리하는 시 당국의 입장에서는 불편할지 몰라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혈세 낭비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이다. 인천시가 복수금고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이젠 장마 대비를...

요사이 TV를 통해 보여진 사람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반팔 여름옷에 얼음과자를 하나씩 들고 있는 여름풍경 그대로의 모습이다. 정말 요즘 날씨는 비도 잦고 기온도 높은 한마디로 여름날씨 그대로다. 이맘때가 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마철이다. 우리는 그동안 해마다 물난리를 겪어 왔으며, 그때마다 대비책이 부실하다는 듣기 민망한 지적을 받아오곤 했다. 96년에도 그랬고, 98년 수해때도 그랬으며, 지난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장마 걱정을 하다보니 오래전 어디선가 읽은 홍수와 관련된 인도 얘기가 생각난다. 참바랑이란 인도 어느 지방에서도 여름이면 거의 매년 홍수를 겪다시피 하는데 심할 때는 수위가 6m나 되는때도 있다. 이때 키가 1.5m 정도 밖에 안되는 보통 벼는 모두 물에 잠겨 농사를 망치기 일쑤지만, 유독 이곳 참바랑에서 자라는 벼는 그 줄기가 홍수 높이보다 조금씩 높게 자라 벼이삭이 물에 잠기는 일 없이 홍수로 인한 피해를 거뜬히 면하곤 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닥치는 물난리는 그때마다 범람하는 물의 높이가 다르게 마련인데 이 참바랑 지방의 벼는 매년 어떻게 홍수의 높이를 미리 알아차리고 줄기를 키워 벼이삭을 보호하는 것인지 이곳 사람들도 그저 신비롭게만 생각될 따름이란 것이다. 어찌됐건 참바랑의 벼는 이렇게 경이롭고 불가사의한 힘이라도 있어 스스로 장마를 대비한다지만, 우리네 인간들이야 제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만물의 영장이며 생각하는 갈대라고 자랑 삼지만, 참바랑의 벼와 같이 장마나 홍수를 이겨낼 신통력이 없으니 오직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최선을 다해 살피는 길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겠다. 그간의 점검, 경험을 통해서 장마철엔 어디가 취약하며 어떤 조치가 필요하고 무엇을 살펴야 할지를 우리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귀신 앞에 시루떡 얘기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차분하게 우리의 생업, 우리의 본분을 통해 장마대비를 위해 성심을 다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박영권.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호주제가 뭐길래

그녀의 손은 모질고 매웠다. 곁에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어린 딸의 입을 때리고 또 때렸다. 그만하라고 말리기에는 그녀의 분노와 슬픔이 너무 크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영문도 모르고 겁에 질려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집을 나오며 한숨이 났다. “엄마, 쟤네 엄마 새로 시집 왔어?” 아이가 호기심 찬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엄마도 몰라.” 그러나 왜 모르겠는가. 스물여섯에 홀로 되어 살려고 애를 쓰다 쓰다 선택한 재혼이라는 것을. 남매간에 성이 다른 것을 궁금해 하던 이웃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잡고 꼬치꼬치 그 이유를 물어 봤고 순진한 아이는 곧이 곧대로 말해 급기야는 사단이 난 것이다. 민법상의 호주제는 家를 규정함에 있어 결혼한 여성은 남편호적에 입적하고, 자녀 또한 아버지 호적에 입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남성인 호주가 家를 이어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남성우선호주승계제도’를 규정하고 있어, 아들을 낳아서‘대를 이어야’한다는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고 이는 여아낙태를 조장하여 심각한 성비불균형을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자녀라도 호적을 함께 할 수 없고, 단지 자녀는‘동거인’으로 기록되어 새아버지인 호주와 다른 성씨를 가져야 한다. 이로 인해 성이 다르게 된 자녀나 어머니 성을 따르는 가족은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인식되어 이 자녀들은 호주제가 우리의 전통이라는 이유로 존속되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호주제가 존속하는 것이 가족해체를 방지한다고 일부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제는 오히려 가부장적 사고를 부추겨 부부갈등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혼한 가정에 심리적 갈등을 유발시켜 가족해체를 증진시키고 있다. 호주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존재한다. 이와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가 폐지한 일본, 스위스 보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호주제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이제 우리들은 개인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여 평등하고 열린 가족제도를 만들어 더 이상 잘못된 법으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천자춘추/시화호 친환경에너지 개발

