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지방화시대의 지방정치 과제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연구한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정치는 모든 사회적 자원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소용돌이의 정치’라고 하였다. 이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체제 하에서 지방수준의 공식적인 정치가 존재하지 않았고, 중앙의 명령과 지시에 입각한 행정만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지방정치의 부재는 지역주민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쳐 주민들 역시 지역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식과 행동이 부족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고 있다. 전지구를 휩쓸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과 더불어 지방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한 국가의 경계 내에서 중앙 정부가 지방에 대해서 행사하고 통제하는 통제권이 약화되고 있다. 지방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해 나가는 한편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방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화의 시대에 지방정치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지방정치는 주민이 그 지방에서 생활해 나가면서 피부로 느끼는 불편과 구체적인 문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이에 기반한 정책대결이 중심이 되는 중앙정치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지방정치에서는 각 지방에서의 일상생활 가운데 부딪치는 교육, 주택, 환경, 복지 등의 문제, 즉 삶의 정치와 관련된 문제들을 세세히 따져보고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비하여 지리적 기반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옴부즈만제도, 리콜제도, 주민발안제도 등 주민의 참여를 제고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주민참여에 대한 인식 전환은 지방정치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지방정치는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의 영역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방자치의 진정한 의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신보영.경기도의회 보사환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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