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즐거운 봄나들이

물결은 반짝이며 흘러간다 / 봄은 즐거운 사랑의 계절 / ……… // 꽃은 피어나고 향기는 피워 오르고…… . 온갖 꽃들이 도처에 흐드러지고 새싹이 움트며 소생의 기지개를 켜는 봄, 그 어느 때 어느 계절보다 생동감 넘치고 희망이 충만한 봄을 노래한 ‘하이네’의 시 한 귀절이다. 지난주는 경기도청에 벚꽃들이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어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이내 꽃샘추위와 봄비가 찾아와 설레이는 마음을 다스려 주기도 하였다. 세상 돌아가는 형국은 전쟁이다 사스다 해서 어지럽기 그지없지만, 봄이라는 계절이 온갖 색색의 꽃들로 우리를 유혹하기에, 혹은 우리 아이들의 극성에 못이겨 우리는 봄나들이 짐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여기저기 아름다운 꽃을 찾아, 사람을 찾아 산으로 들로 봄나들이를 간다. 그러나 막상 나들이를 나가보면, 출발때의 즐거움이 금방 사라지게 마련이다. 교통체증으로, 수많은 인파로 인하여,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하여…. 이 뜻하지 않은 사고 중에 가스사고도 빠지지 않고 한몫 한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휴대용부탄연소기. 휴대도 간편하고, 사용도 간편해서 사고는 무슨 사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휴대용 부탄연소기는 특히 고기 구워먹을 때 많이 쓰다보니, 자연 불판이 커지게 마련인데 바로 이 조리기구의 크기가 사고의 원인이 된다. 연소기 바로 옆에 끼워져있는 부탄캔에 계속 열을 가하게 되니 폭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편리한 휴대용 버너 사용의 키포인트! 바로 적당한 크기의 조리기구 사용이다. 각설하고, 일년 중 단 한 번 밖에 없는 봄처럼 인생에 단 한 번 밖에 없는 젊은 시절 한 때, 제법 폼 잡고 암송하던 ‘하이네’의 봄 노래 한 구절 다시 한번 옮기며 잠시 이 봄을 위안 삼을까 한다.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꽃들이 피어 날 때에/ 그때 내 가슴 속에는/사랑의 싹이 움트기 시작하였네//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새들이 노래 할 때에/그리운 사람 손목 잡고 /불타는 이 심정 호소하였네 /박영권 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누구에 의해 바다가 호수로 변했나

자연의 어느 한 공간에 시화호라는 거대한 바다가 탄생했고 이지역 주민들은 바다를 텃밭삼아 살아왔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시화호 주변에서는 생선 썩는 냄새가 나고 호수 주변에는 바닷물이 밤색으로 변해 가는데 누구도 원인 규명을 하지 않았고 정부당국과 개발자들은 전혀 확인조차 하려하지 않았다. 죽음의 호수로 전락한 시화호가 실패한 정부사업으로 평가받자 시민단체들은 시화호 썩은 담수호 방류로 인해 서해안 바다를 다 죽인다며 방류저지에 나섰고, 지역 주민들은 시화호를 바다로 돌려 달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은 시위로 5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벌금을 내야하는 아픔을 겪었다. 시화호 방조제가 막히면 금방이라도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다던 소문과는 달리 전과자로 전락했고 갯벌에서 60년 동안 바지락을 캐던 할머니는 허리까지 굳어 버렸지만 바다가 살아나면 바지락를 다시 잡아 손녀들에게 용돈을 줘야겠다고 얘기한다. 시화호 물이 빠져나가고 갯벌이 드러나면서 하얀 눈처럼 쌓인 염분은 바람에 주변 포도나무와 채소밭에 날려 포도나무는 말라죽고 채소밭 농작물은 다 죽어 버린 피해가 여기저기에서 발생했다. 인재가 온것이다 . 전문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영향평가처럼 바다의 경제적인 값어치가 없는걸까? 12년동안 시화호 간석지를 돌아 다녀보았지만 수십억톤의 조개류 패총이 5Km나 깔려 있는 모습을 보고 꼭 한번 전문가들을 시화호 현장에 보이고 싶었다. 형도섬 부근에 주로 백합과 소라 종류가 많았다. 음섬 부근 동쪽으로 맛 종류, 서쪽으로는 바지락 종류들이 하얀 눈처럼 쌓여있다. 시화호 문제는 용서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개발법에 의해 개발은 하되 최대한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시화호 갯벌에 살았던 조개류·어패류의 죽음은 과연 죄가 되지 않는걸까? 이 많은 조개류 시체 무덤 앞에서 나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상처로 남겨질것이다. /최종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천자춘추/목련이 지기 전에

