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휴가철에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었다. 물론 공자의 유교관에 기하여 유씨성을 가진 유비를 삼국지 주인공으로 삼아 기술하였다. 그러나 글쓴이는 유비는 돗자리나 짜다가 결정적인 때만 눈물만 질질 흘려서 성공한 인생으로 낯가죽이 두터운 후혹학의 대가로 본다. 결국 유비는 아무런 직업없이 백수건달로 생활하다가 한나라의 혼란기를 틈타서 백수들을 끌어 모아 촉나라를 건설한 자로서 백수건달들이 우러러 볼 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한나라 고조 유방도 외상 술이나 퍼먹고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는 동네 상건달이다. 오늘날 세태에선 유방은 소탕대상인 폭력배로서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할 자이다. 이런 유방도 국가혼란기에 부랑패를 모아서 한무리를 이루어 항우와의 싸움에서 정도가 아닌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한나라를 개국한 것이다.
백수건달들의 성공담은 젊은 백수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꿈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너도 나도 권력을 거머쥐기 위하여 오로지 정치! 정치! 하면서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는 자가 줄을 이루고 있다. 공산당의 흑백선거가 아닌 모든 선거에 돈이 드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돈이 없으면 조직이 한발짝도 움직이질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돈이 없으면 홍보를 할 수 없다.
20대, 30대의 정치입문생이 무슨 돈으로 조직을 움직이고 홍보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보스의 검은 돈에 묻혀 선거에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선거제도가 존재하는 한 돈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정치한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우선 수신제가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 백수건달이여! 국가에 진정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정치판만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우선 재력부터 축적한 다음 정치에 뛰어 들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돈의 유혹에서 어떻게 초연할 수 있겠는가.
/강창웅.수원지방 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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