시화호 간척사업이 환경재앙으로 표현될 만큼 수도권 최대의 환경오염 지역으로 알려졌다. 지난 98년 정부의 담수호 포기로까지 이어졌던 시화호가 친환경에너지 단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 안산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일괄 입찰계획을 발표했고 오는 12월 조력발전소를 착공할 방침이다. 시화방조제를 건너가면 우뚝 솟아있는 가로등이 보인다. 가로등 한개의 시간당 소비전력은 250w이며 총680개의 가로등이 시간당 170kw의 전력을 소모한다. 이러한 가로등 소비전력을 친환경에너지 시설에서 얻을 수 있다면 환경공해 방지는 물론 안산시가 동양 최대의 친 환경에너지 단지로 관광 상품화 할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게 된다. 이미 안산시는 풍도에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했으며 여기에 풍력·조력발전소가 건설된다면 그 자체가 관광상품이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21세기는 첨단시대라며 떠들지만 말 뿐이다. 무공해 동력에너지는 태양열이나 풍력·조력 등 청정 환경에너지 자원만이 인기를 끌 수있다.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현재 선진국에서 환경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비즈니스화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3년 전 제주도에 풍력발전소를 건설, 국내기술로 1일 100kw발전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화방조제의 조력발전소 건설은 반월·시화공단의 산업구조 개선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는 친환경적 에너지 시설로 관광상품화 되고 있으며 기술이전을 통한 개발이익이나 생산기지 구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화호 안산조력발전소’에 대한 철저한 타당성 검토나 기초조사가 이뤄져 상품화 돼야한다. 더욱이 조력발전을 통해 이 지역 전력공급이 이뤄진다면 시화호 주변은 청정에너지 단지로 많은 시민은 물론 외국인들의 벤치마킹 장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네덜란드는 WWF세계자연보호위원회와 공동으로 그린 전력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벌써 세계는 무공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은 160만kw, 인도는 95만kw,스페인은 51만kw, 네덜란드는 32만kw등 각 나라마다 자연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천자춘추/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짙푸른 빛을 더해가는 5월의 산야를 보면서, 순환의 궤도를 어김없이 걷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낀다. 사람들의 삶도 자연의 순환법칙에 따라 물 흐르듯 생로병사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5월을 영어로 메이(May)라고 하는데 희랍의 마이여(Mayer)라는 아름다운 여신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예쁜 여인을 뽑아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기도 했으며, 한때 우리나라 어느 여자대학에서도 5월이면 메이퀸(May queen)을 뽑는 행사가 있었다. 5월을 에메랄드 색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약동의 계절에는 어린이 날이며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같은 인간 관계의 사랑을 나누는 기념일들이 많아 5월을 가정의 달이라 하는 것 같다. 앞만 보며 달려온 젊은 날을 되돌아보면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 적지 않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대학을 다닐 때 늦게까지 일에 파묻혀 진료한다는 핑계로 어린이 날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였음을 가정의 달 들어 더욱 미안하게 생각된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서 멀리 직장이 있는 곳에서 살아간다. 외국에 사는 여식이 어버이날을 잊지않고 사랑과 감사의 뜻을 음성으로 전해왔을 때 눈시울이 뜨거웠다. 인간은 머리로만 살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넉넉한 마음으로 감싸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자신의 결점을 어렵지 않게 치유하고 공동의 삶에 동참 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의 봄비와 햇볕에 젖은 새싹들이 싱싱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편으론 어버이로 대우를 받으며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된다. ‘부모님을 섬기고자 하나 이미 계시지 않더라’는 선인의 가르침이 있었음에도 일찍이 깨우치지 못하였음을 후회하게 하는 5월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각박하고 메마른 오늘을 살아간다는 소리가 나날이 높아 가는 현실이지만, 이런 때에 ‘나’ 아닌 ‘너’를 위해 무엇인가 생각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 가짐으로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삶의 기쁨이요 생의 보람이 아닐까. 우리 모두 5월의 푸르름처럼 인간미 넘치는 따스한 가슴들로 살아 갔으면 한다. /정복희.경기도의사회장

천자춘추/기적 '틱낫한의 평화로움'

