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독일식 사고방식?

필자가 고국에 돌아와서 근 1년 8개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너무 독일식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필자의 한국생활에 적응을 돕겠다는 조언의 말이었다고 생각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논리적 불합리를 피해보려는 군색한 변명으로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사고방식은 독일식과 한국식이라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환경 또는 문화적 차원과 인간 고유의 논리적·이성적 차원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각 사회의 문화양식에는 틀림없이 차이가 있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문화가 다른 독일과 한국의 문화적 사고방식에는 차이가 있음이 확실하다. 반면에 학문의 근간이 되는 논리나 이성체계에는 독일식 사고방식과 한국식 사고방식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는 학문적 사고가 자연법칙이나 인간의 지적 본능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며, 두 국민간의 이성적·지적 능력의 차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사고방식의 기준을 적용할 때에는 어떠한 차원에서의 접근인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수긍할 수 없었던 사고방식 차이의 기준은 주로 학문적·문화적 차원의 혼동에 있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독일에서의 학문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성실하다는 것이다.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 미묘한 차이도 분석해 체계와 부합하는 정교한 논리를 추구하는 태도에서는 경외심 마저 들게된다. 만일 우리가 정교한 분석과 체계적인 논리전개 그리고 합리적인 구성을 추구하는 것이 독일식이라고 몰아가거나, 자신의 비논리적 사고방식을 합리화하려는 것을 한국식이라는 등식으로 적용하려 한다면 이는 마치 한국식은 비합리적이며 비약적인 논리전개를 허용해도 되는 것처럼 되어서 한국식 사고방식을 모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자고로 우리는 학문을 ‘갈고 닦는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는 우리의 조상들이 학문을 지극한 정성으로 대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실 학문에 있어서 한국식과 독일식에는 차이가 없다. 우리는 정교함을 소심함으로 핍박하여서는 안될 뿐더러, 대충을 대범함으로 위장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될 것이다.

/서봉석 (경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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