“한 달만 쉬면 안될까요” 함께 일하면서 무척 아끼던 아이가 어렵게 꺼낸 말이다. 몇 달전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마치 듣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공동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부딪치며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족이 철 지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도 정신없이 밖으로만 뛰었던 나는 기운이 빠지며 혼란스러웠다. 이럴때는 단순노동이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옷장문을 활짝 열었다. 내 마음을 정리하듯 옷들을 정리하다 보니 구석구석 필요도 없는 옷들이 왜 그렇게도 많든지. 옷들이 있을 자리를 찾아 정리하고 보니 몸까지 가벼워졌다. 옷 하나를 정리해도 이렇게 마음이 가벼운데 불필요한 감정들을 떨쳐 버린다면 얼마나 산뜻할까. 나를 믿고 손을 내민 그 아이에게 나는 어떻게 대했는가. 겉으로는 세계평화와 소외된 자들의 인권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 이 일에 함께 뛰는 아이의 아픔이나 인권은 진정으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아’ ‘힘들어도 버티어야 돼’라며 애써 무시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아무도 우리에게 이 일을 꼭 해야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노력만큼 인정을 받거나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밤을 새는 일들이 허다하다. 이런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라도 서로를 보살펴주지 못한다면 우리의 인권은 누가 보장하며 지켜 줄 수 있겠는가. 자신이 소진되었음을 한 달만 쉬겠다는 함축된 말로 표현했건만 나는 조직에 미칠 영향만 생각하고 서운한 감정이 들어 그 아이의 아픔을 쳐다보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하다. 목련이 지기 전에 그 아이의 손을 진심으로 잡아 주고 싶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내 마음자리에 있음을 전해주고 싶다. /권은수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천자춘추/꽃씨

얼마 전 남녘에서 결핵환자들을 돌보며 수행하시는 한 수녀님으로부터 꽃씨와 함께 정 깊은 편지를 받았다. “지난해 유난히도 곱게 피어 있던 카밀레 꽃이 작고 향기가 좋아서 몇 송이 씨 맺을 때부터 목사님 생각을 했습니다. 햇볕 잘 드는 곳에 묻어두시면 예쁘게 꽃피어 목사님께 웃음을 드릴 겁니다. 꽃이 작을수록 향기가 좋아 유럽에서는 차와 미용, 의약품으로 사용하지요” 자잘하게 피어있는 보라빛 카밀레 꽃 사진과 꽃씨를 번갈아 보며 웬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환한 기쁨과 희망이 몸 속 깊숙이 퍼져 가는 듯 했다. 꽃씨를 심고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만큼 아름답고 행복한 건 없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신문에서 보았던 한 이라크 여인의 말이 떠오른다. “폭격이 끝나자마자 나는 정원으로 나가 꽃을 심었습니다. 이것이 내게 큰 위로가 되거든요…. 어젯밤 공중폭격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 갑자기 꽃을 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 이웃 화원에서 꽃을 사다가 정원에 심었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바그다드에 야만적인 폭격이 지나간 그 폐허 위에 꽃모종을 심는 그 여인의 모습이 가슴 저리게 아름답고 거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보다 더 위대한 평화의 몸짓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인간의 따스운 가슴과 영혼의 진실, 사랑의 힘이 무기의 힘과 전쟁의 광기를 몰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평화의 꽃씨를 품고 그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면 이미 그 기다림 속에 평화는 와 있게 된다.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우우거리며 피어나고 있다. 허나 그 봄을 느끼지도 못한 채 혼돈과 갈등, 분열과 싸움으로 일그러진 우리 삶의 자리에 묵묵히 사랑과 평화의 꽃씨를 심는 사람이 그리워진다. 오늘은 남녘에서 보내 온 꽃씨를 내 아이들과 함께 심으며 봄빛을 한껏 느끼려한다. /장병용(수원등불교회 목사)