마음이 어디론가 사정없이 굴러가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하고 아프다. 음악을 들어도 숲을 바라보아도 마음이 잡히지가 않는다. 문득 얼마 전 늦은 밤에 TV를 통해 보았던 틱낫한의 플럼 빌리지(자두마을) 공동체에서의 걷기 명상 장면이 떠올라 칠보산으로 향했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호흡을 골랐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며 걷는 동안 숲 냄새, 흙 냄새, 계곡 물소리, 새소리 등이 마음에 가득 채워졌다. 스스로 놀랄 정도의 알 수 없는 희열과 평화로움이 내 안에 밀려왔다. 틱낫한은 달라이라마와 더불어 세계 종교계의 두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불려진다. 그는 시인이고 선승이며 명상가이자 평화운동가다. 프랑스 남부 광활한 포도밭과 해바라기 밭으로 둘러싸인 보르도 지방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자두 공동체에는 틱낫한을 만나 참 삶의 본질과 평화를 찾으려는 순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틱낫한의 대표적인 명상법은 걷는 것이다. “홀로, 또는 여럿이서 천천히 걸으라.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단지 걷기 위해 걷는 것이다. 그것의 목적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 위함이다. 모든 걱정과 불안을 떨쳐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걷는 동안 마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면,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걸음도 평화롭게 내디딜 수 있다.” 지금 이 곳에 존재하는 것, 이 순간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요, 지금 이 순간 푸르른 대지 위를 걷는 것, 그 안에서 평화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기적이라는 것이다. “삶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지만 또한 푸른 하늘, 햇빛, 아이의 눈과 같은 경이로움들로 가득하다. 고통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수많은 경이로움들과도 만나야 한다. 그것들은 그대 안에, 그대 주위의 모든 곳에, 그리고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는 일상의 모든 것들 속에 삶의 기적과 경이로움, 행복이 있음을 기억하라고 외치며 자신이 지은 짧은 시로서 모든 이들이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나는 느낀다,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 마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 숨을 내쉬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성령을 받아라”하신 말씀이 연상된다. 하나님의 숨 속에 평화가 있고 참 생명이 있다. 깊게 천천히 반복해서 호흡하라. 물 위를 걷는 것만 기적이 아니라 숨을 쉬며 천천히 대지 위를 걷는 것이야말로 기적중의 기적이다 . /장병용.수원 등불교회 목사

천자춘추/신용파산

요즈음 신용파산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저금리 시대에 살면서 카드회사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 마구 카드를 긁어대다가 신용파산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재판을 하다보면 이러한 신용파산을 많이 접하게 된다. 앞뒤 잴 것 없이 카드를 써대다가 카드회사로부터 고발당하여 사기죄로 재판받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 카드빚을 갚기 위해 이 카드로 현금서비스 받아 저 카드 빚 갚고 저 카드빚 갚기 위해 또 다른 카드로 현금서비스 받고(속칭 돌려막기)… 현금서비스 한도마저 차면 불법카드깡 업자들로부터 카드깡을 받는다. 물건을 산 것처럼 하여 현금융통을 받는 것이다. 이도저도 안되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범죄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재판한 것중에 기억나는 것은, 여성 전문직종의 한 여자가 명품에 마구 카드를 긁어대다가 자기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갚기 힘들자 회사를 그만두고 유흥업소에 취직하였다. 그러나 그 낭비벽이 어디 가겠는가. 유흥업소의 화려함에 낭비의 씀씀이는 커지고 별 수 없이 고발당하여 사기죄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또 기억나는 사건으로는 남자대학생이 카드빚을 갚을 수가 없어 사채업자를 찾게 되고 사채업자와 형, 동생 하면서 지내다가 점점 옥죄오는 사채업자의 손길을 뿌리칠 수가 없어 자기가 살고 있는 원룸 오피스텔로 찾아온 사채업자를 칼로 찔러 살인미수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법정에서 뜨거운 눈물은 흘리는데 이미 되담을 수는 없는 일... 또 한 사건의 경우 아들의 카드빚을 갚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아버지가 아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진정서를 냈지만, 결국 그 놈의 정 때문에 아들 대신 빚 갚느라고 끙끙대면서 자기 아들의 선처를 간절히 호소하던 게 기억난다. 요즈음 카드회사들이 늘어나는 불량채권 때문에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능력을 안 가리고 길거리에서 마구 호객행위를 하면서 심지어는 미성년자에게까지 카드를 발급해주던 업보가 아닐까. 절제의 미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양승국.변호사

