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우리사회 지도계층의 자세

의사, 변호사, 판·검사를 위시하여 우리사회의 존경받는 직업엔 ‘사’자를

붙였다. 그래서인지 그 외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에는 대부분 ‘사’자를 붙었다. 이렇게 ‘사’자를 붙인 데는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의지가 담겨있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장 존경받는 ‘사’자가 붙은 이들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라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먼저, 의약분업을 놓고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이 그랬다.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인데 본분을 포기하면서까지 파업을 해야만 했을까? 그 파업이 기득권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오히려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변호사들의 윤리시험에 대다수가 부정행위를 했다. 부정행위를 한 그 변호사들이 과연 인권과 정의를 말할 수 있을까? 윤리시험을 다시 치른다고 했지만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들이 윤리적이지 못할진대 정의의 여신상 한 팔에는 법전을 다른 한 팔에는 커닝페이퍼를 들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검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인사권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서 보여준 토론의 자세나 내용에 크게 실망했다. 사회정의와 국익을 지켜나갈 검사들조차 이익집단이 되었고 기득권유지를 위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과연 검사들이 우리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켜나갈 집단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자의 직업을 놓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의사, 변호사, 검사처럼 신망받는 이들이 대의나 정의는 제쳐두고 집단이익이나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서 나선다면 과연 우리사회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기득권유지의 길로 나서고자 한다면 의사, 변호사, 검사가 아니라 의자(醫者), 변호자(辯護者), 검자(檢者)라고 칭하는 것이 솔직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우리사회의 지도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자가 붙은 이들은 자신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과 옳은 일을 위하여 헌신하는 삶의 자세를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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