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주박물관에 있는 국보급 불상이 도난 당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고분이 도굴 당했다거나 사찰에 도적이 들어 문화유물을 훔쳐갔다는 기사 역시 빈번하게 접하는 편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박물관에 들어가 직원을 위협해 국보를 훔쳐간 예는 초유의 일이라 당혹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국립박물관이란 곳에서 유물관리를 그렇게 소홀히 관리할 수 있느냐는 사실이 의아스럽다. 국립박물관이란 곳이 이 지경이니 다른 곳은 어떨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하긴 문화재청이나 문광부 등에서도 한정된 인원과 예산 문제로 철저한 관리와 보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문화유물을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주무관청이나 박물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어느 곳에서, 누가 그 일을 할 것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예산이나 인력 타령을 하는 사이에 박물관에 구멍이 뚫려 국보가 국외로 팔려나가거나 암시장에 돌아다닐 것이다.
무덤의 부장품을 도굴하거나 문화유물을 약탈하던 역사는 그 연원이 깊다. 이번 이라크 전쟁 때도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보고인 이라크국립박물관의 유물 대부분이 약탈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듯이 이전부터 전쟁시에는 가장 먼저 유실되고 훼손되는 것은 그 나라의 유적, 유물이었다. 숱한 전란의 영향 아래 우리의 문화유적 상당수는 소실되었다. 특히 일제식민지시대에는 일제에 의해 주도적인 발굴사업과 약탈이 동시에 진행되어 엄청난 숫자의 유물들이 일본으로 반출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박정희 대통령시절에는 민족문화의 창달과 정권의 정당성 차원이란 측면에서 강조된 전통문화와 그에 따른 유물 발굴이 대대적으로 감행되었는데 그로 인해 많은 부작용과 왜곡된 문화재 관심이 노정되었음도 주목해보아야 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발굴현장에 와서 독려하는 한편 금관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즉시 청와대로 올려보내 직접 만져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실적 위주의 조급하게 이루어진 발굴과 문화유물에 대한 정권적 차원의 왜곡, 그와 함께 투기의 대상으로만 인식된 문화재에 대한 곡해가 쉽게 가셔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역사와 유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몰이해와 무관심이 그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
공주국립박물관의 이번 도난사건 역시 단순히 박물관 측의 문제로만 돌리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정도 속에서 총체적으로 조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 유물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미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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