천자춘추/자치경찰1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를 맞아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으로의 이양 문제는 지방자치의 핵심 의제다. 그동안 과도한 권한을 행사해 왔던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점진적으로 이관하는 것은 보다 나은 행정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나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을 통한 행정효율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경찰이 국민생활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미루어 경찰조직을 지방으로 이관하는 경찰자치제도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현재 중앙 정부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는 경찰조직을 지방자치단체에 소속시켜 그 지역과 지역주민의 치안과 복리를 위해 활동하도록 하는 경찰 개념이 바로 자치경찰이다. 이 경우 자치경찰의 설치, 유지, 운영에 관한 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게 된다. 자치경찰제도가 실시되면 무엇보다도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된다. 특히 대국민 접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방범, 교통, 수사 등과 같은 민생치안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서비스 개선은 자치 경찰을 통제하는 지자체가 다름 아닌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는 그 지역주민들의 선거에 의해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찰의 대국민 서비스가 보다 특정화된 주민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의 요구와 지방경찰의 수용·집행, 그리고 주민들의 평가 및 재요구라는 순환 체계가 좀더 유기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현재 자치경찰제도의 도입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와 결부되어 검·경 간의 알력이 거세지는 등의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한국 지방자치의 수준이 이미 자치경찰제도를 훌륭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자치경찰제도를 실시하는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보영.경기도의회 보사환경의원

천자춘추/5월의 무법자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비롯하여 공휴일과 기념일이 많아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그래서인지 일년 중에서 가족과 함께 지루한 일상을 박차고 밖으로 외출하는 기회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그러나 자연과 빌딩을 친구 삼아 산으로 환상의 도시로 떠나려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는 무법자가 있다. 그 무법자의 이름은 황사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2천∼5천km 떨어진 내몽고의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에서 오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5월의 무법자인 황사는 174년 신라 아달라왕 21년에 흙비(雨土)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역사책에 기록된 이후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는데, 1990년 이후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산림개발로 인해 토양유실 및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빈도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다행하게도 사스(SARS)가 발생하여 지구촌 가족들이 공포의 마스크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올해에는 예년보다 적게 찾아와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다. 지난달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와 국회 환경포럼이 매년 반복되는 무법자의 횡포 속에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모색하기 위하여 동북아 황사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에 의하면 중국은 1993년 5월, 초속 37.9m에 이르는 황사로 85명이 숨지고 가옥 4천400채가 파괴되어 2000년부터 생태환경개선 50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황사 속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되기 시작한 한국과 일본은 내몽고 및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방풍림 조성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워야 할 가정의 달 5월의 하늘이 불청객 황사와 더불어 물류대란, 공무원파업, 전교조 연차휴가, 신당창당 소음, 4천억 불법대출 등으로 한치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하다. 내년에도 5월 가정의 달은 찾아올 것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상 속에서 우리 모두가 먼저 해야할 일은 자연적인 것은 물론 인위적인 5월의 무법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선우섭.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천자춘추/철거되는 개항 100주년 기념탑

인천 연안부두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자리한 ‘개항 100주년 기념탑’이 오는 7월 완전 철거된다. 뒤늦었지만 흉물로 전락한 개항 100주년 기념탑이 철거된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개항 100주년 기념탑의 완전철거는 인천지역에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항 100주년 기념탑은 인천이 1883년 일제에 의해 강제 개항된 것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1983년 건립된 탑으로 논란이 되었다. 당시 지역여론은 일제에 의한 강제 개항이 역사적으로 기념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건립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여론과는 무관하게 당시 11억 4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기념탑이 세워졌다. 개항 100주년 기념탑은 건립 직후부터 몇 가지 이유로 철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개항 기념탑이 일제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있으며, 조선의 근대화는 일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는 일제 식민사관을 인정하는 치욕의 기념탑이라는 주장이었다. 치욕의 역사는 기억하고 반성할 일이지 기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개항 기념탑이 자리잡고 있는 위치의 문제였다. 교차로 한복판에 있는 터라 인천항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키는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사고 위험 또한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항 기념탑 주변은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며, 출퇴근 시간대는 상습정체 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마지막으로 기념탑의 예술성 논란이었다. 국적불명의 여신상과 조악한 조형물은 전문가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역사성도 없고, 예술성조차 없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억원씩이나 되는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지역 여론과 시민단체들은 계속 철거를 요구했다. 2001년 10월부터 본격화 됐는데 그 결실이 오는 7월까지 개항기념탑의 완전철거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밀어붙이기 식의 행정이 부끄러운 과거와 예산낭비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은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함께 남기고 사라지는 셈이다. 어찌 보면 이런 행정의 행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민선자치단체장들이 치적을 남기기 위해 개발과 성과위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한 사례가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신중한 행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여대 사무처장