천자춘추/도민 옴부즈만제도

현대 국가는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엄격한 삼권분립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등장과 함께 국가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행정부의 권한이 확대,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국가가 행정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권의 지나친 비대화는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한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행정통제와 행정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가 바로 옴부즈만(Ombudsman)제도이다. 1809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창설된 옴부즈만 제도는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권의 남용을 막아주고 시민의 권리를 구제해줄 수 있는 행정통제 메커니즘이다. 옴부즈만 제도는 감시와 통제를 통해 행정개혁을 추진해 나감과 동시에 다른 권리구제수단의 기능과 중복되거나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시민의 권리를 구제해줄 수 있는 제도이다. 즉 옴부즈만 제도는 시민과 행정의 중재자로서 공익과 사익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신속하고 실효성있는 절차에 의해 해결하는 제도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옴부즈만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첫째는 국민의 권리구제기능이다. 행정기관의 위법이나 부당한 처분으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경우 옴부즈만 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구제해준다. 둘째는 행정정보공개기능이다. 행정의 공개적 운영과 행정자료제출요구권 등을 통해 옴부즈만 제도의 수행과정에서 행정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게 되며 이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는 민주적 행정통제기능이다. 옴부즈만은 행정기관의 위법이나 부당한 집행을 공개함으로써 행정개혁을 촉진하게 된다. 넷째는 갈등해결기능이다. 옴부즈만제도는 복잡한 법적 절차와는 달리 신속한 절차에 의해서 국민과 행정기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해준다.

천자춘추/산-나무 심는 마을

봄이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오늘은 앞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일주문도 없는 산사에는 앞을 다투어 피어나는 하얀 목련, 개나리가 우릴 반긴다. 나무들은 따뜻한 햇살에 눈을 틔워 초록 잎이 보일 듯 말듯한데 연분홍 진달래는 만개해 있다. 꽃을 향해 날아오는 나비, 새소리가 아름답게 들려 온다. 내 몸도 봄에 물든 듯 싶다. 맑은 날씨 탓인지, 연휴 탓인지 웬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숨가쁘게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도시의 콘크리트 빌딩에서 하루만이라도 탈출하기 위해 산을 찾는 인구가 점차 늘고 있고, 휴식을 취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꿈의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이토록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혜를 받고있는 우리는 산림의 공익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산을 아끼고 사랑하고 깨끗하게 해야한다. 한 귀퉁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자연보호’라는 낡은 현수막을 보면서 인간의 보호를 받을 만큼 자연이 연약한 존재인가, 자연을 인간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니…. 한편으론 ‘인간이여 겸손 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유희를 즐기다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나무와 꽃을 꺾고, 음식을 먹고 난후 쓰레기를 다 버리는 곳이기도 하다. 산은 쓰레기와 산불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산은 양심을 버린 인간들을 제일 무서워 한다. 무심코 버린 귤 껍질이 썩는 기간이 3년이 걸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한번 파괴된 산림환경의 복원이 얼마나 힘든 지에 대하여는 다시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산림의 혜택은 우리들이 마음대로 쓰고 파괴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산을 잘 가꾸고 깨끗하게 하는 것은 후세들에 대한 현대인들의 의무이자 도리이며 다음세대에 넘겨줄 자산인 것이다. 우리 모두 산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아름다운 산을 가꾸고 만드는데 노력 해야 할 것이다. 지난주말 모과나무 감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앵두나무 등 유실수 몇 그루를 심었다. 이 열매를 내 평생 따리라는 생각은 안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언젠가 누군가 그 열매를 따겠지 하는 마음뿐이다. 나무 심는 마음으로 세상을 건강하게 살자.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라는 시 구절을 외우며 산을 내려왔다.

천자춘추/단상단하(壇上壇下)

정든 법원을 떠나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한달 보름여가 지났다. 초년생 변호사로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먼저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선배님들의 말씀을 여러번 들었지만 내가 직접 그 당사자가 되어 그 말을 다시 새겨보니 정말 실감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생각나는 말 - 법대(法臺) 위가 그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다고… 처음 변호사로서 법정에 들어가던 날, 법정에 들어설 때면 다가가 앉던 법대 위의 의자가 밑에서 바라보니 정말 그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었다. 재판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는 방청객들의 눈. 재판을 마치고 법정 밖으로 나오면 의뢰인과 가족들은 재판장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제 나름대로 해석해보면서 무슨 뜻인지를 물어온다. 판사 시절 내가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에도 방청객들이 이렇게 반응하였을 생각을 하니 법정에서 재판장은 하나 하나의 언행마다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두 번째 생각나는 말 - 판사의 권한이 그렇게 큰 줄을 몰랐다고… 판결 선고를 기다리면서, 또는 신청한 보석이나 적부심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오로지 판사가 어떠한 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해 초조하게 기다리는 당사자들. 그 결정 하나 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변호사로서야 최선을 다 할 뿐이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일진대 변호사를 붙잡고 꼭 좀 나오게 해달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하는 가족들을 볼 때, 과연 나는 판사 시절 결정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했는가 자문해본다. 사건 하나 하나마다 당사자들의 눈물과 아픔이 서려있는 것인데, 나는 그저 매일매일 처리하는 사건들중의 하나로만 생각하였던 것은 아닌지. 판사 시절엔 습관적으로 법복을 입고 법정을 드나들었지만, 법정의 단하(壇下)에 서서 법대를 바라보며 새삼 판사가 법복을 입는 의미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다시금 법복을 입는다면 예전의 나보다는 조금 더 성의를 갖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재판을 할 것 같다.

