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부두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자리한 ‘개항 100주년 기념탑’이 오는 7월 완전 철거된다. 뒤늦었지만 흉물로 전락한 개항 100주년 기념탑이 철거된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개항 100주년 기념탑의 완전철거는 인천지역에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항 100주년 기념탑은 인천이 1883년 일제에 의해 강제 개항된 것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1983년 건립된 탑으로 논란이 되었다. 당시 지역여론은 일제에 의한 강제 개항이 역사적으로 기념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건립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여론과는 무관하게 당시 11억 4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기념탑이 세워졌다.
개항 100주년 기념탑은 건립 직후부터 몇 가지 이유로 철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개항 기념탑이 일제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있으며, 조선의 근대화는 일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는 일제 식민사관을 인정하는 치욕의 기념탑이라는 주장이었다. 치욕의 역사는 기억하고 반성할 일이지 기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개항 기념탑이 자리잡고 있는 위치의 문제였다. 교차로 한복판에 있는 터라 인천항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키는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사고 위험 또한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항 기념탑 주변은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며, 출퇴근 시간대는 상습정체 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마지막으로 기념탑의 예술성 논란이었다. 국적불명의 여신상과 조악한 조형물은 전문가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역사성도 없고, 예술성조차 없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억원씩이나 되는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지역 여론과 시민단체들은 계속 철거를 요구했다. 2001년 10월부터 본격화 됐는데 그 결실이 오는 7월까지 개항기념탑의 완전철거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밀어붙이기 식의 행정이 부끄러운 과거와 예산낭비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은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함께 남기고 사라지는 셈이다. 어찌 보면 이런 행정의 행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민선자치단체장들이 치적을 남기기 위해 개발과 성과위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한 사례가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신중한 행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여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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