천자춘추/'말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한국 축구를 한차원 끌어올려 세계를 놀라게 한 히딩크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대화를 강조해 왔다. 감독 자신과 선수들 사이의 격의없는 대화는 물론 선수들 간에도 말을 많이 해야하며, 운동장에서는 대화를 통한 의사교환이 창조적이며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경직되기 쉬운 선·후배 관계에 변화를 시도해 선수들과의 열린 대화를 꾀했으며, 경기중에는 시끄러울 정도로 쉴새없이 대화를 주고받아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 생각을 전달하도록 요구했던 것이다. 10여년전, 안전관리 현장에서도 바로 이 대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된 적이 있다.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고 가스가 폭발하는 등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을만큼 대형사고들이 줄이어 발생했던 90년대, 우리는 그 원인이 주로 안전불감증이나 도덕 불감증, 위기의식 부재로 비롯된 부실시공과 부실관리에 있었다는 것을 잘안다. 그런데 당시 학계 일부에서는 각종 대형사고가 기술적인 하자보다는 이 기술과 정보를 활용해야 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것도 사고의 근본적이고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던 기억이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업장과 관련된 구성원들간 커뮤니케이션에 틈새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성수대교의 문제점을 현장 관리 책임자가 알고 있었으나 최고 책임자인 서울시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것이 그 예이며, 안전담당자들이나 직원들이 인지하고 있던 삼풍백화점의 문제점 또한 그 심각성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점도 구성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에 틈새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대구 지하철 도시가스 폭발사고 등이 모두 현장 실무자들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현장에 나타난 문제점과 위기에 대한 인식을 상하, 전후좌우 조직 구성원들에게 지체없이 알려 효과적으로 대처케하는 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는 풍토조성이야말로 축구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안전문화 조성에도 벤치 마킹 해야할 일이 아닐까. /박영권.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글로벌시대 보육은 누구책임?

보육문제를 여성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찬반의 여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현재 보육문제는 여성부, 노동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 아동복지 및 양육자인 여성이 처한 입장에 따라 관할 주무부서가 다르다.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1991년 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보육의 책임과 비용부담은 일차적으로 보호자가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1998년 이후 보육시설이 확충되어 2002년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은 1천2백여개로 전체 보육시설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시설 외에는 놀이방 등과 같은 민간보육시설들이어서 보육비 부담 및 퇴원시간 이후의 보육은 여전히 가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사회가 글로벌(global)화 되면서 여성 노동인력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고 여성의 사회참여 욕구 또한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보육이 가족 중 여성구성원의 역할로 여전히 남아 있어 여성들의 활동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여성의 출산율 저하라는 문제마저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력을 가진 인구가 줄어들고 수명연장 등으로 노인 인구가 17%를 넘는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늘어나는 노인들을 돌보아 줄 사람들이 부족하게된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로 보육은 단순한 아동복지나 근로 여성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가족복지정책’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외국의 예를 보면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국가가 보육비용의 80% 이상을 부담하고 있고 가까운 일본은 절반 정도를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이는 보육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렇듯 보육문제는 맞벌이하는 부부의 가정 내 지원이 아닌 여성 자원을 국가로 돌리기 위한 중요한 국가 정책인 것이다. 보육의 공공성에 관한 인식이 확대되고 이에 입각한 지원정책이 강화되어 아이를 기르고 교육시키는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여성들의 출산에 대한 부담도 줄어 들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인력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육문제가 선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이 문제와 관련이 있는 정부 부서 및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천자춘추/박물관과 문화유물

얼마 전 공주박물관에 있는 국보급 불상이 도난 당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고분이 도굴 당했다거나 사찰에 도적이 들어 문화유물을 훔쳐갔다는 기사 역시 빈번하게 접하는 편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박물관에 들어가 직원을 위협해 국보를 훔쳐간 예는 초유의 일이라 당혹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국립박물관이란 곳에서 유물관리를 그렇게 소홀히 관리할 수 있느냐는 사실이 의아스럽다. 국립박물관이란 곳이 이 지경이니 다른 곳은 어떨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하긴 문화재청이나 문광부 등에서도 한정된 인원과 예산 문제로 철저한 관리와 보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문화유물을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주무관청이나 박물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어느 곳에서, 누가 그 일을 할 것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예산이나 인력 타령을 하는 사이에 박물관에 구멍이 뚫려 국보가 국외로 팔려나가거나 암시장에 돌아다닐 것이다. 무덤의 부장품을 도굴하거나 문화유물을 약탈하던 역사는 그 연원이 깊다. 이번 이라크 전쟁 때도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보고인 이라크국립박물관의 유물 대부분이 약탈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듯이 이전부터 전쟁시에는 가장 먼저 유실되고 훼손되는 것은 그 나라의 유적, 유물이었다. 숱한 전란의 영향 아래 우리의 문화유적 상당수는 소실되었다. 특히 일제식민지시대에는 일제에 의해 주도적인 발굴사업과 약탈이 동시에 진행되어 엄청난 숫자의 유물들이 일본으로 반출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박정희 대통령시절에는 민족문화의 창달과 정권의 정당성 차원이란 측면에서 강조된 전통문화와 그에 따른 유물 발굴이 대대적으로 감행되었는데 그로 인해 많은 부작용과 왜곡된 문화재 관심이 노정되었음도 주목해보아야 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발굴현장에 와서 독려하는 한편 금관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즉시 청와대로 올려보내 직접 만져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실적 위주의 조급하게 이루어진 발굴과 문화유물에 대한 정권적 차원의 왜곡, 그와 함께 투기의 대상으로만 인식된 문화재에 대한 곡해가 쉽게 가셔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역사와 유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몰이해와 무관심이 그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 공주국립박물관의 이번 도난사건 역시 단순히 박물관 측의 문제로만 돌리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정도 속에서 총체적으로 조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 유물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미술학부 교수