천자춘추/꽃피는 봄날의 안전불감증

봄 햇살의 따사로움은 모든 이의 마음을 녹여주는 사랑의 힘을 지녔다. 그 사랑의 힘으로 인해 봄은 새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며, 만물을 소생시킨다. 덩달아 우리도 봄을 맞으면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결심으로 새출발을 하고, 대청소를 하고, 이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밝음도, 새로움을 향한 기대도 한순간에 꺾일 수 있는 위험요소가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바로 불의의 사고이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사고들이 우리주변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우리의 행복을 한순간에 빼앗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로 가스사고를 들 수 있다. 특히 이사를 할 때와 같이 경황이 없는 중에, 그전에 사용하던 가스시설과는 다른 새로운 가스시설을 접했을 때 우리는 가스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 진 것과 다름없다. 이사하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보자. 이사를 한번 하게되면 준비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나름대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꼼꼼히 준비하기도 한다. 이삿짐 센터에 견적을 의뢰하고, 날을 잡고, 이사 당일 날 발생할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빠진 것은 없는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체크리스트에 귀중품을 챙기는 항목은 있어도 가스시설에 대한 항목은 빠진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항목이 빠졌다면 당신도 안전불감증이다. 이사 중 귀중품을 분실하는 것과 가스시설 관리 소홀로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것 중, 우리가 더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당연히 가스사고일 것이다. 모든 안전조치는 정말 단순하고 간단하다. 우리의 작은 관심만으로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사 시 가스시설 철거와 설치는 반드시 도시가스사나 판매업소에 의뢰하여야 한다. 가스시설을 철거한 후는 반드시 마감조치를 해 두어야 하며, 이사간 새집에서 가스를 사용하기 전에는 가스배관 등의 시설을 파악한 후 사용해야 한다. 혹시라도 그전 거주자가 마감조치를 확실히 하지 않고 이사를 갔다면, 우리는 아무런 죄 없이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따사로운 봄햇살의 행복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면, 꼼꼼히 살펴본 후 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박영권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경기천자춘추/직책급 업무추진비 ‘규정 위반’

인천의 고위공직자들이 지급받는 직책급 업무추진비가 연간 3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전국의 고위 공직자들이 지급받는 직책급 업무추진비를 가늠해보면 그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직책급 업무추진비가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시책업무추진비와는 다르게 개인의 월급처럼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수처리가 생략되는 것은 물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내역마저 공개되지 않는다. 관련 공무원은 ‘관례’라고 주장할 뿐 뚜렷한 이유를 못댄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관례’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영수처리도 없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기본 지침’에 의하면 직책급 업무추진비는 ‘당해 직무수행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월정액으로 지급되게 되어있다. 또한 감사원의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의하면 모든 업무추진비는 영수증을 첨부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고위 공직자들의 직책급 업무추진비도 당연히 영수처리 해야한다. 영수증 처리도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는 예산을 횡령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모든 공무원들에게는 각 직급에 따라 월급에 직급보조비가 지급되고 있어, 고위직 공무원들이 영수처리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직책급 업무추진비는 2중으로 월급을 수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들은 업무추진비는 업무와 관련되어 사용하는 경비이기 때문에 영수증 처리는 물론 사용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목을 정해 놓고 예산을 편성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예산집행을 막아 혈세 낭비를 막자는 것이다. 따라서 세목이 업무추진비인 이상 직책급 업무추진비도 영수처리는 물론 사용내역이 국민들에게 공개돼야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모든 행정기관은 직책급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예산이 규정을 위반해 사용된다면 국민들은 공무원과 행정을 불신하게 된다.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사용으로 국민이 갖는 갖가지 의혹은 국가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굳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없더라도 행정기관 스스로 자발적인 자정과 문제해결을 통해 신뢰받는 행정기관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박 길 상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천자춘추/아름다운 강산을 아이들에게

