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불타는 나라, 한국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천안 초등학교 합숙소 화재사건으로 곤하게 잠자던 축구 꿈나무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소식이다. 어린 축구 선수들이 그들의 꿈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어른들의 커다란 잘못으로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인재’를 접하면서 또다시 화가 치민다. 이번 화재사건 역시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였다. 인화성이 강한 물질로 합숙소 실내를 꾸미고 유리창에 방범용 쇠창살을 설치하는 등 어른들은 화재예방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지난번 대구 지하철 사고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내연성 물질로 내부를 꾸며 유독성 물질이 다량 배출됐기 때문인데 이번 역시 벽에 붙여놓은 스티로폼이 유독 가스의 주범이었다. 또 창문은 신발장으로 가려져 있어 아이들의 탈출을 방해했고 아이들을 돌볼 책임이 있는 코치는 외출중이었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한 아이의 희망은 부모의 오열과 함께 땅에 묻혀졌다. 그 뜨거운 곳에서 죽어갔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97년 화성 씨랜드 대형참사 이후에도 어린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미술학원에서 매번 어른들의 안이한 타성에 의해 화재사고가 발생하곤 했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당국은 안전조치 미흡 운운하면서 관계자 몇 명을 처벌하는 차원에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고 관련 부처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또 정부 부처별로 내놓은 조치들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했고 ‘불’같이 뜨거운 여론도 금세 진화되곤 했다.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화재사고가 이처럼 되풀이되는 것은 망각증이 심각한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일지 모른다. 또 수없이 거론돼온 국가차원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통해 얻은 뼈아픈 교훈을 거울삼아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또 사고원인 제공에 대한 철저한 책임과 함께 안전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어린이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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