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법원을 떠나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한달 보름여가 지났다. 초년생 변호사로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먼저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선배님들의 말씀을 여러번 들었지만 내가 직접 그 당사자가 되어 그 말을 다시 새겨보니 정말 실감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생각나는 말 - 법대(法臺) 위가 그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다고… 처음 변호사로서 법정에 들어가던 날, 법정에 들어설 때면 다가가 앉던 법대 위의 의자가 밑에서 바라보니 정말 그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었다. 재판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는 방청객들의 눈. 재판을 마치고 법정 밖으로 나오면 의뢰인과 가족들은 재판장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제 나름대로 해석해보면서 무슨 뜻인지를 물어온다. 판사 시절 내가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에도 방청객들이 이렇게 반응하였을 생각을 하니 법정에서 재판장은 하나 하나의 언행마다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두 번째 생각나는 말 - 판사의 권한이 그렇게 큰 줄을 몰랐다고… 판결 선고를 기다리면서, 또는 신청한 보석이나 적부심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오로지 판사가 어떠한 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해 초조하게 기다리는 당사자들. 그 결정 하나 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변호사로서야 최선을 다 할 뿐이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일진대 변호사를 붙잡고 꼭 좀 나오게 해달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하는 가족들을 볼 때, 과연 나는 판사 시절 결정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했는가 자문해본다. 사건 하나 하나마다 당사자들의 눈물과 아픔이 서려있는 것인데, 나는 그저 매일매일 처리하는 사건들중의 하나로만 생각하였던 것은 아닌지.
판사 시절엔 습관적으로 법복을 입고 법정을 드나들었지만, 법정의 단하(壇下)에 서서 법대를 바라보며 새삼 판사가 법복을 입는 의미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다시금 법복을 입는다면 예전의 나보다는 조금 더 성의를 갖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재판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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