오늘은 일본 식민지로부터 광복된 다음 해인 1946년 4월 5일, 서울 사직공원에서 시작된 식목행사가 58회를 맞이하는 날이다. 식목일은 신라의 문무왕이 당나라의 침략과 간섭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완전히 통일시킨 서기 677년 2월 25일(양력 4월 5일)과 조선의 성종 임금이 서울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제사를 올리고 직접 뽕나무밭을 가꾼 4월 5일을 기념하여 제정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농업과 임업 사상 매우 중요한 날이다. 한반도의 삼천리가 금수강산인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림으로 구성되어있다. 우리는 산림으로부터 목재를 비롯하여 다양한 임산물과 생명을 좌우하는 수질정화를 위한 녹색댐의 기능, 지구를 온난화 시키는 주범인 탄산가스의 흡수, 인체의 에너지대사를 조절하는 산소 배출 그리고 토양침식 방지 기능은 물론 각종 공해로 피로해진 현대인의 심신을 치료하는 산림휴양공간 등을 얻고 있다. 1946년 이후 경제가 어려웠던 시대에는 해외에서 차관을 들여와 산림을 조성하였고, 1999년 9월부터는 녹색복권을 발행하여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돈으로 끝없이 나무를 심고 또 심었다. 그러나 머리를 들어 애정 어린 눈으로 우리 주위를 바라보면 아직도 황폐한 민둥산과 쉴만한 시원한 그늘조차 없는 도시 공간이 얼마나 많은지 그 동안의 땀 흘린 노력의 결실이 무엇 이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이러한 삭막한 자연환경은 아마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우매함과 잠시의 안락을 도모하려는 부질없는 욕심에 따른 부산물로 생각된다. 안타깝지만 언제까지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오늘 식목일을 맞이하여 만사를 제쳐두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 그루의 나무를 심자. 그리고 책임을 지고 아름다운 강산이 되도록 잘 가꾸자. 이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환경 때문에 머지않아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을 위협받는 시대에 살게될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천자춘추/'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얼마 전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날 때였다. 내가 보기에는 별것도 아닌 장난감을 놓고 아버지와 아이가 진지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작은 일에도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보기만 해도 흐뭇한 그 모습을 보면서 지난 3월 중순 도의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생각하니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3월 21일 경기도 의회에는 “주한 미군 한강 이남 재배치, 주한 미군 철수 및 북한 핵 반대 결의문”이 상정되었다. 세계평화 및 한반도의 평화 실현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결의문이 통과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회의를 방청하게 되었다. 모의원이 찬성발언을 하자 ‘미군평택대책위’ 모 위원장이 이를 비난하면서 퇴장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반대 발언이 진행되자 다수의 의원들이 퇴장하고 이어진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지금 시민단체들은 분노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내 의견과 다를지라도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토론의 기본자세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날 도의원이 보인 추태들은 많은 연설과 토론을 거치면서 도의원의 자질을 시민들로부터 검증을 거친 사람들이라고는 볼 수 없으리라. 그런데도 그들은 오히려 방청시민단체회원들을 집단 고소를 하겠다고 하는 상태다. 이것은 자신들을 시민의 대표로 그 자리에 앉게 해 준 시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군림하고자 했던 저의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또한 ‘효순이·미선이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월, 경기도에서는 이 사건으로 외출, 외박이 금지된 미군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문화공연을 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였다. 한술 더 떠서 도의회에서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은 그들이 지역민을 대변하지 않고 자신들이 속해 있는 당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 무엇이 우선인지를 그들은 망각한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일련의 이러한 불상사를 보면서 시민의 대표를 선출한다는 것에 회의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장난감 하나를 사면서도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안양 여성의전화 회장)