천자춘추/시화호 개발 신중해야

시화호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다. 시화호에는 중생대 호수지역으로 많은 국보급 매장 천연기념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시화호 주변에서 발견되는 암상(岩床·암질의 특성)을 살펴 보면 호수에서 볼수 있는 퇴적구조를 갖추고있다. 정갑식 박사(한국해양연구소)는 “시화호는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에는 호수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호수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암층이 발견되고 있으며 사암 등 호수지역에서 볼 수 있는 퇴적층의 평행구조 등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있다. 때문에 호수의 고운 흙은 공룡의 발자국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호수에 묻혀 공룡의 발자국이 잘 보존됐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대부도지역이 섬지역으로 육지와 단절된 특수한 환경이 오랫 동안 문화재급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러한 대부도지역이 섬지역에서 육지로 편입되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여기에 행정당국의 안이한 문화재관리와 개발 우선 정책으로 문화재는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단적인 예로 대부도 황금산에 옛날 봉화터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원형이 잘 보존된 봉화터가 언젠가 사라져 버렸다. 이렇듯 문화유산이 개발에 의해 사라져 가고 있으며 시화호 주변 곳곳이 훼손되어 가고있다. 중요 문화재가 시화호 개발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잡석으로 변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화호가 품고 있는 광활한 공룡화석 단지에는 그 옛날 공룡이 살아 숨쉬고 있는 많은 흔적을 품고있다. 현재 운명처럼 중생대 호수의 모습으로 시화호는 거듭나고 있다. 자연은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 사이로 생태공원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항상 같은 주장이지만 자연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자연 스스로 정화하고 가꿔진다. 우리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시화호와 그 주변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잘 가꿔 관광상품화 한다면 많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다행히 시화호 남측간석지 인근에서 발견된 공룡알 화석단지가 시민단체를 비롯, 전문가, 지자체등이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문화재로 지정된 남측간석지가 하루 빨리 관광코스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안산 탄도지역의 공룡발자국 발견지인 대부광산도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지방문화재로 지정했지만 누가 어떤 방법으로 발굴할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최종인.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천자춘추/'훔쳐보기'

가끔은 텔레비전도 쓸만할 때가 있다. 얼핏 지나가는 화면을 고정시켰다. 기인처럼 생긴 한 소설가가 얘기를 한다. “예술이란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아름답지 않은 것을 누가 사랑하겠습니까? 아름다워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뒤집어서 내게 아름다움이 있어야 그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 새롭게 울려온다. 다른 채널을 돌려본다. 피아졸라의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리는 안트리오의 피아노 삼중주가 연주되고 있다. 화려하고 거침없는 연주가 끝난 후 진행자가 묻는다. “음악에 활력을 주기 위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여행이고 두 번째는 하고 싶지 않은 것 안 하는 것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것 안 하기’, 안트리오라 안 하는건가. 거 참, 기분 좋게 당돌하구나. 당장 안트리오 앨범 하나 사야겠다. 헌데 왜 이 대목에서 시인이자 목사인 한 선배형이 생각날까. 서재로 달려가 그의 책들을 모조리 꺼냈다.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등의 시집과 산문집,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 ‘나무 신부님과 누에성자’ ‘부드러움의 힘’을 닥치는 대로 뒤적이며 훔쳐보았다. 종교와 문학, 성과 속 사이를 부단히 서성거리며 부대꼈던 그의 고뇌의 흔적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 삶 한복판에서 ‘우주적 영성’을 발견하고 ‘일상의 성화’를 통해 화해를 이루어 나가는 그 진지함과 절묘함이 참 아름답다. 글쓰기를 자신의 수행의 한 방편이라고 믿는 그는 시쓰기를 통해 넓고 깊은 영성의 바다로 나아간다. 그는 옻나무가 온몸이 칼금투성이가 되면서 내어주는 진액이 썩지 않는 불멸의 재료가 되는 것을 보고, 상처 속에 빛나는 아름다움과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갖는다. 그가 기록한 시 한편을 음미해 본다. 과일의 껍질을 벗기면/과일의 몸에서/짙은 향기가 퍼져 나온다//알맞게 잘 익은 과일이다// 과일의 껍질 같은 옷을 벗기면/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도 있고/견딜 수 없는 악취를 풍겨내는 사람도 있다//껍질만 화려한 박제의 시대//하지만/누더기 옷을 걸치고도/향기로운 사람이 있느니//누더기 옷을 벗으면/더욱 그윽해지는 사람도 있느니// 껍질만 화려하고 말만 무성한 시대에 그윽한 속향기 풍기며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아름다운 사람 만나 함께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 속내를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장병용.수원 등불교회 목사

