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가까운 사람이 집앞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숨졌다. 57세의 학교 선생님인 그는 미혼인 두 딸의 아버지다.
우리나라는 1만명당 10명 이상이 길을 걷다가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세계최악의 보행지옥 이라한다. 교통사고는 물론이지만 그 중에 보행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46.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하니 하루하루 살아있음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30분 정도의 거리는 이면도로를 이용하여 주로 걸어다니는데 주차장이 되어버린 주택가의 도로는 아이들을 집밖에 내 보낼수 없을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된다. 동네 골목에서도 보행자는 자동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귀찮은 장애물이다. 더운 여름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매연으로 좁은길을 걷고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자동차의 수가 점점 늘어나므로 발생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가도로나 지하도를 만들기에 앞서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권이 보장되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자가용이 없는 우리가족은 주로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버스정류장의 안내표지판은 노선 변경버스에 대한 안내가 없는 경우가 많고 특히 수원역앞 정류장에서는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면서 차도로 뛰어다녀야 겨우 버스를 탈수 있게된다.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횡단보도대신 지하보도와 육교를 설치해서 보행자들이 힘들게 오르내려야 하는데 노약자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엄청난 예산이 들었을 지하보도는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쾌적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 있고, 정신을 바짝차리고 긴장하지 않아도 사고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걸을수 있는 보행자 위주의 도로 환경이 된다면 한집에 한대 이상의 차를 갖고싶은 충동을 억제할수 있을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한결 여유를 갖게되어 보행지옥이라는 누명을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태어날 우리 손주들이 마음놓고 집앞에서 동네아이들과 어울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나 고무줄을 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많을까?
/유은옥.수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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