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는 붉은 악마의 붉은 색이 금수강산을 뒤덮었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출렁이는 붉은 물결을 볼 때 흥분과 감격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붉은 머리띠를 맨 근로자들이 TV 화면을 꽉 채울 때마다 소름과 전율을 느낀다. 선혈이 떨어질 것같은 붉은 글씨로 쓴 깃발을 들고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머리띠를 매고 울분에 찬 그들의 고함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싹 오싹 한기를 느낀다.
오늘 우리가 밥술이나 먹는 것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일에 매달린 근로자들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일할 수 있는 근로광장을 제공한 것은 위정자들이나 재벌들이다. 근로할 장소가 없어지면 데모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근로자들의 피땀어린 돈으로 재벌들이 비대해졌으니, 근로자들이 이젠 재벌이 소유한 빵을 쪼개서 먹자고 아우성칠 만하다.
한편 회사나 공장경영자들은 한국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서 임금이 싼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생산공장의 공동화로 변하는 것이 아닌지. 공장을 옮기고 폐업하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 무턱대고 아우성칠 것이 아니라 회사나 공장을 살려놓고 데모굿판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근로자들이 파업조건으로 근로조건개선이 아닌 회사경영권이나 법개정사항을 들고 나온다면 이는 정치적파업일 뿐이다. 또 정권이 바뀌어 뿌리도 내리기전에 근로자들이 파업하여 물류를 마비시켜 수출에 차질을 초래하고 고속도로를 저속운행하여 고속도로기능을 상실시켜 초기 참여정부를 허덕이게 한다면 같이 공멸하자는 것이 아닌가.
국민소득 일만불시대를 연 역동적인 산업역꾼들이여! 이제 막 진수한 노무현호가 무사히 이만불시대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어떻게 하면 같이 살 수 있는 지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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