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빛을 더해가는 5월의 산야를 보면서, 순환의 궤도를 어김없이 걷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낀다. 사람들의 삶도 자연의 순환법칙에 따라 물 흐르듯 생로병사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5월을 영어로 메이(May)라고 하는데 희랍의 마이여(Mayer)라는 아름다운 여신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예쁜 여인을 뽑아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기도 했으며, 한때 우리나라 어느 여자대학에서도 5월이면 메이퀸(May queen)을 뽑는 행사가 있었다.
5월을 에메랄드 색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약동의 계절에는 어린이 날이며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같은 인간 관계의 사랑을 나누는 기념일들이 많아 5월을 가정의 달이라 하는 것 같다.
앞만 보며 달려온 젊은 날을 되돌아보면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 적지 않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대학을 다닐 때 늦게까지 일에 파묻혀 진료한다는 핑계로 어린이 날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였음을 가정의 달 들어 더욱 미안하게 생각된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서 멀리 직장이 있는 곳에서 살아간다. 외국에 사는 여식이 어버이날을 잊지않고 사랑과 감사의 뜻을 음성으로 전해왔을 때 눈시울이 뜨거웠다.
인간은 머리로만 살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넉넉한 마음으로 감싸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자신의 결점을 어렵지 않게 치유하고 공동의 삶에 동참 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의 봄비와 햇볕에 젖은 새싹들이 싱싱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편으론 어버이로 대우를 받으며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된다. ‘부모님을 섬기고자 하나 이미 계시지 않더라’는 선인의 가르침이 있었음에도 일찍이 깨우치지 못하였음을 후회하게 하는 5월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각박하고 메마른 오늘을 살아간다는 소리가 나날이 높아 가는 현실이지만, 이런 때에 ‘나’ 아닌 ‘너’를 위해 무엇인가 생각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 가짐으로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삶의 기쁨이요 생의 보람이 아닐까. 우리 모두 5월의 푸르름처럼 인간미 넘치는 따스한 가슴들로 살아 갔으면 한다.
/정복희.경기도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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