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지방의원 유급제

지방의원 유급제가 추진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164명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돼 있는 지방의원의 신분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유급제를 가능하게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원 과반이상이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서명함으로써 법안이 상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지방의원 유급제 시행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유급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이유를 내세운다. 첫 번째는 현행 지방의원의 권한과 신분의 부조화이다. 작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지방자치 예산을 공식적으로 다루는 의원의 신분은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것이다. 즉 권한은 공식적인데 신분은 비공식적이라는 것이다. 권한의 공식성만큼 신분의 공식성을 부여하여, 지방의원의 책임성과 지방의원의 위상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둘째 이유는 현재의 무급제가 능력있는 인재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보수를 현실화시켜 참신한 인재들의 지방자치 참여의 계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현재의 지방의회가 지역의 몇몇 유지들의 신분상승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과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현재 지방의원들은 회의수당, 해외연수기회 보장, 의원공통경비 등의 명목으로 이미 상당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유급제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방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국민들은 지방의원들이 현재의 권한과 신분적인 조건에서도 권력 남용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데, 유급제는 더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칫 유급제가 하는 일 없는 지방의원들에게 합법적으로 돈만 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간 지방의회와 지방의원들이 자기의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 인식의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불신과 시민사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 유급제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유급제를 도입하더라도 보완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건에서 유급제만 도입할 경우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급제를 통한 지방의원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만큼 국민들이 지방의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언제든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주민소환제의 도입이 그 한 방안이다. 주민소환제는 정치인들에 대한 견제 기능도 하지만 국민들의 정치와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제도이다.

/박길상.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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