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용파산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저금리 시대에 살면서 카드회사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 마구 카드를 긁어대다가 신용파산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재판을 하다보면 이러한 신용파산을 많이 접하게 된다. 앞뒤 잴 것 없이 카드를 써대다가 카드회사로부터 고발당하여 사기죄로 재판받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 카드빚을 갚기 위해 이 카드로 현금서비스 받아 저 카드 빚 갚고 저 카드빚 갚기 위해 또 다른 카드로 현금서비스 받고(속칭 돌려막기)… 현금서비스 한도마저 차면 불법카드깡 업자들로부터 카드깡을 받는다. 물건을 산 것처럼 하여 현금융통을 받는 것이다. 이도저도 안되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범죄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재판한 것중에 기억나는 것은, 여성 전문직종의 한 여자가 명품에 마구 카드를 긁어대다가 자기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갚기 힘들자 회사를 그만두고 유흥업소에 취직하였다. 그러나 그 낭비벽이 어디 가겠는가. 유흥업소의 화려함에 낭비의 씀씀이는 커지고 별 수 없이 고발당하여 사기죄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또 기억나는 사건으로는 남자대학생이 카드빚을 갚을 수가 없어 사채업자를 찾게 되고 사채업자와 형, 동생 하면서 지내다가 점점 옥죄오는 사채업자의 손길을 뿌리칠 수가 없어 자기가 살고 있는 원룸 오피스텔로 찾아온 사채업자를 칼로 찔러 살인미수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법정에서 뜨거운 눈물은 흘리는데 이미 되담을 수는 없는 일... 또 한 사건의 경우 아들의 카드빚을 갚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아버지가 아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진정서를 냈지만, 결국 그 놈의 정 때문에 아들 대신 빚 갚느라고 끙끙대면서 자기 아들의 선처를 간절히 호소하던 게 기억난다.
요즈음 카드회사들이 늘어나는 불량채권 때문에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능력을 안 가리고 길거리에서 마구 호객행위를 하면서 심지어는 미성년자에게까지 카드를 발급해주던 업보가 아닐까. 절제의 미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양승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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