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아시아! 아시아!

느낌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오락프로그램이 이렇게 공익성을 띨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즐겨 보고 있다. 책과 도서관 건립에 관한 코너나, 청소년 문제에 관한 코너도 정말 괜찮지만, ‘아시아! 아시아!’라는 코너는 그 관심과 애정의 영역을 우리 아시아 이웃들에게까지 넓혔다는데서 한 단계 더 성숙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프로를 보면서 새삼 우리 이웃에 많은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이 들어와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가족 사랑이라는 것은 국가와 인종이 달라도 아름답게 간직되는 소중한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과 반비례하여 가족간의 유대관계는 엷어지고 사랑과 관심이 식어가는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한다.

몇주전 방영분에서는 뿌삐라는 방글라데시 청년의 어머니를 모셔오려고 하는 장면을 방영하였는데, 우리 MC가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화면에 비쳐지는 방글라데시 빈민촌은 어쩜 저런 데서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하는데, MC의 말에 따르면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제일 높은 나라가 방글라데시라는 것이다(우리나라는 32위). 그 말을 들으면서 화면을 보아서인지 화면에 등장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가난한 환경에도 미소와 따뜻한 정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양말을 기어신고, 겨울에도 찬물에 움츠리며 세수를 하고, 차비를 아끼느라고 먼 거리를 걸어 다니는 등 분명 지금보다 더 불편한 삶을 살았지만 가족과 이웃간의 오가는 사랑이나 정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살가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프로를 보면서 저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격과 피를 가진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산재사고 현장검증을 갔다가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은연중에 깔보는 감정을 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을 못한다던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자신들이 미래의 나은 삶을 위해 독일의 광부로·간호사로, 남미의 황무지 개척자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그 동안 심심찮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차별하는 기사가 나오곤 했는데, 이 프로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 주위에는 따뜻한 가슴으로 이네들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이 프로가 우리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

/양 승 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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