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화가 나고 우울해서 못살겠다. 대명천지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기막히고,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마냥 우울하다. 오늘 이 시간, 다른 엄마들도 나처럼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요즘 언론매체는 미국이 ‘충격과 공포’라는 작전명으로 벌이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안방에 쏟아내고 있고, 우리는 말대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이라크영토가 신무기 실험장이라도 되는 듯 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엄청난 양의 폭탄을 쏟아 붓고, 이라크사람은 사람도 아니라는 듯 연일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하는 것을 목격한다. 미국의 이번 침략이 ‘이라크의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의 나라에 있는 석유자원을 차지하고 제3세계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벌이는 전쟁이라는 사실에 치를 떤다. 이라크군에 생포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어머니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아들이 살아만 돌아오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영국군의 어머니가 전쟁에 참가중인 아들을 걱정하다가 무수히 죽어가는 이라크 어린 병사의 어머니를 생각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들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다 우리 정부가 부시정권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려고 한다는 소식에 답답해 하고, 미국이 이라크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에는 다시 한번 전율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학생들이나 젊은이처럼 거리에 나서서 구호를 외치기도 쉽지 않다. 어느 전쟁에서나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항상 엄마들이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 엄마들의 몫일텐데도,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행동으로 나설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제 엄마들이 참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엄마들이 행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언론은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엄마들이야 말로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이며 평화운동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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