천자춘추/인간답게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윤리가 실종된 지 오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리가 실종 당했다는 것 조차 잊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양심도 수치심도 버리고 사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거추장스러워 내 팽개쳤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이 험악한 세상에서 생존하기위해 모든 것에 무감각한 불감증 환자가 되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세상인심이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져 인생살이가 어렵고 무섭다고 한다. 대낮에 혼자서 집 보기도 무섭고 나돌아 다니기도 무섭다. 언제 술 취한 정신이상자가 ‘시너’를 들고 지하철을 탈지도 모르고, 타고 가는 버스기사가 마약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 의붓자식을 꼬집고 때려 험상 궂게 피멍이 들어 퉁퉁 붓게 만든 비정한 의붓 엄마와 함께 사는 세상이다. 그 뿐 아니라 제자가 스승을 폭행하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쩌면 이런 현상들은 기성 세대들의 정신적인 규범을 보이기는 커녕 법을 어기고 권력을 휘두르고 출세다 부동산이다 하며 배금주의에 빠져 사회윤리와 준법정신이 매몰된 현실에서 싹튼 자승자박의 세태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사회는 많이 가진 자와 높이 오른 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자기보다 앞에 있는 사람을 제껴내야 살아 남게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복잡한 일상에서 소모적인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이다. 이런 사회가 과연 영광된 선진조국이란 말인가. 선진대국이 어떻고 선진과학기술도 좋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 아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인간답게 살기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기만과 위선의 가면을 벗고 선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참회나 고백만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이 부도덕하고 사악한 사회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는 천국에 가까운 곳도 있고, 지옥에 가까운 곳도 있다.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열쇠가 손 닿기 힘든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의 마음에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갖고, 세상도 변하고 사회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지만 우리는 인간답게 변해야 한다. /정복희.경기도 의사회장

천자춘추/아시아! 아시아!

느낌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오락프로그램이 이렇게 공익성을 띨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즐겨 보고 있다. 책과 도서관 건립에 관한 코너나, 청소년 문제에 관한 코너도 정말 괜찮지만, ‘아시아! 아시아!’라는 코너는 그 관심과 애정의 영역을 우리 아시아 이웃들에게까지 넓혔다는데서 한 단계 더 성숙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프로를 보면서 새삼 우리 이웃에 많은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가족 사랑이라는 것은 국가와 인종이 달라도 아름답게 간직되는 소중한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과 반비례하여 가족간의 유대관계는 엷어지고 사랑과 관심이 식어가는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한다. 몇주전 방영분에서는 뿌삐라는 방글라데시 청년의 어머니를 모셔오려고 하는 장면을 방영하였는데, 우리 MC가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화면에 비쳐지는 방글라데시 빈민촌은 어쩜 저런 데서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하는데, MC의 말에 따르면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제일 높은 나라가 방글라데시라는 것이다(우리나라는 32위). 그 말을 들으면서 화면을 보아서인지 화면에 등장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가난한 환경에도 미소와 따뜻한 정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양말을 기어신고, 겨울에도 찬물에 움츠리며 세수를 하고, 차비를 아끼느라고 먼 거리를 걸어 다니는 등 분명 지금보다 더 불편한 삶을 살았지만 가족과 이웃간의 오가는 사랑이나 정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살가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프로를 보면서 저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격과 피를 가진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산재사고 현장검증을 갔다가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은연중에 깔보는 감정을 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을 못한다던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자신들이 미래의 나은 삶을 위해 독일의 광부로·간호사로, 남미의 황무지 개척자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그 동안 심심찮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차별하는 기사가 나오곤 했는데, 이 프로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 주위에는 따뜻한 가슴으로 이네들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이 프로가 우리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 /양 승 국 변호사