천자춘추/박수근을 생각한다

아침 신문에서 우연히 박수근의 그림을 보았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그림 한 점이 최고가로 낙찰되었다는 소식이다. 우리 돈으로 약 14억 914만원, 이는 국내외 통틀어 한국 현대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1960년대 제작으로 추정되는 ‘한일(閑日)’이란 이 작품은 10호(33×53cm) 크기의 비교적 소품이다. 미국인이 소장한 것을 이번 경매를 통해 한국인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뉴욕과 한국 경매에서 박수근의 그림은 늘 최고가로 낙찰되는 기록을 경신해왔다. 그만큼 그의 그림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아울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기에 불황에 빠져있는 미술시장에서도 작품가격 상승은 멈출 줄 모르는 것 같다. 외국의 경매에서 그의 가격을 그만큼 올려놓은 것도 사실 한국의 화상들이다. 외국인이 소장한 우리 미술품을 사들여온다는 애국심의 발로일 수 도 있고, 한편으로는 돈이 되니깐 거액을 들여서라도 사두고 보자는 장삿속에서 그럴 수도 있다. 후자가 더 비중이 있겠지만 외형은 애국심과 문화재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알리바이가 포장해주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 화가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박수근은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해 특유의 조형세계인 메마른 질감처리와 서민의 생활을 모티브로 한 소박한 자연주의 화풍을 확립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독한 가난과 함께 독학의 아마추어 작가라는 냉대를 받았으며 간경화와 백내장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65년에 작고했다. 50, 60년대 우리 모습 가운데 근대화의 변두리에 남겨진 삶의 정경만을 소재로 택한 그의 그림은 근대화 공간의 가장 빈한했던 구석들에 대한 일종의 신화화였다. 집안 일을 꾸려가는 아낙네, 그들이 돌보아야 하는 아이들, 그네들의 일터나 놀이터였던 동네 어귀나 길가 등은 박수근의 유일한 삶의 공간이기도 했다.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소박한 화가로 이해하고 자신의 위상에 걸맞다고 여겨지고 그래서 자신의 지배하에 놓였다고 생각한 자기만의 소재를 택해 그렸던 것이다. 이런 작가적 삶과 태도가 제대로 이해되기보다는 상업주의와 투기 속에서 ‘최고가 낙찰’이란 수식어를 달고 빈번하게 신문지상에 나오는 그의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천자춘추/불타는 나라, 한국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천안 초등학교 합숙소 화재사건으로 곤하게 잠자던 축구 꿈나무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소식이다. 어린 축구 선수들이 그들의 꿈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어른들의 커다란 잘못으로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인재’를 접하면서 또다시 화가 치민다. 이번 화재사건 역시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였다. 인화성이 강한 물질로 합숙소 실내를 꾸미고 유리창에 방범용 쇠창살을 설치하는 등 어른들은 화재예방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지난번 대구 지하철 사고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내연성 물질로 내부를 꾸며 유독성 물질이 다량 배출됐기 때문인데 이번 역시 벽에 붙여놓은 스티로폼이 유독 가스의 주범이었다. 또 창문은 신발장으로 가려져 있어 아이들의 탈출을 방해했고 아이들을 돌볼 책임이 있는 코치는 외출중이었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한 아이의 희망은 부모의 오열과 함께 땅에 묻혀졌다. 그 뜨거운 곳에서 죽어갔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97년 화성 씨랜드 대형참사 이후에도 어린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미술학원에서 매번 어른들의 안이한 타성에 의해 화재사고가 발생하곤 했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당국은 안전조치 미흡 운운하면서 관계자 몇 명을 처벌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고 관련 부처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또 정부 부처별로 내놓은 조치들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했고 ‘불’같이 뜨거운 여론도 금세 진화되곤 했다.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화재사고가 이처럼 되풀이되는 것은 망각증이 심각한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일지 모른다. 또 수없이 거론돼온 국가차원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통해 얻은 뼈아픈 교훈을 거울삼아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또 사고원인 제공에 대한 철저한 책임과 함께 안전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어린이들의 명복을 빈다.

천자춘추/봄의 길목에서의 단상

따스한 봄의 길목에서, 출근길 아파트 정원에 겨우내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앙상한 가지에서 꽃을 피어내는 목련을 보면서 어김없이 올해도 봄이 곁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자연하면 흔히 ‘약육강식’이다 ‘적자생존’이다 하는 자연의 법칙을 떠올리는데, 자연과 생명현상에 대해 가장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적 설명을 제공한 다윈을 비롯한 진화론자들에서 나온 개념들로, 먹고 먹히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보면 남보다 월등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이 세상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의 법칙과 현상 속에서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시각으로 자연을 보고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벌, 개미 등 곤충들을 연구하는 어느 생태학자의 글을 보면, 곤충들은 이 지구 생태계에서 숫자로 가장 번성하는 성공한 생물이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움직여 다닐 수 없는 식물을 위해 대신 꽃가루를 날라주고 그 대가로 곤충은 식물에게서 꿀을 제공받음으로써, 이 지구 생태계에서 개체 수, 분포 및 비중으로 보아 가장 막강한 곤충과 식물의 두 생물군들이 서로 싸우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가운데 생태계의 조화를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자연계의 생물들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상대방을 제거하거나 물리치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과 자연계에서 무모한 약육강식의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생물들보다는 상대방과 더불어 생태계 속에서 공존하는 생물들이 우리 곁에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공존의 지혜를 실천하고 살아가는 벌, 나비, 개미, 꽃, 식물들. 이러한 자연계 생물들의 조화로운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의 향연이자 축복으로서, 오늘날 지구촌에서 전쟁의 포화가 휩쓸고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무모한 경쟁과 이기심, 이로부터 생겨난 여러가지 난관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의 우리네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천자춘추/전쟁이후

