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교복 이대로 입힐 것인가

파릇한 신학기가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새롭게 전개될 미래를 설계하고 각오를 다지느라 나름대로 분주하다.

한편 이맘때가 되면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울적해진다. 교복 값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형이나 언니가 입었던 옷을 물려받아 입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이제는 ‘헌교복’을 입는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는 현실이다. 시중에는 인기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마케팅 전략을 펴는 몇몇 대형 교복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 해 교복시장이 6천억 정도이니 경쟁 또한 치열하다. 일부 학생들은 싸고 좋은 옷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브로마이드 한 장을 얻기 위해 부모의 손을 이리저리 잡아 끄는 형편이다. 필자 또한 중학생 자녀 둘을 두었는데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지난해는 인기 여가수를 내세운 A업체 교복을, 올해는 인기그룹이 모델인 B업체 교복을 구입했다. 물론 브로마이드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저렴한 교복업체를 선정해 공동 구매하는 일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새학기를 맞아 서울과 경기 일대 중·고교 349곳의 교복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20%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각 학교마다 실시된 교복 공동 구매운동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교측이 대형교복업체로부터 압력(?)을 받고 공동구매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공개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방해를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와중에 손해를 보는 이는 학생과 학부모뿐이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교복 공동구매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교당국은 물론 학생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대형 교복 업체들의 ‘방해성 로비’가 멈춰져야 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학교에서는 ‘교복재활용 바자회’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의 커다란 호응속에 행사를 마감했다는 후문이다. 연일 기름값이 급등하고 물가가 들썩이는 요즘엔 절약이 미덕임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복 공동구매나 교복 물려입기 운동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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