천자춘추/지방화시대의 지방정치 과제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연구한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정치는 모든 사회적 자원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소용돌이의 정치’라고 하였다. 이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체제 하에서 지방수준의 공식적인 정치가 존재하지 않았고, 중앙의 명령과 지시에 입각한 행정만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지방정치의 부재는 지역주민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쳐 주민들 역시 지역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식과 행동이 부족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고 있다. 전지구를 휩쓸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과 더불어 지방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한 국가의 경계 내에서 중앙 정부가 지방에 대해서 행사하고 통제하는 통제권이 약화되고 있다. 지방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해 나가는 한편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방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화의 시대에 지방정치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지방정치는 주민이 그 지방에서 생활해 나가면서 피부로 느끼는 불편과 구체적인 문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이에 기반한 정책대결이 중심이 되는 중앙정치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지방정치에서는 각 지방에서의 일상생활 가운데 부딪치는 교육, 주택, 환경, 복지 등의 문제, 즉 삶의 정치와 관련된 문제들을 세세히 따져보고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비하여 지리적 기반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옴부즈만제도, 리콜제도, 주민발안제도 등 주민의 참여를 제고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주민참여에 대한 인식 전환은 지방정치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지방정치는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의 영역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방자치의 진정한 의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신보영.경기도의회 보사환경위원

천자춘추/뚱뚱한 아이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내 초·중·고등학생 가운데 체중이 표준치 보다 20%이상 더 나가는 비만 청소년이 약 10% 라고 한다. 아울러 2001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의하면, 7-12세 아동의 비만율은 4.9-18.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자료를 보지 않더라도 학교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격을 관심 있게 관찰하거나 동네 목욕탕에서 물장구치며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점차 뚱뚱해져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한 국민소득과 신생아출산 감소에 따른 핵가족화 그리고 점점 치열해져 가는 입시 경쟁 등에서 파생된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편향적인 사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여년 전 우리 아이들의 뚱뚱함에 대한 주변 사회의 기본적인 통념은 부유함과 자랑이었다. 이 것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며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어보지 못한 일반 서민들의 아픔이 마음 한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하여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뚱뚱한 체격의 자녀들을 든든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소아비만은 비만세포의 증식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확률이 크며 건강상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소외 받는 경우도 생겨 사회적·심리적 발달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성인이 된 뒤에도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릴 수 있다. 푸르고 행복한 5월 가정의 달에 부모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점차 뚱뚱해져 가는 우리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하여 가족 구성원의 불규칙한 식사와 편식, 폭식, 지나친 패스트푸드 섭취 등의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 후에도 여러 가지 과외 학습으로 턱없이 줄어든 신체 활동 시간을 과감하게 늘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육성시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 동안의 잘못되었던 자식에 대한 편향적인 사랑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선우섭.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천자춘추/지방의원 유급제

지방의원 유급제가 추진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164명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돼 있는 지방의원의 신분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유급제를 가능하게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 과반이상이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서명함으로써 법안이 상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지방의원 유급제 시행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유급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이유를 내세운다. 첫 번째는 현행 지방의원의 권한과 신분의 부조화이다. 작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지방자치 예산을 공식적으로 다루는 의원의 신분은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것이다. 즉 권한은 공식적인데 신분은 비공식적이라는 것이다. 권한의 공식성만큼 신분의 공식성을 부여하여, 지방의원의 책임성과 지방의원의 위상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둘째 이유는 현재의 무급제가 능력있는 인재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보수를 현실화시켜 참신한 인재들의 지방자치 참여의 계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현재의 지방의회가 지역의 몇몇 유지들의 신분상승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과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현재 지방의원들은 회의수당, 해외연수기회 보장, 의원공통경비 등의 명목으로 이미 상당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유급제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방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국민들은 지방의원들이 현재의 권한과 신분적인 조건에서도 권력 남용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데, 유급제는 더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칫 유급제가 하는 일 없는 지방의원들에게 합법적으로 돈만 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간 지방의회와 지방의원들이 자기의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 인식의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불신과 시민사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 유급제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유급제를 도입하더라도 보완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건에서 유급제만 도입할 경우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급제를 통한 지방의원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만큼 국민들이 지방의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언제든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주민소환제의 도입이 그 한 방안이다. 주민소환제는 정치인들에 대한 견제 기능도 하지만 국민들의 정치와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제도이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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