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검찰 내부 통신망에 들어가 보니 친절에 관한 논쟁이 직원들 사이에서 뜨거웠다. 사정은 이러하였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상급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소속도 밝히지 않다가 나중에는 반말까지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아침에 좋은 기분으로 출근하여 불친절한 전화 한통으로 기분이 상한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인력낭비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덧붙이고 있었다. 그 글 아래에는 줄줄이 다른 직원들의 의견이 달려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사례들을 실명으로 올려 잘못을 시정토록 해야 한다는 다소 감정적인 의견, 상대방을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자는 의견,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도입한 운동이니 만큼 상급기관이 솔선수범하자는 의견 등이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민의 소리 담당관실’에서 다음과 같은 시민의 소리를 청취하였다. ‘음주운전으로 조사받은 후 벌금이 나왔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나온 것 같아 문의를 하였더니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었다. 단속당한 시민의 음주수치를 보니 우리 청의 양형기준에 따라 처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담당검사실에서 조금 불충분하게 설명하다보니 당사자는 자신만 불리한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위 두가지 사례는 어떻게 보면 형식에 불과한 친절이 실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나타낸 사례이다. 상급기관 직원의 친절하지 못한 전화로 인해 하급기관 직원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었고,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또한, 검사실에서는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고도 민원인의 질문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지는 않았을까.
나는 고양지청장에 취임한 이후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검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여 왔다. 국민들이 검찰에 대해 갖는 불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검찰은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기관이라는 인상 때문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우리 청의 여러 가지 몸짓도 결국은 친절을 통한 권위주의의 탈피가 그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이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김 인 호 서울지검 고양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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