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에서 우연히 박수근의 그림을 보았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그림 한 점이 최고가로 낙찰되었다는 소식이다. 우리 돈으로 약 14억 914만원, 이는 국내외 통틀어 한국 현대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1960년대 제작으로 추정되는 ‘한일(閑日)’이란 이 작품은 10호(33×53cm) 크기의 비교적 소품이다. 미국인이 소장한 것을 이번 경매를 통해 한국인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뉴욕과 한국 경매에서 박수근의 그림은 늘 최고가로 낙찰되는 기록을 경신해왔다. 그만큼 그의 그림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아울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기에 불황에 빠져있는 미술시장에서도 작품가격 상승은 멈출 줄 모르는 것 같다.
외국의 경매에서 그의 가격을 그만큼 올려놓은 것도 사실 한국의 화상들이다. 외국인이 소장한 우리 미술품을 사들여온다는 애국심의 발로일 수 도 있고, 한편으로는 돈이 되니깐 거액을 들여서라도 사두고 보자는 장삿속에서 그럴 수도 있다. 후자가 더 비중이 있겠지만 외형은 애국심과 문화재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알리바이가 포장해주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 화가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박수근은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해 특유의 조형세계인 메마른 질감처리와 서민의 생활을 모티브로 한 소박한 자연주의 화풍을 확립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독한 가난과 함께 독학의 아마추어 작가라는 냉대를 받았으며 간경화와 백내장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65년에 작고했다. 50, 60년대 우리 모습 가운데 근대화의 변두리에 남겨진 삶의 정경만을 소재로 택한 그의 그림은 근대화 공간의 가장 빈한했던 구석들에 대한 일종의 신화화였다. 집안 일을 꾸려가는 아낙네, 그들이 돌보아야 하는 아이들, 그네들의 일터나 놀이터였던 동네 어귀나 길가 등은 박수근의 유일한 삶의 공간이기도 했다.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소박한 화가로 이해하고 자신의 위상에 걸맞다고 여겨지고 그래서 자신의 지배하에 놓였다고 생각한 자기만의 소재를 택해 그렸던 것이다. 이런 작가적 삶과 태도가 제대로 이해되기보다는 상업주의와 투기 속에서 ‘최고가 낙찰’이란 수식어를 달고 빈번하게 신문지상에 나오는 그의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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