최대의 현안인 이라크 전쟁이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 특히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쟁이 가지는 인류사회의 파괴는 다음으로 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이라도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라크전과 비슷하며 단기전으로 끝난 1991년의 걸프전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KOTRA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전쟁 중인 1월과 2월에는 대중동 수출이 대폭 감소하였으나 종전 이후 완만하게 증가하고 연말에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1991년 한해 동안의 연간 대중동 수출 증가율은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쟁의 승패와 관련된 결과보다도 전쟁이 지속되는 기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사실 때문이다. 처음의 기대와 같이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이 끝난다면 침체되어 있는 세계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우리 경제도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내부를 살펴보면, 이라크 전쟁이 끝난 이후에 오히려 더 직접적이고 어려운 해결과제가 남아있다. 북한 핵문제, 경기침체, 가계부채 그리고 SK글로벌 사건으로 표면화된 기업들의 분식회계 등과 같은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들이 이라크전쟁으로 수면 이하로 잠시 숨어있는 상태이다. 전 세계가 이라크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에 우리는 내부의 걸림돌들을 제거할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이라크 전쟁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북한문제의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쟁에 전념하는 미국이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국제적 문제로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비록 일반 국민의 분위기는 외국에서 놀랄 정도로 북한 핵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지만, 정부차원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단순히 꾸짖거나 달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국가경영의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전쟁 반대, 엄마는 참여방법이 없다

정말 화가 나고 우울해서 못살겠다. 대명천지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기막히고,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마냥 우울하다. 오늘 이 시간, 다른 엄마들도 나처럼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요즘 언론매체는 미국이 ‘충격과 공포’라는 작전명으로 벌이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안방에 쏟아내고 있고, 우리는 말대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이라크영토가 신무기 실험장이라도 되는 듯 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엄청난 양의 폭탄을 쏟아 붓고, 이라크사람은 사람도 아니라는 듯 연일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하는 것을 목격한다. 미국의 이번 침략이 ‘이라크의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의 나라에 있는 석유자원을 차지하고 제3세계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벌이는 전쟁이라는 사실에 치를 떤다. 이라크군에 생포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어머니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아들이 살아만 돌아오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영국군의 어머니가 전쟁에 참가중인 아들을 걱정하다가 무수히 죽어가는 이라크 어린 병사의 어머니를 생각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들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다 우리 정부가 부시정권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려고 한다는 소식에 답답해 하고, 미국이 이라크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에는 다시 한번 전율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학생들이나 젊은이처럼 거리에 나서서 구호를 외치기도 쉽지 않다. 어느 전쟁에서나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항상 엄마들이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 엄마들의 몫일텐데도,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행동으로 나설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제 엄마들이 참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엄마들이 행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언론은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엄마들이야 말로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이며 평화운동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천자춘추/인생역전과 역전인생

