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통상전쟁과 우리의 선택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열렸던 멕시코 칸쿤에서 들려오는 농업시장 개방 압력과 우리 농민의 할복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소리없는 통상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국제경제에 있어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지구촌을 감싸고 있는 큰 흐름은 세계경제의 블록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지난 상반기까지 상호간에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관세동맹, 서비스 협정 등 지역별 경제협정은 총 184개에 이르는데 이중 119개가 95년 이후 체결된 것이다. 또 WTO는 2005년말경 약 300개의 FTA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국의 대외경제적 이익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에 다를 바 없다.

우선 2004년 5월이면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인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수 25개국, 인구 4억 5천만명의 대규모 단일 경제권으로 새 모습을 드러낸다. 수년내에 세계에는 대륙 차원의 거대한 무역블록으로 EU와 범미주 34개국의 FTA가 출현할 예정이며 타 대륙간 FTA에 EU뿐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 태국, 미국, 멕시코, 칠레 등이 적극 나서고 있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FTA 체결을 위해 중국, 일본, 미국, 인도 등이 경쟁을 하고 있다.

세계각국이 이처럼 FTA 체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FTA가 창출하는 무역확대효과 때문이다. FTA를 체결한 국가 및 지역간에는 관세면제 등으로 시장이 하나가 되는 효과가 있고 국가간 투자도 활발해져 산업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반대급부도 적지않아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상대국에 잠식되어 피해를 입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세계가 FTA 열기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칠레와의 FTA 체결을 통해 FTA 흐름에 편승을 시도하고 있는 정도인데 그나마 국회 비준이 나지 않아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이는 FTA의 부작용에 대한 노심초사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은 선택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다면 우선 어떤 토끼부터 먼저 잡을지 선택해야 한다. 조선말 개화냐 쇄국이냐를 놓고, 또 60-70년대 경제성장기에 불균형성장이냐 균형성장이냐를 놓고 입씨름하던 때를 회상해 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성철.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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