한달 봉급을 전부 쏟아 부은 직장인, 카드대출을 받고 퇴직금을 털어 넣은 사람, 회사공금을 횡령하거나 목숨을 포기한 사람까지 있었던 로또의 열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신문 한 귀퉁이에서는 당첨의 가능성이 몇백만 분의 일이고 당첨된 사람들이 한결같이 몇 년뒤에는 비참한 삶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지만 대문만하게 실리는 당첨금액과 당첨자의 이야기는 대박의 환상을 계속 부채질하고 있다. 추첨일인 토요일에는 TV시청률이 뛰어 오르고, 인터넷 복권에, 당첨확률을 높이는 프로그램과 안내서적까지 나오고 ‘로또중독’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심지어는 어린이 문방구에서도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가히 전국이 ‘도박공화국’이 된 듯하다. 지나친 열기에 정부에서도 대책을 강구한다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로또복권은 정부의 몇 개 기관이 연합해서 발행을 하고 그 돈으로 정부의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심 복권 열풍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을 위해서는 세금을 통해서 재정을 조달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정부가 복권을 발행하는 것은 자금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후려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복권을 통해서 땀흘리며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회풍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복권과 도박을 부추겼던 나라치고 건강하고 국민을 위한 나라는 없었다. 중국의 진나라는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복권을 활용했고, 로마의 아우구스투스와 네로가 노예, 집 등을 걸고 복권을 팔아 국가자금으로 썼다고 하는데 그 국가의 종말과 지도자의 말로를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다. 로또복권의 광고에는 멋진 주택과 고급 자동차를 앞에둔 인기 연예인이 웃는 모습과 함께 ‘인생역전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복권에 인생을 걸다가는 ‘역전인생(驛前人生)’이 될 수 있다. 온 국민을 도박심리와 한탕주의에 물들게 하는 로또복권은 폐지되어야 한다. 정부는 ‘열심히 일하는 보통사람이 부자되고 대접받는 사회풍토와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해야 한다. 국민을 도박꾼으로 내몰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천자춘추/경기도의 버스정책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대중교통 문제는 매우 어려운 정책과제에 해당한다. 도로건설과 지역연계교통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가 이른바 수익성 노선과 비수익성 노선의 경영관리적 접근도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운영에 관한한 민영이든 공영이든 이용의 편의성을 고려한 최적규모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영국의 버스우선 신호시스템이나 노선입찰제, 브라질의 굴절버스체계도 서민의 발이 되는 버스운영의 합리화를 위한 방법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수도권에서는 도로건설이나 확장이 쉽지 않으니 교통대책을 세우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 할 수 있겠다. 경기도도 장기적으로는 타운송수단과의 연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각종 기반시설을 늘려나가야 할테지만, 현재에도 버스운영과 관련하여 개선할 점은 많아 보인다. 우선 200여개에 이르는 도내 버스사업체에 대한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확보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성공할 수가 없고, 가장 중요한 정책은 도민들이 경기도의 정책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스요금인상이 도민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버스업체는 얼마나 살림이 어려운 지, 어렵다면 공공서비스에 해당하는 버스운영에 얼마나 합리적인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요금인상 때마다 내세우는 서비스개선은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다. 배차간격이나 노선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큰 것이 현실이다. 버스운수업체들도 이른바 투명하고 공정한 회계처리만이 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회사의 경영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정부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 버스업체나 경기도가 언제까지나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싶다.

천자춘추/지역사회와 하나되는 학교

경기도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수를 합하면 1천684개교에 이른다. 그리고 이미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이 서울시교육청의 예산규모를 초월하였다. 학교의 학급수나 학생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가 3천640평, 중학교가 3천900평, 고등학교가 4천200평의 부지를 가지고 있다. 학교는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 있으며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학교만한 부지와 시설을 갖고 있는 기관이 없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면 조용해진다. 이제 학교가 학생들이 공부하는 신성한 공간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가 갖고 있는 공간과 시설들이 지역주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개방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는 지역사회에 폐쇄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교육자치가 지방자치에 포함되지 않아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낭비가 매우 크다. 학교 하나를 지으려고 해도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또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 학교는 운동회나 졸업식 등 연중행사 정도로 주민들이 참여한다. 그러나 얼마든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다. 지역의 작은 음악회를 열 수도 있고, 신년초에 도교육감이 밝힌 것처럼 학교운동장을 지역주민에게 개방을 할 수 도 있다. 학교체육관을 아침운동을 하는 지역주민에게 개방할 수도 있다. 학교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어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우리는 21세기의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학교가 더이상 지역사회와 분리되어서는 안된다. 지역사회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천자춘추/비만과 건강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된 목조 건물인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방문하게 되었다. 안내원의 말이 가장 오래 원형을 유지한 무량수전의 비결이 기둥에 있는데 이 기둥의 특징이 위 아래 보다 중간 부분이 두터운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며 우리 인체도 나이가 들면 적당히 살이 쪄야 건강하고 오래 살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비만은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미용의 적이라 하여 최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이어트 열풍이 대단하고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매우 많은 요즈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렇다. 한의학에서 지나친 것과 모자란 것이 모두 병의 원인이 된다 하였는데, 지나치게 비만한 것도 질병의 원인이 되지만, 지나치게 마른 것도 질병의 원인이 된다 하였다. 물론 복부 비만은 동맥 경화, 고혈압, 당뇨, 관절염, 디스크 등 뇌세포의 노화를 촉진시켜 치매 중풍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므로 주의하여야 하지만, 지나친 체중 감량으로 인한 영양 결핍은 골밀도 저하, 근 무력증, 자궁 발육부진으로 인한 불임증 및 무기력 등으로 더 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늙으면 배 힘으로 산다하여 나이가 들면 적당히 배가 나오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하였고 표준 체중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가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일률적인 표준 체중에 몸무게를 맞추려 하기 보다는, 사상 체질과 유전적 소인에 따른 본인이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던 체중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좋다 하겠다. 배 나온 무량수전의 기둥을 보며 우리 선조의 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며, 나이가 들면 적당히 체중을 늘려야 건강하게 활동하고 장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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